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22.04.28 13:19
연재수 :
2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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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글자수 :
798,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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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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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제96화 오두막 앞에서

DUMMY

건수는 여전히 난로 앞에 혼자 앉아 있었다. 어둠 때문에 불을 피운 건지 그나마 난롯불이 실내를 희미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건수는 난로의 불을 한번 쑤석여보곤 방 쪽을 한번 바라봤다. 강탄이를 깨울까 생각해보고 있는 듯했다.


마침내 건수가 방문 앞으로 가서 문을 탕탕 두드렸다.


“야 탄이. 강탄이. 이제 일어나!”


방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건수는 문에 귀를 바짝 갖다 대고 무슨 소리가 들리나 들어봤다. 혹시 좀비라도 된 건 아닐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다시 한번 문을 탕탕 두들겼다.


“탄이야. 강탄이. 야!! 아, 이 자식 잠끝이 왜 이리 길어.”


건수는 그만 포기하고 다시 난로 앞으로 돌아가 앉았다. 그는 타오르는 불길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붉은 불기가 아른거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은 붉었지만 오라는 안정적이었다.


김혁은 벽을 지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강탄이는 역시 아직 잠에 빠져 있었다. 그의 오라도 흔들림은 없었다. 둘 다 좀비가 돼서 서로 물어뜯고 있는 장면을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새삼 그 사실이 깊은 안도감을 준다는 걸 알았다.


김혁은 오두막 밖으로 나가 숲을 한 바퀴 돌았다. 민하진과 주은정이 멀리서 날고 있는 게 보였다.


김혁은 숲을 살피면서도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건수와 강탄이를 따라 가서 저들의 마을이 어딘지 알아놓는 게 좋을지 그럴 필요까진 없을지를. 숲을 안전하게 벗어나는 것까지만 도와주고 말면 할 일을 다 하게 되는 것일지를.


아무래도 삼인조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미 추적에 실패했더라도 확인은 해봐야할 듯 했다.


또 그것과 별개로 김혁은 왠지 강탄이와 건수를 그렇게 그냥 보내버리고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게 싫다는 생각에 잠시 의아해졌다. 그 잠깐 지켜본 걸로 벌써 정이라도 든 건지 뭔지.


김혁은 날개가 큰 새처럼 우아하게 하늘을 느리게 선회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밤숲은 고요했다. 나머지 검은 고치들은 무사히 숲을 빠져나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하늘에서 한번 크게 돌고 나서 다시 낮게 나무들 사이를 날며 샅샅이 훑어봤다. 역시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쯤에서 찾기를 그만두고 오두막 앞으로 돌아갔을 때는 주은정이 먼저 와 있었다.


“숲엔 아무도 없는데요?”

“나도 아무도 발견 못 했어. 벌써 모두 빠져나갔나봐.”

“여기 두 사람은 누군데요?”


주은정은 어느새 오두막 안까지 탐색을 마친듯했다.


“두 사람은 강탄이와 건수라는 사람이야. 검은 고치들, 아 좀비가 아닌 게 확인될 때까지 묶어뒀었거든. 그게 꼭 검은 고치들처럼 보여서.”

“네. 이 정도 시간이면 이제 안전해진 거 아닌가요?”

“어, 근데 오전중에 좀비로 변한 자들과 함께 있었고 불이 나는 바람에 전부 뒤엉켰어서 아무래도 밤늦게까진 지켜봐야 될 거야. 좀비가 되면 해치우고 그렇지 않으면 무사히 숲을 빠져나가게 도와줘야지.”


“네? 왜요?”

“이들은 스스로 좀비가 아닌 걸 증명하려고 애썼어. 연구소 일도 몰라서 한 일이고. 속아서 저지른 잘못이니 한번쯤은 용서를 해야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드네.”

“그래도 아무리 시킨다고 사람을 막 죽이는 자들인데...”

“좀비라고 믿었으니까. 밥먹듯이 사람 죽이고 다녔던 건 아닌 것 같아. 또 낮에 이들이 겪은 일은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엄청난 건지 충분히 알만큼 혹독했으니 뭔가 깨달은 것도 있겠지. 난 저들이 다르게 살고 싶어한다면 한번은 기회를 주고 싶어.”


김혁의 눈에 악마의 한심해하는 고갯짓이 보이는 듯 했다. ‘인간이 그렇게 쉽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나? 쯔쯧, 넌 그래서 문제야...’ 주은정은 그보단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했다.


“그렇게 위험한 바이러스라면 예외를 두는 건 좋지 않잖아요. 좀비랑 같이 있었다면 더더욱 위험한데.”


유지성에게서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함께 들었기 때문인지 걱정이 심했다.


“그래, 그건 맞는데 어쩌면 이들은 우릴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응? 도와요? 검은 오란데요? 선배님, 오라는 쉽게 변하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난 지난 40년간 오라가 변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것도 의문스러워. 검은 오라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오라의 색깔 자체가 변하기도 하는데 검은 오라도 선행을 계속 쌓고 속죄하다 보면 본래 색으로 회복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 말을 하며 김혁은 서진수의 오라를 떠올렸다. 방에 처박혀 있던 은둔형외톨이의 오라는 40년 전에는 검은 빛에 잠겨 있던 푸른빛이었는데 40년 후에는 파란 사파이어색으로 변해 있었다. 오수연도 서정도 오라가 더욱 여러 색이 섞이고 오묘해졌거나 광채가 더해진 걸 보면 오라는 변하는 게 분명했다.


“그건 썩기 전의 얘기죠. 썩은 것에서 싹이 난다고요?”

“영혼이니까. 나도 연구소 일은 용서하기 힘들지만 저들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어. 이번만큼은 저들을 부린 자들의 잘못이 커.”


주은정은 여전히 걱정어린 시선으로 김혁을 바라보기만 했다.


“우린 리스트에 없는 자들을 단죄하면 안 되지.”

“네.”

“오늘 난 그걸 깨뜨렸어.”

“네? 뭐 하지만 그건 악마가 눈감아주기로 했잖아요.”


김혁은 먼 밤하늘을 보며 말했다.


“난 40년 동안 영혼을 걷으러 다녔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었어. 오늘 그걸 깼지. 정말 참을 수가 없었거든.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깔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오늘에서야 그걸 한 거야. 그 녀석은 좀비가 될 것도 아니었는데 말야.”


마음 한켠에선 마스크맨의 우두머리도 좀비가 될 거였다고 믿고 싶었지만 역시 그렇게 되진 않았다.


“그래서 우울한 거예요? 깔끔하지 않던가요? 어떤 점이요?”

“글쎄, 리스트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그럴만했으니까 그랬겠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악마가 괜히 허락했겠어요? 검은 오라들이야 늘 지옥으로 가는데...”


“알지만... 기분이, 별로야.”

“우린 감상에 젖을 시간 없어요. 지금도 좀비 바이러스는 퍼져나가고 있으니까요.”

“그래!”


주은정은 오두막을 한번 돌아보곤 말했다.


“선배님이 쭉 지켜봤으니까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죠. 뭐! 알겠어요.”

“넌 인간이 왜 타인을 해친다고 생각해?”


타인에게 죽임을 당한 자, 주은정이라면 그 해답을 혹시 알고 있을까 싶어 질문한 거였다.


“저도 오랫동안 생각해봤지만 잘 모르겠어요.”


주은정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나도 1년쯤 걸리긴 했지만 결국 원장 손에 죽은 거나 마찬가지지. 그가 날 때릴 땐 내가 죽을 줄 몰랐겠지만. 그 인간의 폭력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었으니까. 인간들은 그걸 우발적 실수라고 한다지. 누군가의 실수 때문에 난 나머지 생을 빼앗겼어.

오늘 어떤 인간들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재미라고 말하더라. 용서할 수 없었어. 그런 인간들을 이끌고 온 놈은 더더욱 더.”


김혁은 주은정에게 ‘넌 아버지를 용서했냐?’ 묻고 싶었지만 입밖에 꺼낸진 않았다. 아직은 상처일 거였다. 빗속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낮의 은정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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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제204화 기다림4 +1 21.07.17 64 1 10쪽
205 제203화 기다림3 +1 21.07.06 64 1 9쪽
204 제202화 기다림2 +1 21.06.10 68 1 9쪽
203 제201화 기다림1 +1 21.05.28 86 1 10쪽
202 제200화 악마는 왜 그럴까5 +1 21.05.15 68 1 12쪽
201 제199화 악마는 왜 그럴까4 +1 21.05.14 58 1 11쪽
200 제198화 악마는 왜 그럴까3 +1 21.05.10 79 1 10쪽
199 제197화 악마는 왜 그럴까2 +1 21.05.01 166 1 11쪽
198 제196화 악마는 왜 그럴까1 +1 21.04.24 108 1 9쪽
197 제195화 심판4 +1 21.04.18 140 1 9쪽
196 제194화 심판3 +1 21.04.15 190 1 9쪽
195 제193화 심판2 +1 21.04.11 157 1 10쪽
194 제192화 심판1 +1 21.04.09 188 1 10쪽
193 제191화 존재이유10 +1 21.04.05 93 1 9쪽
192 제190화 존재이유9 +1 21.04.04 78 1 9쪽
191 제189화 존재이유 8 +1 21.03.30 75 1 10쪽
190 제188화 존재 이유7 +1 21.03.26 70 1 9쪽
189 제187화 존재 이유6 +1 21.03.16 99 1 9쪽
188 제186화 존재 이유5 +1 21.03.14 66 1 10쪽
187 제185화 존재 이유4 +1 21.03.09 111 1 9쪽
186 제184화 존재 이유3 +1 21.03.03 94 1 9쪽
185 제183화 존재 이유2 +1 21.03.02 61 1 10쪽
184 제182화 존재 이유1 +1 21.02.26 79 1 9쪽
183 제181화 열길 사람속 탐험4 +1 21.02.22 93 1 9쪽
182 제180화 열길 사람속 탐험3 +1 21.02.21 63 1 8쪽
181 제179화 열길 사람속 탐험2 +1 21.02.16 68 1 9쪽
180 제178화 열길 사람속 탐험1 +1 21.02.14 90 1 8쪽
179 제177화 재회3 +1 21.02.06 75 1 8쪽
178 제176화 재회2 +1 21.01.31 83 1 8쪽
177 제175화 재회1 +1 21.01.30 103 1 10쪽
176 제174화 세상의 오해5 +1 21.01.27 87 1 10쪽
175 제173화 세상의 오해4 +1 21.01.19 88 1 8쪽
174 제172화 세상의 오해3 +1 21.01.17 71 1 8쪽
173 제171화 세상의 오해2 +1 21.01.16 104 1 9쪽
172 제170화 세상의 오해1 +1 21.01.15 76 1 10쪽
171 제169화 가난한 사람들3 +1 21.01.04 90 1 9쪽
170 제168화 가난한 사람들2 +1 20.12.30 98 1 10쪽
169 제167화 가난한 사람들1 +1 20.12.29 72 1 8쪽
168 제168화 사람의 마음2 +1 20.12.16 75 1 12쪽
167 제167화 사람의 마음1 +1 20.12.16 91 1 9쪽
166 제166화 가족2 +1 20.11.25 88 1 10쪽
165 제165화 가족1 +1 20.11.25 84 1 9쪽
164 제164화 대화는 어려워 +1 20.11.20 89 1 11쪽
163 제163화 그들의 아지트 +1 20.11.13 78 1 12쪽
162 제162화 봄바람같은 +1 20.10.27 72 1 11쪽
161 제161화 마트5 +3 20.10.08 91 2 10쪽
160 제160화 마트4 +3 20.09.27 82 2 9쪽
159 제 159화 마트3 +3 20.09.18 113 2 11쪽
158 제158화 마트2 +3 20.09.11 80 2 12쪽
157 제157화 마트1 +1 20.09.01 82 1 11쪽
156 제156화 버스2 +1 20.08.22 69 1 9쪽
155 제155화 버스1 +1 20.08.21 78 1 10쪽
154 제154화 풀리지 않을 오해 +1 20.07.27 112 1 9쪽
153 제153화 강도라구? +1 20.07.26 96 1 11쪽
152 제152화 진짜에게 가짜가 +1 20.05.16 101 1 9쪽
151 제151화 영혼값 +1 20.04.19 105 1 9쪽
150 제150화 실종자들 +1 20.04.12 87 1 9쪽
149 제149화 보물 상자를 날라라 +1 20.04.10 89 1 10쪽
148 제148화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1 20.03.31 150 1 12쪽
147 제147화 검정과 하양 +1 20.03.24 90 1 9쪽
146 제146화 구원자 +1 20.03.15 100 1 10쪽
145 제145화 눈송이들 +1 20.03.11 92 1 8쪽
144 제144화 하얀 무리 +1 20.03.10 105 1 8쪽
143 제14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1 20.03.08 88 1 9쪽
142 제142화 장회장의 정원 +1 20.03.08 93 1 8쪽
141 제141화 알리바바와 도둑들 +1 20.03.06 95 1 7쪽
140 제140화 스핑크스의 방2 +1 20.03.04 118 1 9쪽
139 제139화 스핑크스의 방1 +1 20.03.04 81 1 8쪽
138 제138화 별걸 다하는 +1 20.02.26 110 1 9쪽
137 제137화 너의 연기 +1 20.02.24 109 1 9쪽
136 제136화 배우야? 저승사자야? +1 20.02.23 116 1 8쪽
135 제135화 악마와의 대화5 +1 20.02.22 100 1 7쪽
134 제134화 악마와의 대화4 +1 20.02.20 106 1 8쪽
133 제133화 악마와의 대화3 +1 20.02.18 129 1 8쪽
132 제132화 악마와의 대화2 +1 20.02.15 88 1 9쪽
131 제131화 악마와의 대화1 +1 20.02.15 119 1 9쪽
130 제130화 인연의 고리4 +4 20.02.13 110 1 11쪽
129 제129화 인연의 고리 3 +1 20.02.09 102 1 8쪽
128 제128화 인연의 고리 2 +1 20.02.09 99 1 9쪽
127 제127화 인연의 고리 1 +1 20.02.07 102 1 9쪽
126 제126화 나 저승사자라니까! +1 20.02.03 121 2 8쪽
125 제125화 도시의 밤 +1 20.02.01 111 2 10쪽
124 제124화 고요한 마을 +1 20.01.28 117 2 9쪽
123 제123화 비밀속으로6 +1 20.01.24 108 2 8쪽
122 제122화 비밀속으로5 +1 20.01.24 117 2 8쪽
121 제121화 비밀속으로4 +1 20.01.21 105 2 9쪽
120 제120화 비밀속으로3 +1 20.01.20 101 2 8쪽
119 제119화 비밀속으로2 +1 20.01.17 104 2 8쪽
118 제118화 비밀속으로1 +1 20.01.16 114 2 8쪽
117 제117화 부서진 꿈들 +1 20.01.14 115 2 7쪽
116 제116화 악마가 이상해 +1 20.01.12 11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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