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22.04.28 13:19
연재수 :
211 회
조회수 :
62,581
추천수 :
637
글자수 :
798,796

작성
19.12.20 06:28
조회
100
추천
2
글자
9쪽

제98화 진실의 힘

DUMMY

“은성이가 하려던 일이라뇨? 뭐 타임머신이 완성되면 그앨 다시 살릴 방도가 있단 말씀을 하고 싶은 건가요?”


오수연의 목소리엔 비아냥거림보단 체념이 묻어 있었다.


“아니요. 김은성씨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좀비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애썼을 걸 알기 때문입니다.”


“대관절 좀비바이러스는 뭐고, 은성이는 타임머신을 만들던 애에요. 분야가 완전히 달라요.”


“제 말은 본인이 못한다 해도 어머니라도 설득했을 거라는 말이죠.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를 개발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거야...! 날 찾아온 이유가 뭐죠? 뭘 도와달라는 건가요?”


“유지성씨를 도와주십시오.”


오수연은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좀비 바이러스나 그날의 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건가? 그날 김은성과 통화가 되지 않았던가?


끔찍했던 그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도 오수연을 일으킬 수 있으면 좋으련만 김혁은 그 방법을 몰랐다. 진실을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실을 다 알고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르게 설득할 방법을 찾거나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밖에는.


“유지성씨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딸입니다.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유박사도 이 일을 알리려다 그런 사고를 당한 겁니다. 또 장회장 측은 유박사를 데려다 연구를 계속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녀를 지켜주실 분도 박사님뿐입니다.”


오수연이 입을 열었다.


“그건 이미 경호가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특별히 신경써주라고 했어요.”

“네. 하지만 안심할 순 없습니다. 경찰 쪽에도 장회장 측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수연의 눈빛이 걱정스럽게 변했다. 자신의 딸과 비슷한 또래의 연구자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듯 했다.


“치료제 개발은 장회장 측이 아닌 선의를 가진 쪽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유지성씨는 박사님이 도와주신다면 연구를 계속 하겠다고 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유지성씨가 박사님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


“좀비는 이제 곧 모든 곳을 장악해버릴 겁니다. 하루 동안 좀비가 돼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좀비를 막는 것보다 멀쩡한 사람들을 안전한 장소에 고립시키는 게 낫겠다는 판단입니다. 곧 세상은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릴 겁니다. 그러니 하루 빨리 모두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막고 있어요. 정부도 속고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지하동도 되찾아야 하고 새 연구팀도 빨리 꾸려야 하죠. 명도원 소장은 장회장과 결탁해서 연구를 강행하려 하는데 그들이 인류를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군요. 그들이 진정 인류를 위한다면 먼저 정부 측에다 진실을 알렸을 겁니다.”


오수연에게서 흐릿한 공포의 냄새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수연이 물었다.


“대체 진실이 뭐죠? 왜 은성이가 죽어야 했나요?”


이제 오수연도 진실과 맞딱뜨릴 시간이었다. 김혁은 잠시 숨을 고르고 빠르게 내뱉었다.


“좀비를 처치한다며 킬러들이 동원됐습니다.”


“좀비? 킬러라고요?”


오수연도 이 부분에선 눈을 커다랗게 뜨고 침대 헤드에 기대 있던 등을 앞으로 당겨 곧게 앉았다. 공포의 냄새도 더욱 진해졌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좀비 바이러스 관리를 못했고 그걸 숨기려다 지하동에서 연구하던 연구원들이 좀비가 돼서 1층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김은성씨는 잘못된 시간에 그곳에 있었던 것뿐이고요.”


“그게, 그럴 수가... 그들은, 그들이 거짓말을 했어...”


“그들이 하는 말을 믿으면 안 됩니다.”


“괴조직이 타임머신 프로젝트 자료를 훔치러 침입했다가 희생된 거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란 말인가요? 은성이가 전화했을 때는 연구소가 침범당했다는 소식만 전하다가 통화가 끊겨버려서 내막을 알 수 없었는데 그들은 내게 그렇게 말 했어.”


오수연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오수연의 오라에도 붉은기가 감돌았다.


“정부에선 좀비바이러스 때문에 1층 연구원들이 그렇게 됐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명도원이 통화하는 걸 제가 들었습니다. 아마 박사님께도 잘못된 정보가 전달 됐겠죠.”


“용서할 수 없어!”

오수연이 목소리에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지하동의 좀비 사태는 결국 타임머신 연구 때문인 걸로 바뀌어버렸죠. 그 지하동은 지하 5층에 있는데 1층 연구원들 모르게 비밀스럽고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사멸시스템이라는 걸 갖추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긴 했지만 너무 늦게 가동됐죠. 그 사멸시스템이란 것도 유박사는 모르고 있었더군요. 모든 게 비밀스럽게 진행된 게 틀림없습니다.”


“사멸시스템? 그런 걸 수석 연구원이 모르다니?”


“그 연구원들은 따로 출퇴근을 하지 않고 거기서 먹고 자며 연구했습니다. 최적의 시설로 보이긴 했지만 만약 바이러스가 누출되거나 하면 사멸시스템이란 것으로 모두를 한꺼번에...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져야 열리는 구조라고 하더군요.”


오수연의 표정이 바뀌었다.


“미친, 그게 정말인가요?”


“네. 극히 일부만 아는 정보였던 걸로 보입니다. 그게 실패하자 부른 해결팀이라는 게 더 이상한 조직이었던 거죠. 좀비를 포함해서 그곳에서 살아남은 연구원은 없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그들은 연구원들의 안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타임머신 연구를 위해서 만들어진 시설인데 결국은 1층이 지하동의 위장 시설로 되게 만들어버렸고 사고 책임도 그쪽에다 덮어씌웠습니다.”


“난,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이렇게... 아, 은성아.”


오수연은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김혁은 잠시 선 채로 울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40년 전, 학교 5층 난간에 올라 서 있던 오렌지색 오라를 가진 여자아이는 엄마가 어떻게 생각할까 싶은 마음에 거기에 섰었다고 했었다. 이제 엄마가 된 그녀는 먼저 떠난 딸의 죽음에 오열하고 있다.


교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떨어져 놓고는 금새 쾌활하게 웃으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던 열 일곱 살짜리 그 오수연처럼 곧 웃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딸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다음날 세미나가 있음에도 한걸음에 달려왔던 그 어머니의 씩씩함이라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 있을런지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기만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오수연의 울음이 잦아졌다.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들어 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애의 마지막은 어땠나요? 고통스럽진 않았나요?”


김혁은 타인의 죽음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준 적이 없었다. 죽음을 보는 자로서 죽음과 맞닿아 있는 자들과의 만남 외에는 그 누구와의 접촉도 불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건 남겨진 자들의 몫이었다.


그래서 이 순간 막상 그 가족의 죽음에 대해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조금 난감해졌다. 뭘 어떻게 말해줘야 하지?


“저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적어도 마지막은 고통스럽진 않았습니다. 그건... 정말...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김혁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은성씨는 용감했습니다. 물러서지 않았죠. 제게 도움을 요청해서 연구소에 갔던 날 밤에도 은성씨는 좀비바이러스가 있을지도 모르는 지하동에 내려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그건 아무도 말릴 수 없었죠. 지하동의 존재를 알고 나서부터 그녀는 맹렬한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게 꼭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 전부터도 연구원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고 했었죠.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는 좀비 바이러스 관리를 못한 무책임한 상사에게 호통까지 쳤습니다.”


“그애라면 그랬을 거야.”


오수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슬픔이 그리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마지막 슬픔을 떨어내듯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저야말로 은성씨를 구하지 못한 걸 가장 많이 자책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박사님께 간곡히 부탁드리는 겁니다. 지금 인류는 박사님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


오수연은 눈물을 멈추고 잠잠해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의 화신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21.12.20 38 0 -
공지 느림보 거북이가 되었습니다. 20.09.11 112 0 -
공지 드디어 복수의 화신 김혁이 표지에 등장 18.10.10 339 0 -
공지 복수의 화신2? 18.05.10 660 0 -
211 제209화 순환의 고리 +2 22.04.28 54 1 12쪽
210 제208화 만남4 +1 22.03.22 49 1 9쪽
209 제207화 만남3 +1 22.03.01 33 1 11쪽
208 제206화 만남2 +1 22.02.23 38 1 10쪽
207 제205화 만남1 +1 22.02.21 33 1 9쪽
206 제204화 기다림4 +1 21.07.17 64 1 10쪽
205 제203화 기다림3 +1 21.07.06 64 1 9쪽
204 제202화 기다림2 +1 21.06.10 68 1 9쪽
203 제201화 기다림1 +1 21.05.28 86 1 10쪽
202 제200화 악마는 왜 그럴까5 +1 21.05.15 68 1 12쪽
201 제199화 악마는 왜 그럴까4 +1 21.05.14 58 1 11쪽
200 제198화 악마는 왜 그럴까3 +1 21.05.10 79 1 10쪽
199 제197화 악마는 왜 그럴까2 +1 21.05.01 166 1 11쪽
198 제196화 악마는 왜 그럴까1 +1 21.04.24 108 1 9쪽
197 제195화 심판4 +1 21.04.18 140 1 9쪽
196 제194화 심판3 +1 21.04.15 190 1 9쪽
195 제193화 심판2 +1 21.04.11 157 1 10쪽
194 제192화 심판1 +1 21.04.09 188 1 10쪽
193 제191화 존재이유10 +1 21.04.05 93 1 9쪽
192 제190화 존재이유9 +1 21.04.04 78 1 9쪽
191 제189화 존재이유 8 +1 21.03.30 75 1 10쪽
190 제188화 존재 이유7 +1 21.03.26 70 1 9쪽
189 제187화 존재 이유6 +1 21.03.16 99 1 9쪽
188 제186화 존재 이유5 +1 21.03.14 66 1 10쪽
187 제185화 존재 이유4 +1 21.03.09 111 1 9쪽
186 제184화 존재 이유3 +1 21.03.03 94 1 9쪽
185 제183화 존재 이유2 +1 21.03.02 61 1 10쪽
184 제182화 존재 이유1 +1 21.02.26 79 1 9쪽
183 제181화 열길 사람속 탐험4 +1 21.02.22 93 1 9쪽
182 제180화 열길 사람속 탐험3 +1 21.02.21 63 1 8쪽
181 제179화 열길 사람속 탐험2 +1 21.02.16 68 1 9쪽
180 제178화 열길 사람속 탐험1 +1 21.02.14 90 1 8쪽
179 제177화 재회3 +1 21.02.06 75 1 8쪽
178 제176화 재회2 +1 21.01.31 83 1 8쪽
177 제175화 재회1 +1 21.01.30 103 1 10쪽
176 제174화 세상의 오해5 +1 21.01.27 87 1 10쪽
175 제173화 세상의 오해4 +1 21.01.19 88 1 8쪽
174 제172화 세상의 오해3 +1 21.01.17 71 1 8쪽
173 제171화 세상의 오해2 +1 21.01.16 104 1 9쪽
172 제170화 세상의 오해1 +1 21.01.15 76 1 10쪽
171 제169화 가난한 사람들3 +1 21.01.04 90 1 9쪽
170 제168화 가난한 사람들2 +1 20.12.30 98 1 10쪽
169 제167화 가난한 사람들1 +1 20.12.29 72 1 8쪽
168 제168화 사람의 마음2 +1 20.12.16 75 1 12쪽
167 제167화 사람의 마음1 +1 20.12.16 91 1 9쪽
166 제166화 가족2 +1 20.11.25 88 1 10쪽
165 제165화 가족1 +1 20.11.25 85 1 9쪽
164 제164화 대화는 어려워 +1 20.11.20 90 1 11쪽
163 제163화 그들의 아지트 +1 20.11.13 78 1 12쪽
162 제162화 봄바람같은 +1 20.10.27 72 1 11쪽
161 제161화 마트5 +3 20.10.08 91 2 10쪽
160 제160화 마트4 +3 20.09.27 83 2 9쪽
159 제 159화 마트3 +3 20.09.18 114 2 11쪽
158 제158화 마트2 +3 20.09.11 81 2 12쪽
157 제157화 마트1 +1 20.09.01 82 1 11쪽
156 제156화 버스2 +1 20.08.22 70 1 9쪽
155 제155화 버스1 +1 20.08.21 79 1 10쪽
154 제154화 풀리지 않을 오해 +1 20.07.27 112 1 9쪽
153 제153화 강도라구? +1 20.07.26 97 1 11쪽
152 제152화 진짜에게 가짜가 +1 20.05.16 102 1 9쪽
151 제151화 영혼값 +1 20.04.19 106 1 9쪽
150 제150화 실종자들 +1 20.04.12 87 1 9쪽
149 제149화 보물 상자를 날라라 +1 20.04.10 89 1 10쪽
148 제148화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1 20.03.31 150 1 12쪽
147 제147화 검정과 하양 +1 20.03.24 90 1 9쪽
146 제146화 구원자 +1 20.03.15 101 1 10쪽
145 제145화 눈송이들 +1 20.03.11 93 1 8쪽
144 제144화 하얀 무리 +1 20.03.10 105 1 8쪽
143 제14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1 20.03.08 89 1 9쪽
142 제142화 장회장의 정원 +1 20.03.08 94 1 8쪽
141 제141화 알리바바와 도둑들 +1 20.03.06 96 1 7쪽
140 제140화 스핑크스의 방2 +1 20.03.04 119 1 9쪽
139 제139화 스핑크스의 방1 +1 20.03.04 82 1 8쪽
138 제138화 별걸 다하는 +1 20.02.26 111 1 9쪽
137 제137화 너의 연기 +1 20.02.24 110 1 9쪽
136 제136화 배우야? 저승사자야? +1 20.02.23 116 1 8쪽
135 제135화 악마와의 대화5 +1 20.02.22 101 1 7쪽
134 제134화 악마와의 대화4 +1 20.02.20 106 1 8쪽
133 제133화 악마와의 대화3 +1 20.02.18 129 1 8쪽
132 제132화 악마와의 대화2 +1 20.02.15 88 1 9쪽
131 제131화 악마와의 대화1 +1 20.02.15 120 1 9쪽
130 제130화 인연의 고리4 +4 20.02.13 110 1 11쪽
129 제129화 인연의 고리 3 +1 20.02.09 102 1 8쪽
128 제128화 인연의 고리 2 +1 20.02.09 100 1 9쪽
127 제127화 인연의 고리 1 +1 20.02.07 103 1 9쪽
126 제126화 나 저승사자라니까! +1 20.02.03 122 2 8쪽
125 제125화 도시의 밤 +1 20.02.01 111 2 10쪽
124 제124화 고요한 마을 +1 20.01.28 117 2 9쪽
123 제123화 비밀속으로6 +1 20.01.24 108 2 8쪽
122 제122화 비밀속으로5 +1 20.01.24 118 2 8쪽
121 제121화 비밀속으로4 +1 20.01.21 106 2 9쪽
120 제120화 비밀속으로3 +1 20.01.20 101 2 8쪽
119 제119화 비밀속으로2 +1 20.01.17 105 2 8쪽
118 제118화 비밀속으로1 +1 20.01.16 114 2 8쪽
117 제117화 부서진 꿈들 +1 20.01.14 115 2 7쪽
116 제116화 악마가 이상해 +1 20.01.12 119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