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화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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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22.04.28 13:1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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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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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복수의 무게

DUMMY

김혁과 떠중이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좀비 사체를 이불에 말아 내다놓은 다음 남자의 집에서 외부로 통하는 문과 창문들을 모두 막았다. 그건 마당을 둘러싼 흰 울타리가 있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예쁜 집이 망가져 보기 싫었지만 지금은 미관보다 중요한 게 생존이었다.


김혁이 이불로 둘둘 만 좀비 사체를 들쳐메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떠중이가 들겠다는 걸 말리고 직접 짊어진 건 왠지 모르게 40년 전의 그 기억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따라 자꾸만 40년 전 일들이 생각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김혁은 40년 전, 지옥 문 앞에서 처음으로 악마를 만났고 조금 어이없는 계약을 맺었다.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서 자신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말이다.


40년 전, 나무들이 우거져 그늘진 울창한 숲 속 외진 곳에다 소년을 묻으려던 뚱뚱한 원장의 이미지는 모두 악마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그 당시는 그걸 몰랐지만 환상임을 알게 된 다음에도 그 장면은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야산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소년의 몸, 그 옆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구덩이를 파고 있는 고아원 원장을 또 다른 자신이 공중에 떠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소년은 아무도 모르게 구덩이에 파묻혔다.


그리고 지옥. 새빨간 악마를 만났고 복수를 제안받았다.


“여긴 어디지? 넌 뭐야?”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지... 옥? 지옥이라고?”

“기억 안 나나? 넌 죽었지. 널 구덩이에 묻고 있는 원장을 보고 있었잖아.”

“그래 죽었지. 내가 .... 근데 왜 여기 있지?”

“엄밀히 말하면 아직 지옥은 아니고 날 만났으니까 지옥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그게 무슨 말이야? 좀 쉽게 말해.”

“글쎄, 사람들은 날 악마라고 한다지?”

“악마?”


공중에 떠 있던 사람 형상에 가까운 빨간 덩어리는 뿔 달리고 삼지창을 든 눈에 익숙한 악마 캐릭터로 변형됐다.


“어때 좀 비슷해? 히힛. 난 이 공간에서 나를 원하는 사람에 의해 태어나지.”

“난 널 원한 적이 없는데?”

“왜 이러실까? 날 불러낸 건 너야. 나야 무지하게 고맙지.”

“난 너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내가 널 불러냈다고?”


“그런 게 있다. 뭘 다 알려고 해? 모든 걸 설명하기는 너무 너무 복잡해. 시간도 별로 없고. 간단히 본론만 말하면 천국의 문이냐 지옥의 문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 드문 인간이라 넌 날 만나게 된 거야.”


“무슨 소리야 대체.”

“차차 알게 될 거야. 암튼, 내가 흥미로운 제안을 하나 하지.”


“....?”


“마지막 확인이기도 한데 여기서 내 제안을 거부한다면 넌 바로 천국으로 갈 수 있어. 하지만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너는 지옥불에 떨어지게 되지.”


이거 뭔가 반대로 말 한 거 아닌가?


“누가 천국을 두고 지옥을 선택한다는 거냐? 멍청하긴.”


“일단 끝까지 들어보고 결정을 하라고. 성격 급하네, 참.”


“말해.”

“너는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을 수 있지. 널 죽인 인간을 지옥불에 처넣을 수 있는 기회를.”


김혁의 귀가 번쩍 트였다.


“원장을? 원장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는 거야?”


“그래,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분명히 관심을 가질 것 같았거든. 히힛.”


악마는 기쁜 듯이 짧게 웃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너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물론 가공할 힘을 가지고 돌아가지. 너는 어쨌든 이승에 속한 사람이 아니니까 누구도 널 당해낼 순 없어. 가서 고아원 원장을 끌고 오는 거야 이리로. 그리고 지옥불에 처넣으면? 으하하하.”


기괴한 웃음과 함께 악마는 활활 불타오르는 씨뻘건 불덩어리로 모습을 바꿨다.


“이렇게 활활 타며 고통 받게 돼. 너의 원수에게 죽지도 못하는 고통을 안기는 거야. 그것만한 복수가 어딨어. 정말 짜릿하지 않아?”


“복수를 하고 그 복수의 대가로 나도 지옥불로 가라? 그런 건가?”


“뭐 말하자면 그렇지."


악마는 다시 그 우스꽝스런 캐릭터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혁은 혼잣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원장은 죽으면 지옥에 올 것은 뻔한 일. 그런 인간이 지옥에 안 온다면 누가 지옥에 오겠는가? 근데 굳이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뭔가 수상한데... ?


"선택은 니가 하는 거니까 싫다고 하면 넌 바로 천국으로 갈 수 있어. 하긴 뭐 서정이란 아이가 천국으로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네. 얼마 안 가서 올 것 같긴 하던데. 오, 아니다. 어쩌면 지옥으로 올 수도 있겠다.”


“뭐라고? 정이가 왜?”


서정이 지옥으로 온다는 말에 김혁은 깜짝 놀랐다. 정이 같은 애가 지옥에 올 일이 뭐가 있다고 어째서.


“그놈이 서정을 그냥 둘 것 같아? 그날밤 너도 봤잖아. 넌 그놈한테 왜 덤볐어? 그런 몹쓸 짓을 당하면 그애가 살아있고 싶을지 모르겠네. 난 가엾은 여자애들이 스스로 생을 놔버리는 걸 참 많이 봤거든.”


“으... 안돼, 정이를 내버려둬!!”


“어쨌든 살인은 가장 큰 죄야. 자신을 죽이면 지옥불에 떨어지게 되지. 아무리 그 영혼이 아름답고 맑았던 사람이라도 그 죄를 태워야 하니까 이쪽으로 떨어지게 돼 있어.”


“...”


원장이, 원장이... 그래, 원장이 서정 옆에 있는 한 안심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지금도 원장은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다니까. 뭐 물론 이제는 지 맘대로 해도 되니 좀 여유를 부리고 있긴 하지만. 이제 너처럼 덤빌 녀석도 사라졌으니 말야. 근데 그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지금은 그 여자애가 앓아누워 있어. 네가 죽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거든. 그래서 차마 건드리진 못하고 있지. 하지만 그 인간이라면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분명히 서정을 그냥 두진 않겠지. 그놈이 무슨 짓을 할지 뻔하잖아?”


“안돼, 안돼. 안 된다고.”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김혁은 그때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고 죽게 되면 천국으로 갈 수 있었던 거였음에도 악마가 그런 환상으로 꼬여낸 거였다. 그렇게 1년 여간 저승사자가 되어 이승을 떠돌았다.


시체가 됐던 것이나 시체를 구덩이에 묻었던 것이나 모두 환상이라 해도 그는 자신을 죽인 자의 영혼을 거두고 그 몸을 구덩이에 묻기 위해 떠메고 갔던 그날 새벽의 기억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 불유쾌한 기억. 그건 자신의 푸르뎅뎅한 몸이 구덩이에 묻히는 광경을 보는 것만큼이나 음울하고 불길한 기억이었다.


원장의 뚱뚱한 살찐 몸은 하나도 무겁지 않았지만 그날 분명히 뭔가가 묵직하게 맘속에 무게를 드리운 채 매달려 있었다. 기억의 무게란 그런 것이다. 결코 사라지지도 않고 무게를 덜지도 않는다. 그 환상이 김혁의 정신에 새겨놓은 것들이 지난 40년을 지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건 무서운 거였다.


복수는 결코 달콤하지 않다. 복수는 한순간이지만 그 기억은 나머지 일생에 살아 숨쉬게 된다. 그런 기억을 안은 채 평생을 사는 게 행복할 리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악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방법이다. 이미 영혼이 썩어버린 자들의 싸움, 지옥 불구덩이 속까지 계속될 그런 싸움으로 이곳에서 미리 지옥을 경험하는 것.


김혁은 좀비의 사체가 주는 무게도 마음속에 각인해 두리라 생각했다. 지금 김혁에겐 어깨에 들쳐멘 좀비가 검불처럼 가벼우나 마음속에선 결국 묵직하게 무게를 드리우게 되리라는 걸 아니까.


비록 좀비라고 해도 한때 인간이었던 자. 이들을 구하지 못한 자책감을 확실히 새겨두리라.


김혁은 동굴까지 가는 길 내내 말이 없었다. 떠중이도 말을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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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제203화 기다림3 +1 21.07.06 6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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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제201화 기다림1 +1 21.05.28 8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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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제199화 악마는 왜 그럴까4 +1 21.05.14 58 1 11쪽
200 제198화 악마는 왜 그럴까3 +1 21.05.10 79 1 10쪽
199 제197화 악마는 왜 그럴까2 +1 21.05.01 166 1 11쪽
198 제196화 악마는 왜 그럴까1 +1 21.04.24 108 1 9쪽
197 제195화 심판4 +1 21.04.18 140 1 9쪽
196 제194화 심판3 +1 21.04.15 190 1 9쪽
195 제193화 심판2 +1 21.04.11 157 1 10쪽
194 제192화 심판1 +1 21.04.09 188 1 10쪽
193 제191화 존재이유10 +1 21.04.05 93 1 9쪽
192 제190화 존재이유9 +1 21.04.04 78 1 9쪽
191 제189화 존재이유 8 +1 21.03.30 75 1 10쪽
190 제188화 존재 이유7 +1 21.03.26 70 1 9쪽
189 제187화 존재 이유6 +1 21.03.16 99 1 9쪽
188 제186화 존재 이유5 +1 21.03.14 66 1 10쪽
187 제185화 존재 이유4 +1 21.03.09 111 1 9쪽
186 제184화 존재 이유3 +1 21.03.03 94 1 9쪽
185 제183화 존재 이유2 +1 21.03.02 61 1 10쪽
184 제182화 존재 이유1 +1 21.02.26 79 1 9쪽
183 제181화 열길 사람속 탐험4 +1 21.02.22 93 1 9쪽
182 제180화 열길 사람속 탐험3 +1 21.02.21 63 1 8쪽
181 제179화 열길 사람속 탐험2 +1 21.02.16 68 1 9쪽
180 제178화 열길 사람속 탐험1 +1 21.02.14 9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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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제174화 세상의 오해5 +1 21.01.27 87 1 10쪽
175 제173화 세상의 오해4 +1 21.01.19 88 1 8쪽
174 제172화 세상의 오해3 +1 21.01.17 71 1 8쪽
173 제171화 세상의 오해2 +1 21.01.16 104 1 9쪽
172 제170화 세상의 오해1 +1 21.01.15 7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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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제168화 가난한 사람들2 +1 20.12.30 98 1 10쪽
169 제167화 가난한 사람들1 +1 20.12.29 72 1 8쪽
168 제168화 사람의 마음2 +1 20.12.16 75 1 12쪽
167 제167화 사람의 마음1 +1 20.12.16 91 1 9쪽
166 제166화 가족2 +1 20.11.25 88 1 10쪽
165 제165화 가족1 +1 20.11.25 84 1 9쪽
164 제164화 대화는 어려워 +1 20.11.20 89 1 11쪽
163 제163화 그들의 아지트 +1 20.11.13 78 1 12쪽
162 제162화 봄바람같은 +1 20.10.27 72 1 11쪽
161 제161화 마트5 +3 20.10.08 91 2 10쪽
160 제160화 마트4 +3 20.09.27 83 2 9쪽
159 제 159화 마트3 +3 20.09.18 113 2 11쪽
158 제158화 마트2 +3 20.09.11 81 2 12쪽
157 제157화 마트1 +1 20.09.01 8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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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제155화 버스1 +1 20.08.21 78 1 10쪽
154 제154화 풀리지 않을 오해 +1 20.07.27 112 1 9쪽
153 제153화 강도라구? +1 20.07.26 96 1 11쪽
152 제152화 진짜에게 가짜가 +1 20.05.16 101 1 9쪽
151 제151화 영혼값 +1 20.04.19 105 1 9쪽
150 제150화 실종자들 +1 20.04.12 87 1 9쪽
149 제149화 보물 상자를 날라라 +1 20.04.10 89 1 10쪽
148 제148화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1 20.03.31 150 1 12쪽
147 제147화 검정과 하양 +1 20.03.24 90 1 9쪽
146 제146화 구원자 +1 20.03.15 101 1 10쪽
145 제145화 눈송이들 +1 20.03.11 92 1 8쪽
144 제144화 하얀 무리 +1 20.03.10 105 1 8쪽
143 제14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1 20.03.08 88 1 9쪽
142 제142화 장회장의 정원 +1 20.03.08 93 1 8쪽
141 제141화 알리바바와 도둑들 +1 20.03.06 95 1 7쪽
140 제140화 스핑크스의 방2 +1 20.03.04 118 1 9쪽
139 제139화 스핑크스의 방1 +1 20.03.04 81 1 8쪽
138 제138화 별걸 다하는 +1 20.02.26 110 1 9쪽
137 제137화 너의 연기 +1 20.02.24 109 1 9쪽
136 제136화 배우야? 저승사자야? +1 20.02.23 116 1 8쪽
135 제135화 악마와의 대화5 +1 20.02.22 101 1 7쪽
134 제134화 악마와의 대화4 +1 20.02.20 106 1 8쪽
133 제133화 악마와의 대화3 +1 20.02.18 129 1 8쪽
132 제132화 악마와의 대화2 +1 20.02.15 88 1 9쪽
131 제131화 악마와의 대화1 +1 20.02.15 119 1 9쪽
130 제130화 인연의 고리4 +4 20.02.13 110 1 11쪽
129 제129화 인연의 고리 3 +1 20.02.09 102 1 8쪽
128 제128화 인연의 고리 2 +1 20.02.09 99 1 9쪽
127 제127화 인연의 고리 1 +1 20.02.07 102 1 9쪽
126 제126화 나 저승사자라니까! +1 20.02.03 121 2 8쪽
125 제125화 도시의 밤 +1 20.02.01 111 2 10쪽
124 제124화 고요한 마을 +1 20.01.28 117 2 9쪽
123 제123화 비밀속으로6 +1 20.01.24 108 2 8쪽
122 제122화 비밀속으로5 +1 20.01.24 117 2 8쪽
121 제121화 비밀속으로4 +1 20.01.21 105 2 9쪽
120 제120화 비밀속으로3 +1 20.01.20 101 2 8쪽
119 제119화 비밀속으로2 +1 20.01.17 104 2 8쪽
118 제118화 비밀속으로1 +1 20.01.16 114 2 8쪽
117 제117화 부서진 꿈들 +1 20.01.14 115 2 7쪽
116 제116화 악마가 이상해 +1 20.01.12 11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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