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22.04.28 13:19
연재수 :
211 회
조회수 :
62,525
추천수 :
637
글자수 :
798,796

작성
20.01.20 13:11
조회
100
추천
2
글자
8쪽

제120화 비밀속으로3

DUMMY

김혁은 따라 나온 민하진에게 조용히 말했다.


“떠중이랑 너는 이웃 마을로 가서 좀비들을 처리하고 있어.”

“네? 같이 안 가고요?”

“은정이랑 난 잠깐 들를 데가 있어.”

“왜...? 네.”


민하진은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뭔가 물으려다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입을 닫았다. 민하진이 떠중이에게로 다가가서 소곤거리곤 함께 동굴 문 쪽으로 걸어갔다. 민하진은 여전히 표정을 굳힌 채 김혁은 바라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갔다. 김혁은 강탄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마을에 좀비는 없는 것 같으니 이제 안심해도 좋아.”

“형님도 괜찮은가요?”

“다행히 좀비가 되진 않았는데 좀 더 격리를 해둘 필요는 있겠어. 영 살고 싶어하질 않는군.”

“그럼 혼자 두면 더 위험하지요.”


“글쎄, 그에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여. 선택도 그의 몫이고. 아내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지금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설득당할 것 같진 않으니까. 그를 다시 살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 자신뿐이지. 설혹 나쁜 생각을 하더라도 그를 구하지 못한 걸 자책할 필요는 없어.”


강탄이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폐쇄된 채로 둔 넘버쓰리의 집을 바라보았다.


“일단 몸은 풀어줬으니까 살 마음만 먹는다면 괜찮을 거다. 집안에서 혼자 다니는 건 별 무리가 없으니 좀 시간을 줘보자고. 우리는 옆 마을로 간다. 지금도 옆 마을엔 좀비가 계속 생기고 있는 중이라.”


“용석 형님들이 돌아온 건가요?”


주은정 쪽으로 움직이려는 김혁에게 강탄이가 급히 물었다. 김혁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곤 덧붙여 말했다.


“정상적인 상태로 거기까진 왔던 모양이야. 우리가 갔을 땐 모두 좀비가 돼 있었지만. 좀비가 되기 직전에 이 마을로 오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지.”

“형님들 전부 좀비가 됐단 말인가요?”

“셋 다. 여기 사람들도 당분간은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김혁은 말을 마치고 주은정에게로 다가갔다.


“은정아!”


김혁은 일단 이름을 불러놓고 잠시 숨을 골랐다. 주은정이 서늘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가자.”


주은정이 주변을 둘러봤다. 민하진과 떠중이가 보이지 않자 이상해하며 시선을 거두려 했을 때 한쪽에서 바라보고 있던 강탄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물론 주은정 쪽에서 먼저 무심하게 시선을 거두었지만 웬일인지 강탄이는 주은정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여전히 꼼짝도 않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지? 저 녀석? 그 눈빛이 심상치 않다고 김혁은 생각했다. 악마에게 다녀온 동안에 낮잠이라도 잤던 걸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악마가 꿈에 나타나 이렇게 생긴 애가 네 운명의 상대다 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었다. 그랬을 것 같진 않지만 그 눈빛은 처음 본 누군가를 단지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눈빛과는 분명 달라보였다. 그 나이 또래 청소년들에게 흔히 있을 법한 예쁜 이성에 대한 호감인가?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그런 시선은 못마땅했다.


김혁은 주은정 곁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애들은 시장 마을로 먼저 갔어.”

“왜 같이 가지 않고요?”

“넌 나랑 따로 갈 데가 있어.”

“어디를요?”

“조만호.”


주은정이 김혁을 다시 한번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김혁이 먼저 동굴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에 선 채 그들에게서 여전히 눈을 떼지 않는 강탄이에게서 약간 멀어졌을 때 김혁이 말했다.


“이제 리스트도 새로 작성됐고 위험한 좀비를 살려둘 필요는 없으니까 처리하려고.”

“그거야 혼자서...”

“굳이 내가 지옥까지 데려갈 필요는 없으니까.”


주은정은 김혁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들었다. 왜 그러는지도 이해하고 있으리라. 한동안 말없이 동굴 문까지 다다른 그들은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리스트의 조만호 이름을 찍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숲속은 캄캄했다. 좀비를 가둔 차량의 트렁크 안에서는 계속 팔과 다리로 툭툭 치는 둔탁한 소음과 바닥에 깔린 핏물이 출렁거리며 내는 마찰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차 앞에 선 채 주은정은 곧바로 트렁크 뚜껑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둠속이지만 저승사자들끼리 볼 수 있는 시력으로 김혁 눈엔 주은정의 표정이 훤히 보였다. 그녀는 쓸쓸하고 외로운 듯 보인다. 이제 김혁은 지난 낮 빗속에 앉아 있던 주은정의 모습이 왜 그렇게 보였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리는 비 때문이 아니었다. 빗속에 있든 어둠속에 있든 어디에 있거나 주은정은 그렇게 보일 때가 있는 거였다. 지금처럼 그녀 내부의 어둠을 들킬 때 말이다.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돼.”


김혁은 어둠 속에 선 채 조용히 말했다.


“...!”


주은정은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 남잔 10년 전에도 조만호의 수하였다고 하더군.”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살려준 거야?”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는 너희 아빠 꿈인 그 세트장을 뺏으려 작정했나봐. 네 아빤 거길 팔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빚에 몰려 팔고자 했고. 하지만 그들의 방해 때문에 팔 수 없었던 것 같아. 그 남자 말로는 그 당시 매수자들에게 팔리기만 했다면 빚을 다 갚고도 남았을 거라고...”


주은정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머지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걸까?


“...!”


“꼭 네 손으로 처리하지 않더라도 조만호의 마지막을 봐두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 그래서 오자고 했어.”


말해놓고 보니 왠지 변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주은정이 말했다.


“어떤 마음인지 알아요. ...저도 제 손으로 복수하고 싶었어요. 우리 가족이 그렇게 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근데 왜 아까는...?”


원수가 제 입으로 죄를 실토했는데도, 그렇게 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은 그 행동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은정은 이제 앞의 어둠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 자가 여자에게 보였던 사랑이요. 가난해서 생의 밑바닥까지 내몰린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에요. 그녀를 그런 세계에서 구해냈다고 했잖아요. 좀비가 된 여자의 손을 너무 애틋하게 감싸 잡았어요. 그 사랑은 거짓처럼 안 보였어요. 목숨보다 소중한 여자를 잃었으니 그는 이미 지옥을 살고 있는 거기도 하고, 죽고 싶어 하는 자를 죽이는 건 복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어요. 그 순간 그저 손에 힘을 줄 수가 없었어요. 그냥, 그 남자도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한 사람이었으니까. 10년 전이면 오두막에 있었던 남자들처럼 그저 시키는 일이나 했을 조무래기였을 거고. 그런 생각들이 들어버렸거든요.”


강탄이와 건수를 오두막에서 마을까지 몰래 동행한 게 전부였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벌써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동정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김혁은 주은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의 화신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21.12.20 38 0 -
공지 느림보 거북이가 되었습니다. 20.09.11 112 0 -
공지 드디어 복수의 화신 김혁이 표지에 등장 18.10.10 338 0 -
공지 복수의 화신2? 18.05.10 660 0 -
211 제209화 순환의 고리 +2 22.04.28 54 1 12쪽
210 제208화 만남4 +1 22.03.22 49 1 9쪽
209 제207화 만남3 +1 22.03.01 33 1 11쪽
208 제206화 만남2 +1 22.02.23 38 1 10쪽
207 제205화 만남1 +1 22.02.21 33 1 9쪽
206 제204화 기다림4 +1 21.07.17 64 1 10쪽
205 제203화 기다림3 +1 21.07.06 64 1 9쪽
204 제202화 기다림2 +1 21.06.10 68 1 9쪽
203 제201화 기다림1 +1 21.05.28 86 1 10쪽
202 제200화 악마는 왜 그럴까5 +1 21.05.15 68 1 12쪽
201 제199화 악마는 왜 그럴까4 +1 21.05.14 58 1 11쪽
200 제198화 악마는 왜 그럴까3 +1 21.05.10 79 1 10쪽
199 제197화 악마는 왜 그럴까2 +1 21.05.01 166 1 11쪽
198 제196화 악마는 왜 그럴까1 +1 21.04.24 108 1 9쪽
197 제195화 심판4 +1 21.04.18 140 1 9쪽
196 제194화 심판3 +1 21.04.15 190 1 9쪽
195 제193화 심판2 +1 21.04.11 157 1 10쪽
194 제192화 심판1 +1 21.04.09 188 1 10쪽
193 제191화 존재이유10 +1 21.04.05 93 1 9쪽
192 제190화 존재이유9 +1 21.04.04 78 1 9쪽
191 제189화 존재이유 8 +1 21.03.30 75 1 10쪽
190 제188화 존재 이유7 +1 21.03.26 70 1 9쪽
189 제187화 존재 이유6 +1 21.03.16 99 1 9쪽
188 제186화 존재 이유5 +1 21.03.14 66 1 10쪽
187 제185화 존재 이유4 +1 21.03.09 111 1 9쪽
186 제184화 존재 이유3 +1 21.03.03 94 1 9쪽
185 제183화 존재 이유2 +1 21.03.02 61 1 10쪽
184 제182화 존재 이유1 +1 21.02.26 79 1 9쪽
183 제181화 열길 사람속 탐험4 +1 21.02.22 93 1 9쪽
182 제180화 열길 사람속 탐험3 +1 21.02.21 63 1 8쪽
181 제179화 열길 사람속 탐험2 +1 21.02.16 68 1 9쪽
180 제178화 열길 사람속 탐험1 +1 21.02.14 90 1 8쪽
179 제177화 재회3 +1 21.02.06 75 1 8쪽
178 제176화 재회2 +1 21.01.31 83 1 8쪽
177 제175화 재회1 +1 21.01.30 103 1 10쪽
176 제174화 세상의 오해5 +1 21.01.27 87 1 10쪽
175 제173화 세상의 오해4 +1 21.01.19 88 1 8쪽
174 제172화 세상의 오해3 +1 21.01.17 71 1 8쪽
173 제171화 세상의 오해2 +1 21.01.16 104 1 9쪽
172 제170화 세상의 오해1 +1 21.01.15 76 1 10쪽
171 제169화 가난한 사람들3 +1 21.01.04 90 1 9쪽
170 제168화 가난한 사람들2 +1 20.12.30 98 1 10쪽
169 제167화 가난한 사람들1 +1 20.12.29 72 1 8쪽
168 제168화 사람의 마음2 +1 20.12.16 75 1 12쪽
167 제167화 사람의 마음1 +1 20.12.16 91 1 9쪽
166 제166화 가족2 +1 20.11.25 87 1 10쪽
165 제165화 가족1 +1 20.11.25 84 1 9쪽
164 제164화 대화는 어려워 +1 20.11.20 89 1 11쪽
163 제163화 그들의 아지트 +1 20.11.13 78 1 12쪽
162 제162화 봄바람같은 +1 20.10.27 72 1 11쪽
161 제161화 마트5 +3 20.10.08 91 2 10쪽
160 제160화 마트4 +3 20.09.27 82 2 9쪽
159 제 159화 마트3 +3 20.09.18 113 2 11쪽
158 제158화 마트2 +3 20.09.11 80 2 12쪽
157 제157화 마트1 +1 20.09.01 82 1 11쪽
156 제156화 버스2 +1 20.08.22 69 1 9쪽
155 제155화 버스1 +1 20.08.21 78 1 10쪽
154 제154화 풀리지 않을 오해 +1 20.07.27 112 1 9쪽
153 제153화 강도라구? +1 20.07.26 96 1 11쪽
152 제152화 진짜에게 가짜가 +1 20.05.16 101 1 9쪽
151 제151화 영혼값 +1 20.04.19 105 1 9쪽
150 제150화 실종자들 +1 20.04.12 87 1 9쪽
149 제149화 보물 상자를 날라라 +1 20.04.10 89 1 10쪽
148 제148화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1 20.03.31 150 1 12쪽
147 제147화 검정과 하양 +1 20.03.24 90 1 9쪽
146 제146화 구원자 +1 20.03.15 100 1 10쪽
145 제145화 눈송이들 +1 20.03.11 92 1 8쪽
144 제144화 하얀 무리 +1 20.03.10 105 1 8쪽
143 제14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1 20.03.08 88 1 9쪽
142 제142화 장회장의 정원 +1 20.03.08 93 1 8쪽
141 제141화 알리바바와 도둑들 +1 20.03.06 95 1 7쪽
140 제140화 스핑크스의 방2 +1 20.03.04 118 1 9쪽
139 제139화 스핑크스의 방1 +1 20.03.04 81 1 8쪽
138 제138화 별걸 다하는 +1 20.02.26 110 1 9쪽
137 제137화 너의 연기 +1 20.02.24 109 1 9쪽
136 제136화 배우야? 저승사자야? +1 20.02.23 116 1 8쪽
135 제135화 악마와의 대화5 +1 20.02.22 100 1 7쪽
134 제134화 악마와의 대화4 +1 20.02.20 106 1 8쪽
133 제133화 악마와의 대화3 +1 20.02.18 128 1 8쪽
132 제132화 악마와의 대화2 +1 20.02.15 88 1 9쪽
131 제131화 악마와의 대화1 +1 20.02.15 119 1 9쪽
130 제130화 인연의 고리4 +4 20.02.13 110 1 11쪽
129 제129화 인연의 고리 3 +1 20.02.09 102 1 8쪽
128 제128화 인연의 고리 2 +1 20.02.09 99 1 9쪽
127 제127화 인연의 고리 1 +1 20.02.07 102 1 9쪽
126 제126화 나 저승사자라니까! +1 20.02.03 121 2 8쪽
125 제125화 도시의 밤 +1 20.02.01 111 2 10쪽
124 제124화 고요한 마을 +1 20.01.28 117 2 9쪽
123 제123화 비밀속으로6 +1 20.01.24 108 2 8쪽
122 제122화 비밀속으로5 +1 20.01.24 117 2 8쪽
121 제121화 비밀속으로4 +1 20.01.21 105 2 9쪽
» 제120화 비밀속으로3 +1 20.01.20 101 2 8쪽
119 제119화 비밀속으로2 +1 20.01.17 104 2 8쪽
118 제118화 비밀속으로1 +1 20.01.16 114 2 8쪽
117 제117화 부서진 꿈들 +1 20.01.14 115 2 7쪽
116 제116화 악마가 이상해 +1 20.01.12 118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