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22.04.28 13:19
연재수 :
2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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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37
글자수 :
798,796

작성
20.03.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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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제144화 하얀 무리

DUMMY

악마의 방해로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제 흩어진 저승사자들은 집 주변 마을을 날아다니며 살펴보기도 하고 정원에서 춤을 추거나 좀 빈둥거렸다. 멀리 나갔다 돌아오기엔 해가 질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해가 지고 저승사자들은 다시 모여 금고 안으로 돌아갔다. 이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상자를 열어 이것저것 꺼내 만져보고 들어볼 수 있었다. 역시나 제일 먼저 상자들 주변에 모여 속에 든 것들을 꺼냈다.

쌓여 있는 상자들 속엔 완충재로 꼼꼼히 포장된 문화재들이나 보석이 박힌 화려한 장신구들이 있었다. 년도를 가늠하기 힘든 아주 오래된 골동품처럼 보이는 옛스런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 이거 너무 이뻐.”


민하진은 반짝이는 보석이 박힌 목걸이와 치렁한 귀걸이들을 이것저것 귀에 대보고 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떠중이와 주은정은 오래된 골동품을 들여다 보며 이게 언제 적 물건인가를 추리해보고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나도.”

“거울 같은 건 없어? 나 어때?”


민하진이 귀에 걸린 귀걸이를 흔들어 보이며 주은정의 팔을 잡았다.


“이뻐.”

“제대로 좀 보고 말해야지.”

“그런 거 안 해도 이쁘고 해도 이뻐.”


주은정의 말투는 무척 건조했지만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떠중이도 동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댔다.


“치.”


민하진은 삐진 척은 했지만 이쁘단 말 때문인지 표정엔 이미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이거 하나는 얼마나 할까?”


떠중이가 이번엔 묵직한 골드바 중에 하나를 들어 보며 말했다. 골드바 무더기는 크기별로 쌓여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무더기 것 중 하나였다.


“모르지. 엄청 비쌀 걸?”


평생 구경해보거나 들어본 적 없는 물건이니 아무도 그것의 가치를 모르는 건 당연했다. 거기 숨겨져 있는 값비싸 보이는 물건들의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장회장 본인도 다 모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자, 이제 구경은 그만하고 우선 현금부터 챙기자. 식료품 사러 가야지.”

“선배님, 저 그거 해보고 싶은데요.”


떠중이가 골드바 무더기 옆에 그대로 선 채 말했다.


“뭐를?”

“매장 싹 비우고 금덩이 하나 놓고 가기.”

“그게 뭐야?”


민하진이 먼저 대꾸했다. 떠중이는 신이 나서 말했다.


“도둑이라도 왠지 멋있잖아. 표식으로 금덩이를 남기는 도둑들?”

“그런 도둑이 어딨어? 그건 도둑이 아니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도 죄야.”


주은정이 한마디 했다.


“한번만 해보면 안돼요?”


떠중이는 간절한 눈빛으로 김혁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지금 우리가 그런 장난이나 칠 여유가 없다고 말하려다가 돌려 말했다.


“언젠가는 그렇게 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래, 돈 다 쓰고 이것들을 돈으로 못 바꾸면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잖아.”


민하진이 말하고 주은정이 이어서 말했다.


“사람들에겐 현금으로 직접 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럼 정말 이걸 하자고?”


김혁이 의아해하며 주은정에게 물었다.


“그냥 물건 훔치는 건 아니잖아요. 그만한 가치 그 이상일 수도 있는 거니까. 원래 환란시엔 지폐보단 금을 선호하는 걸요. 이런 건 서민들이 현금화하긴 더 어렵기도 하고요.”


김혁은 자신보다 생각이 깊고 똑똑한 주은정의 말은 무시하긴 힘들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늘 그렇게 되고 말았다. 또 무엇보다 좀비로 인해 페쇄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저런 금덩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어디서 바꿀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 그럼.”


김혁의 말이 떨어지자 민하진은 새초롬한 눈으로 김혁을 흘겨봤다. 떠중이는 곧바로 골동품 상자 하나를 재빨리 비우고 거기에 현금과 크고 작은 골드바 등을 담기 시작했다.


“물건들 실을 차도 한 대 필요할 것 같은데.”

“그건 나가서 구해야죠.”


상자 하나를 가득 채우자 챙길 만큼 챙겼다고 생각해 김혁이 말했다.


“이제 됐어.”


뚜껑을 닫은 상자를 어깨에 걸쳐 메고 김혁이 먼저 밖으로 나가고 민하진이 뒤따라 나왔다. 떠중이와 주은정은 문 안쪽에다 골드바가 담긴 무더기 하나를 통째로 들어 문 앞에 옮겨놓았다. 그만하면 일반인들이 밖에서 아무리 힘으로 밀어부쳐도 금고문은 꿈쩍도 안할 것이었다.


김혁이 동상 문을 막 빠져 나왔을 때 동상 앞쪽에서 여러 사람들이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 와 발길을 멈췄다. 바로 뒤따라 나오던 민하진이 등에 부딪치며 멈췄다. 아직은 발각되기 전이라 김혁은 서둘러 상자를 동상 문 안쪽에다 내려 놓고 살며시 문을 닫았다.


그 사이 민하진은 무슨 일인가 싶어 급하게 몸을 투명하게 만들면서 위로 날아올랐다. 그때 아까 목에 걸었다가 잊은 채 빼지 않은 목걸이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작은 소음을 일으켰다.


남자들의 목소리가 뚝 멈췄다. 이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들은 다시 수런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지?”

“거기 누구요?”

“저기, 저 성상 머리 쪽에서 방금 뭔가 검은 걸 본 것 같습니다.”


민하진의 몸이 투명해지기 직전에 머리가 살짝 노출 된 모양이었다.


“아니, 회장님 얼굴이...”


그들은 그때서야 동상의 머리 부분이 녹아내린 걸 발견한 모양이었다. 조명이 켜져 있긴 했지만 머리 쪽은 어슴푸레 보이고 가슴께까지만 환히 밝혀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어두워진 이후에 모였을 테니 동상 머리의 변화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듯 했다.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하필 회장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오늘. 이건 계시가 아닙니까?”


저승사자들은 모두 몸을 투명하게 하고 허공에 떠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 뭐냐?”

“뭐 하는 사람들 같냐?”

“남자들이 왜 원피스를 입었지?”


동상 앞에 모여 있는 중년 남자들 세 명은 평상시 여자들도 잘 입지 않을 풍성하고 하얀 원피스 같은 옷을 맞춰 입고 입었다.


“사망 시기는 불분명하다지만 돌아가신 지 사흘 쯤 된 것 같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장회장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실제로는 이틀 전이지만 밀폐된 곳에서 뒤늦게 발견된 터라 멋대로 추정하고 있는 듯했다. 그곳은 패닉룸, 아무도 모르게 죽었으니 아마 발견이 뒤늦게 됐을 거였다.


“정말 부활하실까요?”

“지난번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성상이 저렇게 변한 건 분명 회장님의 일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지난 모임 이후로 이 지역에 비가 오거나 천둥이 친 날도 없지 없지 않습니까?”


신이 없다던 남자가 정말 신처럼 행세하고 있었단 말인가? 저들이 하는 양을 보니 그런 게 분명했다.


김혁은 갑자기 묘수가 떠올랐다. 동상 뒤에서 몸을 나타내고 천천히 그들 앞으로 걸어나갔다.


“선배님, 뭐 하시게요?”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저승사자들 셋과 불안감에 휩싸여 웅성거리던 흰 옷 입은 사내들 셋은 일제히 자신들 앞에 나타난 김혁을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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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제207화 만남3 +1 22.03.01 33 1 11쪽
208 제206화 만남2 +1 22.02.23 38 1 10쪽
207 제205화 만남1 +1 22.02.21 33 1 9쪽
206 제204화 기다림4 +1 21.07.17 64 1 10쪽
205 제203화 기다림3 +1 21.07.06 64 1 9쪽
204 제202화 기다림2 +1 21.06.10 68 1 9쪽
203 제201화 기다림1 +1 21.05.28 86 1 10쪽
202 제200화 악마는 왜 그럴까5 +1 21.05.15 68 1 12쪽
201 제199화 악마는 왜 그럴까4 +1 21.05.14 58 1 11쪽
200 제198화 악마는 왜 그럴까3 +1 21.05.10 79 1 10쪽
199 제197화 악마는 왜 그럴까2 +1 21.05.01 166 1 11쪽
198 제196화 악마는 왜 그럴까1 +1 21.04.24 108 1 9쪽
197 제195화 심판4 +1 21.04.18 140 1 9쪽
196 제194화 심판3 +1 21.04.15 190 1 9쪽
195 제193화 심판2 +1 21.04.11 157 1 10쪽
194 제192화 심판1 +1 21.04.09 188 1 10쪽
193 제191화 존재이유10 +1 21.04.05 93 1 9쪽
192 제190화 존재이유9 +1 21.04.04 78 1 9쪽
191 제189화 존재이유 8 +1 21.03.30 75 1 10쪽
190 제188화 존재 이유7 +1 21.03.26 70 1 9쪽
189 제187화 존재 이유6 +1 21.03.16 99 1 9쪽
188 제186화 존재 이유5 +1 21.03.14 66 1 10쪽
187 제185화 존재 이유4 +1 21.03.09 111 1 9쪽
186 제184화 존재 이유3 +1 21.03.03 94 1 9쪽
185 제183화 존재 이유2 +1 21.03.02 61 1 10쪽
184 제182화 존재 이유1 +1 21.02.26 79 1 9쪽
183 제181화 열길 사람속 탐험4 +1 21.02.22 93 1 9쪽
182 제180화 열길 사람속 탐험3 +1 21.02.21 63 1 8쪽
181 제179화 열길 사람속 탐험2 +1 21.02.16 68 1 9쪽
180 제178화 열길 사람속 탐험1 +1 21.02.14 90 1 8쪽
179 제177화 재회3 +1 21.02.06 75 1 8쪽
178 제176화 재회2 +1 21.01.31 83 1 8쪽
177 제175화 재회1 +1 21.01.30 103 1 10쪽
176 제174화 세상의 오해5 +1 21.01.27 87 1 10쪽
175 제173화 세상의 오해4 +1 21.01.19 88 1 8쪽
174 제172화 세상의 오해3 +1 21.01.17 71 1 8쪽
173 제171화 세상의 오해2 +1 21.01.16 104 1 9쪽
172 제170화 세상의 오해1 +1 21.01.15 76 1 10쪽
171 제169화 가난한 사람들3 +1 21.01.04 90 1 9쪽
170 제168화 가난한 사람들2 +1 20.12.30 98 1 10쪽
169 제167화 가난한 사람들1 +1 20.12.29 72 1 8쪽
168 제168화 사람의 마음2 +1 20.12.16 75 1 12쪽
167 제167화 사람의 마음1 +1 20.12.16 91 1 9쪽
166 제166화 가족2 +1 20.11.25 88 1 10쪽
165 제165화 가족1 +1 20.11.25 85 1 9쪽
164 제164화 대화는 어려워 +1 20.11.20 90 1 11쪽
163 제163화 그들의 아지트 +1 20.11.13 78 1 12쪽
162 제162화 봄바람같은 +1 20.10.27 72 1 11쪽
161 제161화 마트5 +3 20.10.08 92 2 10쪽
160 제160화 마트4 +3 20.09.27 83 2 9쪽
159 제 159화 마트3 +3 20.09.18 114 2 11쪽
158 제158화 마트2 +3 20.09.11 81 2 12쪽
157 제157화 마트1 +1 20.09.01 83 1 11쪽
156 제156화 버스2 +1 20.08.22 70 1 9쪽
155 제155화 버스1 +1 20.08.21 79 1 10쪽
154 제154화 풀리지 않을 오해 +1 20.07.27 113 1 9쪽
153 제153화 강도라구? +1 20.07.26 97 1 11쪽
152 제152화 진짜에게 가짜가 +1 20.05.16 102 1 9쪽
151 제151화 영혼값 +1 20.04.19 106 1 9쪽
150 제150화 실종자들 +1 20.04.12 88 1 9쪽
149 제149화 보물 상자를 날라라 +1 20.04.10 90 1 10쪽
148 제148화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1 20.03.31 151 1 12쪽
147 제147화 검정과 하양 +1 20.03.24 90 1 9쪽
146 제146화 구원자 +1 20.03.15 101 1 10쪽
145 제145화 눈송이들 +1 20.03.11 93 1 8쪽
» 제144화 하얀 무리 +1 20.03.10 106 1 8쪽
143 제14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1 20.03.08 89 1 9쪽
142 제142화 장회장의 정원 +1 20.03.08 94 1 8쪽
141 제141화 알리바바와 도둑들 +1 20.03.06 96 1 7쪽
140 제140화 스핑크스의 방2 +1 20.03.04 119 1 9쪽
139 제139화 스핑크스의 방1 +1 20.03.04 82 1 8쪽
138 제138화 별걸 다하는 +1 20.02.26 111 1 9쪽
137 제137화 너의 연기 +1 20.02.24 110 1 9쪽
136 제136화 배우야? 저승사자야? +1 20.02.23 116 1 8쪽
135 제135화 악마와의 대화5 +1 20.02.22 101 1 7쪽
134 제134화 악마와의 대화4 +1 20.02.20 106 1 8쪽
133 제133화 악마와의 대화3 +1 20.02.18 129 1 8쪽
132 제132화 악마와의 대화2 +1 20.02.15 88 1 9쪽
131 제131화 악마와의 대화1 +1 20.02.15 120 1 9쪽
130 제130화 인연의 고리4 +4 20.02.13 110 1 11쪽
129 제129화 인연의 고리 3 +1 20.02.09 102 1 8쪽
128 제128화 인연의 고리 2 +1 20.02.09 100 1 9쪽
127 제127화 인연의 고리 1 +1 20.02.07 103 1 9쪽
126 제126화 나 저승사자라니까! +1 20.02.03 122 2 8쪽
125 제125화 도시의 밤 +1 20.02.01 111 2 10쪽
124 제124화 고요한 마을 +1 20.01.28 117 2 9쪽
123 제123화 비밀속으로6 +1 20.01.24 108 2 8쪽
122 제122화 비밀속으로5 +1 20.01.24 118 2 8쪽
121 제121화 비밀속으로4 +1 20.01.21 106 2 9쪽
120 제120화 비밀속으로3 +1 20.01.20 101 2 8쪽
119 제119화 비밀속으로2 +1 20.01.17 105 2 8쪽
118 제118화 비밀속으로1 +1 20.01.16 114 2 8쪽
117 제117화 부서진 꿈들 +1 20.01.14 115 2 7쪽
116 제116화 악마가 이상해 +1 20.01.12 11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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