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22.04.28 13:19
연재수 :
211 회
조회수 :
62,574
추천수 :
637
글자수 :
798,796

작성
20.03.11 07:54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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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제145화 눈송이들

DUMMY

그러더니 곧 걱정스런 얼굴로 변한 한 남자가 말했다.


“그곳은, 거기는...”

“누구요? 성지를 밟는 자 온천치 못할지니...”


김혁은 그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잠시 더 침묵했다. 도둑으로 몰리기 딱 좋은 상황임에도 도둑으로 보지 않는 그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서 나오시오. 거긴 함부로 범접하면 큰일나는 곳이요. 이 표식이 보이지 않소?”


남자가 바닥에 깔린 돌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띠처럼 둥그렇게 동상 주변을 둘러싸고 색깔을 달리한 작은 돌들이 드문드문 경계 표시처럼 박혀 있었다. 그러나 경계석이라기엔 색깔이 그리 튀지 않아서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만 했다. 그야말로 아는 자에게만 눈에 띄는 돌이었다.


흰옷을 입은 세 남자는 그 경계 밖에서도 조금 떨어진 위치에 서 있었다.

김혁은 동상의 녹아내린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저기에서 온 자다.”


투명한 몸으로 허공에 떠서 지켜보던 저승사자들이 킥킥거렸다. 김혁은 시침을 뚝 떼고 계속 말했다.


“내 기억이 온전치 못하니 너희들이 일깨워줘야 할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흰옷을 입은 세 남자는 술렁이며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설마, 그럴 리가...”

“우리 중 아무도 그 모습을 아는 사람이 없지 않소.”

“젊은 육체로 부활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어요.”

“하지만...!”


흰옷을 입은 세 남자는 다시 한번 김혁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사흘 전에 죽었다고 생각되는 회장님과 부활에 대한 믿음, 갑자기 훼손된 동상의 머리, 잘못 보았던 동상 머리 부근에서 솟는 듯하던 검은 머리, 불쑥 나타나 머리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젊은 남자가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아무도 모르는가?”


김혁은 다시 한번 힘을 실어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곤 동상을 흘깃 바라보곤 한마디를 덧붙였다.


“왠지 저 모습이 낯설지 않다. 저 자는 누구인가?”


한 남자가 용기를 낸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증거를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증거? 어떤 증거를 말함이냐?”

“다시 오실 때는 증거를 보이겠다 하셨습니다.”


김혁은 속으로 장회장이 진짜 부활에 대해 진지하게 이 사내들과 논의했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신을 믿지도 않으면서 부활을 말하다니?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부활한 장회장’ 놀이를 충실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남자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너를 들어 올리겠다.”


떠중이가 재빨리 남자의 뒤로 가서 남자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아 김혁의 손짓에 따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어어? 어 내 몸이...”


갑작스럽게 몸이 떠오르자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라 발을 버둥거렸다. 김혁이 손을 멈추자 떠중이도 멈췄다. 남자는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놀란 채 허공에 떠 있는 남자를 바라만 보았다.


김혁이 이번엔 중간에 서 있는 남자에게 손을 뻗치자 민하진이 남자의 머리를 잡았다. 역시 손짓에 따라 남자의 몸이 떠올랐다. 세 번째 남자는 주은정이 맡았다.


흰옷을 입은 세 남자는 그렇게 공중에 떠서 바닥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김혁을 보기도 하면서 믿을 수 없는 그 상황을 판단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혁이 손을 바닥 쪽으로 내리치듯 하자 저승사자들이 동시에 손을 놓았다. 모두 바닥에 착지하며 균형을 잡으려 애썼다. 둘은 성공이었으나 그 중에 한 남자는 균형을 잃고 털썩 넘어졌다. 그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반면 저승사자들은 때 아닌 이 연극에 동참한 것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김혁은 이제 동상 뒤쪽 바닥에 떨어진 목걸이를 가리켰다. 민하진이 잽싸게 그쪽으로 날아가 목걸이를 주워 김혁 쪽으로 가져다주었다. 허공에 목걸이 하나가 둥둥 떠다니다 김혁 손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세 남자는 역시 눈이 휘둥그래지며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저것은...”

“이것을 아느냐?”

“그것은 14세기 것으로 사라진 왕조의 유물이온데...”


헉? 그 정도로 오래된 골동품이란 말인가? 근데 왜 이런 것이 박물관에 안 있고 이런 창고에 처박혀 있담? 떨어지면서 파손되지나 않았을까 걱정하며 김혁은 손에 든 목걸이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중간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그것은 오래전에 어떤 독지가에 의해 경매된 이후 자취를 감췄던 보물이지요.”


“이것은 내게 남은 유일한 표식이다. 나와 함께 이 세상에 떨어진 것이니...”


갑자기 한 남자가 돌바닥에 털썩 엎드리며 외쳤다.


“오, 거룩하신 회장님!”


다른 남자들도 돌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리며 회장님!을 외쳤다.


김혁은 그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무슨 말을 할까 생각했다. 자신이 장회장임을 믿게 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지만 이들이 알아서 그냥 바로 장회장으로 믿어버리니 살짝 말문이 막힌 탓도 있었다.


“저희는 방금전에야 회장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모르고, 저희를 용서해주십시오.”


이 말을 한 남자는 바닥에 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엎드렸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청년의 모습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무례를 범한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내가 누구인지 말하라.”

“회장님께서는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온 구원자십니다. 다시 오실 때는 반드시 그리 되리라 하셨습니다.”

“네, 그날이 오면 저희를 구하러 반드시 오시겠다 하셨습니다.”


바닥에 엎드린 그들의 검은 오라를 보며 김혁은 마음속으로 혀를 찼다. 죄인 중의 죄인들이 흰옷으로 그 죄를 감출 수 있다 믿는 것인가? 무엇으로부터 구원을 받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승사자 김혁이 아니라 부활한 젊은 장회장이어야만 한다.


“믿느냐?”

“믿습니다.”


셋이 입을 맞춰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를 믿는 자는 너희뿐이냐?

“아닙니다. 저희들은 선택된 눈송이들입니다.”

“눈송이?”

“네. 모두가 눈송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선택만이 저희를 다가올 불지옥에서 구원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송이들이라서 하얀 원피스를 입은 것인가? 허공에 떠 있는 저승사자들이 박장대소 했다. 김혁도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눈송이가 되기 위해선 뭘 해야 하지?”

“헌신과 희생을 강조하셨기에 그에 따라 열심히 실천을 하다 보면...”


헌신이란 이름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희생이란 이름으로 재산을 빼앗지 않았으려나? 본시 헌신과 희생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사기꾼에게 속아 헌신과 희생을 강요당하는 건 다른 문제다. 진정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그것만이 가치 있으며 후회를 남기지 않는 법이다.


김혁은 진실을 말해주고픈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질문했다.


“너희는 눈송이가 되기 위해 얼마 동안이나 노력했느냐?”

“저희는 회장님을 직접 보필하며 그 은혜로움에 겨우 10년만에 될 수 있었습니다.”


헐, 10년씩이나? 그런데도 장회장은 신이 없다는 연구는 왜 한 거지? 그 연구가 먼저였을까? 이런 이상한 단체를 만든 게 먼저였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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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제205화 만남1 +1 22.02.21 33 1 9쪽
206 제204화 기다림4 +1 21.07.17 64 1 10쪽
205 제203화 기다림3 +1 21.07.06 64 1 9쪽
204 제202화 기다림2 +1 21.06.10 68 1 9쪽
203 제201화 기다림1 +1 21.05.28 86 1 10쪽
202 제200화 악마는 왜 그럴까5 +1 21.05.15 68 1 12쪽
201 제199화 악마는 왜 그럴까4 +1 21.05.14 58 1 11쪽
200 제198화 악마는 왜 그럴까3 +1 21.05.10 79 1 10쪽
199 제197화 악마는 왜 그럴까2 +1 21.05.01 166 1 11쪽
198 제196화 악마는 왜 그럴까1 +1 21.04.24 108 1 9쪽
197 제195화 심판4 +1 21.04.18 140 1 9쪽
196 제194화 심판3 +1 21.04.15 190 1 9쪽
195 제193화 심판2 +1 21.04.11 157 1 10쪽
194 제192화 심판1 +1 21.04.09 188 1 10쪽
193 제191화 존재이유10 +1 21.04.05 93 1 9쪽
192 제190화 존재이유9 +1 21.04.04 78 1 9쪽
191 제189화 존재이유 8 +1 21.03.30 75 1 10쪽
190 제188화 존재 이유7 +1 21.03.26 70 1 9쪽
189 제187화 존재 이유6 +1 21.03.16 99 1 9쪽
188 제186화 존재 이유5 +1 21.03.14 66 1 10쪽
187 제185화 존재 이유4 +1 21.03.09 111 1 9쪽
186 제184화 존재 이유3 +1 21.03.03 94 1 9쪽
185 제183화 존재 이유2 +1 21.03.02 61 1 10쪽
184 제182화 존재 이유1 +1 21.02.26 79 1 9쪽
183 제181화 열길 사람속 탐험4 +1 21.02.22 93 1 9쪽
182 제180화 열길 사람속 탐험3 +1 21.02.21 63 1 8쪽
181 제179화 열길 사람속 탐험2 +1 21.02.16 68 1 9쪽
180 제178화 열길 사람속 탐험1 +1 21.02.14 90 1 8쪽
179 제177화 재회3 +1 21.02.06 75 1 8쪽
178 제176화 재회2 +1 21.01.31 83 1 8쪽
177 제175화 재회1 +1 21.01.30 103 1 10쪽
176 제174화 세상의 오해5 +1 21.01.27 87 1 10쪽
175 제173화 세상의 오해4 +1 21.01.19 88 1 8쪽
174 제172화 세상의 오해3 +1 21.01.17 71 1 8쪽
173 제171화 세상의 오해2 +1 21.01.16 104 1 9쪽
172 제170화 세상의 오해1 +1 21.01.15 76 1 10쪽
171 제169화 가난한 사람들3 +1 21.01.04 90 1 9쪽
170 제168화 가난한 사람들2 +1 20.12.30 98 1 10쪽
169 제167화 가난한 사람들1 +1 20.12.29 72 1 8쪽
168 제168화 사람의 마음2 +1 20.12.16 75 1 12쪽
167 제167화 사람의 마음1 +1 20.12.16 91 1 9쪽
166 제166화 가족2 +1 20.11.25 88 1 10쪽
165 제165화 가족1 +1 20.11.25 85 1 9쪽
164 제164화 대화는 어려워 +1 20.11.20 89 1 11쪽
163 제163화 그들의 아지트 +1 20.11.13 78 1 12쪽
162 제162화 봄바람같은 +1 20.10.27 72 1 11쪽
161 제161화 마트5 +3 20.10.08 91 2 10쪽
160 제160화 마트4 +3 20.09.27 83 2 9쪽
159 제 159화 마트3 +3 20.09.18 114 2 11쪽
158 제158화 마트2 +3 20.09.11 81 2 12쪽
157 제157화 마트1 +1 20.09.01 82 1 11쪽
156 제156화 버스2 +1 20.08.22 70 1 9쪽
155 제155화 버스1 +1 20.08.21 79 1 10쪽
154 제154화 풀리지 않을 오해 +1 20.07.27 112 1 9쪽
153 제153화 강도라구? +1 20.07.26 97 1 11쪽
152 제152화 진짜에게 가짜가 +1 20.05.16 102 1 9쪽
151 제151화 영혼값 +1 20.04.19 106 1 9쪽
150 제150화 실종자들 +1 20.04.12 87 1 9쪽
149 제149화 보물 상자를 날라라 +1 20.04.10 89 1 10쪽
148 제148화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1 20.03.31 150 1 12쪽
147 제147화 검정과 하양 +1 20.03.24 90 1 9쪽
146 제146화 구원자 +1 20.03.15 101 1 10쪽
» 제145화 눈송이들 +1 20.03.11 93 1 8쪽
144 제144화 하얀 무리 +1 20.03.10 105 1 8쪽
143 제14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1 20.03.08 89 1 9쪽
142 제142화 장회장의 정원 +1 20.03.08 94 1 8쪽
141 제141화 알리바바와 도둑들 +1 20.03.06 96 1 7쪽
140 제140화 스핑크스의 방2 +1 20.03.04 119 1 9쪽
139 제139화 스핑크스의 방1 +1 20.03.04 82 1 8쪽
138 제138화 별걸 다하는 +1 20.02.26 111 1 9쪽
137 제137화 너의 연기 +1 20.02.24 110 1 9쪽
136 제136화 배우야? 저승사자야? +1 20.02.23 116 1 8쪽
135 제135화 악마와의 대화5 +1 20.02.22 101 1 7쪽
134 제134화 악마와의 대화4 +1 20.02.20 106 1 8쪽
133 제133화 악마와의 대화3 +1 20.02.18 129 1 8쪽
132 제132화 악마와의 대화2 +1 20.02.15 88 1 9쪽
131 제131화 악마와의 대화1 +1 20.02.15 120 1 9쪽
130 제130화 인연의 고리4 +4 20.02.13 110 1 11쪽
129 제129화 인연의 고리 3 +1 20.02.09 102 1 8쪽
128 제128화 인연의 고리 2 +1 20.02.09 99 1 9쪽
127 제127화 인연의 고리 1 +1 20.02.07 103 1 9쪽
126 제126화 나 저승사자라니까! +1 20.02.03 122 2 8쪽
125 제125화 도시의 밤 +1 20.02.01 111 2 10쪽
124 제124화 고요한 마을 +1 20.01.28 117 2 9쪽
123 제123화 비밀속으로6 +1 20.01.24 108 2 8쪽
122 제122화 비밀속으로5 +1 20.01.24 117 2 8쪽
121 제121화 비밀속으로4 +1 20.01.21 105 2 9쪽
120 제120화 비밀속으로3 +1 20.01.20 101 2 8쪽
119 제119화 비밀속으로2 +1 20.01.17 104 2 8쪽
118 제118화 비밀속으로1 +1 20.01.16 114 2 8쪽
117 제117화 부서진 꿈들 +1 20.01.14 115 2 7쪽
116 제116화 악마가 이상해 +1 20.01.12 11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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