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게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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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05.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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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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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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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Combo break

DUMMY

낯선 남자의 정체는 불법 토토에 전 재산을 쏟았다가 망한 사람이라고 했다.


"브로커가 기일이한테 접근해서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문제는 워낙 개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니까 걔가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일단 알겠다고 해 버렸다는 거야. 그게 어떻게 잘못 전달 된건지 승부 조작이 들어간 걸로 오해한 놈이 0:10이란 스코어에 전 재산을 때려 박았다는 이야기지."

"싸구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구만."

"그러게. 근데 정확하지도 않은 이야기에 전 재산을 때려 박는 것도, 그거 때문에 칼 들고 찾아온 것도 그놈이 애초에 미친놈이었다는 소리 아니겠어?"


선생은 기절한 지 반나절 정도가 지나 병원에서 눈을 떴다. 늦게 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은하 부부는 의사를 불러 선생의 상태를 살폈고 결과는 '푹 쉬면 괜찮을 겁니다'였다.

은하가 건네는 사과 조각을 받아 먹으며 선생이 말했다.


"아니 근데 설명을 들어도 어처구니가 없네. 진짜 세상에 별 놈이 다 있구나."

"원래 사고는 예고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법이잖아. 어떤 사건 피해자가 사정을 듣는다고 납득을 하는 거 본 적 있냐?"

"뭐, 그건 그렇고. 기일이는 진짜 괜찮은 거지?"

"다행히도. 때 마침 소연이가 거기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기일이도 다칠 뻔 했어. 소연이 걔가 범인 제압하고, 경찰 부르고, 119 부르고 다 했다니까? 아, 사정 청취도 그 자리에서 걔가 다 한 거야."

"무시무시하구만."

"부모님이 경찰이라 그런가 아무튼 대단해. 너 다음에 소연이 만나면 꼭 고맙다고 해라."

"해야지. 당연히."


선생은 은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오른손을 조금씩 움직여 보았다.

의사의 말로는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거라고 했다. 기절한 것도 스트레스 성 쇼크가 와서 그렇다고 한다. 일상 생활을 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신경에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자연 재생되기 전까지는 오른손에 저릿함과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일이 잦을 것이기 때문에 게임은 당분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자연 치유 되려면 최소 한 달이라며?"


은하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그녀의 남편 웅이 그렇게 운을 띄우며 선생의 옆으로 와 앉았다.


"이 정도면 그래도 미친놈에 데인 것 치곤 다행이라고 봐야지. 퇴원도 바로 할 수 있다고 하고 나 말곤 다친 사람도 없고."

"그렇지. 다행이지. 그나저나 상태가 멀쩡해 보이는데. 비지니스 이야기를 시작해도 될까? 불편하면 다음에 하겠지만."

"아냐. 멀쩡해. 무슨 이야긴데?"


선생이 괜찮다고 말하자 웅은 준비해둔 노트북을 꺼내 펼쳐 들었다.

화면에는 이전부터 은하가 올려왔던 영상 목록들이 나란히 늘어져 있었는데, 평균 조회수가 오십 만을 넘어가고 있었다.


"굉장하지 않아? 날짜를 보면 기일이가 대회에 등장한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했어. 기일이와 관련된 검색으로 은하 채널에 사람들이 유입되고, 관련 영상까지 모두 본 거지. 좋아. 아주 좋아."


웅은 두 손을 모아 입가에 가져다 댄다.

신중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춰 말을 덧붙인다.


"나는, 네 프로게임단에 자산 가치를 최소 150억 정도로 보고 있어."

"억?"


선생은 화폐 단위가 아닌 감탄사로서의 억소리가 반사적으로 나오고 말았다.


"물론 네 프로게임단의 내부 사항을 자세히 알고 있고 현 게임 문화의 정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매니저로 붙었을 때의 이야기야."

"그런 사람은 구하기 힘들겠지. 네가 말한 것도 그렇고, 돈의 흐름과 법적인 문제에 빠삭한 것도 필요할 테고 무엇보다 내가 무지한 만큼 믿고 맡길 사람이어야 할 텐데."


선생과 웅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장난스런 상황극은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는 것으로 간단히 끝난다.

선생이 예전에 생각했던 대로, 이 남자는 자신의 제갈공명이 되어 줄 남자였다.


"미리 말해둘게. 돈도 중요하지만, 나는 게임이 떳떳한 문화로 자리 잡는 걸 원해. 그걸 포기하면서 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아."

"명심할게."

"그것만 기억해 준다면, 솔직히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아. 수입 배분이나 계획, 스케줄 등등 모두 맡길게."

"믿어주니 고맙지만, 너무 쉽게 남을 믿는 건 좋지 않아. 그러다가 인생이 송두리째 파괴될 지도 모른다."

"걱정은 고맙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엄격한 기준을 두고 내리는 결정이야. 아무나 쉽게 믿고 그런 게 아니라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은하가 슬슬 돌아가자고 이야기를 꺼낸다.

웹 디자이너로서의 스케줄이 있던 은하를 집까지 바래다 준 웅은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같은 심정이었던 선생은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면회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웅은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프로게임단의 사업자 등록이야. 복잡한 일은 내가 맡아서 할 테니까 너는 동행만 해 주면 돼. 그 다음은 영상의 채널 변경이나, 아니지. 나랑 은하가 할 일은 우리끼리 알아서 처리하고 너에게 후 보고 하는 식으로 하자. 너만 괜찮다면 그게 더 효율적일 것 같다."

"괜찮아. 그렇게 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지?"

"바로 그거야. 흐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니까. 확실한 때를 놓치지 않고 잡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들의 능력이지. 아무튼, 사업자 등록 이후 우리 세 명이랑 제자분들 세 명. 여섯 명이 모두 모여서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해야 해. 그 일정은 네가 잡아 줘."

"오케이. 그리고?"

"외국으로 진출할 거야."

"외국? 일본 말야?"

"아니. 미국. 이 게임이 일본에서 만들긴 했지만, 게임 업계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것도 일본이거든. 너도 알겠지만 게임의 암흑기가 시작된 것은 일본이었으니까. 한국이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었지만. 그래서 지금 실질적으로 프로젝트 길티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미국이야."

"그런가? 미국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엔 가 본 적도 없어서 아는 게 전무한데."

"상관없어. 영어 잘해?"

"I'm fine. thank you. and you?"

"그래. 못 해도 상관없어. 영어 잘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지금 미국이 어떤 상황이냐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걸 터트릴 공간이 없어. 최근 들어서야 소규모 대회가 몇 번 열렸는데 반응이 대단했지. 그 성화에 힘입어서, 미국 대표 격투 게임 대회 '콤보 브레이크'가 부활하는 모양이야. 지금 미국 뿐 아니라 전국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대회에 주목하고 있거든."

"콤보 브레이크가 부활한다고?"


과거 게임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시절.

축구 하면 월드컵. 야구 하면 메이저리그. 골프 하면 페더컵 리그.

그리고 격투 게임 하면 콤보 브레이크라고 할 정도로, 격투 게임이란 장르 하나만 고집하며 격투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이 대회는 게임 업계의 암흑기가 찾아오기 몇 년 전 재정상의 문제로 사라진 대회였다.

그리고 그 대회가 지금 다시 부활 하려고 하고 있었다.


"굉장한데? 허 참. 내가 어떻게 그 소식을 못 들었지?"

"콤보 브레이크가 애초에 한국에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고 최근에 너는 많이 바빴잖아? 나는 백수라 남는 게 시간이었고. 이것저것 조사하기에 좋은 때였지."

"그렇군. 아니, 너 회사 그만뒀어?"

"응.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


재미가 없다고 그 대기업을 그만두다니.

선생은 뭐 그럴 만한 사람이지 싶어 따로 추궁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대회가 한국이나 일본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3on3 룰을 기본으로 한다는 거야. 팀을 이루지 못하면 애초에 참가가 불가능해. 네 제자 세 명이 게임을 계속 할 의향인 건 확실하지?"


자여는 확실하다. 기일이는 최소 당분간은 계속 할 것 같고. 소연이가 가장 걱정이 되었지만 그만두려고 한다면 최소 한 달 전에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애니까.

선생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 그럼 모두 모여서 계약서 작성할 때 이야기를 꺼내 보자. 큰 문제 없이 모두가 출전 할 수만 있다면 그 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풀릴 거야."

"예선 광탈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걔네가? 글쎄. 그것보단 한 번도 안 지고 다 이겨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더 현실적일 것 같은데."

"뭐.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해."


미국 게이머들도 일본 게이머들도 고수가 많다.

아니, 많았다. 암흑기 이후 프로젝트 길티를 즐기는 외국 게이머들의 영상을 보았지만 선생의 눈으로 볼 때는 솔직히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물론 모든 게이머들의 영상을 본 것은 아니기에 재야의 고수같은 존재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하지만 대회 룰이 3대 3 이라 하지 않았는가. 자여와 소연이를 어찌어찌 이긴다 쳐도 기일이가 지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재정 사정은 어때?"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통장이 가득 찬 적은 처음인데?"

"아 참. 상금이 있었지. 그럼 돈 문제도 괜찮고 인원 문제도 괜찮군. 그럼 대회 출전은 반 확정으로 생각해 두고, 이후 게임단의 홍보랑 프로게이머 자격 취득이랑 방송 플랫폼과 계약도 맺어야 하고......"

"죄송하지만 이제 자리 비워주셔야 하거든요."


웅이 생각에 빠져 중얼거리는 걸 본 간호사가 끼어든다.

대화가 길어질 것이라 생각했는지 시간을 확인 시키며 웅을 내보냈고 그는 내일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떠났다.


콤보 브레이크라.

선생은 격투 게임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대회가 부활한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씰룩거리는 입술과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어 은하가 올린 영상들을 확인한다. 자기가 조금 전 보았던 대로, 평균 조회수가 오십 만을 넘고 있었다.

웅의 말에 의하면 오십 만이란 숫자는 단기간에 IG 리그를 본 사람들의 유입 만으로 이룬 것이라 했다.

국내에 프로젝트 길티가 더 유명해지고, 나아가 외국 사람들에게 까지 우리 팀의 존재를 알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조회수가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미친;;;;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이거 무슨 게임이죠? 어디서 삼?'

'게임 내내 느긋하게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하는 게 소름이네. 아무도 상대가 안되잖아'

'이 영상만 따라해도 랭킹 수직 상승한다 ㄹㅇ임'

'이분 밥 먹고 게임만 함?'

'밥 먹고 게임만 해도 이렇게 할 자신이 없다'

'대회 보고 왔습니다. 선수 본인의 설명을 들어가며 게임 영상을 볼 수 있다니. 여기가 천국인 것입니까?'


선생은 영상들에 달린 덧글들을 하나하나 읽어 나갔다.

정신 나간 괴한의 칼부림 같은 것은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선생은, 흐뭇한 표정으로 만족감에 잠겨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작가의말

분량이 적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 편의 글자수를 3천자에서 5천자로 변경해 보았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3부 이야기부터 완결까지는 쭉 5천자를 기준으로 잡고자 합니다.

되려 어색해진 면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업로드가 늦어진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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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3) 12. 콤보 브레이크 예선(4) +11 18.08.03 303 13 11쪽
84 3) 11. 콤보 브레이크 예선(3) +2 18.08.02 29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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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3) 7. 적을 알고 나를 알면(3) +14 18.07.27 312 9 12쪽
79 3) 6. 적을 알고 나를 알면(2) +4 18.07.26 329 8 7쪽
78 3) 5. 적을 알고 나를 알면(1) +4 18.07.25 331 10 7쪽
77 3) 4. 마이클 조셉 +6 18.07.24 351 11 12쪽
76 3) 3. 미나미 사토리 +6 18.07.23 370 13 11쪽
75 3) 2. 파라노이아 +10 18.07.20 385 12 11쪽
» 3) 1. Combo break +8 18.07.20 451 10 12쪽
73 2) 40. 엔딩 +12 18.07.18 402 17 7쪽
72 2) 39. IG배 코리아 리그 결승전(6) +13 18.07.17 413 14 8쪽
71 2) 38. IG배 코리아 리그 결승전(5) +8 18.07.16 401 14 7쪽
70 2) 37. IG배 코리아 리그 결승전(4) +8 18.07.13 376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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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2) 35. IG배 코리아 리그 결승전(2) +7 18.07.12 374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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