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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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lowerday
작품등록일 :
2018.05.13 11:42
최근연재일 :
2018.05.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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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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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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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패밀리 9편

아바타 패밀리 로그인




DUMMY

조금 전에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다시 떠오른다.

이름 모를 그놈의 얼굴과 비열한 웃음이 들려오는 듯 하다.

'내가 그때 공격하지 말고 돌아서 유인했다가

태인이를 끌고 워프 타고 도망쳤어야 했는데....'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들을 지켜주기는커녕,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걸 지켜봤어야 하다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

현실에서의 무능을 고대로 빼다 박았던 가상 속에서의 자신.

'왜? 어째서?'

'그런 악랄한 인간말종 같은 행위를 그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거지?'


한참을 소파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던 한상구는,

'자신도 이제 이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를 그만두어야 되나 보다.'

자괴하며 마음을 겨우 진정시킨다.

나름대로 즐거웠던 지난 3개월여 낮과 밤.


비록 가상의 획일화 된 공간이지만

많은 일이 그 속에서 일어났다.

광진일삼회 놈들과 보냈던 한때,

태인이와 보냈던 즐거운 시간.

블랙홀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던 어느 미국인에게

구명 세트를 몇 번에 걸쳐서 힘겹게 던져준 일.

'그 미국인 X윙 모양의 비행기였는데 다스베이더 복장으로 나와서

인사하길래 얼마나 웃었는지....'

그리고 누군가를 도와준답시고 같이 공격해주다가,

뒤에서 따라오던 "UFO" 에게 공격받고 되려 도움받고 살아났던 일.

'그래 그래서 그 사람과 채팅 친구가 되었지....'


'그런 것들도 추억이라면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상구는

휴~ 하고,

긴 한숨을 쉬며 컴퓨터를 끄기 위해 컴퓨터 앞으로 갔다.

그러나 이제 정비를 다 마치고 깨끗한 상태가 된 자신의 돌핀 급 우주선을 보면서,

이런 감정들을 느끼는 자기 자신이 우습기도 하다가

그곳에서 열심히 자신들만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수많은 사람과,

자신을 아는 척 하는 게임상에서 알게 된 많은 지인들의 흔적을 보니 쉽게

로그아웃을 할 수 없었다.


한상구는 기운이 빠져 우주선을 한곳에 세워놓고 ,

아는 사람에게 조금 전에 일어난 자신의 기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악마적 행위를 당한 것에 대해 넋두리를 했고,

아는 지인들 중 하나가,

"그놈은 중국의 유명한 해적인데 레벨이 45 정도 되는 놈"이라고 했다.

'레벨 45.... 높다.'

하긴 나와 태인이를 거의 한방씩에 보냈던 놈이었으니....


그리고 그들은 이런 경험에 익숙하지 못한 한상구에게 충고해주었다.

(솔로 형! 이럴 땐요 그냥 미친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하시고 잊으세요.)

(그런 일 앞으로 비일비재 하게 있을거에요.)

(나중에 만랩고수 돼서 한방에 발라 버리면 되잖아요.

그때 저랑 같이 찾으러 다녀요.)


'그래, 잊거나, 강해지거나, 게임을 포기하거나,

셋에 하나겠지....'


그때 한상구는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상황과 해결방법이

현실에서도 고대로 적용되어 진다는 걸 생각하고는 쓴웃음이 났다.

'그래. 잊고 살거나, 강해지거나'

"힘이 없으니까 당했던 거지. 현실에서든 가상에서든.

더이상 포기는 안 돼.

태인이가 그런 걸 배우게 해서는 안 돼."


"현실에서는 비록 인정 못 받고 무능력한 아버지 일지라도,

여기는 가상공간이잖아.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

정말 이상하고 유치하지만 잊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현실적으로는 정말 단순하고, 말도 안 돼도,

애들 장난이나 유희 정도로만 치부했던 그런 세계에

이토록 빠져들고 미련을 가질 수 있다니······.


그때서야,

한상구는 이 작은 가상의 세계가 인간사회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사회 축소판 같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곳엔 사람들도 있고,

그들과의 공유도 있고 유대도 있다.

친구도 있고, 선 후배도 있다.

계급도 있고, 목표도 있다.

선도 있고, 악도 있고, 정의도 있다.

사회보다는 허술하지만 나름대로 규칙과 법도 있다.

노동도 있고 그에 따른 대가도 있다.

우습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중독성 강한 미련이 남는다.


'이걸 꺼버리면

또다시 이 추운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도피가 아니다.

20년간을 일만 했으니 단 몇 개월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거 아닌가?'


"당신의 능력을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의기소침해져 접속을 거부했던,

태인이가 다시 접속한건 일주일이나 지나서였다.

한상구는 이제나저제나 아들이 접속하지는 않을까,

전화를 걸어서 한번 떠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들이 접속할 시간쯤엔 태인이를 기쁘게 해줄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아들 한미르가 접속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미란 : 친구 한미르 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


순간 한상구의 얼굴엔 안도감과 화색이 돈다.

(솔로 형 저 왔어요. 안녕하세요. - 한미르)

(오 태인이 왔구나. 걱정많이 했다. - 한솔로)

둘은 둘이 조용하게 얘기 할 때면 항상 가곤했던,

금성 우주센터 밖의 어느 지점에서 서로의 우주선을 마주하고 서 있다.

(시험도 있었고 이래저래 바빴어요 - 한미르)

(그래 시험은 잘 봤니? - 한솔로)

(그냥 그럭저럭요. 형은요? 형은 뭐 하셨어요? - 한미르)

태인이 너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기 곤란한 한솔로.


(응 나도 좀 바빴어. 이것저것 - 한솔로)

(그렇군요. 이제부터 뭐 하실거에요? - 한미르)

(글쎄 무엇을 할지, 열심히 레벨을 올려서 그 중국놈 잡으러 가야지 ^^ - 한솔로)

(그래요. 솔로형. 꼭 그래 주세요. ^^ - 한미르)

(저는 고등학생이라 시간도 없고요. 형이 대신 좀 복수해주세요. ㅜㅜ - 한미르)

(그래그래. 약속하마. 형이 그놈 꼭 잡아 주겠다고 - 한솔로)

(네. 형. 믿어요....- 한미르)


아름다운 금성과 그만한 크기의 우주센터가 멀리 보이는

우주의 어느 지점에서,

그렇게 현실에선 아버지 아들이 다정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한상구는 이날 그동안 자신을 고민하게 했던 현실 세계의 문제들을

당분간 잊고 지내기로 했다.


그는 이후로 태인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게임에 몰두했다.

물론 태인이가 접속할 시간에는 언제나 그와 함께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몰두 하는 만큼 올라가는 자신의 능력과,

그런 능력에 대해 수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그 가상공간 속의

자신에게 서서히 동화되어 갔다.


처음 태인이의 사생활 염탐(?)과 공유만이 목적이었던 그때는,

잠도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자고,

식사도 제때제때 했던 것이 시간이 가면서 대중이 없어진다.

그냥 체력이 허락하는 한 컴퓨터 앞에서 자신의 가상의 케릭터에 몰두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눈을 붙였으며,

갈수록 새로운 재미에 푹 빠져 제대로 잠을 깊이 잘 수도 없었다.


눈을 감으면 게임 화면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까 실수했던 많은 장면,

많은 상황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 그때 그걸 먹었어야 했는데....'

'그때 그걸 먼저 공격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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