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술사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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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턴
작품등록일 :
2018.05.13 22:38
최근연재일 :
2018.07.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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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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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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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죠르주-2

DUMMY

"제국···뭐?"

"제국 경찰 특무지원과."


파슬리는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큰소리로 또박또박 다시 말했다. 뭔가 미심쩍은 이름이었지만 워낙 당당했기에, 죠르주는 확인차 부하에게 물었다.


"야, 제국 경찰 특무지원과가 뭐야?"

"저도 처음 듣습니다, 형님."

"그렇지? 나도 그런 조직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어."

"뭔가 비밀 조직이라던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이름부터가 좀 그런 느낌이 나는데요."


죠르주는 뭔가 속는 느낌이 나면서도 일단 파슬리에게 확인차 신분증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신분증 말입니까, 죄송하지만 비밀 경찰이라서 신분증은 따로 가지고다니지 않습니다."

"흥, 신분증이 없다면 조사에 협조할 이유가 없습니다만."

"으음···. 그건 곤란하네요. 아! 이런 건 어떻습니까? 신분증은 없지만, 제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할 수 있는 증서는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파슬리라는 남자는 품 속에서 무언가 두루마리 같은 것을 꺼냈다. 기름을 먹여 뻣뻣한 고급 양피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었다.


[파슬리 류트. 이 남자의 신분을 보증한다. 공작 사타나치아.]


짧게, 단 1줄로 쓰여진 글이었지만 효과는 굉장한 종이였다. 그 명성은 임볼릭을 넘어서 죠르주가 있는 삼하인까지 전해질 정도였으니, 이름 자체가 하나의 힘이 되는 사타나치아에겐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없었다.


"···."


죠르주는 잠시 갈등했다. 자신을 파슬리라고 칭한 이 남자가 정말로 제국 경찰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귀족의 비호를 받는 심상치 않은 사람인것만은 확실하다. 더군다나 며칠 전 임볼릭에서 하루가 죽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지금 사타나치아 눈밖에 나는 일은 극히 피하고 싶었다.


결국 죠르주는 마지못해 조사를 허락했다. 다만 하나 단서를 달았다.


"아, 예···. 얼마든지 조사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신전에는 부랑배들도 많이 있으니 괜찮으시다면 제가 동행해도 좋겠습니까?"

"그러시면 기쁘겠습니다."


파슬리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조사가 시작되었다. 길을 걸으면서 파슬리는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목적은 간단. 나중에 죠르주가 변명할 여지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었다.


"죠르주 씨, 여기에는 노예 신분인 사람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파악하기로는 없지만, 혹시 집을 잃어버린 난민들 사이에 노예가 섞여들어왔을수도 있겠지만, 뭐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적어도 조직적으로 매춘을 알선하고 있거나 한 것은 아니네요?"

"큰일 날 소리. 신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신이 노할 것입니다."


죠르주의 대답을 들은 파슬리는 헛웃음이 났다.


파슬리는 유노와 다르게 처음부터 이곳에서 매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100% 확신한 상태로 온 것이었다. 그 근거는 알루카드가 사용할 수 있는 666개의 마법 중 하나, 마력을 감지하는 마법에 뒷받침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죠르주라는 남자의 뻔뻔한 태도는 비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묻고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그 후에도 몇 가지 사정청취를 한 후에, 파슬리가 죠르주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알루카드에게 물었다.


"어때, 마력은 어느쪽에서 강하게 느껴져?"

"이 복도 끝, 가장 안쪽이야."


마침내 복도 끝에 도달한 파슬리 일행은 걸음을 멈추었다. 죠르주가 파슬리에게 물었다.


"여기가 복도 끝입니다만, 더 보고싶은 거라도 계신지?"


복도 끝에 도착해서 죠르주가 말을 건네왔다. 옆에서 알루카드도 은밀하게 귀뜸을 건넸다.


"주인님, 이 벽 너머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져. 평범한 인간의 것이 아니야. 아인들 다수인 것 같아."


파슬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죠르주에게 벽 너머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 벽 너머를 보고 싶습니다."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만."

"그러니까···."


파슬리는 더 말 할 것 없다는 듯이 벽을 발로 걷어찼다. 콰직, 복도에 대어둔 합판이 나가떨어지면서 벽 너머에서 대량의 아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벽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연히 죠르주는 큰소리로 화를 냈다. 파슬리는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사고가 흐려졌다. 그때 옆에서 바티스타가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빛이여, 있으라."


작지만 신성한 목소리가 교회에 울려퍼졌다. 그러자 빛이 천장을 뚫고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파슬리는 처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변화를 눈으로 알아챌 수 있게된 것은 그로부터 몇십 초 정도 지난 후였다.


희미하게, 아주 작게나마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실루엣은 점차 뚜렷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것도, 목에는 노예의 상징인 쇠목걸이와 각인까지 새겨져있는, 다수의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파슬리, 당신답지 않습니다. 그저 간단한 마법을 사용해서 소리와 빛을 왜곡시킨 것 뿐입니다."


바티스타의 말이었다.


파슬리는 내심 "나는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꾹 참았다. 그보다 먼저 처리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파슬리가 죠르주를 쳐다보았더니 머리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승부는 흑백이 갈린 상황, 파슬리가 마지막 결정타를 가했다.


"자, 그런데 신전에 아인 노예들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만."

"···."


궁지에 몰린 악당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하나다. 그것은 무력 사용.


죠르주가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건장한 장정 수십 명이 파슬리 일행을 둘러쌌다.


결국은, 저열한 악당의 밑바닥이란 이런 것이리라. 파슬리가 한숨을 쉬고서 저주를 사용할 준비를 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뭐야, 혹시나 해서 다시 돌아와 봤는데, 역시 아저씨 나쁜 사람이었잖아?"


복도 오른쪽에 난 커다란 창문, 그 창문 앞 창틀에 유노가 앉아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죠르주가 혀를 찼다.


"칫, 분명히 아까 돌려보냈는데. 뭐 차라리 잘 되었어. 너도 이 치들이랑 함께 바닥에 묻어주지."

"그렇게 일이 잘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유노가 죠르주의 말을 비웃었다. 죠르주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큰소리로 윽박질렀다.


"우리들 숫자가 몇 명인 줄 알아? 다 모으면 백 명 가까이 된단 말이다! 너희는 여기서 죽은 목숨이라고, 알고 있어?"

"그 아저씨 친구들, 지금 다 어디에 있어?"

"뭐?"


죠르주가 유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유노가 또박또박 한 글자씩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아저씨 친구들 다 어디에 있냐고."


죠르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장소에 있는 사람은 여섯명 뿐.


파슬리, 알루카드, 샬롯, 바티스타, 죠르주, 그리고··· 유노.


다른 사람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뭐야, 이 녀석들 다 어디에···?"


유노가 죠르주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쁜 일을 저지르면 안됐잖아. 아저씨 친구들 다 싫증나서 놔두고 떠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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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 소설은 라이트노벨입니다 18.05.18 249 0 -
59 에필로그-소녀, 린네 18.07.12 74 0 1쪽
58 인터뷰 18.07.12 77 0 5쪽
57 취객 18.07.12 68 0 5쪽
56 로즈마리와 크로우 18.07.11 86 0 11쪽
55 유노의 가족 18.07.10 92 0 8쪽
54 사랑 18.07.06 89 0 8쪽
53 너에게 가는 길 18.07.02 86 0 7쪽
52 해피엔딩 18.07.01 89 0 5쪽
51 추론 18.07.01 132 0 7쪽
50 진노의 날-3 18.06.28 81 0 8쪽
49 진노의 날-2 18.06.28 101 0 7쪽
48 진노의 날-1 18.06.26 95 0 8쪽
47 집행자 리더-2 18.06.25 110 0 6쪽
46 집행자 리더-1 18.06.24 111 0 12쪽
45 평야 전투 18.06.23 97 0 6쪽
44 주교 피에르 18.06.21 88 0 10쪽
43 계획 18.06.20 101 0 5쪽
42 단서 18.06.18 111 0 6쪽
41 차선책 18.06.17 118 0 6쪽
40 기정사실 18.06.17 118 0 7쪽
39 정의 18.06.16 124 0 7쪽
38 블랙 윙 18.06.16 133 0 5쪽
37 데이트 18.06.15 120 0 11쪽
36 막간극 18.06.12 118 0 5쪽
35 마녀의 밤 18.06.10 118 0 6쪽
34 키스 18.06.10 129 0 7쪽
33 마녀 유노의 부탁 18.06.09 178 0 6쪽
32 이정표 18.06.09 137 0 6쪽
» 죠르주-2 18.06.09 16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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