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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마곗돈
작품등록일 :
2018.05.18 05:16
최근연재일 :
2019.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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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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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별 맞이

반갑습니다!




DUMMY

86. 이별 맞이


원사방 깃발을 든 일단의 무리가 김역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김역이 말에서 내리자 쌍도수괴 만도청도 말에서 내려 그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형님 덕분에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하! 고맙긴 내가 고맙지. 언제나 불러줄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럴 때 석일도와 사제형삼과 제장들이 몰려왔다. 김역은 그들에게 만도청을 소개하였다. 그들은 서로 인사하였다. 그것도 잠시. 김역은 또 다른 명령을 그들에게 내렸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염포국은 제압됐기에 새로 개편하면 문제없으나, 원사방은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아예 혼마포를 죽여 싹을 잘라야 합니다. 그놈이 어디로 숨어들지 모르니 각 지역 원사방 교화당을 쳐서 발붙일 곳을 없애야 합니다. 만도청 형님은 병력을 나누어서 여기 적힌 원사방 교당을 점령하십시오···”


김역은 부하가 가져다준 서찰을 만도청에게 전달하고는 그 외 사제형삼 두등형, 소화천과 모용구 등 손상 측 제장 여러 명에게 병사를 배분하였다.


“서찰에 적힌 대로 각 지역 원사방 교당과 분당을 점령하여 상구분점 손상여주에게 연락하십시오. 소생은 하북 쪽으로 갈 것입니다. 저항이 거셀 경우 무모하게 싸우지 말고 병력을 더 청하십시오. 빨리 움직이셔야 유리할 것입니다. 혼마포가 세를 모아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말입니다.”


그들은 승리의 기쁨도 채 맛보기도 전에 병력을 이끌고 배당된 지역으로 출발하였다. 김역은 혼마포가 죽은 줄을 모르고 있었다.


***


진채로 돌아오는 도중 김역은 벌판에 널린 수많은 사상자를 손상 측 병사들이 살피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손소민 이하 이소향과 곽영채가 마중하는데 안색들이 안 좋아 보였다. 특히 손소민의 표정은 언짢음이 금방 드러났다.


“왜 그러시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녀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이소향이 그의 옷소매를 잡아끌고는 한쪽으로 데려가서 말하였다.


“병사들이 위가 동맹군 진채를 살피다가 한 이상한 노파를 데려와서 그럽니다.”

“이상한 노파? 누굴 말하는 것이오?”

“나이를 갸름할 수 없는 광녀인데, 손 언니의 엄마라는 등 그런 소리를 하기에 병사들이 데려왔답니다. 그 여자가 손 언니를 보자마자 뺨을 어루만지면서 넌 내 딸이라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여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심기가 좋지 않습니다.”


김역의 미간이 찡그려지면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노파는 어디에 있소?”

“동쪽 세 번째 군막에 가둬놓았습니다.”

“알겠소.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김역은 손상삼란과 석일도와 본점 부점장 등을 이끌고 지휘부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손소민을 겨냥하여 말했다.


“지휘부를 상구분점으로 옮기십시오. 지금쯤 정리가 됐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 석일도 형님이 소생 대신 자리를 맡을 겁니다.”

“예엣!”

“뭐, 뭐라고 했나?”


손상삼란은 말할 것도 없이 석일도 마저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곽영채가 재빨리 물었다.


“사령관님께서는 어찌하시려고 합니까?”

“하하! 영채야. 사령관은 여기 손상여주이시다. 나는 부사령관. 그 역할을 석일도 형님이 대신하시고, 나는 하북 쪽에 있는 원사방을 쳐서 다시는 손상을 괴롭히지 않게 하려고 한다.”


김역의 말을 석일도가 반박하고 나섰다.


“그런 일이라면 내가 가야 하지 않겠나? 나보러 파렴치하게 동생 자리나 넘보라니 이건 경우가 아닐세.”

“하하! 형님은 빚이 있지를 않습니까. 그것도 손상여주에게 말입니다.”

“그런 빚이라면 이 몸이 손수 전쟁터로 나가서 갚아야지 한가하게 여기 남아서 갚으라니 언어도단이 아닌가?”

“여기가 전쟁터라면 제 경험이 필요하겠으나, 이젠 조용해졌으니 형님의 강호 경험이 필요할 때입니다. 여기 손상 제장들은 손상을 재건해야 하는 생업에 종사해야 하기에 안보에 신경을 쓸 여가가 없어요. 그러므로 여기서 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때 여인의 성난 목소리가 모든 이의 폐부를 찔러왔다.


“빚을 갚으란 소리는 안 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를 지른 손소민에게로 향했다. 야멸찬 표정으로 그녀는 재차 소리를 질렀다.


“언제나! 언제나 그런 핑계로 떠나시려는군요! 가! 가십시오!”


어느새 눈망울이 촉촉이 젖어든 그녀는 횅하니 바깥으로 나가버리고 말았다. 당황하던 이소향과 곽영채가 허겁지겁 그녀를 따라나갔다.


“동생. 이건 누가 봐도 경우가 아니지 않나. 손상여주가 저렇게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네. 듣자하니 부부라고 하던데 어느 여자라도 남편이 곁에 있는 걸 바라지 않겠나.”


미간을 짙게 찡그린 채 김역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거론치를 않고 미래에 관해서만 얘기하였다.


“혼마포가 건재하다면 저항이 클 수 있습니다. 그런 곳은 지원군을 보내십시오. 그리고 중요한 건 모든 게 평정이 되고 나서입니다. 전공을 인정해 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잡음이 생깁니다. 원사방 교당이나 분당을 점령한 사람에게는 그곳에 손상분점을 차리게 하여 포용하도록 손상여주에게 건의해 보십시오···”


그는 이것저것을 더 얘기하다가 석일도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갔다. 동쪽 세 번째 군막에 이른 그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백발의 노파가 보따리를 끌어안은 채 아기처럼 달래고 있다가 반가운 듯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우, 우리 아기는? 우리 아기는 어딨느냐? 응? 우리 아기? 아악! 무, 무서워! 저리 가!”


김역의 얼굴을 본 노파는 혼비백산 늘라면서 군막 귀퉁이로 가 쪼그려 앉아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부적 같은 김역의 얼굴 문신에 영험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김역이 그 곁에 앉아서 손으로 노파의 얼굴을 추켜올려 가며 자세히 살폈다. 고우 염포총국점 지하 감옥에서 봤던 여인이 틀림없었다. 그런 여인이 여기에 어떻게 나타났을까. 겁에 질려서 떠는 노파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자니 손소민과 닮은 면모도 있어 보였다.


그는 노파를 데리고 나와 손소민의 군막으로 갔다. 노파는 손소민을 보자마자 달려들면서 ‘아가!’ 소리를 연발하였다. 그런 노파의 두 팔을 뒤로 꺾어 잡고서는 그는 겁에 질려있는 그녀를 보았다.


“자세히 보십시오. 아는 사람이거나,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아닌가 말이오.”


두려운 눈빛으로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김역은 재차 강조하였다.


“정말입니까?”

“그, 그렇습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김역은 노파를 석일도의 손에 넘겨주며 그에게 말했다.


“형님. 제가 책임지겠으니 데리고 나가십시오. 그리고 준비가 됐나 알아봐 주십시오.”


석일도는 뭐가 못마땅한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는 노파를 데리고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곽영채가 다가와서 다급히 물었다.


“우리 곁을 떠날 것이라는 게 정말인가요? 예? 정말이냐고요? 왜들이래요? 전쟁이 끝났으니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왜 큰언니는 눈물만 보이는 거냐고요? 두 분 중 누가 말 좀 해보세요?”

“그래요. 뭔 일인지 손 언니는 형부가 떠날 것이라고만 하면서 울고 있으니 말이에요.”


이소향 마저 묻고, 등을 돌린 채 천장을 응시하며 눈물을 삼켜가던 손소민이 원망의 소리를 내뱉었다.


“이 전쟁이 안 끝났으면 하고 바랐어요! 근데 당신은 어떻게 해서든 빨리 끝내려고 덤비더군요! 그 정도로 여기에 있기가 싫었나요!”


전쟁이야 속전속결로 끝내는 게 당연한 것. 그게 늦어졌으면 할 정도로 그녀는 그에 대한 애정을 깊이 품고 있었다. 일찍이 혼사라는 것도 할아버지의 병세 때문에 승낙한 것이라고 밝혔듯이 떠날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적극적으로 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음을 괴로워할 뿐이었다.


더군다나 이러한 사실을 어찌 두 동생에게 밝힐 수 있다는 말인가. 두 동생도 그를 좋아하는데 그랬다가는 눈물바다를 이룰 것이다. 일개 여염집 아녀자라면 같이 끌어안고 울기라도 하겠건만, 천하에 널린 손가상포의 주인으로서 그럴 수도 없는 처지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왜들 이러시오. 하북 쪽 원사방 놈들을 소탕하러 간다는데 죽으러 가는 사람을 대하듯 하니.”

“그렇죠? 그건 다시 돌아오신다는 뜻이죠?”


곽영채의 물음에 그는 즉답을 피했다.


“영채야.”

“예?”

“그전에 내가 한 말이 생각나니?”

“무, 무슨 말이요?”

“네 격려가 필요할 때가 있을 거라고 했지. 그때가 지금이다. 네 주인을 잘 위로해 드려야 한다. 그리고···”


그는 이소향을 향해서 한마디 하였다.


“곧 흑매화가 돌아올 겁니다. 그들의 이간책이 이 전쟁의 승패를 갈랐습니다. 그들을 잘 보듬어주십시오.”

“예. 알았습니다.”


그런 뒤 그는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손소민의 그 뒷모습에 잠깐 시선을 준 다음 곧바로 어리둥절한 표정의 영채에게로 돌렸다.


“그럼···”


씩 웃어 보이며 그가 군막을 나가고, 그 동시 뒤돌아서 있던 손소민의 자태가 무너져 내리더니 의자를 잡고서는 흐느낌을 토해내었다. 그걸 본 두 여자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손소민에게 달려들어서 그녀를 달래었다.


바깥에는 이백여 명의 병사가 말에 탄 채 도열해 있었다. 작은 마차도 한 대 있었다. 그 마차에는 노파가 타고 앉아서 하염없이 뭔가를 손으로 집어 먹고 있었다.


김역은 담소귀마에 올라탔다. 석일도가 미첨도를 김역 뒤의 부하에게 건네주고는 자기도 창을 들고 말에 올라탔다. 그때 부점장이 다가와서 피가 묻은 서찰 하나를 내밀면서 보고하였다.


“전사자 중에 양간도라는 동맹군의 수뇌가 끼어 있음을 항복해온 자들이 확인했습니다. 또, 난자질을 당한 시신 한 구가 있는데 원사 방주 혼마포와 체격이 비슷하답니다. 그게 그자의 품에서 나온 우리 손상 어음입니다.”


“그래요? 설령 그놈이 맞는다 해도 다른 놈이 추종하고 재건할지도 모릅니다. 이참에 싹 쓸어버려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김역이 서찰을 부점장에게 돌려주고, 김역이 석일도를 보며 물었다.


“배웅하시는 겁니까?”

“생각 같아서는 내가 가고 싶지만, 배웅 정도야 마땅한 거 아닌가.”

“배웅을 안 하시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습니다. 하하!”


김역은 그를 배웅하기 위해서 쭉 나와선 손상 식구들에게 공수치사(拱手稱謝)한 뒤에 쏜살같이 말을 달려 나갔다. 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


어느 정도 진채를 벗어나자 김역은 평보로 말을 몰아나갔다. 말머리를 나란히 한 채 석일도가 물었다.


“이 인원을 가지고는 너무 적은 것 아닌가?”

“글쎄요. 이것도 많은 것 같은데요. 모자라면 지원을 요청할 테니 항상 손상여주 곁에 있으십시오.”

“정확히 손상여주와의 관계는 어찌 되나? 부부가 맞는 것인가?”

“인연이 그리 만들었을 뿐 부부는 아닙니다. 그녀가 그리 여기니 미안할 따름입니다.”

“자네를 야멸차게 대하는 걸 봤을 때 문득 어머니가 떠올랐네.”


김역은 의아하니 물었다.


“사모님이요? 왜입니까?”

“야멸차게 아버님을 욕하셨다가는 흐느껴 우셨거든. 대체 난 자기를 버려두고 떠난 남자 어디가 그리워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더군. 한데 아까 손상여주가 어머니와 같은 행동을 보이기에 알 것 같았어. 고려 남자에게는 여자를 잘 울리는 기질이 있는 모양이야. 내겐 피가 반만 섞여서 그런 특성을 이어받지 못한 모양이네만.”

“하하! 형님도 별말씀을. 제가 보기에 형님과 같은 영웅도 없습니다. 때를 잘못 만난 것뿐이지요.”

“하하! 그렇게 추어줘서 고맙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인데, 우리 이 기세를 살려서 어디 변방이라도 점령해 우리끼리 살면 어떤가 싶네만.”

“그것도 좋지요. 정나미가 떨어진 고려인데 소국과민(小國寡民)과도 같은 무릉도원을 만들어 살고 싶은 소망이 있으나,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할 일?”


석일도는 궁금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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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북행(北行)2 19.02.09 362 2 12쪽
73 북행(北行)1 19.02.08 374 2 12쪽
72 탈출 19.02.07 3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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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옹중지별(甕中之鱉) 19.02.04 421 3 12쪽
69 대명군영지도 19.02.03 372 3 12쪽
68 이소향 19.02.01 3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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