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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지금 출세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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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하
작품등록일 :
2018.05.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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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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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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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대표, 당신은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DUMMY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만 같은 커피숍이었다.

꼭 누군가와 함께 오지 않더라도, 혼자 간단하게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여유를 가지기에 딱 좋은 커피숍.

거의 모든 테이블이 바깥으로 깔려있는 노천카페, 로젠 가르텐(장미 정원)은 혼자 앉아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자유로운 곳이었다.

각기 다른 모양, 각기 다른 색깔의 돌들로 일정하게 자리를 잡아 특정 아치모양의 형태를 잡은 돌바닥이 구시가지 전체적으로 깔려있었다.

프라이부르크 구시가지를 더욱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베히레(Baechle)'라는 좁은 수로를 통해 시냇물이 로즈 가르텐을 따라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솟아오른 프라이부르크 대성당의 첨탑을 사진에 담느라 많은 관광객들이 로젠 가르텐 앞으로 모여있었음에도 기분 탓인지 청량한 시냇물 흐르는 소리는 뚜려하게 들려왔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에 인접한 독일 남서부의 작은 소도시, 프라이부르크.

이시영에게 기성이의 비자신청 서류를 건넨 커피숍이 있는 구시가지가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배경이라는 건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마을이 정말 예쁘네요."

"설마 여기 처음 와보셨어요?"

"네."


나의 대답에 이시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독일 온지 두 달 정도 된다면서요. 그동안 여길 한 번도 안와보셨다고요?"

"와볼 기회가 없었죠."

"쉬는 날 뭐하셨어요? 러스트에만 계시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주로 일을 했었죠."


이시영은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 사이 검은색 긴 앞치마를 날렵하게 동여맨 늘씬한 여자 종업원 한 명이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이시영은 독일어로, 그리고 난 영어로 각자의 음료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료가 올 때까지 이시영은 한국에서 온 워킹 퍼미션 신청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꼭 필요한 서류와 형식상 갖춰져 있기만 하면 되는 서류를 우선적으로 분류해놓고, 기성이의 사인이 들어가 있는 근로 계약서까지 확인을 끝낸 그녀는 이정도면 문제 없겠단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태 씨는 워킹 퍼미션이 아니라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독일에 오셨다면서요?"

"네, 성수기가 시작될 즈음에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었거든요. 워킹 퍼미션을 신청해서 올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게 아니라 성의가 없었던 거 아닐까요?"


이시영은 봉투 속으로 서류들을 챙겨넣으며 말했다.


"아님 경태 씨 일하는 거 봐가며 워킹 퍼미션으로 전환 신청을 해줄지, 말지를 결정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

"..."


마치 자신의 생각이 맞을 것이라는 듯, 그러니 앞으로 조대표라는 사람을 너무 믿지말고, 현명하게 행동하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담겨있는 말이었다.


"아니에요, 그냥 신경쓰지 마세요."


이시영은 억지로 힘든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녀의 말투엔 지금에 와서 그런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느냐는 뜻이 깊게 스며있었다.

말은 안했지만 나 역시 그녀의 생각과 비슷했다.

그래서 기성이를 독일에 부를 땐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워킹 퍼미션을 신청해서 정식으로 고용을 한 것이고.


"이번에 인수하게 될 바르셀로나 호텔까지 경태 씨가 함께 관리하실 예정이라고요?"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잘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그 워킹 퍼미션이 꼭 필요합니다."

"이건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길면 세 달, 짧으면 두 달 안에 통과돼서 나오게 될 거예요."


이시영은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빈 의자 위로 올려둔 자신의 가방 속으로 넣으며 말했다.


"경태 씨가 가르쳐준 노래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불러요. 레이첼 말이에요."

"아참, 레이첼은 잘 지내고 있나요?"

"네. 유로파 파크에 가자고 계속 떼를 쓰고 있죠, 누구 덕분에."


가볍게 웃음을 토해내는 그녀의 모습은 지금껏 봐왔던 깐깐하고 차가운 이시영의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주에 가자고 하는 거, 경태 씨가 호텔에 없다고 했더니, 그럼 아저씨 언제 오냐고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의외네요."

"...뭐가요?"

"전 이 비서님은 레이첼 앞에서만 웃는 줄 알았거든요."

"..."


주문한 음료가 도착했다.

종업원이 나와 이시영의 앞으로 커피와 레모네이드를 각각 내려놓는 동안, 난 태양을 가리고 있는 프라이부르크 대 성당의 첨탑을 올려다봤고, 이시영은 스마트 폰을 꺼내 뭔가를 확인했다.


"사실 전 이 비서님이 절 마뜩잖게 생각하시는 줄 알았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그러니까요. 딱히 제가 뭔가 실수한 건 없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 절 마뜩잖아 하시는 거 같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비자 신청을 도와주시겠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을때, 내심 다행이다 싶었죠. 아, 날 싫어하는 게 아니구나..."

"제가 경태 씨를 싫어할 이유가 있나요?"

"꼭 이유가 있는 거 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글쎄요. 왜 그런 오해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다른 사람에게 제 감정을 소모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금세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고 침착하게 대응을 하는 이시영의 모습을 보며,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비자 신청 통과하면 제가 언제 식사 대접 한 번 하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까진 없어요. 경태 씨 개인적인 일도 아니고, 업무적인 부분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내가 조대표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이 맞을 것이다.

일반적인 업무협조.

그리고 그 업무협조에 따른 개인적 감사를 사양하는 이시영.

그런 이시영을 보며 세상 참 힘들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가족이 있는 한국도 아니고, 말 통하는 같은 한국인들끼리 편하게 지내면 좀 좋을까.

하지만 난 더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분명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내가 굳이 알 필요는 없으니까.

이시영의 말처럼, 나 역시 남의 일에 내 감정을 소모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리고 본능이 내게 말했다.

그냥 다른 곳에 신경쓰지 말고 네 할 일만 하라고.

미스 송을 바로 옆에서 수행하는 이시영의 존재는 최소한 카사 그란데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큼은 괜한 호기심으로 다가가선 안되는 존재.

가만히 놔두면 별 문제가 없는데 건드리면 열리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존재라며,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하지 말고, 그냥 네 할 일이나 하라고 본능이 내게 말했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이제 막 런던에 도착한 경호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행히 홈스테이를 하는 집 아들이 빅토리아 스테이션까지 자신을 데리러 와서 집을 찾느라 고생하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아직 어학원은 안가봤지만, 홈스테이하는 집은 무척이나 좋다며 통화를 끝내는대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아무튼 돈 아낀다고 쓸데없이 궁상 떨지말고, 외국인 친구들 많이 사귀어서 주말마다 계속 여행다녀, 용돈 부족하면 눈치 보지말고 형한테 말하고."

-알았어.

"얼른 전화 끊고 집에 연락 드려. 잘 도착했다고."

-넵! 아참 형.

"응?"

-나 집에서 공항까지 기성이 형이 데려다줬어.

"알고있어. 어제 기성이랑 통화했어."

-용돈까지 챙겨주던데? 200파운드. 자기 영국에서 공부할 때 가지고 있던 돈이라면서 환전 안하고 가지고 있었는데 나 쓰라며 주더라고.

"짜식이 괜히 쓸데없이..."

-기성이 형도 형 있는데로 간다며?

"응, 조만간 오게 될 거야."

-내년에 독일에서 보자고 그러더라고.

"용돈 받고 고맙다고 했어?"

-그럼, 내가 뭐 애냐? 그정도 인사도 안하게. 암튼 형이 알아야 할 거 같아서 보고하는 거임. 나 이제 엄마한테 전화해야겠어.

"몸 관리 잘하고. 또 괜히 이상한 친구들 사귀어서 나쁜짓 하지 말고."

-거기까지. 내 나이 스물 일곱이다. 그런 잔소리 들을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 안해?

"넌 죽을 때까지 형한테 잔소리 들어야 돼, 인마."

-네, 네...암튼 끊어. 또 전화할게.


여전히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같다.

난 2년 전, 녀석과 처음으로 고성을 주고받으며 다퉜던 그날을 떠올리며, 그리고 재빨리 고개를 흔들어 그 기억을 지워내며 녀석과의 통화를 끝마쳤다.

그날 오후였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 마뉴엘과 키친의 발트 아저씨를 불러서 레스토랑 메뉴 조정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조대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미네르바 호텔 오너로부터 금방 연락이 왔어.

"오! 뭐라고 하던가요?"

-팔겠대, 15밀리언에.


그의 목소리엔 상당한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마치 내가 뭐랬어? 무조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했었지? 하는 말을 억지로 참고있는 듯했다.

나 역시 표현은 안했지만, 조대표의 협상능력에 내심 감탄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직접 독일로 올지, 아님 우리가 계약을 하러 갈지를 묻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습니까?"

-우리가 가야지. 가격까지 낮춰주셨는데, 그정도 예의는 지켜줘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간 김에 레노베이션 계획까지 잡고 오는 걸로 하지.

"저도 같이 가는 건가요?"

-그럼, 당연히 안 과장도 같이 가야지. 프라우 송 별장 리모델링을 맡긴 업체가 있어. 실력이 상당히 좋은 업체야. 호텔 레노베이션도 그 업체한테 같이 맡겨볼까 해. 다른 업체를 찾는 것도 일이고. 이번에 가서 그 업체 사람들도 만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일정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신 실장한테 내 스케쥴 받아서 안 과장이 일정 짜.

"그럼 신 실장은..."

-신 실장이 거기 가서 뭘 할 거야?


그 순간 기분이 싸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동호의 영역을 침범하게 됐다는 불안감.

어느순간 나에 대한 조대표의 감정이 신뢰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그 신뢰가 필요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동호와 나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두려움이 조금씩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신 실장도 함께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왜? 나랑 둘만 같이 다니는 게 불편해?

"아뇨, 그럴리가요. 지난번 출장 때, 제가 대표님을 수행하는 게 상당히 미숙하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혀. 그리고 내가 뭐라고 수행이란 표현을 써? 안 과장.

"네, 대표님."

-내가 왜 어디 갈 때마다 신 실장을 데리고 다닌다고 생각해?


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날 수행하란 의미가 아니라, 회사가 이런이런 사업을 하니까 옆에서 날 따라다니며 보라고. 그리고 내가 누굴 만나서 협상을 하거나, 미팅을 할 때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잘 지켜보라고. 그래야 나중에 내가 없어도 혼자 할 수 있을 거 아냐. 사실 난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거든.

"...네."

-근데 그게 힘든 일이야, 사실 따지고 보면. 신 실장이 조금만 똑똑하고 뭘 알아도 세상을 보여주고 뭔가를 가르치는 재미가 생길텐데, 본인이 그걸 배움이라 생각하지 않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내 입장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느낌이었지.

"..."

-수행이라고 생각하지마. 그냥 날 따라다니며 좀 더 넓은 세상을 보는거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내가 보는 세상이 지금의 안 과장이 보는 세상보다는 넓지 않겠어?


작가의말

어제 병원을 갔습니다. 

제 와이프가 현재 임신중이거든요. 

어제 성별이 나왔습니다. 

아들이더군요. 

이미 몇 가지 임신 증상으로 아들인 건 알았지만...역시 아들이더군요. 

전 딸을 원했습니다.ㅜㅜ

딸 바보 하고 싶어서. 


부득이하게 연재가 또 늦었습니다. 

<지금 출세하러 갑니다>를 연재하기 시작한 게 한 달 정도 되어가는데, 사실 그간 하루도 쉬지를 못했습니다. 

어제 와이프가 병원에서 5시간 정도 이것저것 검사를 하는 동안 함께 했고, 저녁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술을 한 잔 했는데, 저도 모르게 몸이 풀렸던 거 같습니다. 

잠시 눈만 좀 붙였다가 일어나서 쓰겠다고 했는데, 눈을 떠보니 새벽 3시더군요. 

죄송합니다. 

불필요한 핑계가 길었습니다. 

아무튼 최대한 연재 시간을 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 오늘과 같은 일이 생기더라도 오늘처럼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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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대표, 당신은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173 18.06.13 25,062 1,0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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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저씨랑 같이 가자. +53 18.06.09 26,410 8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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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바로 위 고참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23 18.06.07 26,985 942 12쪽
22 손수건 들고다니는 남자 +50 18.06.06 27,548 966 13쪽
21 스스로 위기를 만들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30 18.06.05 27,739 833 12쪽
20 카리스마 오지는 카사 그란데의 여인들 +31 18.06.04 28,431 894 13쪽
19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25 18.06.03 29,344 906 13쪽
18 그게 바로 홀 매니저가 하는 일입니다. +25 18.06.02 28,923 931 13쪽
17 회사는 결코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27 18.06.01 29,421 926 13쪽
16 지금 출세하러 갑니다 +27 18.05.31 29,668 86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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