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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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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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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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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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생이 늘었다.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3. 동생이 늘었다.

by 마로나스










드넓은 초원, 은은하게 저무는 황혼의 태양, 솜사탕처럼 달콤해보이는 뭉개구름과 그런 하늘의 절반을 가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무.


마치 다른 세계에 넘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장소에서 세연은 약간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살짝 무릎을 구부려 바닥에 핀 꽃을 바라보았다.


마치 낙원과도 같다.


생생하게 피어있는 꽃은 아주 약간의 시듦도 없었다.


"마치 다른 세상 같지?"


"응. 그러네. 정말로 좋은 구경을 하게 됬어."


"그렇다면 카페에서 먹을 건 네가 사."


양이의 말에 세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네 식사량을 모를 줄 알아? 같이 지내면서 네가 먹는 양이 이미 평범한 인간의 수준을 아득하게 넘어섰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


"칫···. 용돈을 아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양이의 말에 세연은 콧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낙원과도 같은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에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바로 코앞에 제법 많은 이들이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카페가 있었다. 나무의 기둥 아래, 자연친화적인 형태로 만들어져있는 카페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도와준 게 있으니까. 딱 이번에 한해서 살게."


세연의 이어진 말에 양이는 해맑게 웃어보이고서는 그대로 세연을 이끌었다.


분명 세연과 양이는, 한 집에서 같이 사는. 은하의 가족이 분명했지만.


함께 살기 시작한 보름간의 시간 속에서 지금처럼 친근하게 굴었던 적은 없었던 것을 세연은 기억했다.


서로가 서로를 싫어했고 그래서인지 모르게 서로 날을 지나치게 새웠다.


그렇지만.


어차피 같은 가족이 될텐데.


굳이 날을, 벽을 새웠어야할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용돈을 아꼈다는 생각에서인지, 아니면 바보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양이는 세연의 손을 붙잡고 있었고 그 행동 때문에 더욱 세연은 자신의 생각이 바보 같았음을 자각했다.


분명 자신 이외의 동생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오빠의 동생이라면.


나도 조금쯤은 벽을 허물고 허물없이 지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는 세연을 이끌고 양이는 카페의 카운터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


"인큐버스 사장님!"


"양이가 아니냐. 왠 일로 혼자냐. 아니, 혼자는 아닌가?"


"응. 오빠는 없지만, 다른 녀석을 데려왔어."


"안녕하세요. 은하 오빠의 동생인 한세연이라고 해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내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양이 말고 그 녀석에게 동생이 있다고는 못 들었다만?"


"동생 맞아. 사장님. 나한테도 동생이지."


"···그러냐."


양이의 말에 더 이상 묻지 않은 채 그는 세연을 바라보았다. 세연은 그런 그와 시선을 마주하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게 반하지 않는구나. 아가씨."


"예?"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 세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지고, 그런 세연의 표정을 바라보던 그는 작게 웃으면서 자신에 대해서 설명했다.


"아까 양이가 나를 부른 호칭처럼 나는 인간이 아닌 마족이다. 꽤나 인간들 사이에서는 알려진 '인큐버스'라는 종족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여성을 홀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


"인큐버스···. 하지만 딱히 이 가게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데요?"


가게의 손님들의 성별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성을 홀리는 인큐버스라고 한다면 조금 더, 여성 손님이 많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런 세연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였다.


"아가씨. 아가씨는 조합에는 처음와보지?"


"네."


"그렇다면 설명이 필요하겠군. 아, 우선 주문부터 받지. 무엇을 주문할 거니?"


"어···. 카푸치노 하나랑···."


"모카라떼, 카라맬 마끼아또, 그리고 허니 토스트 5개!"


주문을 받은 그는 조심스럽게 작업을 시작하고, 바삐 손을 움직이며 세연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나는 인큐버스지만, 그다지 여성을 홀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능력을 나름대로 억제하고 있단다."


"헤에···."


인큐버스라고 함은, 서큐버스와 같이 꽤나 유명한 마족이었다. 환상족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다. 소설 속에서는 서큐버스느 남자들의 정기를, 인큐버스는 여성을 홀려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했다.


두 종족 모두 인간의 정기와 혼을 빼앗아 삼킨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는 성별에 따라 나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인큐버스임에도 인간의 정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니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능력을 억제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종족특성을 완전히 억제하는 건 무리지."


"헤에···그렇군요."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마도구(아티팩트)를 사용하여 나 자신의 인식을 억제하고 있단다. 눈에 띠지 않으면 무심코 넘어가도록. 그렇게 말이지."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주하고 있게 된다면, 완전히 억제되지 않은 능력이 여성을 홀리지 않나요?"


"바깥에서라면 그렇겠지만, 적어도 이곳은 조합이잖니?"


"아···."


"그리고 한계까지 능력을 억제한다면, 조합에 속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아니더라도. 내 능력에 홀리지 않는 인간이 생기거든."


인큐버스의 능력에 홀리지 않는 인간이라니.


궁금하다.


세연은 어느새 완성된 메뉴를 받아들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고 세연은 한숨과 함께 메뉴판을 들고 양이가 앉아있는 자리에 가서 맞은 편에 앉았다.


양이는 자신의 몫의 허니토스트를 대충 잘라 한입 입안에 넣더니 행복하다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세연에게 말했다.


"예상대로라면 예상대로랄까. 저 아저씨에게 홀리지 않았네?"


"예상대로라니, 나를 시험한 거야?"


세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양이를 향해 물었고 양이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시험이라니, 딱히 그런 거 아니야. 약간의 호기심이었고. 애초에 '예상대로'라고 했잖아."


"홀리지 않았다는 거?"


"응."


"내가 홀리지 않는 게 이상한 거야?"


세연의 물음에 양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사장님이 말 안해줬어?"


"일반인이라도 홀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까지는 알려주셨는데, 어째서 홀리지 않는지는 알려주지 않던데?"


"뭐, 그 이유는 간단해."


양이는 허니 토스트를 잘게 썰어내며 말을 이었다.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인큐버스의 능력에도 홀리지 않아. 인큐버스의 능력은 '좋아하는 감정'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거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이미 있을 경우···.


"그건 가족에게도 해당하는 소리야?"


"아니, 가족애가 아니라, 남녀간의 애정."


"···그렇다는 건···."


"내가 널 이곳에 데려와서 묻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거거든."


"뭐?"


세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양이를 바라보고, 양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세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보름 동안 같이 지내면서 알았어.


"뭘?"


"너는 정말로 오빠의 동생이 되고 싶은 거야?"


"그거야 당연하잖아."


"그러네. 질문이 잘못되었어."


"···무슨 소리야."


세연은 자신을 바라보는 노란색의 눈동자가 마음의 한부분을 꿰뚫어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양이는 세연에게 있어서 대답을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너는 오빠의 동생으로써 계속해서 남을 생각이야? 아니면 동생이 아닌 한명의 여자로써 오빠의 곁에서 함께할 가족이 될 생각이야?"


"···!!"


"네 행동은 양쪽 모두 애매해. 진심으로 동생이 되고 싶다면 유린에게 질투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그 고릴라 녀석과 친해져서 아군으로 만드려고 하겠지. 미래의 여자친구를 아군으로 두는 만큼 오빠의 동생으로서의 위치는 단단해지니까. 하지만 너는 고릴라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질투를 해."


"······."


양이는 아주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세연의 본심을 꿰뚫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야. 오빠의 동생이 아니라 여자친구의 자리를 노린다면, 나를 싫어하더라도 싫어하는 티를 내지않는 편이 좋을 텐데도 말이야."


"···그건 감···이야?"


"응. 단순한 감. 하지만 확신이 필요했기에 나는 너를 계속해서 지켜보았어. 이 보름동안 말이지. 나는 그다지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여서 보름이 지나서야 눈치챈 거지만 말이야."


세연은 그 말에 조용히 잔을 손으로 잡아 커피를 마셨다.


당황하지 않는다.


여유를 잃지 않는다.


그러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서.


그 질문에 곧바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양이 역시 그런 세연을 배려해서일까. 딱히 대답을 재촉하지는 않았다. 세연이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서, 양이는 자신의 몫으로 시킨 간식을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입안에 조금씩 던져넣었을 뿐이다.


서투른 나이프질. 그건 사소한 것도 오빠의 도움을 받았던 탓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익숙해질 필요성을 양이는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이렇게 혼자 조합을 오는 일은 드물 테니까.


그저 그 드문 일이 오늘이었을 뿐이다.


다음에 올 때에는 분명 양이의 오빠인 은하와 같이 올테고. 그렇게 되면 익숙하지 않은 일을 굳이 익숙해질 필요가 없게 된다.


그 정도로.


양이의 오빠인 은하는 양이를 동생으로써 아끼고 있는 것이다.


극도의 시스콤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할 그런 오빠지만. 양이는 그런 오빠이기에 좋아했다.


분명 눈 앞의 세연도 자신과 같은 마음일 터다.


하지만 정말로 오빠의 동생이기만을 바란다면 지금의 그녀의 행동은 좋지 못했다.


아니, 오빠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을 테지만···.


그녀의 미묘하고 애매하기 그지없는 행동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는 지도 모르는 채 남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이가 오빠의 곁에 붙어있었다.


미묘하고 애매한 것을 싫어한다.


확실하것을 선호하는 그녀의 성격상.


분명 세연을 좋게 볼 수 없을 테지.


양이와는 전혀 다르게. 그녀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환상에 속하게 되었고, 누군가를 해치는 것조차 각오했다.


'미묘하고 애매한' 확실하지 못한, 결정하지 못한, 혹은 자신조차도 자각하지 못한 것들을.


그녀는 인정하지 않고 용납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고,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불과 보름의 시간이지만. 머리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양이조차도 알 수 있었던 사실이다. 유린이라면 이미 눈치채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혹시라도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양이는 그녀를 이곳에 데려왔다.


그리고 물었다. 자신이 모르던 사실을 억지로 자각시키고, 혹시라도 외면하던 것을 강요하고, 그렇게 해서 대답을 기다렸다.


"네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그것을 묻기 위함이야?"


"응."


"내가···동생으로 남기를 선택할 건지, 아니면 오빠의 애인이 되는 것을 선택할 건지 알기 위해서?"


"그래. 그리고 그건, 적어도 우리들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야."


"중요하다고?"


"너도 알고 있을텐데? 나만이 너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나 이외의 인간. 스스로 환상을 잡아먹고 환상에 속하기를 선택한 진짜 대단한 녀석이 오빠의 곁에 있어. 그리고 그 녀석은, 그 고릴라는 나와 마찬가지로 너를 싫어하지. 하지만 나보다도 더 싫어할 거야. 당신을 말이야."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어째서 중요한 일인데?"


"계속해서 애매하기 그지없는 상태라면."


양이는 먹던 포크를 내려놓고서 그대로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없어."


가족이 될 수 없다.


그 말에 세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하늘 그룹이든 뭐든 간에···. 통째로 박살내버릴 거야."


작가의말



 간신히 다른 사이트에 연재하는 분량까지 쫓아왔네요.


 이제부터는 매주  ‘월, 수,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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