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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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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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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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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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행복한 꿈은 저편에서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5. 행복한 꿈은 저편에서

by 마로나스





"좀 늦었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척에 양이가 반응하자 세연은 작은 미소를 지어보이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와는 달리 기분이 좋아보이는 세연의 모습에 양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 이유를 묻진 않았다.


같이 지내게 된 시간이 길지않아 아직 어색함이 조금 남아있다는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양이는 저토록 슬퍼하면서도 기뻐하는 세연을 굳이 복잡한 이야기로 끌어들이기 싫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양이 나름대로의 배려란 것이었다.


거기다가 아직 은하는 씻고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양이의 배려가 무색하게도 세연은 양이의 맞은 편 소파에 눌러 앉는 게 아닌가.


가을이기 때문에 해가 슬슬 빨리 져가는 중이었지만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대로 자기방에 올라가서 자기처럼 늘어져 있을거라고 생각한 양이었지만 세연의 어디에도 자기 방으로 돌아갈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안 올라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이야기?


양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세연이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미래의 네가. 정확하게는 천왕이라고 불리는 녀석이 오빠를 노리고 있다며?"


그 말에 양이가 표정을 굳히고선 세연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그 의문은 의문으로 남기도 전에 사라졌다.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능력을 갑자기 사용한 이유는 뭐야?"


"그 질문에 답하자면. 오늘 내가 나가서 누구를 만나고왔는 지를 맞추면 알 걸?"


그 말에 양이는 표정을 일그려트렸다.


"동생을 만나러 다녀온 거잖아."


누굴 놀리냐는 듯. 날카롭게 새어나온 어투에 세연은 그대로 울 것 같은. 그러나 울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맞아. 나는 내 동생을 만나고 왔어."


동생을 만났다. 그 의미는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세연의 가족사항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세연에게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 만난 적도 있었고, 세연의 동생이 어떤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는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결과만을 따지자면 죽어버렸다고 요약할 수 있는 일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 아이는···분명하게 내 동생이었어.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내 동생임은 틀림 없었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그리고 미래에서 시작된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이미 대부분의 사실을 눈치챈 것처럼 보이는 새연의 모습을 향해 양이는 물었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고양이. 넌 은하 오빠의 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그 물음에 양이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같이 지낸 시간동안 자신들의 관계를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보았을 세연이다.


그런 그녀가 이런 의미없는 질문을 뭐하러 하는 건지.


양이는 진지해보이는 세연의 모습에 대답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양이는.


단호하게 그녀의 우려를 끊어내며 말했다.


"그 천왕이라는 녀석과 나를 동일 시 하지마. 한세연. 많은 걸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묻는 건 걱정되어서.그래서 묻는 거라고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두번 다시 나를...".


까득.


양이의 입술이 굳게 닫히고 , 혐오와 경멸. 그리고 작은 분노마저 담은 눈빛으로 세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를 그딴 쓰레기 같은 년이랑 동일시 하는 순간. 너라고 하더라도 난 화를 참지 않을 거야."


너무나도 격렬한 부정의 반응에 세연은 양손을 흔들어보였다.


"그 말대로 할게. 어차피, 지금의 네가 미래의 너를 자칭하는 천사―. 천왕처럼 될 것 같지는 않아보이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짜증나는 질문을 물은 거야."


"그 이유를 묻는다면 일단 오늘 내가 만난 이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되는데 괜찮아?"


이야기가 길어질 거라는 세연의 말에 양이는 욕실에서 씻고 있는 은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오빠는 씻는 중이니까. 할 게 없는 사이의 시간을 때울 수 있다면 좋겠지. 무엇보다도 너라면―. 아무런 의미 없이, 그 누군가들을 만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래? 그렇다면 맘 놓고 편하게 이야기 할 게."


세연은 그렇게 말하고선 그대로 자신의 손목에 걸치고 있던 팔찌를. 아니, 팔찌처럼 보이던 '구름모양의 머리끈'을 빼어냈다.


"···그건···."


"너희 오빠가 내게 주었던 아티팩트. 유린이 사용하는 안경과 동일하게 '능력을 제한하는 마법'이 인챈트 되어있었지. 지금은 단지 부적 대신으로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야."


세연은 자신의 능력의 사용을 스스로 제한해둘 정도로 능력의 사용에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머리핀을 가지고 있는 건 그만큼 세연 자신이 은하를 좋아하고 있음을, 그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벗은 이유는 조금 다른 이유에서였다.


양이라면 알고 있을 터였다. 자신이 이것을 굳이 벗은 이유에 대해서.


"···이제부터 말할 건 내가 오늘 만났던 두 명으로부터 대부분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것들이야."


"세 명···이라면···."


"서유린, 그리고 내 동생."


"묘하게 기뻐보였던 건, 미래에서 찾아온 네 동생을 만났기 때문이구나."


"맞아. 내 동생은 이미 죽어버렸지만···. 그래도 그 아이가 내 동생이 아니라는 건 아니니까. 아, 아이는 아니려나. 나보다도 훨씬 자란 미래에서 찾아왔으니까."


"그렇겠지."


세연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튼 유린과 내 동생으로부터 보았던 것들을 통해서 나는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 덕분에 조금이지만 그 천왕이라는 녀석이 무엇을 해올지 추측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고."


"추측?"


"그래. 애초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뭘 말이야?"


"천왕이라는 녀석이 굳이 '이 세계'에 찾아온 이유를 말이야."


"그건 당연한 거잖아. 자신이 겪은 미래에서 가장 닮은 세계가 이곳이니까―."


"그것부터가 이상하잖아!"


양이의 말을 끊어내고 외치는 세연의 모습은 극히 보기 드문 일이여서, 양이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것부터가 이상하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양이의 모습에 세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정말로 너는 이 세계가 천왕이 겪은 미래에서 가장 닮은 세계라고 생각해?"


"그렇다고 한다면 아니라는 뜻이야?"


양이가 의심스래 묻자 세연은 정말로 머리가 나쁜 건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한 건지 의심이 갔다. 하지만 일단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세연은 차분히 설명을 이었다.


"정말로 천왕이 자신이 겪은 미래와 가장 닮은 세계인 이세계로 넘어왔다고 한다면 말이야. 어째서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다른 거야?"


"다르다는 건?"


세연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자 양이 역시 진지하게 그녀의 말을 귀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스스로 간신히 눈치챈 탓이다.


"첫번째로 이 세계에서는 '강아지가 죽고 한세연이 산 세계야'. 그리고 그 천왕이라는 녀석은 '한세연이 죽고 강아지가 산' 세계의 주민이고."


"···그건···."


"그리고 두번째. 고양이. 천왕이라는 녀석은 자칭 네 미래라고 말하면서도 세계의 규칙에 접촉되지 않고 있어. 그 말은 반대로 말해서 고양이 네가 절대로 천왕처럼 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해. 네가 아까 '동일시 하지 말라고'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말이야."


"···!"


"즉, 이 세계의 미래에는 천왕 자신이 겪은 미래가 아니라는 말이 돼. 그런데도 이 세계가 '과거와 가장 닮은 세계'라고 말했어. 그건 어째서야?"


여기까지 설명을 마친 세연의 말에 양이는 그제서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머리를 쓰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고양이게에게도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이상하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이해했다.


확실히 그랬다.


과거와 가장 닮은 세계. 그것은 자신이 겪은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왔다는 뜻이 된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건 당연한 일이다.


과거의 시간만큼 변수가 적은 세계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과거의 시간에서부터 이미 이 정도의 변수다. 세연의 동생이 살아있고 미래의 존재가 간섭하고 있다. 그리고 양이 자신부터가 천왕이 될 가능성이 없는 세계. 몇 가지 없다고 할 수 있는 변수지만.


세계는 이 정도의 변수만으로도 충분히 '많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미래에서의 간섭이 이만큼 있다면, 이건 더 이상 과거라고 부르기 힘들다. 세계는 직선상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아니기에. 그 분기점은 시간만으로 나뉘어지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천왕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은하의 연인이 되고 싶다는 목적 단 하나로 세계를 넘는다고 한다면 그건 과거가 확실하겠지만.


이 정도로 많은 것이 다른 세계를 정말로 과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이어진 양이의 의문을 세연이 이해한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마지막 세번째. 천왕이라는 녀석이 정말로 미래의 존재라면 그녀와 함께 미래에서 넘어온 유린과 내 동생은 커다란 변수야. 그런 변수가 있는 세계를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천왕은 머리가 나빠? 아니야. 과거인데도 불구하고 미래의 존재가 존재하는 세계로 찾아온 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로 과거'라는 뜻이야."


"···잠깐만. 마치 그 말은···!"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 중 하나는."


세연은 입술을 깨물고선 말을 이었다.


"이미 천왕은 이 세계의 변수를 전부 이해하고 있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세계를 자신의 과거와 닮았다고 판단하고 이 세계로 넘어왔어. 이쯤되면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알겠지?"


"네가 말하고 싶은 건―."


양이가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벌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려고 하는 순간.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어 양이의 말을 빼앗았다.


"천왕의 목적은 우리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이라는 소리네."


어느새 샤워를 끝내고 나온 은하가 그곳에 서있었다.


"···오빠?"


"설마 방금 이야기 전부를 들은 거에요?"


"전부는 아니야. 이야기는 중간부터밖에 듣지 못했고."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천왕의 목적을 이토록 정확하게 예상한 걸까.


그 의문은 너무나도 시시하게 풀려버렸다.


"너희들은 자주 깜빡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은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고 걱정으로 가득찬 두 소녀의 머리에 꿀밤을 한 대씩 때리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전생에 마왕이었다고."


"···아···."


"그리고 마왕은, 정확하게는 마법사 같은 직종은 머리가 나쁘면 하지 못해."


새삼스럽게, 그리고 간신히 양이와 세연은 자신들이 잊고 있던 가장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소녀들에게 있어서 은하라는 소년은.


그 누구보다도 의지가 되는 이였음을.


자신들이 모르는 것들도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천재적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특히 우리들에 관한 내용이라면―."


은하는 작게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바깥의 창문너머로 비추는 별빛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별빛이 아니라, 단순히 인공위성이 태양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가짜 별'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시선은 그 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전혀 다른 존재라고는 하지만, 과거에 고양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내 동생 역시 알고 있을 수 밖에 없지."


"···오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 그건 지금 이 순간이라는 이름의 일상이었죠."


"맞아."


"그렇다면 천왕의 목적은."


양이와 내 목소리가 동시에 겹친다.


""일상의 파괴.""


작가의말





 우햐...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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