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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투사의 탈을 쓴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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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육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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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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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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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숙적과의 8강전 (2)

DUMMY

17. 숙적과의 8강전 (2)






[아~ 정말 멋진 골이었습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채였다.

[그렇습니다. 이란의 중원을 완벽하게 제압하며 득점에 성공한 서주혁 선수입니다.]

해설위원 장준현도 격하게 동의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또한, 다른 전문가들처럼, 주혁의 고전을 예상했다.

아무리 이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란의 중원을 상대로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주혁이었다.


***


경기 전, 김 감독은 주혁에게 몇 가지 특별한 역할을 주문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황금 삼중주’의 맏형 다에이를 봉쇄하는 일이었다.

[네~ 이렇게 되면 이란은 또 뒤로 공을 돌릴 수밖에 없죠?]

[그렇습니다. 다에이 선수가 좀처럼 앞으로 전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주혁 선수의 압박이 매우 훌륭합니다.]

이란의 와일드카드인 다에이는 소위 말하는 ‘레지스타’였다.

다른 말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즉, 후방에서 팀의 공격을 지휘하는 역할인 것이다.

다에이의 전진패스가 전방의 카리미와 아즈모르에게 향할 때 이란의 공격은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즈모르가 아무리 기다려도 공은 오지 않았다.

주혁이 다에이를 꽁꽁 묶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리블은 물론 전진패스조차 시도 할 수 없게 그를 괴롭히는 주혁이었다.

‘젠장할! 이런 끈질긴 놈!’

결국 다에이의 선택지는 백패스, 혹은 횡패스 뿐이었다.

[이란 수비진이 길게 차올린 볼. 다시 우리 대표팀이 수월하게 공을 따냅니다.]

공격의 ‘시발점’인 다에이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자연히 이란의 공격은 뻑뻑해질 수밖에 없었다.


“공 이리 줘!”

답답해진 아즈모르는 결국 후방까지 공을 받으러 내려왔다.

도무지 전방으로 패스가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리미와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중원으로 진입하자, 이번에는 민재가 달라붙었다.

더는 못 보낸다며 끈덕지게 그를 막아서는 민재.

하지만 과연 아즈모르는 유럽에서도 주목할 만한 테크니션이었다.

밀착해서 막아선 민재를 현란한 발바닥 드리블로 벗겨낸 것이다.

“젠장!”

민재가 한발 늦게 그를 따라가려던 순간.

쿵.

주혁이 아즈모르에게 어깨를 부딪치며 공을 탈취해 갔다.

완벽한 협력수비였다.


‘얘는 왜 또 여기서 나와?’

공을 빼앗긴 아즈모르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혁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한국의 등번호 8번은 다에이를 마크하는 중이었을 텐데.

어느 샌가 자신의 뒤에 나타나서 공을 빼앗아가 버린 것이다.

주혁의 두 번째 역할.

아즈모르에 대한 협력 수비였다.


“지금 좋았어, 민재야. 지금처럼 아즈모르가 공 잡으면 지연만 시켜줘. 내가 도움수비 갈 테니까.”

“오케이. 오케이! 헬프 고맙다!”

‘든든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민재였다.

사실 처음 아즈모르를 상대한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의 기술은 분명 탈 아시아라고 할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주혁이 협력해준다면 못 막을 것도 없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협력 수비의 타이밍이 중요해. 아즈모르는 드리블 칠 때 시야가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그 타이밍을 잡아서 주혁이가 아즈모르에게 달려든다. 그 때에는, 기택이가 다에이를 잡는 거고.”

6번 다에이를 차단함과 동시에 10번 아즈모르에 대한 협력수비.

엄청난 활동량도 활동량이지만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혁의 수비지능이었다.

“상황 판단은 전적으로 주혁이 네가 해야 한다. 할 수 있겠지?”

“네!”

경기 전 김춘수 감독의 지시.

주혁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민재는 반신반의했다.

순간적으로 마크맨을 바꾸면서 협력수비?

말이 쉽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해낼 줄이야···!’

민재 또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주혁이 해내고 있는 수비는, 완벽한 상황 판단력과 대담성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플레이임을.




“와, 우리나라 압박 죽인다.”

“이란이 아시아의 삼중주 뭐시기라고 하지 않았냐?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다에이고, 아즈모르고, 서주혁이 공 다 뺏어낸다.”

주혁, 민재, 그리고 창무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3미들의 압박에, 경기를 지켜보던 종수의 친구들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중원에서만큼은 이란의 우위를 예상했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 서주혁이 수비는 원래 1인분은 했어.”

보다 못한 종수가 끼어들었다.

사실 현재 주혁이 보여주고 있는 수비는 2인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수비능력이야 애초부터 자신과 주혁의 클래스를 나눌 때 기준이 되는 항목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공격이지, 공격. 서주혁 가지고 어떻게 공격을 풀어나갈 건데. 카리미랑 다에이가 수비력도 좋은 거 몰라?”

종수가 믿을 것은 공격 쪽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뽑혔더라면, 최강 이란을 상대로도 공격력을 뽐냈을 것이다.

그런데 주혁이라면?

볼 것도 없었다.

투박한 터치에 이은 백패스.

그것밖에 없으리라는 것쯤, 보지 않아도 훤했다.


종수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마침 주혁에게로 패스가 향했다.

뒤로 따라붙는 카리미.

‘뻔하지, 뭐.’

종수는 코웃음을 쳤다.

수비가 붙는 상황에서도 상대편 골문을 향해 돌아설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인지 아닌지를 가른다.

그런데 중국이나 태국 선수라면 몰라도 상대는 아시아 베스트에 꼽힐만한 미드필더 카리미였다.

저렇게 피지컬 좋은 선수를 상대로 공을 다루는 것은 자신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와우!”

사람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주혁은 발뒤축을 이용하여 굴러오는 공의 방향을 반대로 돌려놓았다.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매우 효율적이고 세련된 플레이였다.

카리미가 순식간에 주혁을 놓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종수에게로 향했다.

‘저것 좀 보라. 수비력 좋다는 카리미가 단 번에 뚫려버렸다.’는 뜻이었다.

“새, 새X들아. 딱 보면 모르겠냐? 뽀록이잖아, 뽀록. 또 하라면 할 수 있을 거 같아? 절대 못 해. 내가 서주혁을 몇 년을 봐왔는데.”

절로 말이 더듬거렸다.

‘절대 못 한다’는 말은 종수의 바람이었다.

절대 못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알량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자, 다시 한 번 서주혁 선수가 공을 커트해냅니다.]

전반 23분.

무리한 개인기를 시도하는 아르모르를 둘러싼 민재와 주혁.

결국 주혁이 다시 공을 빼앗아 냈다.

압박과 협력수비가 또 한 번 성공한 것이다.


공을 탈취한 주혁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쭉쭉 전진했다.

퀘백 감독이 그토록 자랑하던 이란의 중원은 허물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긴 다리를 쭉 뻗어 주혁을 저지하려는 다에이.

하지만 주혁은 가볍게 양발드리블을, 팬텀드리블이라고도 불리는, 선보이며 그를 제쳐냈다.


다에이마저 제친 주혁의 선택은 슛이었다.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오른쪽 구석으로 감아 찬 공은 깔끔하게 그물을 갈랐다.

대한민국의 선제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들어갔습니다!! 서주혁!! 환상적인 골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란의 중원을 완벽히 제압하며 득점에 성공한 서주혁 선수입니다!]

“어, 어···.”

종수 또한 이번에는 그저 입만 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즈모르의 공을 커트한 뒤 카리미와 다에이가 막는 중원을 돌파하여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장 해설위원의 말처럼 이란의 중원을 완벽하게 제압한 결과였다.

우연, 뽀록, 어쩌다가 등등.

그런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야말로 우월한 실력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이게 말이 돼? 서주혁이?’

상대는 아시아 최강의 중원을 자랑하는 이란이었다.

그런 팀을 상대로 저토록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은 분명히 현실이었다.


***


후반전에도 경기는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이란의 ‘환상의 삼중주’는 그 곳에 없었다.

오직 주혁의 ‘독주’만이 있었을 뿐이다.

퀘백 감독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했던 이란의 중원이, 고작 단 한 명의 미드필더에게 농락당할 줄은.

‘서주혁? 대체 저런 선수가 어디에서 튀어나온 거야?!’

한국에 경계할 선수는 손승훈 뿐이라고 생각했다.

미드필더 중에서는 고작해야 장민재?

하지만 그 또한 아르모르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랬기에 자신 있게 6 : 2의 스코어를 외쳤건만.

아르모르의 테크닉.

카리미의 활동량.

다에이의 수비력과 축구지능.

모든 것을 한 번에 해내는 토털 패키지가 한국에 있었던 것이다.

경악(驚愕).

그것이 퀘백 감독이 주혁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었다.



“와, 잘 한다···.”

친구 한 놈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주혁이 중원에서 유유히 탈압박에 성공한 뒤 스루패스를 넣어주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 패스는 승훈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의 세 번째 골.

사실상 경기가 마무리되는 골이었다.

“······.”

종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의 ‘서주혁 찬양’ 분위기에서 그를 욕했다가는 되려 자신이 욕먹을 게 틀림없었으니까.


‘이런 씨X. 이건 진짜로 말이 안 돼!’

욕이 절로 나왔다.

주혁이 자신보다 더 큰 ‘뒷돈’을 통해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력으로 뽑혔다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확인도 해보지 않고 학교 게시판에 ‘양심고백’이라며 주혁의 선발논란을 제기한 것이다.

이미 축구부 팀원들은 내부고발자로 자신을 의심 중이었다.

그런 시선들 또한, 주혁이 이란 전에서 ‘똥을 싸면’ 해소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똥을 싸지른’ 쪽은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처음에 서주혁 인맥으로 뽑았다고 양심고백 한 사람 찾아내야 될 듯.]

[그러게. 그것 때문에 처음에 분위기 완전 어수선하고. 그런 것도 사실 무고죄로 볼 수 있지 않나?]

이미 몇몇 사람들은 자신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절로 났다.

“종수야. 너 얼굴색이 왜 이렇게 안 좋냐.”

“어, 어? 아니야, 아무 것도.”

종수는 애써 고개를 내저으며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맥주 맛은 떫었다.

속마저 울렁대는 느낌이었다.


***


경기는 그렇게 종료되었다.

최종 스코어 4 : 0.

‘이란 쇼크’를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을만한 완벽한 승리였다.


경기가 끝난 후, 카메라는 주혁을 쫓고 있었다.

오늘 경기를 ‘씹어 먹은’ 장본인.

이제 그의 실력에 물음표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축구팬들.

기자들.

그리고 오늘 경기장을 찾은 스카우터들까지.

그리하여,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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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위기의 결승전 (1) +13 18.06.17 15,425 472 11쪽
19 19. 숙적과의 8강전 (4) +34 18.06.15 18,218 575 12쪽
18 18. 숙적과의 8강전 (3) +23 18.06.14 16,803 540 11쪽
» 17. 숙적과의 8강전 (2) +33 18.06.13 16,634 544 11쪽
16 16. 숙적과의 8강전 (1) +32 18.06.12 16,471 490 13쪽
15 15. 축구에 미친X의 자세 (2) +12 18.06.11 15,865 412 10쪽
14 14. 축구에 미친X의 자세 (1) +11 18.06.10 15,338 430 12쪽
13 13. 조별예선 첫 경기 (2) +13 18.06.08 15,742 455 11쪽
12 12. 조별예선 첫 경기 (1) +19 18.06.07 15,184 409 12쪽
11 11. 논란의 최종명단 (3) +12 18.06.06 14,991 389 12쪽
10 10. 논란의 최종명단 (2) +12 18.06.05 14,786 404 13쪽
9 09. 논란의 최종명단 (1) +12 18.06.04 14,675 368 12쪽
8 08. U-23 연습경기 (3) +10 18.06.03 14,654 363 12쪽
7 07. U-23 연습경기 (2) +7 18.06.01 14,645 394 12쪽
6 06. U-23 연습경기 (1) +7 18.05.31 14,796 354 13쪽
5 05. 변화의 시작 (2) +13 18.05.30 14,963 359 12쪽
4 04. 변화의 시작 (1) +4 18.05.29 15,191 3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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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 은퇴, 그리고… (2) +7 18.05.28 15,452 325 12쪽
1 01. 은퇴, 그리고··· (1) +21 18.05.28 17,165 3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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