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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투사의 탈을 쓴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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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육십
작품등록일 :
2018.05.25 09:02
최근연재일 :
2018.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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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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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숙적과의 8강전 (3)

DUMMY

18. 숙적과의 8강전 (3)






다음 날 아침.

상양대학교 4학년 한주아는 매우 들뜬 상태였다.

“와, 기사 또 올라왔네.”

학교에 가는 버스 안에서, 그녀는 정신없이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주아가 보고 있는 것은 초록색 인터넷 창.

그 중에서도 서주혁에 대한 기사로 도배 된 스포츠 란이었다.

“난리 났네, 난리.”

그녀는 소란스러운 버스 안에서 남몰래 웃음 지었다.


난리라는 말이 딱 맞았다.

대한민국의 스포츠 뉴스 1면은 온통 어젯밤의 승리로 도배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상대는 다름 아닌 이란이었다.

2 : 6이라는 씻을 수 없는 ‘이란 쇼크’를 안겨준 나라.

그런데 마치 그대로 복수라도 하듯 4 : 0의 완승을 거두었으니.

그것은 우리나라 축구팬들에게는 단순한 4강 진출 이상의 의미라고 해도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주아의 기분이 매우 고조되어 있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의 승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이란 전의 승리보다도 더욱 중요한 사실.

그것은 어제 경기로 인해 주혁에 대한 평가가 180도 달라졌다는 것에 있었다.

[김춘수의 황태자 서주혁. 이란 호를 침몰시키다.]

초록창 메인 화면에 걸려있는 기사의 제목이었다.

주혁은 단 하루 만에 ‘황태자’로 등극한 것이다.

어찌 들뜨지 않을 수 있을까.

주아는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고 있는 기사들을 빠짐없이 체크하는 중이었다.

하나 같이 그에 대한 칭찬일색인 기사들 가운데서도, 특히나 주아의 마음에 드는 기사의 한 대목이 있었다.


[서주혁은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대표팀에 처음 합류할 때, 완전히 무명의 대학선수였던 그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서주혁을 선발한 김춘수 감독 또한 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김 감독과 서주혁 선수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겠다.”고.

그리고 바로 어제, 그들은 자신이 했던 말을 지켜냈다. 이란을 상대로 한 경이로운 활약. 그것이 주혁의 발탁에 의문을 가졌던 축구팬들에게 충분한 ‘대답’이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아주 좋아. 모름지기 기자라면 이 정도는 쓸 줄 알아야지.’

주아의 마음에 쏙 드는 기사였다.

특히나 ‘대답’이 되었다는 그 부분이.

첫 대표팀 선발 당시부터 바로 어제까지도.

주혁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물음표’에 그의 주변 사람들마저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16강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주혁에게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대표팀 발탁’에서부터 ‘과연 주전 자리를 차지할만한 실력인가’라는 논란까지.

김춘수 감독이 지나치게 주혁만 편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다.

그만큼 상대 팀과의 전력 차이가 컸던 탓이었다.

아무리 활약이 좋아도, 중국과 태국을 상대로는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제 경기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상대는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이란의 중원이었다.

와일드카드 다에이와 카리미, 그리고 ‘천재’ 아르모르까지.

하지만 모두가 열세라고 생각했던 중원싸움에서 대한민국은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 승리의 주역은?

두말할 것도 없이 주혁이었다.

이제는 누구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종 포털에는 주혁을 찬양하는 글이 수없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서주혁은 진짜다.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진짜배기 미드필더가 등장했다.]

[아즈모르 보러 왔던 스카우터들. 지금쯤 서주혁한테 완전히 꽂혀 있을 듯]

[나는 사실 예선 첫 경기부터 알아봤다. 서주혁은 그 때부터 독보적이었다는 걸 다들 알고 있는지]

[요즘 세상에 인맥 선발? 솔직히 처음부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음. 김춘수 감독도 애초에 그럴 사람이 아니었고.]

[김춘수 감독, 그리고 서주혁 선수 항상 믿고 응원합니다.]

[저런 선수를 낙하산으로 뽑았다고? 대표 팀에서 전용기로 모시고 와야 할 수준인데]

주혁의 대표팀 발탁을 미심쩍어 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그의 선발 기용에 불만을 갖는 사람 또한,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주아는 신이 나서 게시판에 글을 마구 올려댔다.

[서주혁이 낙하산에 벤치요원이라고 폄하하셨던 분들. 다 어디로 숨으셨나요?]


***


한편, 대표팀 숙소 내의 선수촌 식당.

주혁도 마찬가지로 인터넷 기사를 읽고 있었다.

민재가 ‘이것 좀 보라’며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대박이다’라는 그의 말대로, 수많은 기사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서주혁, 이란에게 ‘한국 쇼크’를 선사하다.]

[서주혁 기용 밀어붙인 김춘수 감독의 뚝심. 대한민국의 보배를 발굴해내다.]

[김춘수의 황태자 서주혁. 이란 호를 침몰시키다.]


“기분이 어때? 하루아침에 대표팀의 스타로 떠오른 기분이.”

민재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그 또한 주혁이 비로소 인정받는 이 상황이 매우 유쾌했던 것이다.

“이란을 침몰시키다니. 내가 무슨 어뢰도 아니고···.”

하지만 주혁은 평소와 다름없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아니, 어쩌면 평소보다도 더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라? 생각보다 반응이 미지근하네. 이 정도 기사로는 만족 못한다 이거야?”

“그런 거 아니야, 임마”

주혁은 손을 내저었다.

물론 기분이야 좋았다.

감사하기도 했다.

축구선수가 자신의 활약을 인정받는 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13년차 프로선수였던 주혁은 알고 있는 것이다.

주위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음을.

어차피 언론과 여론이란 단 한 경기만으로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 마련이었다.

지금은 황태자라느니 보배라느니 하며 자신을 띄워주지만, 만약 다음 4강전을 망치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다시 각종 논란과 함께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이 뻔했다.

그러므로 들뜨지도, 흥분하지도 말고 평상심을 유지해야 했다.

늘 했던 것처럼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그저 묵묵히 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기분 좋은 점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춘수 감독의 ‘고집’이 ‘뚝심’으로 바뀐 일이었다.

주혁의 대표팀 발탁.

그리고 계속되는 선발출장.

일부 축구팬들과 언론에게 김춘수 감독은 ‘고집쟁이’가 되어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편애’와 같은 단어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 자신의 활약으로 인해, 그것이 ‘뚝심’이라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이다.


‘조금쯤은 은혜를 갚은 건가.’

주혁에게 있어 김춘수 감독은 은사(恩師)였다.

그로 인해서 자신의 2회차 인생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무리 연습경기에서 맹활약을 했다고 해도, 김 감독이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을 하려했다면.

자신은 여전히 상양대 연습구장에서 훈련 중이었으리라.

하지만 결국 김춘수 감독은 자신을 발탁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후의 여러 논란에도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자신을 지지해주었다.

아무리 ‘실력만으로 결정했다’고 해도 주혁에게는 은혜와도 같았다.

그 보답을 축구로써 해냈다고 생각하니, 그것만큼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이번에는 옆에서 밥을 먹던 승훈이 말을 꺼냈다.

“뭐가요?”

“아니, 왜 우리나라 프로팀들이 네가 대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가만히 뒀지?”

“형, 제 말이요! 당최 이게 말이 되냐고요!”

민재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들의 의문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유망한 선수들은 대학 졸업반이 되기 전에 이미 프로팀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예 프로팀 산하의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졸업과 동시에 해당 프로팀으로 콜업되는 경우도 있었다.

실력이 있거나 유망한 선수라면 대부분이 밟는 코스와도 같았다.


하지만 주혁의 경우는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주혁처럼 4학년이 되어서도 축구부에 남아있다는 의미는, 다른 말로 하면 K리그 진출에는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말하자면 어디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

그런데 지금 주혁이 대표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진즉에 최고 대우로 모셔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귀가 맞지 않는 일인 것이다.

단체로 눈이 삔 건지.


“글쎄요.”

주혁은 단답했다.

물론 이유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해줘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자신조차 때때로는 그때 그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고는 했으니까.


“아예 명함 받은 적조차 없었어? 하다못해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든지 하는.”

맞은편의 프로 3년차 선수, 송창무가 물었다.

그는 대학 1학년을 마친 뒤 프로팀으로 향한 케이스였다.

그 또한, 이미 자신보다도 뛰어난 선수인 주혁이 아직도 취업자리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 그러고 보니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고 했던 팀은 있었지 아마.”

사실은 13년이나 지난 일인만큼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기억하건대, 아마도 대학 3학년 때, 스카우터에게 명함을 받은 적이 있었다.

‘자네에게 관심이 있으니 우선은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고 말이다.

아마도 그 팀이, 포항이었나.

“뭐? 진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되긴. 테스트 전 날쯤이었나? 다시 연락이 오더라고. 미안하지만 다른 선수로 결정되었으니 찾아올 필요 없다고.”

주혁은 과거의 기억을 꺼내보며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찾아올 필요 없다더라.’고 민재에게 대답했지만, 사실 그 때 스카우터의 반응은 좀 더 냉담했다.

테스트 전날 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던 주혁에게 전화해서는 “올 필요 없다.”고 매우 짧게 전하고 끊었을 뿐이다.

당시에는 분명 참담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원래 프로의 세계란 그런 것이라 애써 이해했다.

김춘수 감독과 같은 은사(恩師)가 있다면, 그런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실력이 없는 자신을 탓해야지.


“딱 하나는 확실하겠네.”

주혁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승훈이 씨익 웃었다.

마치 재미있는 장면이라도 상상하듯이.

“K리그 스카우터들 말이야, 지금쯤이면 다들 단장실에서 ‘대가리 박아’하고 있으리라는 거.”


***


승훈은 골잡이 일뿐만 아니라 천리안의 능력도 있는 것일까.

신기하게도, 12개의 K리그 구단의 단장실에서는 그의 말과 매우 유사한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단장.

그리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스카우터.

여기, 포항 스틸러스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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