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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연예기획사 사장의 아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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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작가
작품등록일 :
2018.05.3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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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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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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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난 너무 예뻐

DUMMY

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나와 감민정은 스튜디오 한쪽에서 잠시 대기했다. 감민정은 어머니와 함께 왔는데, 어머니 또한 굉장한 미인이었다. 감민정의 뚜렷한 이목구비가 모두 어머니를 닮은 것 같았다.


나는 감민정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곁에는 이번에 석태지와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 입사한 매니저가 장승처럼 서 있었다. 180에 가까운 큰 키에 시커먼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까지 끼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으니, 조폭처럼 보였다. 하지만 워낙 몸매가 날씬해서 조폭 두목처럼은 보이지 않았고, 그냥 이제 막 생활을 시작한 똘마니쯤으로 보였다.


스튜디오 안의 촬영스텝과 광고주인 아동복 업체 직원들은 물론 보조 모델 그리고 감민정까지 나와 매니저를 몇 번이나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사람들의 반복되는 시선에 민망하고 부끄러워진 나는 곁에 서 있던 매니저의 팔을 당기고 조용히 속삭였다.


“락기 형, 미안한데요, 실내에선 선글라스 좀 벗어주면 안 될까요?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 데···.”


홍락기란 이름의 매니저는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가, 곤란하다는 듯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도록 내 앞에 서더니 선글라스를 살짝 벗으며 속삭였다.


“준현아, 형이 선글라스를 벗으면 사람들이 더 쳐다볼 수도 있어.”


시커먼 선글라스 너머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그의 작고 가느다란 눈을 보고 난 탄식을 흘렸다. 그리고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꾹 참고 사과했다.


“···아, 미안해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홍락기는 괜찮다는 듯 찡긋 웃으며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내 곁에 섰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홍락기는 사실 일 년 후에 어느 방송사의 개그맨으로 데뷔한다. 원래 재주도 많고, 농담도 잘하는 무척 재밌는 사람인데 웬일인지 오늘은 말없이 내 곁에 서 있기만 했다. 그것도 장승처럼 가만히 서서.


“형, 그러지 말고 앉아요. 의자 있는데 왜 서 있어요?”


내 물음에 홍락기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귓속말했다.


“괜찮아. 주변에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아.”


맥락 없는 대답에 난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냥 편하게 앉아 계시라는 건데···.”


그러자 홍락기는 이번에도 주변을 경계하듯 훑어 본 뒤에 손으로 입을 가리며 귓속말했다.


“이 곳은 안전하니, 편하게 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아뇨. 전 편한데, 형도 편하게 앉아 계시라고···.”


그때였다. 주변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려왔다.


“쟤는 누군데 벌써 매니저를 데리고 다녀?”


“이제 보니까 매니저가 아니라 보디가드 같은데?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유명한 앤가?”


“보디가드라니까 멋있다. 그런데 보디가드라고 하기엔 너무 마른 것 아냐?”


“모르는 소리, 저런 일 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엄청 많이 해서 말라 보이는 거지, 벗겨보면 온 몸이 근육질이래.”


이제 보니까 이 인간이···!


난 홍락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분명했다.


3분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좀이 쑤셔서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는 사람이 웬일로 점잖게 있나 했더니, 보디가드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겁해 보이겠지만, 이럴 땐 엄마 소환술을 쓸 수밖에 없다.


“형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요. 계속 보디가드 흉내 내고 계시면 엄마한테 다 말할 거예요.”


그 말 한마디에 홍락기의 입꼬리가 떨림을 멈췄다. 그는 가볍게 헛기침 하고 내 옆에 앉았다.


“미안. 하지만 배우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배역에 몰입할 줄 알아야 하거든. 곧 일상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연기를 놓지 않아야 한단 말이지. 헷, 뭐, 그래서 그런 거니까.”


홍락기는 그렇게 말하며 어머니에겐 말하지 말라는 듯 중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어···? 중지?


난 재빨리 손을 뻗어 홍락기의 손을 붙잡았다.


“형, 근데, 이 가운데 손가락은 뭐죠?”


홍락기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곤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아, 하하하. 미안. 친구들하고 장난 칠 때 하던 건데, 이게 습관적으로 가운데 손가락이 올라와 버렸네. 진짜, 진심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줘.”


난 눈을 흘기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장난하던 습관 때문에 손가락 욕을 했다는 변명을 누가 순순히 믿겠는가? 하지만 난 사실 그의 말이 변명이 아닌 진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앞으로 일이 년 후에야 유명해지겠지만, 홍락기와 그의 친구들은 끼도 재능도 넘쳐나고, 무엇보다 악동이라고 할 만큼 장난기도 많다.


뭐,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수도예술대학 출신의 연예인들 중엔 소위 돌아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악의가 있는 건 아니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끼가 기행이라는 형태의 쇼맨십으로 발현 된 것이었다.


난 그의 중지를 곱게 접고, 검지를 세웠다. 그리고 입술을 앙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홍락기는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듯 씩 웃었다.


뭐, 그의 장난기를 이해하는 것도 이해하는 것이지만, 사실 홍락기를 통하면 엄청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 모질게 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때, 감민정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준현이라고 했지? 만나서 반가워.”


“네. 안녕하세요?”


“광고 촬영이 처음이라면서?”


“네. 그래서 좀 긴장돼요.”


감민정은 오늘 촬영 파트너가 될 나와 어색함을 줄여 보려고 일부러 말을 걸어 온 것이었다.


“사진작가님이나 스텝 언니 오빠들이 어떻게 하면 되는 지 다 알려주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누나한테 물어봐도 돼. 나도 도와 줄 테니까 처음이라고 겁먹고 긴장할 필요 없어. 알겠지?”


감민정은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었다. 아직 열한 살의 어린 나이지만, 프로의 느낌이 났다. 게다가 다정다감한 말씨에 부드러운 미소가 너무나 예뻤다.


“네. 고마워요. 누나.”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감민정이 활짝 웃으며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너 웃는 게 너무 예쁘다. 태후보다 더 귀여운 것 같아.”


남자에게 예쁘고 귀엽다는 말은 사실 그리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감민정이 그렇게 말해주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태후보다 더 귀엽다고? 그게 누구였지?


“고맙습니다. 근데, 태후가 누구예요?”


“태후 모르니? 정태후라고 ‘똑똑이 소강시’ 주인공이었는데.”


똑똑이 소강시란 말에 기억이 났다. 정태후는 감민정과 같은 아역출신 배우다. 귀여운 외모에다 연기도 잘해서 성인이 된 후에도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연극과 뮤지컬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인정받는 배우가 된다.


현재 활동 중인 아역 중엔 최고로 꼽히는 정태후가 비교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감민정과 조금씩 친해지고 있던 그때, 사진작가인 김한영이 우릴 불렀다.


“애들아, 이제 준비하자.”


우린 대화를 멈추고 김한영에게 갔다. 그는 우릴 나란히 세워놓고 잠시 지켜보더니,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 어울리네. 준현이가 한 살 어리지만 키도 비슷하고, 친구 같은 느낌이 난다. 그럼 촬영할 옷으로 갈아입고 와.”


김한영은 그렇게 말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엔 기다란 행거에 수십 벌의 아동복이 걸려 있었다. 옷을 갈아입는 데만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양이었다.


“이걸 다 찍어요?”


내가 놀란 얼굴을 하고 묻자, 김한영이 귀엽다는 듯 픽 웃었다.


“왜? 너무 많아서 놀랐니?”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감민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행거에 걸린 옷들을 대충 헤아려보며 이상하다는 듯 혼잣말했다.


“옷이 아직 다 안 왔나? 왜 몇 벌 안 되지?”


김한영은 감민정을 보라는 듯 눈짓했다.


“몇 벌 안 된다는데?”


“이게 얼마 안 되는 거라고요?”


난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되물었다. 그러자 이명욱이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이건 평소의 반 정도밖에 안 된단다. 준현이가 이런 촬영은 처음이라 우선 반 정도만 촬영하고 나머지 반은 저녁에 태후가 와서 촬영할 거야.”


처음인 나를 배려해서 원래 촬영해야 할 분량의 반만 가져온 게 이 정도라고? 대충 헤아려도 50벌은 넘을 것 같았다.


회귀 전, 엑스트라 일을 했을 때엔 기약 없는 기다림 때문에 괴로웠는데, 아동복 광고 사진 촬영은 이런 어려움이 있구나. 어머니가 왜 걱정스러워 하셨는지 이제야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런데, 내게 할당 된 옷이 절반 정도라면, 감민정은?


그때, 촬영 스텝들이 스튜디오 안으로 옷이 잔뜩 걸린 행거를 끌고 들어왔다. 저절로 입이 벌어질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그때, 감민정이 들어오는 옷을 보며 투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


“아, 이게 또 뭐예요.”


그럼 그렇지, 이렇게 많은 옷은 감민정에게도 부담스러운 게··· 아니네?


“이제 이렇게 어린애 같은 옷은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요. 엄마도 사장님도 다 거짓말쟁이야!”


감민정은 디즈니 만화에 나올 것 같은 공주드레스를 들고 울상을 지었다.


“이런 거 입고 찍으면 친구들이 자꾸 놀린다고요.”


감민정은 촬영해야 할 옷이 많은 것 보다, 유치한 공주 드레스를 입어서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것이 더 괴로운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회귀 전에 어느 시트콤에서 미단이란 배역을 맡았던 아역 배우는 친구들의 놀림에 자살 충동을 느끼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유학까지 가야했던 일이 떠올랐다.


어쩌면 아역 배우들이 성인 배우들보다 유명세로 인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역 배우들은 성장기에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니까.


유치한 드레스를 들고 울먹이는 감민정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감민정의 어머니와 이명욱 그리고 김한영까지 나서서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약속하며 감민정을 달랬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난 행거로 가서 다른 공주 드레스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감민정 앞에 가서 그녀에게 옷을 대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 혹시 촬영할 옷이 너무 많아서 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예요?”


그러자 감민정은 날 살짝 흘겨보았고, 주변에 있던 어른들은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 애에게 왜 또 찬물을 끼얹느냐는 듯 혼내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뭐야? 이제 보니 너 나쁘구나. 친구들이 놀린다고!”


그녀가 화를 냈지만,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는 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드레스가 이렇게 잘 어울리고 예쁜데. 진짜 공주 같잖아요. 아!”


난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듯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리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보니, 드레스가 유치해서 놀리는 게 아니라, 누나가 뭘 입어도 예쁘니까 그래서 질투하는 거네요. 그게 아니면 이렇게 예쁜 사람을 놀릴 리가 없어요. 유치한건 드레스가 아니라 누나 친구들이야.”


내 말을 들은 감민정은 조금 기분이 풀린 듯 새초롬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지, 진짜? 그렇게 생각해?”


난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살짝 윙크하며 말했다.


“당연하죠. 누나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예요.”


그러자 감민정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스몄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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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심금 +11 18.06.23 14,716 40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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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간절한 바람? +14 18.06.19 14,864 340 9쪽
17 재능에 노력을 더 한 +12 18.06.18 14,933 342 13쪽
16 캐스팅 +9 18.06.17 14,848 343 12쪽
15 사장 아들 차준현입니다 +11 18.06.16 14,812 323 13쪽
14 재능을 모으자 +7 18.06.14 14,633 298 9쪽
13 철 든 아이 +5 18.06.13 14,821 320 10쪽
12 신의 조언 +25 18.06.12 15,014 343 9쪽
11 군대 가자 +5 18.06.11 15,116 327 10쪽
10 내겐 대체 무슨 재능이? +7 18.06.10 15,326 313 10쪽
9 회귀를 해도 개객기는 개객기 +5 18.06.09 15,650 300 8쪽
8 계약 (1) +8 18.06.07 15,814 325 12쪽
7 인연 (4) +7 18.06.06 16,010 30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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