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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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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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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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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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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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온조 님의 넓은 아량이 아니었다면 당신들은 이 우주에 있을 수 없었어! 성무님이 단단히 화가 나셨는데도 온조 님 얼굴을 보고 참더라고, 나 같았으면 당신들 목을 단번에 잘랐을 거야!"

종알종알 쉼 없이 떠드는 이 녀석을 받아오는 게 가장 큰 실수였다. 로메로더칸이라 불리는 태양계를 빠져나오겠다는 생각만으로 모든 조건을 수락했던 것인데, 이 녀석의 수다를 듣느니 로메로더칸의 신들과 끝장을 볼 때까지 싸우는 편이 나았을 거 같다.

"당신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스가르드? 하오니? 맞지? 이 바롯님이 말이야 온조 님 부탁이 아니었으면 당신들을 따라오지도 않았어요. 내가 온조 님의 신뢰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알아? 다시 한번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에게 이야기해 내가 온조 님에게 부탁을 해서 말야.. 아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지? 태양계를 벗어났나? 아차차! 그렇지! 온조 님이 부른다고 했구나. 온조 님이 나를 통해서 당신들을 호출하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말하면 당신들은 우리 태양계로 곧바로 가야 하는 거야 알겠어?"

온조라는 이름의 작고 가냘푼 신과 몇 마디 말을 더 주고 받으며 그녀의 뒤에 있던 노란 주먹만 한 물체를 주기에 아무 생각 없이 받아왔다.

그 달걀처럼 생긴 작고 노란 물체가 로메로더칸의 신들과 교신을 할 수 있는 별의 추종자라는 설명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다.

로메로더칸의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더니, 태양계를 벗어나자 마치 봉인이 풀린 마냥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 그 덕분에 하오니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상처는 뭐야? 얼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슴에도 있네? 뭐야? 상처가 심한데? 누가 그런 거야? 이 바롯님에게 이야기해봐, 문제가 있으면

같이 해결해야지! 우리는 이제 팀이라고 같은 팀!"

아스가르드가 작은 중력 그물을 만들어 노란 달걀의 입을 봉해버린다. 입이라고 해야 바늘구멍 같은 구멍 서너 개가 전부다. 그곳에서 들려오던 소리를

중력 그물로 가둬버리니 전달되지 않고 뱅글뱅글 그물 안에서만 소리가 맴돈다. 한동안은 조용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노란 달걀이 떠드는 소리가 없어지자 고요한 우주만 남는다. 조금 더 벌어진 가슴과 얼굴의 상처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별다른 대책이 없는 아스가르드는 말없이 검은 우주를 지나가고 있다.

"어디로 가실 계획입니까?"

하오니가 어느 틈에 아스가르드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어디를 가든 네 속도에 맞춰 가려니 답답하다."

다시 말하지만 하오니는 이동속도가 느린 편이다. 브리즈드칸이 파괴될 때도 주위에 있던 하오니는 테온과 마르두크가 아다마스의 검을 달구어 검은 별에게 달려드는 걸 보고도 막지 못했다. 공격해 들어오는 그들보다 느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은 별의 폭발 파동으로 태양계 밖으로 날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스가르드를 보고 쫓아 왔지만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이동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그런 하오니의 이동속도에 맞춰 가려니 답답함을 느끼는 아스가르드였다.

"검은 별이 있던 자리로 가보자."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소멸하겠다는 회귀본능 같은 건 아니었다. 그냥 갈만한 장소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선택한 장소다. 지금쯤이면 별 사냥꾼 놈들도 모두 사라졌을 테고 어디를 가도 자신의 상황에 변함이 없다면 검은 별이 있던 장소가 소멸하기는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검은 별이 있던 자리' 라면 현재는 검은 별이 없다는 이야기입니까?]

아스가르드는 잠깐 그를 따라잡았다가 금세 뒤처져 헐떡이는 하오니를 돌아봤다. 하오니의 말소리가 아니었다.

[당신의 몸 상태가 궁금합니다. 제가 보기에 상처가 심해 검은 별의 치료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하오니를 돌아보고 옆에 있는 노란달걀을 쳐다봤다.

"네가 떠드는 거냐? 입을 막아두었던 중력 그물이 벌써 약해진 거냐?"

[입으로 전하는 말이 아닙니다. 정신 속으로 전해드리는 의식이 들리는 겁니다.]

노란달걀의 말소리가 확실하다. 그리고 소리가 아니라 텔레파시로 전해진다.

"입을 막아도 떠들겠다는 의지냐? 머릿속까지 시끄러워지겠는걸? 확 부숴 버릴까!"

[꼭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막아놓으신 입은 중력 그물이 약해질 때마다 한 번씩 막아주시면 간단히 해결될 겁니다.]

"그럼 이 머릿속을 울리는 텔레파시는 그 입과 다른 존재라는 뜻이냐?"

[약간 설명해 드리자면 저는 머리의 통제를 받지 않은 무의식적인 말들이 입으로 먼저 나오는 생명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담고 있던 혼잣말이 튀어나와 주위를 놀라게 한 적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의 입은 매 순간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포기하고 떠들게 놔둡니다. 그러나 정신 속 깊이에서는 온전히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노란 달걀의 정신은 온전하다? 그걸 믿으라고?"

[노란 달걀처럼 보이는 외형은 보호막입니다. 저는 원래 원생동물로 피부가 우주 공간에 있을수 있는 보호막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그 안에는 온조 님의 별빛을 나누어 받은 똑똑한 생명체가 있습니다.]

"온조라는 신의 빛을 받은 추종자라는 말이냐? 그것도 생명체?"

[네 그렇습니다. 저는 온조 님의 명령을 받아 아스가르드 님에게 연락을 전할 빛의 추종자입니다."

"그래 다 좋다. 그럼 네놈의 텔레파시는 무엇으로 막을 수 있냐?"

[몇 가지 궁금한 점만 풀어주신다면 조용히 있겠습니다. 조금 전 물었지만 검은 별이 없다고 하시는 것 같은데 당신의 상처를 확인하자면 그렇게 좋은 상황 같지 않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빛의 추종자에게 미주알고주알 내 상황을 말해줄 이유도 없고 그럴 기분도 아니니까. 그만 그 입...? 텔레파시를 조용히 하는 게 어떨까?"

[하지만 저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께서 이대로 소멸할 수도 있는데, 대책 없이 당신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가 소멸하면 너는 네 태양계로 돌아가면 될 것을 무슨 고민 할게 있냐?"

[온조 님과 약속이 있지 않으십니까?]

"바롯이라고 했던가? 너의 신과 한 약속이야 내가 소멸하기 전까지 유효한 것이지 소멸한 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단서 조항은 없었지 않으냐? 그리고 나야 소멸하면 그만인 것이지 내가 사라진 뒤에 약속 따위가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네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조용히 가자! 확 부숴버리기 전에!"

[네... 그리고 저는 생명체입니다. 함부로 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

"확! 그냥! 시끄러워 죽겠네!"

[네...]

온조라는 로메로더칸의 신에게 받아오면서 통신장치의 한 종류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노란 달걀이 생명체 그것도 별빛을 받은 추종자라는 말에 귀찮은 걸 하나 떠맡은 느낌이다. 로메로더칸의 태양계에서 어느 정도 떨어지면 우주 속으로 던져버리려 했는데, 그러지는 못할 듯 하다.

번거롭지만 얼마간 데리고 다니다 핑곗거리라도 생기면 그때 쫓아버려야겠다 마음먹는다.


--


페이다는 이제 검은 별이 이 자리에서 폭발했다는 가설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되었다. 넓게 퍼져있는 성운과 그 사이에 별빛을 반사하는 천체들은 검은 별이 폭발하면서 퍼진 게 틀림없다. 특히 다른 별의 폭발에선 성운 옆에 작은 가루로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같은 탄소성분들이 소행성 크기로 불순물 하나 없이 깨끗한 투명도를 자랑하는게 신비로웠다. 거대한 압력과 높은 온도가 있었다는 증거다.

검은별이 있었다고 생각되는 중앙에서도 작지만, 세밀히 느끼면 감지할 수 있는 중력도 남아있었다. 별의 중력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다른 별이 파괴된 자리에서 감지할 수 있던 중력보다 몇천 갑절 강한 힘이었다. 이런저런 증거들을 수집하던 페이다는 어느 순간 이곳에 검은별이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를 만나게 된다. 바로 검은별의 신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별 사냥꾼 뒤를 따라다니는 청소부인가?"

아스가르드는 별 사냥이 끝난 태양계에서 다이아몬드와 같은 탄소 덩어리와 찌꺼기 같은 희귀원소들을 수집해 가는 집단이 있다고는 알고 있었다.

별 사냥꾼들이 청소부라고 부르는 이 집단은 하이에나처럼 별 사냥이 끝난자리를 다시 한번 훑어내 필요한 원소를 수집했다.

연구를 위해 너저분한 짐을 하나 가득 등에 짊어진 페이다를 아스가르드는 청소부라고 생각했다.

"너희들이 좋아한다는 탄소 덩어리들은 성운 쪽에 붙어있던데 그쪽으로 가지 않고 왜 검은별이 있던 중앙을 서성이지?"

보통 청소부들은 태양계의 외곽에 별 사냥꾼들이 수집하지 않은 곳에서 희귀원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대부분 희귀원소보다는 다이아몬드 같은 탄소 덩어리를 좋아했다. 그런 탓에 아스가르드는 청소부를 마주 할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여기 있던 검은별의 신이요? 내 행색이 볼품없지만 그래도 별의 신이요 알아볼 게 있어서 잠시 있는 것이요."

"별의 신이라고?"

아스가르드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가 별의 신이든 청소부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청소부든 아니든 파괴당한 남이 별자리는 뭐가 궁금하다고 살펴보고 있는 것이오?"

"궁금할 수 밖에요. 이렇게 커다란 흔적을 남기는 별이 폭파됐는데, 어떤 이유인지 궁금하지 않겠습니까? 보아하니 많이 다친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페이다는 아스가르드 신경에 거슬리지 않도록 정중히 질문한다.

"검은별의 신이 다치는 이유야 일일이 설명하지 못할 만큼 많이 있는 것이고, 내가 왜 누구인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내 사정을 말해야 합니까? 그만하고 이 자리에서 떠나주는게 어떻겠습니까?"

페이다의 정중한 물음에 아스가르드도 적당한 예의를 차리며 이야기를 한다.

"나야 이쯤하고 가도 그만입니다만, 당신은 그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는 회복 불가능 할 것처럼 보이오. 이 검은별의 신이었다면 치료받을 별도 없을 것이데 그냥 두어도 괜찮겠소?"

아스가르드는 긴 턱수염과 숱이 듬성듬성한 머리까지 하얀색인 그가 백색왜성의 신이라는 걸 알았다. 우주에서 두어 명 만난 적이 있는데, 특별히 신경 쓰고 본적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백색왜성의 신들은 그들의 경험과 노련미에 대해 대우를 받는 것이지 전투력은 형편없었다.

백색왜성의 신이 귀찮아지는 아스가르드는 힘으로 밀어버릴까 생각하다, 상처로 새어 나오는 빛을 보며 더 힘을 쓰면 좋지 않을 거 같아 포기했다.

"그렇게 보이시면 치료라도 해주시겠다는 겁니까?"

"뭐, 빛 에너지를 나눠줄 순 없지만 벌어진 상처 정도는 치료해서 나오는 빛을 줄여줄수는 있소!"

"아..! 그러시군요... 혹시 제가 부탁 하면 들어주시겠습니까?"

한순간 아스가르드의 태도가 공손해졌다. 아스가르드는 앞에 있는 신의 지저분한 외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도와줄 은인이 앞에 있을 뿐이었다.

"치료를 해줄 수는 있지만, 그 행위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이요? 이를테면.."

"원하는게 무었입니까? 제가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아스가르드의 대답이 빨라졌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주에 대해 연구해 오고 있소이다. 이번에 우주에서 큰 폭발이 발생하는 걸 보고 여기까지 찾아오게 되었는데. 당신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으나, 나로서는 검은별의 주검과 마주하게 되는 큰 행운이 되었소. 그래서 이런저런 연구자료가 필요한데 마침 그 별의 신과 함께 있으니 내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소? 이 검은별의 폭발에 대해 내게 설명해 줄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어르신께서 제가 필요하다면 도와드려야지요. 저... 그런데 저도 어르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상처를 치료해주셔서 제 남은 시각을 연장해주신다면 저도 도움을 드릴 시간이 많아지지 않겠습니까?"

하오니는 이렇게 공손한 표현을 하는 아르가르드를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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