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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축구는 상태창으로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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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조
작품등록일 :
2018.06.0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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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DUMMY

올림픽 대표팀 예비 엔트리가 발표되고 나서 윤남은 평생 받을 전화를 다 받은 느낌이었다.

평소 연락도 안 하던 먼 친척부터 초등학교 동창생까지.


'후우. 누가 보면 국가대표팀에 정식으로 선발된 줄 알겠네.'


하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윤남은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순간은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기고 싶었다.


- 축하해 남아.


허재경으로부터도 전화가 왔다.


- 고마워.

- 알고 있었어? 올림픽 대표팀 훈련생 명단에 들어갈지?

- 응, 백호기 대회 때 장태원 감독님이 직접 찾아와서 언질을 주시긴 했어.

- 야 너 웃긴다. 그런데도 날 만났을 때 아무 얘기도 안 했던 거야? 치사하게.

- 미안. 얘기가 미리 새나가서 좋을 건 없으니까.

- 야! 그 얘긴 더 웃긴다? 그건 날 못 믿는단 소리야? 다음에 만나기만 해봐.

- 으흐흐. 한번 봐주라. 이강현 만나면 싸인 받아 줄게. 너 이강현 팬이잖아.

- 치. 그래 한번 봐줬다. 그나저나 너 진짜 출세했네. 그런 얘기도 다하고. 어쨌든 많이 배우고 와.


물론 윤남은 많이 배우고 올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마주친 선수들보다 한 차원, 아니 두 세 차원은 더 높은 선수들과 훈련을 하기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마냥 배우기만 할 생각은 아니었다.

본인의 강점을 최대한 어필하여 최종예선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

이것은 박지호와의 은밀한 약속이기도 하였다. 


 [요즘 재경이랑 연락 자주 하네?]

"재경이가 칼럼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잖아요. 필요한 사진도 보내줘야 하고. 뭐. 걔가 원래 완벽주의자 스타일이라 한 번 시작하면 정말 120 퍼센트 혼신을 다 하거든요. 주변 사람들 피곤하게할 정도로 말이에요."

[음, 설명이 너무 구구절절 하다? 너 원래 말 그렇게 길게 안하잖아.]


"아 또, 무슨 얘기가 듣고 싶은 건데요!"

[아무리 드리블을 주구장창 해도 슈팅을 안 하면 골은 들어가지 않아.]

"글쎄요. 무슨 얘긴지 못 알아 듣겠습니다만?"

[좋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줄게. 재경이 괜찮지 않냐? 얼굴 이쁘지. 성격 야무지지. 공부도 엄청 잘한다면서. 네 놈의 덜 떨어진 부분을 잘 커버해줄 만한 최적의 여자잖아. 이제 알아 듣겠어?]

"우린 그런 사이 아니래도 참 집요하시네요."

[아놔. 이 빡구 자식.]


* * *


올림픽 대표팀의 첫 소집일이 되었다.

이번 대표팀 소집은 특별히 K리그 각 구단들의 협조를 얻어 이른 시기에 모인 것이기에 일본파, 중국파, 유럽파 등의 각종 해외파는 아직 합류하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당분간은 국내파만이 단출하게 모여 훈련을 실시할 예정.

그리고 이 기간 중에는 명성대학과의 연습경기도 잡혀 있었다.


"윤남선수, 박지호 선수. 두 사람은 훈련생 신분으로 올림픽 대표팀에 깜짝 소집이 되었는데요, 소감은 어떠신가요?" 


윤남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 들이고 나서야 정말 올림픽 대표팀에 소집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네, 우선 저희를 좋게 봐주시고 훈련생으로 뽑아주신 장태원 감독님께 감사드리며..."


투머치토커 박지호의 길고 긴 답변이 시작되었다.


[아, 이거 또 시작되는 구만. 취재진들 죽어 나겠어.]


신인들의 간단한 각오 한 마디를 들어 보려 시작한 인터뷰.

하지만 박지호의 인터뷰가 멈출 줄을 모르자, 당황하는 취재진이었다.


박지호는 마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하듯 대표팀 훈련생으로 뽑힌 소감을 장황하게 이야기 하였는데, 어느 순간 삘을 제대로 받았는지 혀의 무브먼트는 갈수록 현란해지고 있었다.


".....했으며, 그다음 각오로는 올림픽 대표에 같이 소집되신 선배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네!!! 선배들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박지호 선수, 윤남선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결국 취재 기자는 노련하게 인터뷰를 끊으며 황급히 물러 났다.


[박지호 얘, 조만간 기자들 사이에서 블랙 리스트에 오를 듯.]


*


"너희들이 이번에 훈련생으로 들어온 고등학생들이구나."

"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윤남과 박지호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했다.


"됐어 됐어. 여기 군대 아니니깐, 그렇게까지 할 건 없고 혹시 나 알고 있어?"


모를리가 없었다.

올림픽 대표팀의 주장 박선우.

수원 유나이티드의 주전 미드필더이자 올해 국가대표 데뷔전도 치른 나름 잘 나가는 대세 선수였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

"그래, 너희 두 사람 아마 같은 학교라지?"

"네. 동명 고등학교라고."

"그래, 얘기 들었어. 백호기 우승 축하하고, 아 참! 너희 둘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설왕설래에 대해선 너무 신경 쓰지마. 참 웃긴 사람들이야, 어떻게 깔 게 없어서 우리 감독님의 청렴성을 물고 늘어지냐."


박선우도 대표팀 선발을 둘러싼 기본적인 여론의 분위기는 알고 있었다.


대표팀 내에서 장태원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절대적.

방금 박선우가 언급한 청렴성만 놓고보면 장태원 감독은 털어도 먼지 하나 나지 않을 인물이었다.

그리고 끊임 없는 전술 연구와 선수 지도에 대한 열정으로 모든 선수들을 감동시키는 그런 감독이 바로 장태원이었다.


"아, 진짜 우리가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1분만 잘 막았어도."


박선우는 아직도 그 날의 기억만 떠올리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최철우의 선제골로 이란을 계속해서 리드해 나가고 있었다.

후반 90분이 다 지나고 인저리 타임으로 주어진 시간은 3분.

그리고  인저리 타임 3분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그런 시간대에 대형 사고는 터지고 말았다.

마지막 공격을 시도하던 이란 공격수 하메드 하다디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

반칙을 범한 황현주는 국민 역적이 되고 말았다. 


"너무 아쉬웠어요 선배님. 하다디 그 자식 명백한 시뮬레이션이었는데."

"맞아요. 저도 그거 보면서 열받아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윤남과 박지호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날의 일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졌다.


"지나간 얘기 해서 뭐하냐. 어쨌든 그런 위협적인 찬스를 준 우리에게도 책임은 있는 거지. 그것만 아니었어도 우리 감독님이 이렇게 욕을 먹고 있진 않았을텐데."


박선우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흔히 말하는 '축만없다' (축구에 만약이란 건 없다) 지만 그날 한국이 원정에서 1승을 챙길 수 있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이 5승 1무, 이란이 5승 1패가 되어 쫓기는 쪽은 이란이 되었을테니 말이다.


[하여간 한국은 이란이랑 엮이기만 하면 문제야 문제. 조용히 넘어갈 때가 별로 없어. 게다가 이란 놈들은 아직까지 6:2를 들먹이고 있다니깐. 정말 3자인 내가 봐도 어이 없을 지경이야. 그게 벌써 27년 전 일인데.] 


주장 박선우 외에도 다른 선배들 역시 윤남과 박지호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

으레 뉴페이스가 들어오면 겉으로는 한없이 반겨주는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론 경쟁자로 인식하고 경계하기 마련.

하지만 이 두 명은 워낙 어린 선수인데다가 예비 엔트리로 들어온 훈련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그런 위협조차 주지 못하였다.


- 진짜 얼굴만 보면 어리긴 어리다.

- 완전 애기네 애기.

- 저 나이에 벌써부터 주목 받으면 멘탈이 감당 안될텐데. 

- 주목까진 아니지 않나? 그냥 예비 엔트리에 이름 올린 것 뿐인데.

- 몇 살이라도 어린게 부럽다 부러워.


 두 사람은 그냥 어리다는 특징말고는 화젯거리도 되지 못하였다. 


 *


장태원 감독이 등장하고 간단한 브리핑 후에 대표팀의 첫 훈련이 시작되었다.

현재 소집된 인원은 해외파를 제외하고 총 19명.

훈련생인 윤남과 박지호까지 포함된 인원이니 자체 홍백전을 치르기에도 애매한 인원수였다.


"오늘은 첫날이니 간단하게 몸만 풀도록 하겠다."


​첫번째 훈련 코스는 두 명이 짝을 지어 가볍게 패스를 주고 받으며 마지막엔 슈팅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수비없이 운동장 끝에서 끝까지 자유롭게 이동하며 가볍게 몸을 푸는 열려있는 훈련 방식.


​윤남은 자연스럽게 박지호와 짝이 되었다.


​- 어디 얼마나 하나 볼까?

- 어린 나이에 소집된 걸 보면 기본기는 탄탄하겠지 뭐.

- 맞아. 경험 부족이나 완성되지 않은 피지컬을 제외하면 꽤 괜찮은 수준일 듯.


​귀염둥이들의 차례가 되자 선배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축구라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게 하는 이들이다.

게다가 이 연령대에선 그야말로 날고 기는 엘리트들.

수십 개의 매의 눈이 느껴지자 윤남과 박지호 두 사람은 약간의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슈우웅-


멀리서 박지호의 패스가 날아 왔다.


[우아한 퍼스트 터치(C)가 발휘됩니다.]


착!


깔끔하게 볼을 받아낸 윤남.


- 오오! 느낌 있다.

- 박지호는 쟤는 패스하는 폼만 봐도 알겠다. 테크니션이야.


윤남은 다시 박지호가 쇄도하는 공간으로 공을 밀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박지호의 논스톱 패스를 건네 받은 윤남.


펑-


윤남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 오오! 둘 다 발이 엄청 빠른데?

- 박지호는 그렇다쳐도 윤남도 저 신장에 준족이잖아!


대표팀 선배들은 이 두 귀염둥이들을 흥미롭게 바라 보았다.


[왜 바티의 특성을 사용하지 않은 거냐? 여기서 대포알 슈팅 한방 쾅 때려주면 널 보는 시선이 달라질텐데.]


하지만 윤남은 굳이 이런 기본 훈련 코스에서 무리하게 자신이 가진 걸 다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하루 이틀로 끝날 훈련 일정도 아니었고 장태원 감독도 이미 자신의 슈팅력은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키퍼도 없는 골문에 오버하진 않았던 것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 종종 있을 자체 홍백전에서 꾸준히 임팩트를 남기는 일.

장태원 감독에게 고교 대회가 아닌 상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어필해야 했다.


그리고 이어진 두번째 훈련은 드리블에 중점을 둔, 본격적으로 볼감각을 끌어올리는 코스였다.


쭈욱 길게 늘어진 콘을 지그재그로 피해 돌아오는 단순한 방식.

흔히 하는 기본 훈련이지만 선수들은 이 훈련에선 묘하게 경쟁 의식을 갖게 된다.

'속도' 라는 객관적인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

타이머로 기록을 재진 않지만 선수들끼리는 다 알 수 있었다.

누가 더 능숙하고 빠르게 코스를 주파했는지를.


[너 어쩔 거냐? 드리블 능력치 61. 낄낄낄.]


메날두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윤남을 보고 낄낄대며 웃었다.


그리고 선배들의 순서가 모두 끝나고 박지호의 차례가 되었을 때 이곳에 있는 모두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압도적.

정말 압도적이라는 단어 외에는 적합한 표현이 없었다.

딱 봐도 박지호의 드리블 스피드는 여기 있는 모두를 상회하고 있었으니까.


'뭐야 저 녀석.'

'고교 무대를 완전히 씹어 먹었다더니 장난이 아니잖아.'

'테크니션일거란 느낌은 있었는데 진짜 물건이다.'

'아까 보니깐 윤남도 준족이던데 얘도 설마?'


다들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박지호의 드리블 스피드에 제대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윤남의 순서.

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남의 발 끝에 시선을 고정했다.


작가의말

또 한번 후원금을 보내주신 khr8306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용기를 얻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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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외모 전쟁 +26 18.07.14 10,145 363 12쪽
36 영혼의 단짝 +12 18.07.13 10,794 362 11쪽
35 무서운 신예 +12 18.07.12 11,415 381 11쪽
» 새로운 도전 +14 18.07.11 11,926 334 11쪽
33 그린 라이트 +11 18.07.10 11,841 341 12쪽
32 윤남의 엄마 사랑 +13 18.07.09 12,556 349 12쪽
31 맨 오브 더 매치 +20 18.07.07 13,394 381 10쪽
30 완전체 +27 18.07.06 13,079 359 9쪽
29 킬러 +6 18.07.05 12,988 338 9쪽
28 윤남은 쎄게 때린다. +20 18.07.04 12,946 361 10쪽
27 준결승전 +8 18.07.03 13,323 343 9쪽
26 내기 +10 18.07.02 13,533 311 10쪽
25 거침없이 대포킥 +11 18.06.30 14,154 342 10쪽
24 16강전 +14 18.06.29 14,212 335 11쪽
23 자존심 대결 +10 18.06.28 14,298 334 10쪽
22 카더라 통신의 진위는? +14 18.06.27 14,139 330 9쪽
21 우아한 퍼스트 터치 +15 18.06.26 14,167 337 9쪽
20 다섯 경기만 더 +8 18.06.25 14,240 333 9쪽
19 고민에 빠진 감독 +8 18.06.23 14,847 304 10쪽
18 멀티 플레이어 +7 18.06.22 14,629 320 9쪽
17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13 18.06.21 14,716 323 10쪽
16 편파적인 하이라이트 +18 18.06.20 15,037 329 10쪽
15 회귀? +8 18.06.19 15,040 333 10쪽
14 당신의 예술 점수는... +8 18.06.18 14,831 301 9쪽
13 출격 +6 18.06.16 15,118 276 9쪽
12 대회 시작 +9 18.06.15 15,725 330 10쪽
11 나의 축구 요정은 설명충 +8 18.06.14 15,936 318 9쪽
10 수련의 필드(2) +23 18.06.13 15,832 3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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