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아르바이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견월
작품등록일 :
2018.06.06 11:21
최근연재일 :
2018.12.07 14:19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4,537
추천수 :
312
글자수 :
239,993

작성
18.06.17 21:37
조회
491
추천
10
글자
8쪽

7회 - 미행

DUMMY

수호는 이래저래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싶어서 아오랑에게 청해서 합정역 부근에서 차를 내려서 망원동의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오늘 밤 저택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금도 저택에서는 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의문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미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아오랑의 말을 떠올리가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망원역 부근 골목길을 걷고 있을 때에 다시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토요일 밤 선미와 헤어져서 걷고 있을 때에 들었던 것과 같은 이상한 소리였다. 귓바퀴를 통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머릿 속을 울리는 것같은 소리.


걷기를 멈추자 발자국 소리도 멈췄다. 수호는 골목길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시 뒤에 다시 같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미행하는 것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발자국 소리가 크게 들리지?’


수호는 더욱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발자국 소리도 빨라졌다.


‘이건 혹시 내가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는 건가?’


수호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 골목길 모퉁이를 돌 때에 뒷쪽 멀리서 남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수호는 깜짝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길모퉁이 담벼락에 등을 딱 붙이고 서 버렸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지만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잠시 후, 더 이상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자 수호는 용기를 내서 조심스럽게 담벼락 모퉁이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서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살폈다. 그리고 저만치 멀리 가로등 아래에 사람의 형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형체는 그대로 꼼짝 않고 엎드려 있는 듯이 보였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에 수호는 조심스럽게 가로등 아래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국방색 자켓을 입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술이 취한 건가?


“아저씨, 아저씨,”

수호는 허리를 굽혀서 남자의 어깨를 툭툭 건드려 봤지만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수호는 남자를 밀어서 돌려 눕혔다. 남자는 사오십대 정도로 보이는 평범한 얼굴인데 어딘지 잠을 자듯이 평온해 보였다. 숨을 쉬고 있으니 죽은 건 아니었다.


‘이걸 어쩐다···’

어쩌지 못 하고 난감해 하고 있을 때에 마침 골목길 어귀를 천천히 지나가는 경찰차를 발견하고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갔다.


“저기요!”



***



수호가 파출소에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은 몇 년전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술집에서 다른 테이블 청년들과 시비가 붙었을 때였다. 다시 떠올리기 싫은 부끄러운 기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망원동 파출소 안에서 경찰관을 마주한 책상 앞에 낯선 중년 남자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저를 미행한 게 아니에요?”

수호가 다시 캐물었다.


“미행은 내가 무슨 미행을 해요? 나는 그냥 내 길을 가던 거구먼.”


마주 앉은 경찰관이 피곤한 얼굴로 귀찮다는 듯이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길을 가다가 뒤에서 비명이 들려서 돌아가 보니 이 아저씨가 쓰러져 있었고, 아저씨는 자기 길을 걷다가 헛것을 보고 기절했다, 이거죠?”


“헛것이 아니라니께요! 정말로 똑똑히 봤다니까 그러네. 커다란 호랑이, 집채만하게 큰 거!”

남자가 인상을 쓰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 그러니까. 몸은 없고 커다란 호랑이 머리만 둥둥 떠 있었다 이거 아니에요. 맞죠?”

경찰관이 되묻자 남자는 오히려 자신의 진술에 자신이 없어졌는지 조금 풀이 죽은 투로 대답했다.


“아, 네. 그렇죠··· 그, 정말인데. 그런데 그게 나중에는 몸까지 다 생겨서···”


“어이, 김계장! 거, 뭐, 어차피 특별한 사건도 아니고 그 아저씨들 어디 다치신데 없으면 그만 돌려 보내지 그래!”

다른 탁자에 상급자로 보이는 경찰관이 이쪽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아, 네. 그러겠습니다.”

김계장이라는 경찰관이 씩 웃고는 다시 수호와 남자를 보고 말했다.


“그러니까, 뭐, 여하튼, 김수호씨는 차무송씨가 본인을 미행한 것 같다는 거고, 차무송씨는 그런 일 없고 그냥 길을 가다가 귀신을 보고 기절한 거. 그게 전부죠? 맞죠?”


‘차무송’은 파출소에서 알게 된 중년 남자의 이름이었다.


“일단, 저는 이 아저씨를 따라간 게 아니고요. 그리고, 그건 귀신이 아니라, 아 나 참. 제가 똑똑히 봤는데 호랑이였어요. 바로 내 눈 앞에 집채만한 게 딱!”

남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하자 김계장은 다시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아, 알겠다니까요. 그런데 술냄새도 안 나시는 걸 보니 약주도 안 하신 거 같은데. 이 김수호씨는 문명대 대학원생이고, 차무송씨는 직업이 뭡니까?”


“저는 말이죠,”

갑자기 남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마치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김계장만 알고 있으라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국정원 소속입니다.”


바로 옆의 남자의 말을 듣고 수호는 기가 막혔다. 국정원이라고? 하지만 김계장의 안색은 심각해졌다.

“국정원이라고요?”

“네. 국정원.”

남자가 다시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 공무원 사칭은 큰 죄에요. 거짓말이면 큰일납니다.”

“아, 정말이라니까 그러네. 국정원 소속!”

이번에는 남자가 답답하다는 듯이 언성이 높아졌다. 그 소리에 파출소 구석 소파에 누워 있던 취객이 부수수 기대 앉으면서 술이 한참 덜 깬 목소리로 한 마디 했다.

“그래, 나도 국정원이야! 안기부! 니들이 나한테 이러면 안 돼!”


김계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남자에게 다시 물었다.

“국정원 어디 소속이에요? 신분증 있어요?”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국정원 미지분데. 여기 신분증.”


남자가 외투 안주머니에서 얇은 검정 수첩을 꺼내서 조심스럽게 내밀자 김계장은 수첩을 펼쳐서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다가 다시 아까 그 상급자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소장님, 이 아저씨가 국정원 직원이라는데요! 신분증도 있다는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뭐? 국정원?”


소장이 다가와서 수첩을 건네 받고는 역시 미심쩍은 표정으로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잠깐 기다려 보라고 말한 뒤에 책상에 놓인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아, 네? 그런 게 있어요? 아, 네. 네.”


소장은 한참을 확인을 한 뒤에 전화를 끊고는 수첩을 김계장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미지부라는 게 정말로 있다네. 별 일 없으면 이 분들 이만 돌려 보내.”


김계장이 돌려주는 수첩을 남자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받아서 다시 외투 안주머니에 넣었다.


“자, 그럼, 두 분 그만 가 보세요. 밤길 조심하시고요.”

김계장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


국정원 미지부 소속이라는 남자와 함께 파출소 문을 나오면서 수호는 아직도 어리둥절했다.


“아저씨 정말 국정원이에요?”

“아, 그렇다니까. 조용히 말해.”

“그런데 왜 저를 쫓아왔어요? 국정원이 요즘도 민간인 사찰해요? 나는 학생 운동하는 것도 아닌데?”

“누가 누구를 쫓아갔다고 그려? 나는 그냥 내 길 가던 길이었다니께.”


수호는 옷차림부터 말투까지 허술해 보이는 이 사내가 아직도 그리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따라가는 걸 알았댜? 나는 프론데···”

남자가 혼잣말 하듯 말하자 수호는 기가 막혔다.


“거봐요. 저 쫓아온 거 맞네요!”

“아, 아니여. 그냥 따라갔다고. 앞에 가니까 길이 맞은 거지. 학생은 갈 길 가, 나는 학생 집하고 반대 방향이니까!”


남자는 황급히 수호와 반대 방향으로 뛰듯이 멀어졌다. 수호는 더 따라가서 따질까 하다가 관뒀다. 모든 게 황당하고 피곤하기도 했다. 국정원 미지부 직원? 호랑이 귀신? 아미의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남자가 멀어지면서 한 말이 생각났다. 우리 집하고 반대 방향이라고?


작가의말

일요일 밤에 카페에 나와 앉아 있으니 스피드가 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상한 아르바이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드디어 1부가 끝났습니다!!! 18.12.07 71 0 -
공지 며칠 안에 40회 올리겠습니다. 18.11.17 72 0 -
공지 그 동안 연재가 뜸했네요. 오늘 20회 올렸습니다! 18.09.02 143 0 -
47 47회 - 이상한 아르바이트: 1부 완결 18.12.07 111 4 8쪽
46 46회 - 남은 사람들 18.12.05 83 3 10쪽
45 45회 - 붕괴 18.12.03 115 3 9쪽
44 44회 - 지구촌 마을의 결투 (6) 18.12.02 77 3 13쪽
43 43회 - 지구촌 마을의 결투 (5) 18.11.28 102 3 13쪽
42 42회 - 지구촌 마을의 결투 (4) 18.11.24 88 3 10쪽
41 41회 - 지구촌 마을의 결투 (3) 18.11.21 83 3 9쪽
40 40회 - 지구촌 마을의 결투 (2) 18.11.18 126 3 11쪽
39 39회 - 지구촌 마을의 결투 (1) 18.11.11 163 3 11쪽
38 38회 - 박물관의 조우 (2) 18.11.08 139 2 8쪽
37 37회 - 박물관의 조우 (1) 18.11.03 112 3 10쪽
36 36회 - 귀환 18.10.31 122 2 9쪽
35 35회 - 선미의 이야기 (3) 18.10.27 209 3 15쪽
34 34회 - 선미의 이야기 (2) 18.10.24 151 4 14쪽
33 33회 - 선미의 이야기 (1) 18.10.21 209 3 11쪽
32 32회 - 박물관, 경월, 달문각 18.10.20 152 3 17쪽
31 31회 - 그들을 놓아 보내다 18.10.17 174 3 12쪽
30 30회 - 코끼리 문갑 18.10.14 214 3 11쪽
29 29회 - 낚시터 청수원 (2) 18.10.13 166 5 6쪽
28 28회 - 낚시터 청수원 (1) 18.10.11 199 4 18쪽
27 27회 - 달문관의 하룻밤 (3) 18.10.06 244 3 10쪽
26 26회 - 달문관의 하룻밤 (2) 18.10.03 221 3 9쪽
25 25회 - 달문관의 하룻밤 (1) 18.09.30 213 4 15쪽
24 24회 - 한밤의 대책 회의 (3) 18.09.26 314 7 9쪽
23 23회 - 한밤의 대책 회의 (2) 18.09.25 261 5 11쪽
22 22회 - 한밤의 대책 회의 (1) 18.09.16 286 6 11쪽
21 21회 - 달문각에서 (2) 18.09.08 285 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