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눈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호리이벨
작품등록일 :
2018.06.07 11:51
최근연재일 :
2018.08.06 23:42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023
추천수 :
1
글자수 :
77,045

작성
18.06.24 12:53
조회
73
추천
0
글자
8쪽

ep.7 결심2

DUMMY

짙은 어둠 사이를 뚫고 다시 달빛이 드러났다. 펠은 자경단 건물에서 약간 떨어진 폐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도착한 이후 줄곧 새벽이 되기만을 기다렸고, 드디어 그 시간이 다가왔다. 근처를 순찰하는 자경단원의 모습이 간간이 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느슨한 경비 상황에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이 정도 일리가 없는데.’


건물과 나무의 그림자를 방패 삼아 조금씩 조금씩 목표를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의 간격이 되자 궁금하던 수수께끼가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내일 받을 포상금 얘기를 안주거리로 대부분의 자경단원은 술잔을 연거푸 기울이느라 정신이 없던 탓이었다.


절반 이상이 그대로 곯아떨어져 테이블을 베개 삼아 누워있었고, 나머지 인원들 역시 인사불성이 된 상태로 횡설수설하며 깨어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극소수의 자경단원들이 경계를 서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 얼굴 역시 불그스름한 것을 비추어 볼 때 그렇게 착실하지는 않아 보였다.


“ 한 잔 더할까? 어차피 다 마시는 중이잖아. 남은 술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착실하지 않은 자경단원이 그 옆에서 같이 경계를 서던 동료를 향해 말했다.


“ 아까 많이 마셨어. 지금도 알딸딸한데 더 마셨다가는 서 있지도 못해.”


그렇게 말한 인물은 조금은 더 착실한 편인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말과는 다르게 남아있는 술병의 개수를 체크하고 있었다.


“ 어차피 아무도 안 올 거야. 아니 못 오는 거지. 여기에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공범이 되는 증거잖아.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오겠어. 자자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우리도 즐겨야지."


" 에헤이 이 사람이 참. 알았어, 알았다고.“


결국, 못이기는척 하며 비어있는 테이블을 향해 착실하지 못한 자와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착실한 자가 움직였다. 그들이 말한 대로 감옥에 갇혀 있는 자가 자신의 능력으로 벗어난다면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려고 한다면 그것은 무조건 같은 죄목을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서움은 모르는 이가 거의 없는 사칭사기범 아닌가.


하지만 그 무서움을 충분히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다가가는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펠이었다. 근처에 가까워질수록 입에서는 소리 없는 입 모양으로 한 발자국에 한 마디씩 욕설을 내뱉었다.


모두의 눈을 피해 건물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한 펠은 조심이 문을 열고 내부를 살폈다. 어두운 실내는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벽 사이의 돌 틈으로 비추어지는 달빛을 불빛 삼아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바닥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잠시, 이윽고 세로로 높게 뻗은 나무의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지며 주변의 사물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올 때가 돼서야, 새어 나오는 달빛 근처에 쓰러져 있는 한 인형(사람의 형상)을 발견했다. 루나였다.


“ 콩! 콩!”


펠은 나무창살을 때리며 인기척을 알렸다. 하지만 누워있던 루나는 움직임이 없었다.


‘ 뭐지? 설마???’


불길한 기운이 엄습했다. 펠은 작은 목소리로 연거푸 루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 루나! 자고 있는 거야? 일어나봐!”


펠의 눈빛은 걱정에서 불안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결말은 너무나도 싫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오롯이 자신이 희생만 하게 되었다는 느낌이 참을 수가 없었다.


“ 일어나란 말이야! 뭐하는 거야!”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귀가 밝은 사람이라면 밖에서도 충분히 들릴만한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소음에 대한 걱정을 깊게 할 여유가 없었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미 아시다시피 밖에는 온전한 청각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점이었다. 조용한 부르짖음이 이어지길 한참, 기대에 부흥한 것인지 죽은 듯이 누워있던 루나가 움찔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누구??”


“ 나야 나. 펠이야.”


“ 펠? 펠!!”


목소리를 들은 루나는 순간 기쁜 목소리로 반기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 여기는 어쩐 일이야? 나한테 무슨 일로?”


“ 구해주려고 왔지. 자 같이 여기를 빠져나가자. 잠시만 있어 봐.”


펠은 루나의 말투가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기쁨과 아주 약간이지만 루나가 무사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자신의 짐가방에서 락픽(자물쇠를 여는 도구)를 꺼내며 커다란 자물쇠를 따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떠한 일을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능숙하고 재빠른 움직임이었고, 굳게 잠겨진 문은 의외로 손쉽게 열렸다.


열린 문으로 펠이 루나에게 손을 뻗었다.


“ 빨리 움직이자. 시간이 얼마 없어.”


“ 난 너를 못 믿겠어. 나를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


“ 뭐???”


루나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펠은 한순간 말문이 막힌 채 아무 말도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루나는 믿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 진실이었다는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은듯했다. 둘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한동안을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용해진 만큼 주변의 소리가 더 민감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멀리서 다수의 웅성거림이 들리자 둘은 직감적으로 위험하다는 신호를 파악했다.


“ 일단 움직이자. 나중에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해줄게.”


펠의 권유에 루나는 못 미더운 표정을 지었지만, 달리 선택지는 없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건넨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 이 자식들이. 아직 돈도 못 받았는데 술판을 벌이고 지랄이야! 야! 안 일어나!”


쩌렁쩌렁하게 들리던 소리는 다름 아닌 자경단 리더의 목소리였다. “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았어요. 아무 문제 없다는데, 걱정도 참.”


부하 중 한 명이 걷어차인 엉덩이를 매만지며 불평의 목소리를 냈다. 주변에 있던 무리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하며 살짝 야유 섞인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 어쭈 이것들이. 건방지게 기어오르고 말이야. 여하튼 여기 전부 정리하고 그 망할 것이 허튼짓은 안 하는지 옆에 달라붙어서 감시해. 알았어!”



더는 여유가 없었다. 이대로 들켜버린다면 그 자리에서 끝이다. 도망치는 도중에 잡히는 것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최대한 몰래, 가능한 한 멀리 벗어나야만 하기에 둘은 조심스럽게 감옥의 문을 원래대로 돌려놓았고 그 안에는 루나의 낡은 후드에 짚을 쑤셔 넣어 어떻게든 비슷한 모습을 표현했다.


들어올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지체 없이 그대로 근처의 수풀을 향해 달려나갔다.



“ 음? 지금 무슨 소리 못 들었느냐?”


자경단 리더가 주변을 둘러보며 부하들을 향해 물었다.


“ 우웨엑. 뭔 소리 말하느······. 우우엑.”


거하게 먹은 자신의 흔적을 눈으로 다시 확인하며 근처의 부하들은 그 질문에 대답을 이어가지 못했다. 미심쩍은 마음을 거두지 못한 리더는 감옥이 있는 건물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 하아. 하아. 하아.”


펠과 루나는 수풀에 들어선 순간부터 쉬지 않고 한 방향으로 내달렸다. 둘 다 성한 몸은 아니었지만,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잠시 후, 저 멀리서 한 남성의 짜증과 울화가 섞인 비명이 작게나마 들렸던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달빛의 눈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ep.22 아룬제국 18.08.06 221 0 7쪽
22 ep.21 국경에서 18.08.04 42 0 7쪽
21 ep.20 국경으로 18.07.31 42 0 8쪽
20 ep.19 추격자 18.07.27 51 0 8쪽
19 ep.18 월간 연금술 18.07.23 46 0 9쪽
18 ep.17 첫만남 18.07.20 76 0 8쪽
17 ep.16 자격 18.07.17 50 0 9쪽
16 ep.15 연합국 므네 18.07.13 59 0 8쪽
15 ep.14 새로운 동료 18.07.11 58 0 8쪽
14 ep.13 그녀의 장난감 18.07.09 215 0 8쪽
13 ep.12 각자의 사정 18.07.07 56 0 8쪽
12 ep.11 기적 18.07.06 66 0 8쪽
11 ep.10 탈출 18.07.02 193 0 8쪽
10 ep.9 작업장 18.06.29 73 0 7쪽
9 ep.8 서로의 보폭 18.06.25 63 0 8쪽
» ep.7 결심2 18.06.24 74 0 8쪽
7 ep.6 결심 18.06.21 96 0 8쪽
6 ep.5 이름의 무게 18.06.18 74 0 7쪽
5 ep.4 뜻밖의 사실 18.06.16 87 0 7쪽
4 ep.3 그들의 관계 18.06.14 77 0 8쪽
3 ep.2 달빛 아래에서 18.06.11 92 0 8쪽
2 ep.1 붉은 달빛 +2 18.06.07 113 1 8쪽
1 프롤로그 18.06.07 100 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