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구름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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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ya
작품등록일 :
2018.06.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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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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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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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봄이 왔어요.

DUMMY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천산(天山)에도 봄이 찾아왔다. 꽁꽁 얼었던 계곡도 녹아 시원한 물줄기 소리를 내며 흘렀고, 헐벗었던 나무들도 초록 옷을 입었다. 천지만물이 깨어나며 새로운 계절을 맞아 변하는 동안, 천마신교(天魔神敎)에도 겨우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허리까지 쌓였던 눈이 녹아 산길이 뚫리자, 외부와의 교류도 다시 활발해졌다. 중원(中原)보다는 서역(西域)에 더욱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색목인(色目人) 상인들도 교내에서 자주 볼 수 있었고, 마인촌(魔人村)의 아이들은 신기한 마음에 그들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기 일쑤였다.


풍마봉에도 봄이 찾아왔다.


“사부님~!”

“사부님!”


이른 아침부터 온 산을 울리며 자신을 부르는 제자들의 외침에 혁아린은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열어보니 제자들이 창가에 옹기종기 붙어 모여 있었다. 막내 강소희는 어디서 놀았는지 얼굴과 옷에 흙을 묻히고는 기대에 찬 얼굴로 혁아린을 불렀다.


“으아암, 졸려. 이 고양이 같은 녀석들! 아침부터 또 무슨 일이니?”

“사부님, 사부님!”

“그래 네 사부님 여기 있어~ 왜 그래?”


비슷한 행색의 철무영도 혁아린을 올려다보며 재촉했다.


“사부님, 빨리 나와 보세요!”

“아이 정말. 알겠어.”


귀여운 제자들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대충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풍마봉 한 켠에 모여서 자신을 바라보는 제자들에게 다가간 혁아린은 귀찮아 하며 다가갔다.


“왜, 왜왜~”

“헤헤, 싸부 짜잔!”


제자들이 흩어지며 가리킨 곳에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뭘 하나 했더니 산을 뒤지며 꽃들을 가져다 심었나 보다.


“어머! 이게 다 뭐야. 예뻐라.”

“사부님, 봄이 왔어요! 히~”


제자들의 예쁜 마음에 혁아린은 활짝 웃으며 제자들을 안아주었다.


“이리와 내 새끼들. 안아보자, 호호. 얼굴에 흙까지 묻히고 이게 뭐니. 배고프지? 사부님이 맛있는 밥 해줄게, 어서 먹자!”

“··· 싸부, 밥은 저희가 할게요. 하.하.하.”

“네, 사부님. 저랑 운이가 할게요, 호호.”

“착하기도 해라. 그래 그래. 예원이랑 운이가 밥도 해주고 오늘 참 기분이 좋네. 고마워.”


소매로 어린 제자들의 얼굴을 닦아준 혁아린은 밥을 하러 들어가는 유진운과 신예원의 등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상쾌한 봄의 아침이다.



.

절벽 끝 정자(亭子)에 앉아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책을 읽던 철무영은 뻐근한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켰다.


“으아암. 사저, 우리 조금만 쉬어요.”


철무영이 책을 덮으며 말하자, 옆에 앉아 계산에 열중하던 신예원이 주판을 내려놓으며 싱긋 웃었다.


“호호, 그럴까? 그럼 산책할 겸 우리도 풍마곡에 내려가 볼까?”

“음··· 너무 먼데···”

“에이 영이는 너무 움직이기 귀찮아 해서 탈이야. 책도 좋지만 가끔은 산책도 하라고, 호호.”

“그럼 천천히 가보죠···”

“그래, 가보자.”


한 달전부터 유진운과 강소희는 풍마곡의 낭인들과 함께 수련을 시작했다. 낭인들의 단체 훈련 시간 때는 혁아린과 대련을 했고, 그 외 나머지 수련들은 모두 낭인들과 함께 했다. 처음 낭인들의 수련에 관심이 없었던 혁아린은 체계적으로 무공 수련을 해보지 못한 낭인들의 수련 방법이 답답해 한마디씩 거들었고, 어느새 그들의 무공 교두가 되었다.


덕분에 낭인들의 무공 수위는 급격히 높아졌지만, 혁아린의 과격한 수련법으로 인해 그들의 몰골도 점점 망가져 갔다. 지금도 거품을 물고 산속을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그들의 몰골은 마치 굶주린 늑대와 같았다.


“헉헉, 밥! 내 밥!”

“무슨 소리! 오늘은 꼭 내가 먹고야 말겠어!”


엄청난 속도로 계곡길을 따라 달리며 풍마곡 입구로 들어오는 낭인들의 얼굴은 모두 볼 살이 패이고 광대가 툭 튀어나왔다. 선두에서 내려오던 낭인들은 모두 붉은 깃발을 들었는데, 깃발이 없는 자들은 깃발을 뺏기 위해 악착같이 쫓았다.


강해지기 위해선 내공과 초식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혁아린은 내공 사용을 금지시키고 달리기를 시켰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달리기만 시켰다. 풍마곡에서 풍마봉까지 산길을 돌아 전속력으로 달리면 왕복 반 시진이 걸렸는데, 낭인들은 매일 아침 다섯 번을 왕복해야 했다.


다섯번을 왕복하는 동안 산길 곳곳에 놓인 총 오십 개의 깃발을 찾아야 했었다. 혁아린의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을 자극했는데, 깃발이 없이 풍마곡에 들어온 자들에게는 점심 밥을 주지 않았다.


오후에 있는 대련 수련에서 힘을 내려면 점심 밥을 꼭 사수해야 했다. 유진운은 오늘도 제일 먼저 풍마곡으로 들어오며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또 일등! 헤헤, 아저씨들 빨리들 달리라고요!”

“헉헉, 아니 진운이는 철환과 철각반을 하고서도 어찌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거야! 헉헉.”


유진운의 뒤를 바싹 쫓은 강인한은 그래도 이등으로 들어오며 단주로서 체면치레는 할 수 있었다.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인 강인한은 유진운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대단하다, 대단해!”

“헤헤, 뭘요.”

“좀 살살해라, 녀석아. 아저씨들 좀 봐줘. 대련도 봐주면서 하고!”

“에이~ 봐주다니요. 제가 배우는 입장인데요.”


대련 수련 때는 실력이 맞는 이들끼리 짝을 이루어 대련을 했다. 처음에는 누구와 대련을 하던 오십 초를 못 버티던 유진운이었지만, 이제는 몇몇 낭인들을 이기기까지 했다.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산전수전 다 겪은 낭인들의 경험들을 대련을 통해 배우는 유진운이었다.


다양한 무기들을 사용하며 전장에서 익힌 실전 무술을 쓰는 낭인들과의 대련은 유진운에게 기연 아닌 기연이었다. 덕분에 유진운은 그 또래의 누구보다도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흑암류를 만들어 나갔다.


.


“소림신승이 죽었다지?”

“네.”


묵직한 저음이 대전 안을 울렸다. 고개를 숙이고 부복한 인물은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잘하고 있군. 마교(魔敎)와 사흑련(邪黑聯)의 움직임은?”

“아무래도 모종의 거래가 오간 것 같습니다. 몇 달전부터 천마상단과 대륙전장을 움직여 무림맹의 자금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는 없지만 조만간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다른 생각을 한다는 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죄, 죄송합니다···”


쿵. 쿵. 쿵.


자신의 주인이 언짢은 기색을 비치자, 보고를 하던 인물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벌벌 떨었다.


“그만, 고개를 들어라.”

“···네.”


주인의 발끝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발목을 지나 무릎이 보일 때쯤 귓가에 꽂힌 전음에 깜짝 놀라 들던 고개를 멈추고 시선을 내리 깔았다.


[거기까지.]


오랜 세월 주인에게 충성을 해왔지만 아직까지도 그에게 허락된 것은 주인의 무릎까지였다.


“다른 보고는?”

“세작(細作)들의 보고에 의하면 마교와 사흑련이 후기지수(後起之秀)들의 교류를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후기지수들?”

“네, 아직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정기간 동안 마교와 사흑련에서 번갈아 가면서 후기지수들의 통합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호오··· 재미있는 짓을 하고 있군. 무림맹은?”

“무림맹은 아직 이 사실에 대해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 무림 맹주야 아무런 힘도 없고, 이제 막 정상에 오른 기쁨에 아직까지는 자신의 배만 채울 생각밖에 없습니다.”

“쯧쯧··· 정파에 인물이 없어.”

“······.”


툭툭.


잠시 생각을 하는지 정적이 흘렀다. 팔걸이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주인의 생각을 방해할 새라 부복한 인물은 숨까지 죽여가며 긴 침묵을 기다렸다. 이들이 누구이길래 천마신교의 교주 혁세기와 사흑련주 사공진무의 비밀스러운 만남에서 나온 계획들을 알고 있는 것일까.


“······”

“우선은 기다렸다가, 저들이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하는 움직임이 보이면 그때 가서 무림 맹주에게 슬쩍 정보를 흘려라. 어쩌면 계획이 조금 더 앞당겨질 수도 있겠어··· 정보를 흘리는 것만으로 끝내선 안되고 무림맹의 애송이들도 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죽은 소림신승의 빈 자리를 메꿀 새로운 인물을 아무나 올려라. 다들 고만고만하니 아무나 올려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래도 천하십대고수라는 이름은 유지시켜 줘야지.”

“네, 알겠습니다.”


저벅. 저벅.


그 말을 끝으로 발자국 소리가 멀어졌고 부복하던 인물은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빈 대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어둠속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눈이 한 둘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곳에서 벗어날 때까지 절대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


뒷걸음질로 대전을 빠져나오는 인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보통사람보다는 왜소하고 작은 키와 그런 몸에 어울리지 않은 큰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대전을 빠져나온 그는 길게 한 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후··· 이게 잘하는 짓인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단비ya 입니다. ㅎㅎ 드디어 2권 분량이 끝났네요!
한달동안 바쁘게 달려왔는데요,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며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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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유진운, 흥분하다. +2 19.04.01 560 9 20쪽
123 만남. 19.02.12 802 17 21쪽
122 어떤 움직임. 19.02.10 739 14 23쪽
121 폭발하다. 19.02.04 751 17 22쪽
120 폭발 하루 전. 19.02.02 795 18 15쪽
119 <외전> 아이, 이름을 얻다. 19.01.28 762 16 12쪽
118 장족의 반란. (3) +2 19.01.28 831 18 26쪽
117 장족의 반란. (2) 19.01.25 821 19 28쪽
116 장족의 반란. (1) 19.01.23 941 15 22쪽
115 어설픈 친구보다 확실한 적이 되겠다. (4) 19.01.20 955 18 23쪽
114 어설픈 친구보다 확실한 적이 되겠다. (3) 19.01.18 942 20 19쪽
113 어설픈 친구보단 확실한 적이 되겠다. (2) 19.01.16 946 17 16쪽
112 어설픈 친구보단 확실한 적이 되겠다. (1) +4 18.11.14 1,341 26 22쪽
111 서장은 지금. +2 18.11.12 1,312 21 26쪽
110 서장으로 쏠리는 시선. +2 18.11.06 1,324 22 14쪽
109 혁무월, 대법왕을 만나다. (2) +3 18.11.05 1,307 22 29쪽
108 혁무월, 대법왕을 만나다. (1) +4 18.11.05 1,390 26 30쪽
107 장족의 과거와 미래. +2 18.10.31 1,528 21 20쪽
106 음모 중첩. +2 18.10.17 2,105 26 19쪽
105 은밀한 거래 (feat. 사공지은) +2 18.10.12 1,683 29 25쪽
104 무림대학관 (3) +2 18.10.11 1,750 22 23쪽
103 무림대학관 (2) +2 18.10.09 1,783 28 22쪽
102 무림대학관 (1) +2 18.10.08 1,947 32 26쪽
101 <외전> 혁무월, 틀을 깨다. 18.10.08 1,643 24 7쪽
100 그렇게 그들은 성장한다. +2 18.10.06 1,837 29 20쪽
99 청해호 혈투 (3) +2 18.10.04 1,883 28 25쪽
98 청해호 혈투 (2) 18.10.03 1,891 26 18쪽
97 청해호 혈투 (1) +2 18.09.28 2,011 29 21쪽
96 악연의 고리 (4) +3 18.09.27 2,033 2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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