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구름을 품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단비ya
작품등록일 :
2018.06.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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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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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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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의 고리 (4)

DUMMY

사천을 향해 천산을 떠난 이들의 여정을 순조로웠다. 이미 사흑련과 무림맹의 후기지수들은 세 달 전에 사천에 도착하여 교육에 들어갔다. 교내의 일로 인해 늦어진 만큼 그들을 모두 교에서 준비한 조금은 특별한 마차에 올라 밤낮없이 사천을 향해 달렸다.


“그러니까 이동식 집이라고 하면 되겠네.”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네요.”


윤권의 말에 대답한 유진운은 탁자 위에 기댔던 몸을 뒤로 젖히며 마차 안을 둘러보았다.


보통의 마차보다 배 이상 긴 마차는 입구가 뒤편에 위치한 특이한 구조였다. 양 옆으로 길게 이어진 의자에 앉아 서로 마주보고 이동을 하다가, 밤이 되면 마차 벽에 걸린 좁고 기다란 판자를 내려 일층의 의자와 이층의 판자 위에서 자는 것이었다. 또한 한 가운데 있는 긴 탁자 위도 침상으로 쓸 수 있어서 마차 한 대당 최대 여섯 명까지 쓸 수 있었다.


지난 삼 일 동안 별다른 일이 아닌 이상 마차는 한번도 쉬지 않고 내달렸다. 마차를 모는 이의 실력이 대단했는지 좁고 험한 산길을 지나도 커다란 흔들림도 없어서 일행들은 크게 만족을 했다.


“워어!”


말의 속도를 낮추는 마부의 구령과 함께 마차가 부드럽게 정지를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창문을 살짝 열고 머리를 내민 철무영은 시린 겨울 바람에 놀라 움찔했다. 그러나 이내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놀라 감탄을 터트렸다.


“와아··· 바, 바다?”

“에에? 정말이네. 이게 말로만 듣던 바다란 말이야?”


이어진 윤권의 말에 슬쩍 창밖을 본 한비준이 한심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호수다. 무식하긴.”

“이··· 게 호수라고?”

“청해호겠지.”


어린 시절 천산으로 들어오던 길에 한번 본적이 있던 한비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일행들은 모두 한비준에게 이런 지식이 있었나 하며 더욱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 뭐, 나도 두··· 번 째다.”

“그럼 그렇지, 에라!”

“하하.”


뒤이어 다른 마차들도 모두 멈추자 신예원을 비롯한 여학생들과 한 마차에서 내린 진세연은 모두를 부르며 말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청해호란다. 말들도 쉴 겸, 이곳에서 두 시진정도 구경하자.”

“네, 관주님!!!”

“아싸!”


오랜만에 밟아보는 땅에 감격한 학생들은 들뜬 표정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뻥 뚫린 청해호의 경관에 마음을 뺏긴 모두가 홀린 듯이 걸음을 내딛자, 신예원은 조용히 유진운에게 다가갔다.


“운 사제.”

“사저, 오는 동안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응! 편하던걸.”

“하하, 다행이네요. 우리도 구경하러 가요.”

“그러자.”


소복하게 쌓인 눈 위를 조심스럽게 밟으며 앞장선 유진운은 뒤따라오는 신예원의 보폭을 생각하며 평소보다 보폭을 좁게 걸었다. 세심한 그의 배려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유진운이 낸 발자국 위에 발을 내딛으며 걷던 신예원은 문득 고개를 들어 유진운의 등을 바라봤다.


‘이렇게 넓었었나··· 그러고보니··· 오랜만이네.’


천산에 온 뒤로는 둘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번도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열심히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땀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에 그저 묵묵히 뒤에서 지켜봤다. 그 또한 좋았으니.


지금처럼···


어리지만 든든한 그의 등을 보며 같은 길을 걷고 싶다.


“훗···”

“사저?”

“아니야, 호호. 그냥 기분이 좋아서.”


청해호까지 이어지는 새하얀 눈밭 위에 발자국이 길게 남았다. 마치 한 사람이 걸은 것처럼.


.


서장으로 떠났던 상단원들 중 일부가 돌아왔다. 수염에 달린 고드름을 떼어낼 겨를 없이 혁무월의 천막을 찾은 그들은 조심스럽게 보고를 올렸다.


“좋은 소식과 조금 골치 아픈 소식이 있습니다···”


이들의 대표격인 이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부터 듣지.”


이미 예상은 되었지만, 이 소식을 빨리 가져오기 위해 고생한 그들의 기분을 맞춰 주기위해 혁무월은 기대하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다행히 서장 쪽도 패왕성 쪽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지만 서역과의 교류가 활발했습니다. 자리만 잘 잡는다면 이전의 규모만큼의 거래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포달랍궁의 인물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내부 전쟁으로 인해서 많은 군수 물자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내부 전쟁?”

“네, 새외십왕 중 한명인 대법사가 최근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었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그 문제로 현재 후계 다툼이 치열하답니다. 여러 세력이 있는 중원 무림과 달리 이 곳 서장 무림은 포달랍궁의 통치를 받기 때문에 후계 다툼이 거의 한 나라의 전쟁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대법사라···”


서장 포달랍궁의 대법사에 대해서는 혁무월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무승이 아닌 일반 사미승 출신으로 우연히 실전 된 법전을 얻어 이십 년의 수련 끝에 절대의 반열에 이른 자다. 서른이 조금 넘은 나이에 대법사의 위치에 올라 지난 60여년 동안 서장 무림을 통치한 절대자.


일반적으로 다른 새외의 절대 고수들을 묶어 새외십왕이라고 부르지만 서장의 대법사만큼은 다른 이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현 시대, 아니 전 시대는 물론 그 전대부터 이미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오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못함에 혁무월은 뭔가 진한 씁쓸함을 느꼈다.


“그럼 골치 아프다는 소식은 아마도 그 후계들 때문이겠군.”

“그렇습니다. 모두에게 물자를 조달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사막에서 오랜 싸움을 하는 동안 이미 다른 새외의 세력들도 각자 택한 후계자들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서장으로 모였거나 모이는 중이랍니다.”

“문제군···”


툭. 툭. 툭.


기다란 손가락을 들어 탁자 위를 튕기던 혁무월은 잠시 말이 없이 생각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눈치를 보던 이들이 지루함을 느낄 때 즈음, 혁무월이 입을 열었다.


“혹시··· 패왕성도 이번 문제에 관여를 했나?”

“알아본 바에 의하면 죽은 흑사패왕이 대법사의 첫째 제자와 각별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대법사와 같은 새외십왕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공적인 자리에서는 조심은 했지만 사석에서는 서로 호형호제를 할 정도로 친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새로운 패왕성주도 그쪽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으로선 선택하기가 어렵네. 혹시 서장에 들어가기 어려운가.”

“다행히 현재 분위기 상 타 세력의 방문이 잦아 들어가기는 수월합니다. 다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목의 집중은 피할 수 없겠지요. 지금은 괜찮아도 저희가 어느 한 노선을 선택하는 순간, 견제가 들어올 것입니다.”

“좋군.”

“네?”


뜬금없는 혁무월의 말에 반문한 상단원은 마청운이 전음으로 경고를 하자 실책을 깨닫고 어쩔 줄 몰랐다. 그 모습에 혁무월이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누구를 선택하기 전에는 모두들 점수를 따기 위해서 우리에게 접촉을 해오겠지. 우린 그 사이에서 이득을 취하면 되지.”

“역시··· 감탄했습니다.”

“그럼 강 단주와 마 대주는 모두에게 일러 서장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라고 일러 둬.”

“존명.”


조금 전의 실책을 만회하려는 듯 과장되게 감탄하는 상단원을 가볍게 외면하며 혁무월이 지시를 내렸다. 모두에게 축객령을 내린 혁무월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패왕성··· 질긴 악연이야.”


.


청해호가 한 눈에 들어오는 높은 절벽 위에서 한 무리의 인물들이 천마신교의 후기지수들을 내려다봤다. 철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경치에 취한 그들의 모습에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던 미남자는 분노의 눈빛을 쏘았다.


“웃음이 나온다는 말이지.”


으득.


혈왕 백리휴의 죽음으로 새로이 가주가 된 백리진은 교로 복귀하지 않고 여태껏 외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황궁의 인물을 만나기 위해 약속된 장소로 갔지만, 이미 그곳에는 철왕 조무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끝났다, 백리진. 말을 돌려 교로 복귀하라.”


조무악의 말에 일이 틀어졌음을 깨닫고 순순히 그의 말을 따라 복귀를 하던 길이었다. 그 와중에 조무악의 숙부인 원로원의 조형우가 나타나 조무악의 앞을 막지 않았다면 지금쯤 가문의 문을 걸어 잠그고 조부와 아버지의 제사를 치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데려온 이들이 떠나고 뒤이어 들려온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에 며칠을 술에 취해 교주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이대로 교로 돌아가자니 원수의 발 아래에서 평생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할 것 같았고, 복수를 하자니 힘이 없는 자신의 처지만 깨달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여기 술! 술 더 가져와!”

“그대가 백리진?”

“응? 누구야. 어이! 술 좀 더 가져오라고!!!”


평생 모든 것을 절제하며 살아온 백리진이 처음으로 수하들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며 괴로워하던 순간, 신비한 느낌이 가득한 은발을 곱게 빗어 넘긴 인물이 다가온 것이다.


“흠··· 시간이 길어지겠네. 사과는 지금 하지. 질질 끄는 것을 싫어해서 말이야.”


그 말을 남긴 은발인은 빠르게 백리진의 혈도를 누르며 제압했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지만 막 화경의 경지에 오른 백리진이다. 그런 그가 저항한번 못해보고 제압을 당했다.


챙. 챙. 챙.


당장이라도 출수할 것 같은 혈왕검대의 살기 속에서도 은발인은 시리도록 차가운 음성을 내뱉으며 백리진을 가볍게 들고 그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갔다.


“휘두르면 다 죽어.”


저항할 수 없는 공포에 눌린 혈왕검대는 자신들의 수장이 맥없이 끌려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풀썩.


주루 뒤편의 이름모를 숲 속에 도착하자 은발인은 백리진을 눈밭 위로 우악스럽게 던졌다. 차가운 눈 속에 얼굴을 파묻은 백리진은 이미 혈도를 제압당하는 순간 달아났던 술기운의 찌꺼기마저 달아나며 정신이 맑아졌다.


풀렸던 그의 눈빛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오자 은발인은 지풍을 날려 혈도를 풀었다.


퐁. 퐁. 퐁.


“누구··· 시오?”

“그대가 만나려던 사람.”

“혹··· 은발···”

“거기까지.”


자신을 내려다보는 주윤의 눈빛 속에서 백리진은 광포한 광기를 읽었다.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마치 툭 건드리면 터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네 아비도 나를 그렇게 보진 못했지.”

“······”

“더욱이 감히 눈을 마주칠 생각도 못했지.”


그의 입에서 쉽게 아버지가 나오자 욱하던 것도 잠시, 심장을 옥죄는 차가운 살기에 놀란 백리진은 급히 고개를 떨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제서야 마음에 들었는지 주윤은 여유롭게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마교에 놓은 끈은 이제 떨어졌는데··· 그래, 아이야 너는 무엇을 내게 해줄 수 있을까.”


말을 마친 주윤은 마치 새로운 먹이감을 품평하듯이 백리진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눈빛을 빛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향하는 살기가 짙어지자 백리진의 훤칠한 이마 위로 땀방울이 송송 드러났다.


꾸욱.


목앞에 날카로운 칼날이 들어온 것처럼 진한 살기를 이기고자 바짓단을 세게 쥐며 제멋대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 했다.


“지금은 참을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목숨을 연명할 수 있는지 대답해야 할 때다.”

“··· 큭.”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깨닫자 백리진은 정신없이 머리를 굴리며 그가 만족할 만한 대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말 대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자존심이고 뭐고 지금 이 미친 작자의 손에서 벗어나려면 거짓말이라도 해야 한다.


“··· 오겠습니다!”

“뭐?”

“빼앗아 오겠습니다! 그가 제게서 조부님과 아버님을 빼앗아 갔듯이 저도 그자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오겠습니다!!!”

“소중한 것이라···”


백리진의 대답에도 주윤은 살기를 거두지 않았다. 숨막힐 듯한 시간이 느리게 지나고 백리진의 얼굴이 퍼렇게 질려갈 때 즈음 그를 옥죄던 모든 살기가 깨끗이 사라졌다.


“쿨럭! 쿨럭··· 하아···”

“혁세기··· 그 자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이지?”

“하아··· 소교주··· 아니 혁무월! 그 놈입니다!”

“사막이라도 가겠다고?”


그 사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지 백리진은 잠시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였다.


“아서라, 아이야. 듣자 하니 이미 새외의 고수를 꺾었다는 군. 지금 네 실력으로는 무리다.”

“큭···”


폐부를 찌르는 사실에 그에게 쉽게 제압을 당했을 때보다도 더한 그 무엇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한때는 그를 적수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며칠 후면 마교의 후기지수들이 사천으로 향할 것이다. 그들을 죽여라. 특히, 흑풍검의 동생이라는 아이가 혁무월과 사이가 돈독하다지. 그 흑암단주의 제자이기도 하니 너에게도 의미가 있겠지.”

“··· 흑암단주! 그럼 그들을 모두 죽인 후에 당신··· 에게 어떻게 연락하면 됩니까.”

“주인님이라 부르거라, 아이야.”

“··· 주인님.”


주윤에게 완전히 굴복한 백리진에게서는 더 이상 예전의 기린아다운 면모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순종적인 모습에 오히려 마음에 들었는지 주윤의 얼굴에는 조금이지만 어색한 미소가 그려졌다.


“사천으로 오거라.”

“네.”


그와 헤어지고 열흘이 흐른 뒤 천산을 떠난 유진운 일행을 몰래 뒤따라 청해호에 도착한 백리진이다. 그의 뒤에는 그를 감시하는 것인지 주윤이 남겨둔 은월대원 두 명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적당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이곳을 놓치면 사천에 가까워집니다.”


그의 말이 신경을 건드렸음 인가. 곧게 솟은 검미를 찌푸린 백리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라.”

“주인께서는 약속을 어기시는 걸 극도로 싫어하십니다.”

“··· 알았다.”


가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불길을 꾹 참은 그는 절벽 위에 대기하고 있는 자신의 혈왕검대에게 손짓을 하며 명령을 내렸다.


“모두 죽인다.”


.


맑고 푸른 청해호가 끝을 모르고 하늘에 닿을 듯 이어진 모습에 모두들 경탄을 금치 못했다. 오죽하면 집안의 일로 우울해하던 백리준조차 속이 뻥 뚫리는 것같은 느낌에 잠시나마 머릿속을 비워낼 정도로.


하늘이 청해호인지 청해호가 바다인지 모를 정도로 하늘을 그대로 품은 청해호의 모습은 유진운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어린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호변을 걸어 다니는 신예원의 모습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선녀···’


소녀의 티를 벗어내며 그 미모가 절정에 오른 신예원의 모습에 유진운은 호흡이 가빠져왔다. 새하얀 그녀의 피부가 그와 닮은 설원의 경치와 어우러져 돋보였다. 그녀의 뒤로 펼쳐진 청해호에 비친 햇살이 그녀의 미소를 더욱 빛냈다.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그의 마음에 드디어 신예원이 마음에 자리를 잡는 순간이었다. 넋을 놓고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뒤늦게 발견한 신예원이 고운 손을 들어올리며 크게 흔들었다.


“이리 가까이 와! 물이 정말 맑고 깨끗해! 호호.”


차가운 물 속을 들어갔다 나온 그녀의 고운 손은 이미 벌겋게 변했지만 개의치 않는 듯 입김을 호호 불면서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성화에 걸음을 옮기던 유진운은 그녀의 뒤에 나타난 점들에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높은 절벽 아래 눈밭 위에 나타난 점들은 빠른 속도로 그 모습이 커졌다. 아름다운 경치에 시선을 뺏긴 이들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시선을 청해호에 둘 뿐이었다.


무공을 모르는 신예원이 뒤에서 다가오는 살기를 눈치채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검집조차 버리고 햇살에 비쳐 날카롭게 빛나는 검들을 내빼고 달려오는 그들은 이미 신예원의 삼십 장 가까이 들어섰다.


“안돼!!! 사저!!!”

“응? 갑자기 무슨···”


갑작스러운 유진운의 고함에 놀란 신예원은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유진운을 멍하니 보며 의아해했다.


“사저!!! 피해요!!! 피하라고!”


급한 표정으로 뛰어오는 유진운의 시선이 자신의 뒤쪽을 향한 것을 깨달은 신예원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붉은 옷을 입은 자들이 검을 든 채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선두에서 달려오던 자가 검을 길게 내빼며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그녀는 시선을 가득 매우며 점점 커지는 날카로운 검과 그 뒤의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사내의 눈빛에 질려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안돼!!!”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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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만남. 19.02.12 802 17 21쪽
122 어떤 움직임. 19.02.10 739 14 23쪽
121 폭발하다. 19.02.04 751 17 22쪽
120 폭발 하루 전. 19.02.02 795 18 15쪽
119 <외전> 아이, 이름을 얻다. 19.01.28 762 16 12쪽
118 장족의 반란. (3) +2 19.01.28 831 18 26쪽
117 장족의 반란. (2) 19.01.25 821 19 28쪽
116 장족의 반란. (1) 19.01.23 941 15 22쪽
115 어설픈 친구보다 확실한 적이 되겠다. (4) 19.01.20 955 18 23쪽
114 어설픈 친구보다 확실한 적이 되겠다. (3) 19.01.18 942 20 19쪽
113 어설픈 친구보단 확실한 적이 되겠다. (2) 19.01.16 946 17 16쪽
112 어설픈 친구보단 확실한 적이 되겠다. (1) +4 18.11.14 1,341 26 22쪽
111 서장은 지금. +2 18.11.12 1,312 21 26쪽
110 서장으로 쏠리는 시선. +2 18.11.06 1,324 22 14쪽
109 혁무월, 대법왕을 만나다. (2) +3 18.11.05 1,307 22 29쪽
108 혁무월, 대법왕을 만나다. (1) +4 18.11.05 1,390 26 30쪽
107 장족의 과거와 미래. +2 18.10.31 1,528 21 20쪽
106 음모 중첩. +2 18.10.17 2,105 26 19쪽
105 은밀한 거래 (feat. 사공지은) +2 18.10.12 1,683 29 25쪽
104 무림대학관 (3) +2 18.10.11 1,750 22 23쪽
103 무림대학관 (2) +2 18.10.09 1,783 28 22쪽
102 무림대학관 (1) +2 18.10.08 1,947 32 26쪽
101 <외전> 혁무월, 틀을 깨다. 18.10.08 1,643 24 7쪽
100 그렇게 그들은 성장한다. +2 18.10.06 1,837 29 20쪽
99 청해호 혈투 (3) +2 18.10.04 1,883 28 25쪽
98 청해호 혈투 (2) 18.10.03 1,891 26 18쪽
97 청해호 혈투 (1) +2 18.09.28 2,011 29 21쪽
» 악연의 고리 (4) +3 18.09.27 2,034 2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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