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귀족 사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에이션트J
작품등록일 :
2018.06.11 22:03
최근연재일 :
2018.07.19 1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369,894
추천수 :
33,749
글자수 :
216,380

작성
18.07.11 18:00
조회
24,410
추천
838
글자
10쪽

밥 먹고 가라 (1)

DUMMY

***




강원도 속초에 있는 한 종합병원 응급실.

종태가 다친 손을 치료하는 동안, 현수와 정호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시퍼런 겨울날, 패딩점퍼도 벗어던지고 그 난리를 떨었던 현수와 정호.

불타는 젊음이 없었다면, 감히 그 일을 해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야. 나, 조금만 잘게.”


따뜻한 실내 기운에 얼어붙었던 몸이 녹자, 더는 견디지 못한 정호.

그는 긴 의자에 누워, 금방 단잠에 빠져들었다.

정호의 코 고는 소리가 어느덧 피크에 달할 때.


경찰들이 나타났다.

현수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자, 간신히 눈을 뜬 정호.

눈을 비비던 정호는 한 경찰이 인적사항에 대해 묻자, 자기 이름, 부모님 연락처, 주소 등을 이야기했다.

현수도 이름, 연락처, 주소 등을 알려준 뒤.

경찰들에게 사건 경위 및 구조 활동에 대해서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30대 초반의 경장계급의 경찰. 그리고 경찰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20대 중반의 젊은 순경.

그들은 현수의 말을 묵묵히 듣다가 놀랍다는 듯, 현수와 정호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곤 했다.


“두 사람, 아니. 세 학생이라고 했지? 너희들. 진짜 용감하네. 장하다. 장해! 아까 전에, 오색리 최씨 아저씨한테도 대충 이야길 들었다. 부상자들을 보호하겠다고 웃통도 벗고 구조를 했다며? 핫핫핫. 이봐! 김 순경. 이거 꼼꼼히 기록해둬. 이런 녀석들이 꼭 상을 받아야지. 누가 받겠어?”


고참 경장의 칭찬과 그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치는 젊은 순경.

특히 상을 받을 만하다는 말에 잠이 확 달아난 듯 보이는 정호.


“우리 진짜 상 받는 거냐? 난, 국민학교 때도 개근상도 못 받아봤는데.”


“하하. 어디 그뿐이겠냐. 어쩌면 신문에 날 수도 있고.”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황정호.

경찰들이 떠난 뒤, 그때부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는 정호다.

그런 정호와 달리, 현수는 통로 끝에 자리 잡은 수술실 쪽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운전자를 제외한 두 동승자는 응급실에 도착하자, 신속한 검사를 거쳐, 수술실로 직행했다.

목에 상처가 있던 한 명은 위중했지만.

다른 한 명은 간단한 봉합 수술만 마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했다.

단지 걱정되는, 그 조수석의 여자가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현수는 아직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어! 저기 종태 온다.”


정호의 말에 고개를 돌린 현수.

멋쩍은 표정을 짓고서 걸어오는 종태의 모습에, 현수는 벌떡 일어났다.


“좀 어때?”


“많이 기다렸지? 자식들. 에이씨. 이거 별 거 아닌데. 그냥 몇 바늘 꿰맸다. 참. 거기, 그 사람들은?”


“방금 전, 운전자는 의식을 차렸고. 여기저기 타박상에 뭐 이것저것. 특별한 문제는 없다네. 조수석에 있던 부인되는 사람이 좀 심각해서.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고, 뒷좌석의 여자애는 간단한 봉합 수술만 하면 된다네.”


“음...... 괜찮겠지?”


수술실 쪽을 쳐다보는 종태.

그의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깊어진다.

잠시 조용해지던 세 사람.

김종태가 불쑥 말을 꺼냈다.


“여기서 더 기다릴 거냐? 아니면 어떻게 할 거냐?”


“너희들이 괜찮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생사는 알고 가야지.”


“그래. 뭐, 그러자. 하긴 이 시간에 무슨 수로 민박집으로 돌아가냐?”


이때 정호가 끼어들었다.


“밖에 택시들, 대기하고 있던데.”


“임마! 너는 돈을 땅에 뿌릴 생각이냐?”


현수가 즉시 두 사람을 제지했다.


“야! 야! 좀만 기다렸다가 돌아가자. 걱정 마. 택시비는 내가 낼게.”


“이씨이. 니가 무슨 돈이 있다고?”


눈을 부릅뜨는 종태.


“다, 나 때문에 생긴 일이잖아. 내가 밤중에 나가자고 해서...”


“야이씨. 너 때문에 그래서 좋은 일 했잖아.”


마음이 감동하면, 얼굴이 반응하나 보다.

종태를 바라보는 현수의 눈가에 저절로 둥근 궤적이 그려졌다.


‘김종태... 자식...’


김종태, 저런 녀석이 전생에는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저리 착한 녀석이 말이다.


“아이씨이. 밤길 나갔다가, 그냥 속초까지 와 버렸네. 이럴 줄 알았으면 다 같이 배낭이나 챙겨서 올 걸. 그랬으면, 그냥 내일 아침에 속초나 구경하고 돌아갈 걸.”


김종태의 괜한 투정이 웃긴 지, 현수와 정호는 씩! 하며 웃었다.


나란히 앉은 세 사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한참 잘 시간에 그러고 대기하고 있다 보니, 금방 꿀같은 잠의 유혹이 그들에게 쏟아졌다.

점점 졸기 시작하던 세 사람들.

어쩌면 코를 골았을지 모르는, 희미해지는 시간들.

그때, 마치 꿈결처럼 들려오는 톡톡! 하는 노크 소리에 하나둘 비몽사몽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두 눈이 충혈된 채, 잠에서 깨어난 세 사람.

눈이 끔뻑이다, 바로 옆에 서 있는 여자간호사를 발견했다.


“너희들. 여행 중이었다며? 숙소로 안 돌아가?”


“저기, 저희는...”


“이제 더 안 기다려도 돼. 아까, 의사선생님들이 수술 마치고 나왔어. 두 사람 모두 괜찮고. 봉합 수술도 잘 됐고, 호흡도 맥박도 정상이래. 그 정도로는 사람이 안 죽어. 근데, 너희들 참 대단했다며? 눈 속에 파묻힌 걸, 파내서 구했다며? 그걸 방치했다면, 진짜 끔찍할 뻔했다던데. 다들, 이거 하나씩 받아.”


마치 꿈결같이 나긋나긋하게 들려오는 여자간호사의 목소리.

그런데 그녀의 말 중에는 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자동차가 눈 속에 파묻히진 않았고 그냥 눈에 뒤덮여 가려졌을 뿐이다.

그러나 현수, 정호, 종태는 그걸 일부러 정정할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다.

이쁜 여자간호사가 칭찬까지 하고, 달달한 요구르트까지 주니까, 그저 기분이 좋다.

졸린 와중에도 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특히 이때 현수는 잠이 싹 달아날 정도로 기뻤다.

그들 두 사람도 모두 무사하다는 사실.

이제야 확인이 된 것이다.

환호성이라고 지르고 싶은 현수다.

그러나 그걸 억지로 참아 내다보니, 입에선 실실 빈 웃음만 새어나오고 있을 뿐이다.


잠시 후, 세 사람은 택시를 타고서 오색리로 향했고, 새벽 즈음에 오색리 민박집에 당도했다.

민박집 하룻밤 숙박비보다 비싼 택시비를 냈지만, 현수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으으. 새벽 되니까 더 춥네. 빨리 들어가서 자자.”


사방이 너무나도 고요한 새벽.

민박집 주인댁도 잠들어 있는 시각.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방문을 열었다.

즉시 패딩점퍼를 벗어던진 뒤, 따뜻한 온돌 바닥에 몸을 눕히는 세 사람.

그녀들이 흘린 피와 야외 바닥의 습기, 흙먼지 등이 잔뜩 묻어 축축한 패딩점퍼들은 그저 방 한쪽 구석에 볼썽사납게 뒹굴었다.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은 세 사람은 눕자마자 바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9시쯤.

현수가 가장 먼저 일어났고.

11시쯤 되어서야, 정호와 종태도 일어났다.


“야! 많이 피곤하지? 너희 패딩은 좀 씻어 놨다. 지금 세수하고 나가자. 근처에서 점심 먹고, 버스 타고 집에 가야지.”


먼저 일어난 현수는 민박집 주인의 세제를 빌렸고, 패딩점퍼에 묻은 피 얼룩을 지우려고 꽤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 일이 그리 쉽지가 않았다.

원래 피가 묻었을 때, 바로 차가운 물로 옷을 세탁해야하는데, 이미 늦은 것이다.

과산화수소, 무즙, 혹은 소금물에 푹 담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언제 세탁을 하고 또 언제 말려서 집으로 간단 말인가.

대충 보기 흉하지만 않게 표면만 닦아내고, 드라이기를 빌려 공들여 말린 현수.


“자식. 왜 그렇게 부지런해? 아하아암. 아우우. 왜 이렇게 삭신이 쑤시고, 또 피곤하냐.”


기지개를 펴며 일어난 정호와 종태.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서, 차가운 물에 얼굴을 씻었다.

손을 다쳐 한손으로만 세수를 하는 종태.

‘앗! 차가워!’를 연발하는 정호.

그렇게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자, 배낭을 싼 뒤, 그들은 방에서 나왔다.

바로 열쇠를 반납하고 민박집을 떠나려는데.

민박집 주인아저씨가 흐뭇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더니, 뜻밖의 제안을 했다.


“잠시만 기다려 봐. 잠시만! 어이. 여보. 여보! 밥은 됐어? 어. 그래. 됐네. 야! 니네들, 어제 참 장한 일을 했다. 많이 배고프지? 그냥 여기서 점심이나 먹고 가라. 찬은 별로 없지만, 내 마누라가 만든 뜨끈뜨끈한 김칫국이 제법 진국이거든.”


눈이 커지며, 서로를 바라보던 녀석들.

뜨끈뜨끈한 김칫국이 있다는 말에 이미 녹아든 세 사람.

민박집 주인아저씨의 호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식사시간.

허겁지겁 먹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민박집 주인은 껄껄 웃었고, 또 계속 칭찬의 말을 늘어놓았다.


“...고등학생들이 하룻밤 자고 간다고 해서, 난 또 비행청소년인줄 알았지. 핫핫핫. 사실 웬만한 데는 보호자 없으면 안 받아줘. 알지? 나도 받을까 말까하다가 그냥 받았는데. 한데 이리 착한 녀석들인 줄은... 어서 먹어. 다들 많이 먹어.”


공짜 밥을 푸짐하게 얻어먹은 현수, 정호, 종태.

주인집 부부의 배웅까지 받게 된 그들은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민박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파란만장한 1박2일의 여행은 조용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십여 일 뒤.

2월 학기가 시작되며 개학한 현수네 학교로, KBC 기자들, 정장차림의 어느 노인과 수행원들이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서 차례로 나타났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족 사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스톡옵션 NEW +12 4시간 전 6,459 340 12쪽
42 청춘 남녀 +20 18.07.18 15,666 661 9쪽
41 돈이 돈을 부른다 (2) +20 18.07.17 18,954 674 13쪽
40 돈이 돈을 부른다 (1) +15 18.07.16 20,952 717 9쪽
39 투자 천재 (2) +17 18.07.15 23,244 777 10쪽
38 투자 천재 (1) +15 18.07.14 23,006 783 15쪽
37 밥 먹고 가라 (3) +15 18.07.13 23,449 790 11쪽
36 밥 먹고 가라 (2) +24 18.07.12 23,887 835 13쪽
» 밥 먹고 가라 (1) +16 18.07.11 24,411 838 10쪽
34 눈 내리는 겨울 (3) +17 18.07.10 24,854 803 10쪽
33 눈 내리는 겨울 (2) +14 18.07.09 26,135 729 9쪽
32 눈 내리는 겨울 (1) +19 18.07.08 27,152 745 11쪽
31 아름답던 시간 +23 18.07.07 27,626 760 12쪽
30 첫 투자 +14 18.07.06 28,305 760 10쪽
29 행복하고 싶은 순간 (2) +18 18.07.05 28,752 808 11쪽
28 행복하고 싶은 순간 (1) +11 18.07.04 29,681 790 8쪽
27 어느 가을의 청춘들 +16 18.07.03 29,621 764 11쪽
26 특별장학금 (3) +13 18.07.03 28,513 737 10쪽
25 특별장학금 (2) +14 18.07.02 29,807 778 8쪽
24 이무기가 순식간에 용이 되려면 +13 18.07.01 31,219 793 11쪽
23 특별장학금 (1) +12 18.07.01 31,622 739 15쪽
22 미래를 보는 가치 +11 18.06.30 32,213 792 12쪽
21 대운종합금융 (2) +15 18.06.29 33,137 742 12쪽
20 대운종합금융 (1) +29 18.06.28 33,526 779 9쪽
19 카페에서 (3) +24 18.06.28 33,023 758 10쪽
18 카페에서 (2) +19 18.06.27 34,353 836 13쪽
17 카페에서 (1) +20 18.06.26 35,226 838 11쪽
16 점핑 (2) +12 18.06.25 35,884 836 10쪽
15 점핑 (1) +12 18.06.24 36,799 818 14쪽
14 김현수 (2) +22 18.06.23 36,212 818 13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에이션트J'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