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자, 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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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작품등록일 :
2018.06.1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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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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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7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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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작전 결행 4일차

1,2,3일 전부 지수의 도움으로 시도해봤으나 실패했다. 4일째인 오늘도 실패할 게 눈에 선명했다.

연속된 실패, 그것은 곧 자존감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소꿉친구의 도움을 받아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무슨 방법을 시도해야 처녀귀신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고민에 사로잡힌 채 길가를 걸어 학교로 가고 있는데 으슥한 골목길 안쪽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지나가는 소년. 잠깐 이리로 와보게나.”

일단 나는 아니다 싶어 무시하고 가던 길 그대로 걸어갔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지나가는 소년. 잠깐 멈춰보게나.”

지금 설마 나를 부른 건가?

이 길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봤다. 현재 이 길가엔 나 외엔 아무도 없었다. 보통 이 시간대에 사람들이 많을 텐데 아이러니한 일이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내가 맞는지 확인할 겸 물어봤다.

“혹시 절 말하시는 건가요?”

“그래! 널 말하는 거다. 우매한 소년아.”

아니, 한 번에 못 알아들었다고 초면에 우매하다고 하다니······.

“다짜고짜 우매하다고 하시는 사람한테 저는 볼 일이 없습니다. 그럼 이만.”

가뜩이나 처져있던 상태에서 그런 말까지 들으니 기분이 팍 상해 그냥 가려고 했다.

그러자 포기하지 않고 나를 멈춰 세우려는 한 마디에 나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보게, 이승의 사람이 아닌 다른 세상의 것한테 홀린 소년이여. 지금 그것한테 홀려서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세상의 것이라면······ 혹시 처녀귀신을 뜻하고 얘기한 거야?

“누구신데 그렇게 단정 짓고 얘기하시는 건가요?”

“후후. 정 궁금하다면 이리로 와 보거라. 네가 궁금했던 것들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솔직히 말해 저 말을 100% 믿을 수 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속는 셈 치고 한 번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외부에서 봤을 때도 으슥했지만 실제로 안으로 들어와 보니 전형적인 양아치들이 있을 법한 장소였다. 그런 장소에서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한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조선시대에서 양반들이 저자로 나갈 때 입을 번한 복장이었다. 전체적으로 흰색으로 된 한복, 머리카락을 말아 올려 한데 묶은 상투, 그 상투 위에 속이 보일 정도로 연한 검은색의 흑립을 쓴 양반 복장, 마지막으로 한 손에 접은 부채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복장임에도 불구하고 외형이 빛을 발했다.

어떤 것이든 냉철하게 파악하고 때론 잔혹하게 처낼 것은 처내는 눈, 날카롭고 매끄러워 어느 여인이라도 보면 한눈에 호감이 가는 콧날, 입술은 마치 이 사내만을 위해 있는 것처럼 어떤 말을 해도 모든 것을 받쳐줄 정도였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전형적인 미남이 아닌 미남 중에 꽃미남이라고 불릴 외모였다.

와······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이 있다니······ 요즘 아이돌보다 더 잘생겼네.

그런데 하필이면 저런 복장으로 있는 걸까.

여러 의문이 떠오르지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 생각은 접어두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요즘 같은 시대에 저런 사람이 있다니 희귀할 따름이다. 이런 희귀한 사람이 왜 나를 불러 세운 걸까?

생각만해서는 해답에 도달할 수 없으니 나를 부른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저기··· 왜 저를 부르신 건가요?”

“그거에 대한 이유는 실로 간단하거늘. 그것은 바로 네가 손각시와 연관된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금 손각시라고 말했잖아?! 그렇다면 설마 이 사람도······.

“혹시 당신도 귀신이세요?”

“눈치 채는 것이 왜 이렇게 늦는 것이냐. 그렇다. 이 몸은 몽달귀신, 세계에서는 흔히 총각귀신이라고 불리는 몸이로다.”

총각귀신이라고?! 사후세계에서 처녀귀신과 혼인을 맺어 한을 푸는 그 총각귀신?

처녀귀신에 이어 총각귀신까지 보게 되다니······ 평생 운을 다 썼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처녀귀신이랑 한 세트인 그 총각귀신 맞죠?”

“방금 눈앞에서 말한 것도 잊다니······ 정말 멍청하구나.”

“확인 겸 한 번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 네 말대로 총각귀신이다.”

“그런데 처녀귀신과 연관됐다고 한 말씀은 도대체 무슨 뜻으로······.”

“말 그대로 의미를 뜻하거늘, 어찌 이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가······ 네가 처녀귀신과 만나 고백하고 그 뒤 계속 찾아가는 것을 말하는 일이로다.”

총각귀신은 손에 쥔 부채를 다른 손바닥에 착 소리가 나게 쳤다.

그런데 어떻게 고백한 일을 알고 있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그것에 대한 것을 곧바로 질문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알고 계세요?”

“이미 귀신들 사이에서 소문이 파다하거늘. 그러니 내 귀에도 들어올 수밖에 없지.”

“그런데 그 때 그 장소에는 저와 처녀귀신만 있었는데요?”

“처녀귀신이 있는 학교에는 말이지, 처녀귀신 외에 다른 잡다한 귀신들이 많이 있지. 허나 네가 모를 법도 하다. 귀력이 약한 귀신은 인간들 눈에 잘 안 보이는 법이니.”

다른 귀신이니, 귀력이니, 영문 모를 말들이 잔뜩 오가는 가운데 총각귀신의 말이 이어졌다.

“보통 이름 있는 귀신은 귀력이 세서 인간들의 눈에 잘 보이지만, 귀력이 약한 귀신들은 흔히 인간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너도 볼 수 없을 테지. 그 귀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네가 처녀귀신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고 하는구나. 인간들도 보통 재미난 이야기 거리가 있으면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가? 귀신도 똑같다네. 서로 서로 얘기하면서 소문이 형성된 것이지. 이제 알겠나?”

새로운 사실을 알았지만 그보다도 처녀귀신에게 고백한 장면을 여러 귀신들에게 보인 것도 모자라 소문까지 났다고 들으니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이야기가 다소 탈선된 까닭에 본론으로 돌리고자 처음 질문으로 돌아갔다.

“그런 일로 찾아온 것만은 아니죠?”

“이런 거에만 눈치가 제법 빠르구나. 네 말대로, 고백했던 일 때문만은 아니란다. 바로 자네에게 조언을 해주려고 온 거라네.”

“조언이요?”

“그렇다네.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지만 힘드니까 말일세. 그리고 개인적으로 처녀귀신이 행복해졌으면 좋으니 말일세.”

총각귀신이 말한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 자기가 총각귀신이니 처녀귀신과 맺어져 행복해지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무슨 말씀이세요?”

“말 그대로 의미인데 자네는 이해력이 부족한 모양인가 보구나.”

“아뇨. 저도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너무 당황스러워서······.”

“무엇이 자네를 당황스럽게 했는가?”

“보통 처녀귀신과 총각귀신은 한 세트잖아요. 제가 따로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처녀귀신과 총각귀신은 사후에서 서로 맺어짐으로서 원한을 풀고 성불한다고 알고 있거든요.”

“뭐 그 말도 맞지만 세상에 처녀귀신이 네가 알고 있는 처녀귀신만 있을 거 같으냐?”

생각해보니 그러네. 무조건 이름 있는 귀신이라고 해서 한 명이라고 단정 짓는 건 섣부른 판단이었네.

“생각해보니 아닐 거 같네요.”

“두뇌 회전이 어느 정도 되니 귀찮음이 줄었구나. 그래. 네 말대로 처녀귀신은 단 한 명이 아닐세. 비록 내가 학교에 있는 처녀귀신이랑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지만 말일세.”

처녀귀신이랑 알고 지낸 사이가 길었다면 뭐든 알겠네? 이건 기회다.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모두 알아보자.

“오랫동안이요? 그럼 학교에 있는 처녀귀신에 대해 무엇이든 알고 있겠네요.”

“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전부 알려줄 수는 없다네. 그러니 한 가지만 힌트를 줄 테니 잘 듣게나.”

“네!”

“자네는 처녀귀신이 왜 처녀귀신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예?”

“내가 해줄 말은 이게 끝일세. 나머진 자네가 알아서 하기 나름일세. 그럼.”

총각귀신은 자기 할 말을 마치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처녀귀신이 처녀귀신으로 된 이유라······.

총각귀신이 남기고 간 말을 곱씹으며 천천히 생각하던 중 기발한 방법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래, 이 방법이면 처녀귀신한테도 먹힐게 틀림없어.

문득 생각해낸 방법에 대해 자화자찬을 하며 골목길을 빠져나와 학교로 다시 걸어갔다.



학교 아침 조회시간부터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까지, 총각귀신이 알려준 힌트를 듣고 떠오른 좋은 생각을 잊지 않고 더 나아가 이 생각이 정말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 성공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이 생각이 과연 처녀귀신과의 관계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지 확신을 가지지 못해 망설이고 있었다.

언제까지 계속 생각만 하다가는 결론을 지을 수 없다. 단점이 있더라도 때로는 과감하게 결심해서 실행할 필요가 있었다.

문득 떠올랐던 생각이 나에게 있어 최선의 방법이라고 굳게 믿고, 그 생각을 실행하기 위해 사전준비를 할 필요성이 있어 마지막 날 전까지 준비하자고 정했다.

굳이 따져서 왜 사전준비를 하냐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식으로 생각하면 납득할 것이다.

전쟁에서 장수가 아무런 대책 없이 맨몸으로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 들어가는가? 절대 아니다. 모든지 작전을 비롯한 사전준비를 마치고 난 뒤에야 뭘 하든지 한다.

좋아하는 여자아이한테 고백할 때도 어떻게 어디 장소에서 만나고 어떤 분위기일 때 고백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인지 다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올라가니까.

똑같은 이치다. 계획을 완벽히 성사시키기 위해선 사전준비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나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니 말이다.

다소 돈이 많이 들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처녀귀신과 연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크나큰 손실을 아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했으니 통장에 돈은 넉넉했다.

여행자금에서 돈이 조금 모자를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가서 미루거나 따로 조정하면 될 일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말자.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물건들을 검색하고 그나마 가장 싼 가격을 보는데 가격이 장난이 아닌 것이 하나 있었다. 나머지 것은 그렇다 치는데 이건 좀 가격이 장난 아니게 비쌌다.

분명 돈이 넉넉하다고 생각했었지만 크나큰 오산이었다고 깨달았다.

그 가격표를 보고 내 마음속에선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안 사! 아니, 못 사! 이건 절대 사면 안 돼!!! 이걸 살 바엔 차라리 학교 체육관에 있는 걸 몰래 빌려 쓰고 말지.

그래. 그냥 창고 열쇠를 몰래 가지고 있다가 잠깐 쓰고 원래대로 돌려놓자.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필요한 물품을 주문한 뒤 인터넷 창을 닫고 컴퓨터를 껐다.

의자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무언가라도 생각하면 좋겠지만 계획실행에 앞서 걱정만이 온 몸을 지배했다.

사람으로선 당연한 거다. 다들 시험이나 수능 보기 전에도 걱정하고, 대학교 입학 발표 전에도 걱정하고, 회사에 합격통보가 나기 전에도 걱정하는 것처럼.

이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심정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사는 거야말로 이상적인 삶이지만 인생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다. 항상 행복한 일는 것만이 아닌 불행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고, 화가 날만한 일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극복해야지만 비로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 조금만 더 힘내자. 비록 이 문제를 해결해도 한 가지의 문제가 더 남아있지만 그래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부정정인 사고에서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자 걱정스러웠던 마음도 조금씩 완화되고 있었다.

금세 기분이 괜찮아진 나는 자신감이 상승했다. 그리고 곧바로 계획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실험해봤다. 처음엔 실패가 수두룩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대담함과 자신감이 뒤받쳐주자 실패할 일이 거의 없었다.

좋아. 이 정도면 완벽해. 이제 계획 당일에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남은 기한은 오늘을 제외하면 앞으로 3일, 사전준비를 하면 2일을 소모하여 마지막 날이 결전의 날이다.

결전의 날까지 3일이 남았지만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가듯 순식간에 3일이 지나갔고, 마침내 내 인생에 있어 결전의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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