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과 마늘 없이 사람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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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중턱
작품등록일 :
2018.06.1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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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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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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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5)

DUMMY

전라남도의 해적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용은 이랬다. 괴물을 봤다고 한다. 그것도 엄청난 크기의 괴물을. 볼 것도 없었다. 놈은 확신컨대, 제주도를 점령한 거대 괴수인 리바이어던일 것이다.


“하지만 왜 이제야 활동하기 시작한 거죠?”


민기 녀석이 참 바보 같은 대답을 한다. 하지만 대답 못해줄 만한 내용은 아니다. 한 마디만 하면 되니까.


“괴물은 아무도 몰라.”


말 그대로다. 괴물은 우리가 그 놈들을 규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괴물이라고 한다. 우리가 몬스터랍시고 상대하는 놈들은 행동 원리가 정해져있다.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잡아먹어 몸이 소모하는 마나를 충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몬스터라고 부르는 놈들에겐 괴물의 자격이 없다. 커럽터 정도는 되어야 괴물이라고 불러줄 수 있지.


하지만, 이번에 나온 리바이어던은 커럽터 수준의 적이 아니다. 커럽터는 말 그대로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그 전투력이 개체에 따라 천차만별인 까닭에 종잡을 수 없어서 위험하다면, 리바이어던은 한마디로 존나 위험하다.


“···제기랄. 아직 듣지 못한 게 많은데. 예를 들자면 이수진이 녀석이 찬이 녀석의 지워진 기억을 메워준다던지 말이야.”

“···.”


저 여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직 뼈가 다 자라지 않은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보고 있기가 징그러워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거 회복 못 해?”

“마나를 다 썼어. 몬스터 웨이브가 설마 거기서 나타날 줄이야.”

“···그럼 잘 됐네. 이참에 그냥 중국 가. 뭐 하러 여기 있어? 괴물도 튀어나올 텐데.”


그 말에 쑨 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창한 중국어로 대답했다.


“그럴 순 없어.”

“왜. 내 모가지가 아직도 탐이 나냐?”


나의 빈정거림에 쑨 린이 녀석 다운 반응을 보였다.


“네 모가지를 안 가져가려고 이러는 거다 이 빌어먹을 놈아! 난 헌터야! 어지간한 불상사가 아니면 의뢰를 포기할 수 없어!”

“···너 설마 「은혜 갚기」라는 게···.”

“그 설마다. 난 헌터로서 그곳에 참가해서 마지막까지 지키다 텔레포트 스크롤 써서 도망칠 거야.”


미쳤군. 이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이 따위 말을 지껄일 정신머리가 나는 건 아마 쑨 린 뿐 일거다. 사고방식이 무협지로 되어있는 놈답다.


“왜 그런 표정을 짓지?”

“두뇌가 무협지로 되어있는 사람을 보면 누구나 다 이런 표정을 짓게 돼.”


그 말에 녀석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봤지만, 녀석 답지 않게 참아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던 놈이 진짜 높은 것이 뭔지 알고 철이라도 든 걸까. 진짜 무협지 방식의 사고패턴이 따로 없다.


“어쨌건, 난 국군이랑 협력 관계라서 찾아가긴 할 거지만, 넌 굳이 갈 필요 없잖아? 그리고 상대는 리바이어던이야. 네가 뭘 하건 상상하지도 못한 뭔가가 터져 나온다고. 억! 하고 죽는 거야.”

“탁! 하고 쳤더니 말이죠.”

“이상한 추임새 넣지 마, 김민기. 무슨 80년대야? 탁 하기 치니까 억! 하고 죽게?”


중간에 민기 녀석이 끼어들어 분위기가 이상해지긴 했지만, 중요한 건 중국인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이봐, 이 친구야. 바보 같은 소리 말게. 자네 말대로라면 놈이 대국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중화민국이라고 해.”

“신경 쓰이는 게 그것뿐이라면 내 말이 딱히 틀렸다는 건 아니란 뜻이겠지?”


쑨 린이 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정말 뛰어난 발상이라고 칭찬하려다 양 손의 검지로 양 쪽의 관자놀이를 짚고 있는 마오 룽을 보고 텔레파시를 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그야 그렇지. 뭘 할지 모르는 놈들이니까.”

“그렇다면 그 의미가 조금 확장된 자위권이라고 생각하시게. 나도 싸우겠어.”

“···별로 기대는 안 되는데.”

“그렇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거들어야 하지. 안 그런가?”


틀린 말도 아니긴 했다. 솔직히 한 사람이라도 더 있어야 놈을 토벌할 가능성이 커지니까. 근데···솔직히 불가능하다. 미국이나 러시아 수준의 화력은 돼야 어떻게 할 수 있는 놈을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개인의 문제가 절대 아니야.”

“개인이 모이면 단체가 되지.”

“국가 수준의 무력이 필요해. 우리론 턱없이 모자라. ···젠장. 놈의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적어도 마나 폭풍이 기갑 전력을 병신으로 만들지만 않았어도···.”


전국방방곳곳을 지키던 수많은 탱크가 마나에 의해 엔진, 기계부품, 자동장전기, 기타 등등···마나가 에너지를 과하게 주입시키면서 망가트린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 망가진 것들 중에서 반만, 아니 반에서 또 반을 떼어내더라도 300대가 넘는다! 이것들이 모두 리바이어던 하나에게 화망을 집중시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그런 꿈같은 소리는 해봐야 부자였던 경험이 있는 노숙자의 푸념에 불과하다.


“그래도 박격포와 견인포는 무사하지 않나?”

“놈이 광역 마법을 쏘면 방어 능력이 전무한 박격포와 견인포는 바로 끝이거든.”

“···그렇군.”


군에서 틀어준 일본 해상 자위대의 전력이 리바이어던의 온갖 마법과 브레스, 그리고 육탄 공격에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을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작 커럽터 좀 잡을 줄 아는 사람 몇 명 추가한다고 해서 뭔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잠깐만. 방법이 있어.”

“뭐? 누구 생각하는데.”

“규격 외의 존재가 하나 있긴 해. 우리 부탁을 들어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야.”


그 말에 그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그 커럽터?”

“야, 이 미친놈아! 날 대체 얼마나 쓰레기로 생각하는 거야! 너희 같은 놈들 살리려고 그 녀석을 괴물취급 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부아가 치미는데···!”

“뭐야. 그럼 그 커럽터 말고 뭐가 더 있다고? 한반도에 대체 뭐가 사는 거야···?”


쑨 린이 몸서리를 치며 물었다. 하긴···그렇게 몸서리를 칠만한 상대인 것은 확실하다.


“뭐···너보단 확실히 강한 사람이야.”

“···갑자기 내 수준이 너무 낮게 느껴지는군.”


쑨 린이 쉰 소리를 내며 자신의 자존심이 한풀 꺾였음을 어필했다. 물론 본인은 그런 어필 따위 할 생각도 없었겠지만.


“아무튼 가보자고.”

“거기가 어딘데.”

“강원도 쪽으로 쭉 가면 돼.”

“···너무 설명이 애매모호하지 않나? 조금 더 제대로 된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긴, 강원도 쪽으로 쭉 가기만 하면 나온다는 말은 확실히 애매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미르 양의 숲은 정말로 강원도 쪽으로 무작정 가기만 해도 갈 수 있는 곳인걸.


“말 그대로 강원도 쪽으로 가야만 갈 수 있는 위치야. 개인이 지배하는 공간이 그쪽 방향으로 가야 있어.”

“···? ···. ···!! 설마 한반도 중앙에 있는 그 숲 말인가?”


아, 지나왔었나보군.


“그래.”

“거기라면 알지. 예정 도착 시간보다 이상하리만치 빨라져서 놀랐던 곳인데···.”

“숲의 분위기도 이상했습니다. 뭔가 마나가 과하게 흐르는 것 같았죠.”


그야 그렇겠지. 말 그대로 개인이 만들어낸 결계 그 자체니까.


“더 웃기는 건 그 끝이 안 보이던 숲이 걷기 시작한지 1분도 안 돼서 그 끝이 보이더군요.”


···이렇게 들으니 참 굉장하다고는 생각한다. 잘만 이용하면 유통업에 진짜 기막히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찌됐건, 우린 강화도로 가기에 앞서 한미르 양의 숲으로 향했다.


---


······.


······.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고작 내 말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 것뿐이잖아. 그냥···그것뿐인데···.


콱!! 콰직!!


“크에에엑!!”


맨 손으로 커럽터를 잡아 찢어버린 것이 세 번째···. 심장과 머리만 뽑아도 죽는 녀석을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내가 화가 심하게 많이 나 있기 때문이다.


난 무작정 걸었고, 눈에 보이는 놈들은 모조리 베었다. 다행히 사람···은 안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람이 있었다면 베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난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솔직히 커럽터에게 한 대도 맞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일대일로 그냥 맞고 때리며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나는 두 대만 맞고 바로 세 번 죽였고, 지금 네 번째 죽이길 기다리는 중이다.


“···안 살아나네.”


네 번째는 없었다. 죽었다 살아나는 것도 세 번이 한계였던 모양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그때 모여 있던 다섯 명의 커럽터는 정말 경악스러울 정도로 강했다. 진짜 경악스러울 정도로. 물론 전부 내 손으로 잡아 죽일 수 있을 정도이긴 했다. 소우주가 없어도 아마 이겼을 것이다.


그 다섯 정도면 제주도에서 만난 큰 뱀도 이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둘로 갈라진 놈을 이전에 찢어 죽였던 와일드 보어의 가죽에 담아서 짊어졌다. 이상하게 이전과는 달리 모든 것이 뚜렷했다. 내 감정, 내가 짊어진 것이 지닌 심리적인 무게감은 물론 물리적인 무게마저도 너무나 뚜렷했다. 그 까닭에 이전에도 살인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라 느꼈던 이 행위가 죄의식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뚜렷한 이 감각이 난 너무나 싫었다.


···그래도 뚜렷해서 좋은 점이 딱 하나 있긴 하다. 죠니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죠니 이 빌어먹을 축구공 새끼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아니 사실 위안이 안 됐다. 아무것도 위안이 안 됐다. 난 복수도 실패했고 그나마 날 사람처럼 대해주던 사람과 헤어졌으며, 더군다나 그 미친 중국인들이 과장 아저씨를 죽일지도 모르는데 버려두고 왔다.


···젠장 내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 거지? 졸지에 내 집까지 잃었는데.


난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돌아갈 길드도 없고 찾아갈 아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집에는 그 사람들이 지낼 테니 내가 찾아갈 수도 없다.


생각해보면 내가 내쫓아야 했던 게 아닌가 싶지만···그 상황에서조차 난 그렇게 할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애당초 거긴 나 혼자서 사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어떻게 하지? 요즘 같은 세상에 천장 안 뚫린 집 찾기 힘든데···. 강원도에 있는 막사로 가야되나? 요즘 거기에 볼일도 없어서 제대로 청소도 못 했는데···.


“···일단 커럽터 시체부터 좀 어떻게 하고 가야지.”


나는 미르 누님의 숲으로 향했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사람이었던 녀석의 시체니까 최대한 빨리 수목장을 치러 줘야하지 않겠는가.


···생각 읽는 거 안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물론 어려울 것임은 알고 있다. 내 생각이 멋대로 흘러들어가는 거라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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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에필로그 18.10.30 230 7 33쪽
82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6) +3 18.10.05 279 11 14쪽
81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5) 18.10.04 210 7 12쪽
80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4) 18.10.03 198 4 10쪽
79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3) 18.10.02 205 5 10쪽
78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2) 18.10.01 204 3 11쪽
77 14장 - 기사는 용을 물리쳐 공주와 결혼한다(1) 18.09.28 211 6 9쪽
76 13장 - 리바이어던(5) 18.09.27 220 7 11쪽
75 13장 - 리바이어던(4) 18.09.26 217 7 11쪽
74 13장 - 리바이어던(3) 18.09.25 216 6 9쪽
73 13장 - 리바이어던(2) 18.09.24 227 8 12쪽
72 13장 - 리바이어던(1) 18.09.21 214 4 14쪽
71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7) 18.09.20 225 5 10쪽
70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6) 18.09.19 223 5 10쪽
»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5) 18.09.18 229 5 11쪽
68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4) 18.09.17 232 2 9쪽
67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3) 18.09.14 241 8 13쪽
66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2) 18.09.13 220 5 9쪽
65 12장 - 너와 만나고 싶었어. 아주 많이.(1) 18.09.12 265 5 10쪽
64 11장 - 기다림(4) 18.09.11 240 4 14쪽
63 11장 - 기다림(3) 18.09.10 222 3 10쪽
62 11장 - 기다림(2) 18.09.07 252 4 11쪽
61 11장 - 기다림(1) 18.09.06 204 6 10쪽
60 11장 - 세척(2) 18.09.05 229 3 13쪽
59 11장 - 세척(1) 18.09.04 219 4 11쪽
58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6) 18.09.03 224 6 11쪽
57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5) 18.08.31 234 4 11쪽
56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4) 18.08.30 238 6 11쪽
55 10장 - 계획을 세웠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3) 18.08.29 24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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