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맺어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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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드리
작품등록일 :
2018.06.16 21:09
최근연재일 :
2018.08.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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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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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방인

DUMMY

"그럼 쉬고 있거라."


중환은 비령의 방에서 나왔다. 비령은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중환은 비령의 방을 슬쩍 보고 머리를 굴렸다.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봉인된 거다. 그렇다면 분노를 자극하는 약물을 먹여 무기로 쓸 수 있어. 10년정도 이용하면 이 나라를 아록 제국에게 팔아버릴 수 있고 나와 예린은 부귀영화를 누릴 거야.'


그는 진실의 눈이란 능력을 준 물건에 감사했다.



*******************************



"오빠, 오빠."


비령은 익숙한 목소리를 가진 누군가가 부르자 눈을 떴다. 그는 목소리의 주인을 보고 경악했다. 죽은 하연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하, 하연."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디오스 성의 내성 입구에 있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이 현실인지 중환을 만났던 곳이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궁금한 게 있어."


하연은 미소지은채 비령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는 비령의 앞에서 갑자기 정색했다. 비령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살짝 뒤로 물러났다.


"왜 날 구하지 못했어? 결국 오빠의 맹세는 거짓이었구나. 오빠는 이기적이었어. 입으로만 구한다고 하고 정작 그 상황이 오자 구하지 못한 입만 산 놈."


"아, 아니야."


"왜 변명이라도 해보게?"


하연의 뒤로 비령이 죽인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도 하연처럼 정색하며 비령을 보고 있었다. 하연의 모습이 그녀가 죽을 때처럼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변했다.


"오빠는 내 뒤에 있는 사람들과 다를 게 없어. 오빠도 자기 일만 아니면 상관 쓰지 않는 쓰레기야."


"아니야!"


비령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 그는 이것이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너무 현실적이었다. 하연의 눈에서 피눈물이 떨어져 비령의 머리에 닿았다.


"오빠는 남들을 버리는 쓰레기야. 멍청한 놈. 오빠는 약자고 방관자야. 남들이 오빠를 지켜줄지 몰라도 오빠는 남을 지킬 수 없어."


"아니야"


비령은 흐느꼈다. 그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계속 머리를 박아서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똑같은 행동을 했다. 그렇게 그는 의식을 잃고 꿈에서 깨어났다. 창문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령은 식은 땀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덮었다.


폭포수처럼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는 같은 단어를 계속 중얼거렸다. 그의 흐느낌은 점점 커졌지만 빗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그는 눈물을 멈췄다. 그는 다시 자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방 밖으로 나왔다. 모두 자고 있는지 복도는 고요했다. 그는 정처없이 고요한 복도를 걸었다.


그는 막다른 길이 나오자 멈추었다. 막다른 길에 문이 있었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문을 열었다. 그의 눈에 책상 위에 있는 상자가 들어왔다. 그는 상자 속의 내용물이 뭔지 궁금하여 상자를 열었다. 상자 속에 영혼의 서가 있었다. 그는 영혼의 서에 손을 댔다. 그러자 책에서 검은 빛이 방 안을 뒤덮었고 빛이 사라지자 아무도 없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다. 새햐안 공간이었다.


'여긴 어디지?'


"넌 누구냐?"


노인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오른쪽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었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으며 어느 나라 복장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비령이에요. 여기는 어디에요?"


"너같은 어린 아이도 여기에 끌려오다니. 여기는 인간 계약서의 공간이다."


비령은 이해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곳은 인간의 자유를 신에게 바친 계약서다. 이 공간을 부수면 계약은 해지되지."


"계약서? 인간의 자유?"


"예전에 신들은 세계에서 가장 수가 많은 종족. 인간, 엘프, 난쟁이, 오크, 드래곤, 천족, 마족, 정령, 신족의 자유를 빼앗으려고 했다. 그래서 9종족은 연합군을 만들어 대항했지. 신들은 쉽게 제압하지 못했고 내부에 배신자를 만들었다. 배신자는 자신이 속한 종족의 자유를 팔고 대가를 받았지. 그리고 확실하게 활약하여 이 사태를 만들었다. 소개가 늦었군. 인간 대표인 오딘이다."


"오딘 할아버지, 여기서 나갈 수 없는 건가요?"


"방법은 있어. 저기 있는 곰을 죽이는 거다."


오딘은 저 멀리에 있는 아주 큰 곰을 가리켰다.


"곰이요? 저건."


비령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하연이 서있었다.


"저건 '끔찍한 기억'이라는 생물이다. 나는 어렸을 때 호기심에 곰을 만졌다가 큰 일날 뻔 했지. 너에게 다르게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할아버지는 왜 못 죽였어요?"


"저 녀석이 얼마나 얍삽한지 내가 다가가면 숨어버린다. 네가 다가가면 공격할 거야. 넌 약하거든."


비령은 볼을 긁적였다. 그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할아버지, 저에게 특이한 힘이 있어요."


오딘은 비령을 살펴보았다.


"그렇구나."


"혹시 이 힘을 발현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안 돼. 그 힘을 사용하면 감정을 잃는다. 잘못하면 감정없는 인형이 될 수 있어."


"괜찮아요. 감정 하나로 나갈 수 있으면 이득이죠."


"그냥 포기하고 여기서 살아도 된다. 감정을 잃는 것은 끔찍한 저주야."


"어차피 전 괴물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평생 갇혀 지낼 수 없어요. 저에게 목표가 있거든요. 하연의 복수를 하는 것. 일단 그게 제 목표에요. 지금은 하연의 죽음에 화가 나지 않아서 그 목표가 점점 흐려지고 있지만 일단 제 목표는 그거에요. 그러니 그 능력을 발동시켜주세요."


"너같은 어린 아이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바깥이 말세라는 얘기구나. 알았다. 발동시켜주지."


오딘은 비령의 머리를 만졌다. 비령은 하연으로 보이는 끔찍한 기억에게 덤볐다. 끔찍한 기억은 비령이 약해보여서 숨지 않고 맞서 싸웠다. 비령의 몸에서 청염이 일어났다. 그는 끔찍한 기억의 손을 잡았다. 머릿 속에 망설임이 가득했다. 눈 앞에 있는 하연은 진짜 하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성으로 알아도 감정은 그녀를 죽이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의 기억을 통해 형제화가 된 거지만 그녀를 2번 죽여야만 하는가.


'저건 하연이 아니야. 하연으로 변장한 요괴야.'


그는 떨리는 손으로 끔찍한 기억을 찔렀다. 방심한 끔찍한 기억은 반항 한번하지 못했다. 그것은 비령의 볼을 쓰다듬었다.


"오빠는 날 2번이나 죽였네? 쓰레기 새끼."


끔찍한 기억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비령은 주저 앉아 흐느꼈다. 꿈 속에서 본 것과 지금 끔찍한 기억에게 들은 말은 그의 멘탈을 갉아먹었다. 오딘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멘탈 잡아라. 곧 있으면 이 공간이 무너질 거다."


"할아버지도 저와 같이 나가는 건가요?"


비령은 정신줄을 다 잡으며 겨우 입을 땠다.


"아니, 난 여기에 묶인 존재. 이곳이 무너지면 나도 죽는다. 인간을 풀어준 공로로 너에게 능력을 주마."


오딘의 손에서 빛이 나더니 비령의 어깨와 다리에 작은 문신이 생겼다.


"너가 성장할수록 너의 몸에 각인된 문신도 성장할 것이다. 오른팔은 마나를 다루는 능력을. 왼팔은 마력을 다루는 능력을. 오른 다리에 선력, 왼 다리에 정령을 다루는 힘이다. 이 힘은 너의 정신력을 소모할테니 주의하거라."


새하얀 공간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제 계약서에 적혀 있는 현자와 마법사는 나타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사라졌으니 현자와 마법사가 나타나겠구나. 고맙다."


"마법사는 이미 있는데요?"


"그건 마법사가 아니다. 기억해라. 지금 세상에 있는 마법은 신들이 만든 조잡한 것이다."


공간이 무너지고 환한 빛이 공간을 가득 채우면서 비령은 정신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가 본 것은 낡은 책이었다. 그 책은 표지의 일부분이 불에 타서 없어진 상태였다. 그는 그 책을 품 속에 넣고 상자를 닫았다. 그는 방을 나오면서 생각에 잠겼다.


'하연의 복수에 신이 관련되어 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신의 음모를 방해할 필요가 있어.'


그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귀에 비가 내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1층으로 내려가니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 있었다. 그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아름다운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소녀는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 비령은 그녀의 모습에서 진을 만나기 전의 자신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녀의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비를 막아줄 물건을 주지 않았다. 마치 사람들에게 배척받았던 비령처럼. 비령은 비를 맞으며 소녀에게 걸어갔다. 소녀의 미모에 관심이 생겨서가 아니었다. 그저 비 속에서 소녀를 구해주고 싶었다.


"왜 비를 맞고 있어? 계속 맞으면 감기에 걸려."


소녀는 비령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녀의 눈은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초점이 없었다.


"집이 없어."


"가족은?"


"그런 병신들은 필요없어."


소녀는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령이 이런 사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몸을 느꼈다. 자살하거나 겨우 남은 생을 붙잡고 버티는 것뿐이었다.


"너도 나랑 같구나. 나도 너처럼 가족의 의미를 모를 때가 있었지."


"가족의 의미? 날 가두고 괴롭히는 쓰레기가 가족이야?"


그녀는 이제 지쳤는지 담담하게 말했다. 비령은 진이 해준 말을 기억했다. 그는 소녀를 구해주고 싶었다. 진짜 가족의 의미를 알려주어 현재 자신처럼 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가족은 항상 너의 곁에 있는 사람이야. 내가 너의 가족이 되어줄게. 가족의 따뜻함을 보여줄게. 너를 지켜줄게."


"당신은 약해. 그 힘으로 지킨다는 건 허세나 다름없어."


"단지 힘만으로 남을 지킬 수 없어. 가장 중요한 건 남을 지키겠다는 마음이야."


"난 괴물이야. 애초에 너랑 다른 존재라고. 너랑 나는 가족이 될 수 없어."


"넌 괴물이 아니야. 그저 남들과 다를 뿐이야. 괴물은 자신을 괴물이라고 인정한 사람이 괴물이야. 네 자신을 괴물이라고 인정했어? 아니면 네가 괴물이라고 말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거야?"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거야."


"거봐. 넌 괴물이 아니야. 내가 가족이 되어줄게. 외톨이보다 믿을 수 있는 2명이 낫잖아?"


소녀는 비령의 말에 정체되어있던 감정이 살짝 움직였다.


"오빠."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비를 많이 맞았는지 그녀는 쓰러졌다. 비령은 그녀를 안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사람들 주위를 돌고 있던 이방인은 자신과 같은 이방인을 만나고 서로의 동질감에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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