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878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6.18 15:13
조회
1,563
추천
27
글자
20쪽

아포칼립소(5)

DUMMY

사흘째였다. 처음 이 건물에 갇히고 설마 이렇게 오랫동안 못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식량도 점점 떨어져 갔다. 살아있는 입만 일곱이었다.

" 야, 이거 이제 인터넷도 전화도 안터지네.. 어쩌지? "

도끼가 걱정스레 강의실 적막을 깬다. 오늘 오전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심상치 않았는데, 결국 악재가 겹쳤다. 어제 간신히 은혜와 통화에 성공해서 당부를 한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형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며 안심도 시켜주었다.

고아원도 걱정이 되었다. 식량이 넉넉하다고 하지만 그 불안감은 어쩔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삼총사를 데리고 원룸으로 갔어야 했나 싶었다.

아니다. 그럼 더 위험했을 것이다.

전기는 아직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이것도 언제까지 버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는 결판을 지어야 할때가 다가온다.

" 이제 먹을것도 거의 떨어져 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돼. 바위야. "

제비도 그 사실을 느끼고 있는지 걱정스레 물어온다. 그 말에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수학교육과 조교커플이 풀이 죽어 말했다.

" 우, 우리는? 아직 얘 다리도 낫지 않았고.. 제발 버리지는 말아줘. "

커플 중 여자가 애원하듯이 바라봤다. 남자의 돌아간 발목은 도끼가 그날 바로잡아줬지만 뭔가 잘못됐는지 부기가 빠지지 않고 있었다.

그들 중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 사람은 다희였다. 만난 날을 생각하면 소심하고 낮을 가리는 성격이 분명했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히려 처음에 당당한 자세로 말한 조교커플이 지금은 소심하게 바뀌어 있었다.

다희는 제비와 도끼도 눈쌀을 지푸리며 피해다니는 삼층의 좀비시체들을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드나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어제는 그 시체를 뒤적이는 모습에 기겁을 한 제비가 그녀를 끌고 올 정도로 뭔가 바뀌어 있었다.

사흘동안 대부분의 연구실 문을 따고 들어가 여러가지 물품들을 챙길 수 있었다. 스마트폰 충전기나 손전등, 등산화, 구급약, 붕대, 먹을 것들과 어설프지만 무기들까지 말이다.

" 가야지. 마냥 여기서 있을 수는 없어. "

바위가 결론을 내렸다.

" 단, 지원자들만 간다. 여기에 남아 구조대를 기다릴 사람은 남는 걸로 하자. "

" 그래. 괜히 모두를 끌고 위험하게 갈 필요는 없지. 언제 출발할꺼야. "

도끼도 바위의 말에 동의하며 강의실을 훑어봤다. 당장 움직이기 힘든 조교커플은 구조대를 기다려야 할꺼고 나머지 조교, 유아교육과 조교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와 다희는 각자의 선택에 맡낄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아교육과 조교는 남기로 했고 다희는 따라온다고 했다. 바위는 별다른 생각없이 동의했고 출발 시간은 내일 오전으로 잡았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삼총사는 바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무기와 생존물품을 점검하고 랩을 돌면서 얻은 옷가지들을 꺼내들고 백팩에 마실것과 음식 몇가지를 넣는등 내일의 출전을 준비했다.

그런 가운데 바위는 특이한 행동을 했다. 골치가 아픈듯 이마를 짚었다가 서서 5키로짜리 아령을 들고 주먹을 휘두르고 다시 이마를 짚고 하는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왜 저러나 싶어 물어보고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바위의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쟁같은 첫날이 지나고 더 이상의 위협이 건물안에 남아있지 않자 각자 널부러져 개인시간을 가졌다. 그 와중에 깊이 생각에 잠긴 바위가 습관적으로 이마를 짚자 뭔가를 깨달았다. 10302200288.. 바위의 이마에 찍한 바코드의 값이었다.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겨우 알아낸 단서를 놓치기 싫어서였다. 그런 와중에 알아낸 몇가지 사실은 10302200288에서 아무런 행동없이 쉬었더니 바코드의 숫자가 10303000288로 변했다. 그리고 팔굽혀피기와 좀비와의 전투를 떠올리며 쉐도우 복싱을 하고 난후에도 바코드가 변했다. 10302780450로 바뀐것이다.

그후 계속 실험했다. 끝자리의 숫자들이 운동을 하면 할 수록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찍힌 숫자 10302459999에 도달했다. 그리고 잠시후 10404000000으로 바뀐 바코드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느낀 신체변화. 마치 꽉 끼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한 느낌.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 압축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온몸에 뜨거울 정도로 힘이 쏟아났다. 꽉 쥔 주먹은 콘크리트도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피부는 질긴 가죽같이 변해 웬만한 칼도 막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전과 달랐다. 숫자가 올라가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지고 운동은 쉬워졌다. 그래서 발견한 아령을 들고 운동을 하자 몸에 무리가 조금씩 가고 바코드의 숫자도 예전처럼 올라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자신은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강해지면 모두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방법을 찾았으니 무조건 해야 한다. 미친듯이 자신을 혹사시킨 바위가 온몸에 열기를 피워낸 후에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다희에게 다가갔다.

멍하니 바위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희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 다희야. 네 이마 한번 만져봐도 돼? "

어느새 친해진 삼총사와 다희는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알고 말을 놓기로 했다.

" 으,응? 그래..요.. "

승낙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희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댄 바위는 자신의 바코드를 읽는 방식으로 그녀의 바코드가 읽히는지 알아봤다. 결과는 00000000000. 그냥 0의 나열뿐이었다. 자신의 바코드는 푸른색, 그녀는 흰색이라 그런가? 못읽는건가? 조금 생각이 길어졌다.

이마를 내주고 있는 다희의 얼굴이 터질것 같이 붉어지는 것을 제비가 눈치채고 바위를 부르자 그제야 실수를 알아채고 미안하다고 전하며 손을 땠다. 바위는 고개를 숙이며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고 다시 상념에 빠졌다.

그런 둘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제비와 도끼는 서로 눈짓을 하며 물러서서 제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런것에 둔한 바위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고 다희는 곁눈질로 바위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위는 다시 아령을 들고 운동을 시작했고 강의실은 다시 예전과 같이 돌아간듯 보였다. 하지만 바위와 다희를 계속 지켜보고 있던 유아교육학과 조교, 이명호의 눈빛은 질투와 분노로 빛나고 있었다.


그날밤, 강의실 생존자들이 곳곳에 널부러져 잠에 빠져있는 시간대. 누군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달빛이 창가를 스며들며 희미하게 비추는 실루엣은 긴생머리의 다희였다.

드르륵.

그렇게 몸을 일으킨 다희는 익숙하게 책상들을 피해 뒷문을 열고 나섰다. 잠시후 그런 그녀를 따라 조심스럽게 나서는 인물이 있었다.

다희는 불꺼진 건물을 아무렇지 않게 움직여 목적지인 화장실까지 도착했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뒤따르고 있는 사람, 이명환은 으스스한 분위기에 질려 연신 뒤를 힐끔거리며 잔득 움츠린채 겨우 여자화장실에 도착해 들어섰다.

이명환은 이미 결심을 굳힌듯 비장한 얼굴로 화장실 내부를 힐끔 훔쳐봤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것은 긴생머리를 풀어헤치고 아직까지 끊이지 않은 세면대에서 고개를 숙여 씻고 있는 다희의 뒷모습이었다.

이미 전기가 공급이 안되어 실내등이 꺼져 있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이 그런 그녀를 비춰줬지만 한밤의 그런 모습은 아름답기 보다는 공포영화의 한장면 같았다. 가볍게 흥얼거리는 다희의 노래소리조차 그런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뭔가 결심을 한듯 이명환은 앞으로 나서며 다희를 불렀다.

" 다희야! 나야. 명환선배. "

갑작스럽게 울린 낮선남자의 음성에 살짝 몸을 떤 다희는 금세 평정을 찾고 비치된 화장실 휴지로 물기를 제거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물었다.

" 명환선배? 여긴.. 어떻게..? "

" 다희야. 내일 저들을 따라가지마. 위,위험해! "

이명환은 대화를 하면서 공포스런 분위기가 많이 희석되었는지 점점 붉게 달아오르며 말투가 격정적으로 바뀌어갔다. 그런 그를 보며 다희는 딴 생각을 하며 조용히 있었다.

그런 모습에 이명환은 긍정적인 신호로 여기며 한발짝 다가와 젖어있는 다희의 손을 잡으며 설득했다.

" 밖에는 좀비들 수십마리가 우글대고 있어. 연약한 넌 분명히 저들에게 버림받을꺼야. 아니, 너를 제물로 던지고 도망칠 속셈일수도 있어. 제발, 그들을 따라가지마! "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는 다희의 반응을 보며 점점 흥분하고 있는 이명환은 사리분별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 사,사실.. 나 너 좋아해. 여기서 구조대가 올때까지 같이 기다리자. "

" 아.. 어쩌지.. 분명··· 봤을까? 아냐.. 하지만.. "

뭔가를 중얼거리는 다희를 봤지만 이미 흥분할때로 흥분한 이명환의 귀에는 그런것들이 들리지 않고 있었다. 남성으로써 그 흥분도는 최고점이 되었다. 낮선 환경, 불꺼진 화장실, 남녀 둘만있는 공간, 반항하지 않는 그녀. 이모든것들이 뭉개져 뭔가에 대한 기대로 이성을 잃을정도였다.

" 사랑해! 다희야! "

이명환은 확신에 찬 음성으로 외치며 그녀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려는 시도를 했다.

푸슉! 푸악!

순간이 흘렀다. 이명환은 이 비현실적인 감각과 몸에서 무언가 폭포수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의아한 눈빛으로 다희를 바라봤다. 그녀의 안절부절한 눈빛과 몸짓과 무언가에 흠뻑 적셔지고 있는 와중에 무슨 말을 하고자 했지만 이미 쓰러지는 그는 들을수도 볼수도 없었다.

그르르르···

말대신 공기가 빠지는 소리만 내고 있는 이명환은 이미 영혼이 빠져나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화장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그의 목부위은 날카로운 것에 갈라져 엄청난 피를 간헐적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사후경직을 일으키는 이명환의 시체를 보며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다희의 손에는 날카로운 과도가 어느새 역수로 들려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온몸에 이명환이 내뿜은 붉은 피로 뒤덮힌 채 서 있는 다희의 모습은 어느영화보다 더 공포스런 영화같았다.

" 미, 미안해. 명환오빠. 하지만.. 그가 오해라도 하면.. 그래 어쩔수 없었어.. 이제 어쩌지? 저질러 버렸어.. 하아. 그가 실망할텐데.. "

잠시 이명환의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시체를 내려다보며 무언가 생각하던 다희는 자신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강의실에서 소음이 들리고 누군가 화장실로 뛰어왔다. 그리고 화장실에 벌어진 참극을 보면서 신음을 흘리는 사람은 도끼였다.

" 헐, 뭐,뭐야? 좀비라도 나타났어? "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제비와 바위도 화장실 사방을 물들이고 있는 핏자국을 보고 주저앉아 있는 떨고있는 다희를 살펴봤다. 누가봐도 정황상 피흘리며 죽어있는 이명환이 다희를 겁탈하려다 휘두른 과도에 상처를 입고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 헐, 이 아저씨. 그렇게 안봤는데 말야. "

" 본래 절망적인 상황에서 남자들은 자기 씨를 뿌리려는 습성이··· "

제비가 이상한 소리를 하려고 하자 바위가 막으며 다희를 부축하며 물었다.

" 다희야. 괜찮아? 많이 놀랐지? "

다희의 찢어진 옷을 여며주며 부축하자 바위의 품으로 더 파고들며 몸을 떨었다. 온통 피투성이였지만 그녀를 피하지 않고 다독여 주며 위로해주는 바위였다.

" 이 시체는 어쩌지? 남아있는 사람들이.. "

" 어쩌긴. 남자 화장실 쓰면 되지. 일단 돌아가서 옷을 찾아 바꿔주자고. "

이미 죽음이란 것에 익숙해진 그들의 대화였다. 이제 이런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그들도 깨닫고 있었다.

강의실로 돌아가자 놀라서 잠에 깬 조교커플은 다희의 모습에 한번더 기겁을 했지만 상황을 알려주자 이명환을 욕하며 다희를 위로해 주었다. 랩을 돌면서 옷가지들을 챙겨 놨기에 약간 크지만 그녀에게 맞는 트레이닝 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후 다희가 다시 남자화장실로 가 씻은 후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보고는 모두들 잠에 들려고 누웠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게임이 아닌 현실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마음은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또 다음에 누군가 죽어나거나 좀비로 변할 수 있는 그런 현실말이다.


다음날 아침. 모두 잠을 설쳤는지, 아니 그동안 불편한 잠자리에 힘들었는지 팅팅 부은 눈과 충혈된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예정대로 오늘 오전의 상황을 보고 출발하기로 한 일행은 창문을 통해 교내를 훑어봤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어슬렁거리듯 활보하고 있는 좀비무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 준비는 끝났지? "

제비의 확인질문에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위는 이마를 짚어 마지막 네자리 숫자의 절반만 올려놓은 것이 맘에 걸렸지만 더 이상 일정을 늦출 수 없었기에 마음의 정리를 했다.

조심스럽게 건물을 나선 일행의 가장 앞자리에는 도끼가 나무책상으로 만든 방패와 랩에서 발견한 스패너를 들고 있었고 그 뒤를 제비가 길다란 빠루와 배낭을 메고 있었다. 그 옆에 다희가 좀 작은 배낭과 날카롭게 부러뜨린 막대를 들었다. 마지막 후위에 바위가 팔뚝에 옷가지를 둘둘 감싸고 아무런 무기없이 태산처럼 서 있었다.

주력인 바위는 언제라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배낭등 무거운 것을 일절 들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 자, 가자. 일단 후문방향으로 움직이자. "

교육대와 그나마 가까운 후문으로 방향을 정하자 도끼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최대한 큰 도로를 피해 움직이는 일행은 운이 좋은지, 아니면 좀비가 좀 빠져나갔는지 삼거리에 도착할때 까지 좀비무리를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직진하면 인문대방향이고 오른쪽으로 꺽으면 후문방향이었다.

" 잠깐. 좀비다. "

제비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문대 방향의 건물에서 한 무리의 좀비가 비틀대며 삼거리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 헐, 저 좀비들.. 예전에 봤던 그 얘들 아냐? "

어느정도 좀비를 식별할 수 있는 거리에 들어오자 예전에 봤던 첫날의 그 용감한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팔뚝에 아직도 뭔가로 감싸고 있는 이들이 중간에 끼어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의 탈출은 비극으로 끝난듯 보였다.

근처 엄폐물에 바짝 엎드려 좀비들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열댓마리의 좀비무리들은 일행들이 숨어있는 엄폐물 방향으로 움직이며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 하, 어쩔수 없네. 준비하자. "

제비는 최대한 싸움을 줄일 생각이었다. 그 싸움으로 소란이 일면 분명히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모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 준비를 마치고 튀어나가려는 순간, 좀비 무리가 무언가를 들은듯 갑자기 방향을 바꿔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진이 빠진 일행은 철퍼덕 주저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 하아. 졸려서 뒈지겠네. "

온몸에 긴장을 한 듯 식은땀을 훔친 도끼가 이내 의문을 보냈다.

" 뭐지? 저쪽 방향에 뭐가 있나? "

" 저긴.. 아마 식당과 매점이 있는 방향일꺼에요. "

그 답을 다희가 내놓았다.

" 식당 겸 매점? 그건 다른 곳에 있잖아. "

" 올해 초에 완공되어 오픈한지 얼마 안돼서.. 새로 생긴 곳이에요. "

" 아, 그래서 우리가 몰랐구나. 크윽, 복학생의 설움이라니. "

2년이 넘는 시간동안 학교에 올 일이 없는 그들은 학교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몰랐다.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도 주위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 아직 학교에 남은 인원이 있나보네. 우리말고.. 도와주긴 힘들겠지? "

" 아서라, 슈퍼맨도 아니고 목숨걸고 누구를 도와주기에는 우리 앞가림도 못하는데. 뭘.. "

씁쓸하게 도끼의 말에 반박하는 제비는 순조롭게 이어지는 탈출로가 맘에 드는지 약간 들떠 있었다. 그런 제비에게 찬물을 붇는 괴성이 앞쪽에서 들려왔다.

그롸앗-!

주변에 엄폐물이 보이지 않자 자세를 잡으며 바위가 말했다.

" 모두 준비! 온다. "

건물의 사각에서 돌아나오는 좀비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숫자는 다섯. 그리 많지 않은 무리였다. 불행중 다행이었다.

" 빠르게 처리하고 자리를 벗어나자. "

그렇게 말하며 바위가 자리를 박차고 좀비무리를 향해 달려들자 도끼와 나머지 일행도 뒤따라 달렸다. 이미 좀비들도 그런 그들을 인지 했는지 마주 달려오기 시작했다.

퍼걱! 파칵!

제일 앞선 좀비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놓은 바위가 그대로 몸을 띄워 다른 좀비의 머리를 발로 찼다. 도저히 인간의 주먹과 발로 만든 타격음이라 생각할 수 없는 소리가 터져나갔다. 순식간에 두마리의 머리가 터져나가 정리되고 그 사이에 도끼가 방패를 들이밀며 좀비들과 부딪쳤다.

파앙! 그롸악!

바위가 도끼에게 좀비 상대방법을 알려준 덕분에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고 비스듬히 흘리듯이 부딪혀 좀비의 중심을 흐트러뜨리고 한손에 들고 있던 스패너로 중심이 무너진 좀비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묵직한 손맛을 느끼기도 전에 다시 정면에서 달려들고 있는 좀비에게 방패를 내밀었다.

그롸악! 쾅!

이번에는 공격을 흘리지 못해 살짝 도끼의 몸이 밀렸다. 그 사이를 제비가 길다란 빠루를 두손으로 욺겨쥐고 전력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익숙하지 않은 무기라 그런지 머리가 아닌 목을 맞추었다.

퍼억! 콰악!

목을 맞고 살짝 비틀거리는 좀비의 얼굴에 날카롭게 잘려진 막대기가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좀비의 눈깔을 뚫고 박힌 막대기가 그대로 뇌를 꿰뚫었는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사전에 합을 마친 움직임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마지막 한마리의 머리를 날려버린 바위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 제법이네. 다희도 그렇고 말야. "

" 헐, 님이 할 소리는 아니네. 너 완전 괴물이 됐잖아. 이 새끼, 도대체 뭘 먹고 이렇게 변한거야. 부럽다. 부러워. "

도끼가 바위를 징그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다. 바위의 신체스펙이 생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새삼 깨닫는 중이었다. 다희는 바위의 칭찬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 자자, 빠르게 빠져나가자. 소란을 듣고 좀비들이 올 수도 있으니까 말야. "

제비가 빠르게 상황파악하고 서둘러 움직이길 종용했다. 모두들 그 말에 동의하듯 별말없이 후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바위는 이마를 짚어 바코드의 변화에 주목했다.

변했다. 몸에 과부하를 줘서 올리는 숫자보다 몇배나 많은 숫자가 올라가 있었다. 이것으로 확신이 섰다. 좀비를 죽이면 자신은 강해진다는 공식이 성립되었다.

이제 멀리서 후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7 18.09.13 1,405 0 -
142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0 18.11.10 732 21 15쪽
141 투쟁의 끝자락(5) 18.11.10 460 11 17쪽
140 투쟁의 끝자락(4) 18.11.10 463 10 18쪽
139 투쟁의 끝자락(3) 18.11.10 438 11 21쪽
138 투쟁의 끝자락(2) 18.11.10 437 11 19쪽
137 투쟁의 끝자락(1) +1 18.11.09 588 13 20쪽
136 반격(5) 18.11.08 564 15 20쪽
135 반격(4) 18.11.07 483 12 19쪽
134 반격(3) +1 18.11.06 528 13 21쪽
133 반격(2) +1 18.11.05 548 14 21쪽
132 반격(1) 18.11.03 521 17 21쪽
131 혼란(5) 18.11.02 503 16 18쪽
130 혼란(4) 18.11.01 515 13 20쪽
129 혼란(3) +2 18.10.31 525 19 18쪽
128 혼란(2) 18.10.30 536 15 20쪽
127 혼란(1) 18.10.29 539 18 21쪽
126 증강(增强)(5) 18.10.26 581 16 19쪽
125 증강(增强)(4) 18.10.25 555 13 19쪽
124 증강(增强)(3) +1 18.10.24 566 16 19쪽
123 증강(增强)(2) +1 18.10.23 568 17 19쪽
122 증강(增强)(1) 18.10.22 570 13 19쪽
121 손님(5) 18.10.19 592 15 20쪽
120 손님(4) +2 18.10.18 588 16 22쪽
119 손님(3) 18.10.17 575 19 19쪽
118 손님(2) +1 18.10.16 579 14 18쪽
117 손님(1) 18.10.15 622 14 19쪽
116 진실의 끝(5) 18.10.13 623 16 17쪽
115 진실의 끝(4) 18.10.12 640 18 18쪽
114 진실의 끝(3) 18.10.11 632 20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