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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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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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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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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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습격(1)

DUMMY

" 제 바코드가 보이시는 거죠? 그럼 당신도 초능력자이신가요? "

의약품 창고에서 속삭이듯 묻는 소미의 물음에 바위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 그래, 맞아. 바코드를 읽는 방법은 알아? "

바위는 말없이 자신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는 소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언제 그렇게 된거야? "

바위는 궁금했다. 자신의 가설이 맞는다면 한번의 죽음을 경험해야 초능력자로 각성한다. 그렇다면 소미는 예전에 한번 죽음을 겪었다는 말이었다.

" 7년전.. 중학교, 아니 고등학교 입학식날 큰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그날 부모님과 동생이... 그날 죽고 저만 살아남았죠. 그 이후에 이 저주받은 초능력이 생겼어요. "

" 그럼 그 얼굴은..? "

" 네, 그 이후로 성장이 멈췄어요. 그 저주받은 날 이후로.. 원인을 알고 싶어요. 이런 능력때문에 우리 가족이 죽었어야 했는지.. 모든게 내 탓인지.. 그런것들이 궁금해서 따라간다고 했어요. 제발, 제발 가르쳐··· "

담담하게 말하는 소미의 얼굴을 타고 내리는 두줄기 눈물과 떨리는 입술은 그동안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어쩔줄 몰라하는 바위를 밀치고 제비가 그런 그녀를 살포시 앉아주었다. 그의 품에서 점점 커진 울음소리는 창고를 조용히 울렸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퉁퉁부은 눈으로 겨우 정신을 가다듬은 소미가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 미,미안해요. 그만 옛 생각이 나서.. 하지만 그 아이들을 위해서 간다는 것도 진실이었어요. "

아직도 제비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웅얼대듯 말하는 소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는 제비는 조용히 별것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 이해해. 그리고 고마워. "

소미는 그런 손길에 더욱 새빨개진 얼굴을 돌리며 외쳤다.

" 그,그럼 일단 약품부터 챙기죠. 이것 저것 그리고 이것까지 모두 챙겨야 해요. 양이 많아서 괜찮을까요? "

그녀가 가리키는 약품들은 모두 상온에서 보관가능한 약과 밀봉된 주사기등 의료용품들이었다. 의외로 그런것들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걱정하는 소미를 보며 제비는 걱정말라는 듯이 바위를 가리켰다.

" 걱정마, 제 능력이 힘이 쎄지는 것이거든. 조금만 지나면 그 마블의 녹색괴물만큼 쎄질걸? 우와, 나 소름돋았어. 바위야 너 나중에 이성을 잃고 그러는거 아니겠지? 그럼 큰일난다. "

" 헛소리는 거기까지. 얼른 담자. 해가 지기전에 도착해야해. "

" 오케이! "

그렇게 배낭들과 박스를 만들어 물건들을 꾹꾹 눌러담으며 바위가 소미를 보며 말했다.

" 알다시피 난 몸이 튼튼해지는 종류의 능력이야. 그리고 또 한명이 더 있어. 다희라고.. 그녀는 가시줄기를 만들지. 너는? "

" 저는··· 외상을 치료할 수 있어요. 칼에 베인 상처나 찰과상같은.. 하지만 몇년전에 이 능력을 시험해본 이후로는 써보지 않아서.. "

" 응? 그거 좋은거 아냐? 마치 게임에서 힐러역할이잖아. 우와 그러고 보니 우리 파티에 탱딜힐까지 다 모았네. 대박! "

" 아뇨.. 전 직접 상처에 닿아 집중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게 막 주문외우면 치료가 되는 게임케릭터랑 달라요. 그다지 효용이 없어요. "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호들갑떠는 제비에게 변명하듯이 자신의 한계를 말하는 소미를 보며 바위가 부탁했다.

" 혹시 내가 한번 바코드를 읽어보면 안될까? "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자 손을 들어 소미의 이마에 대자 바코드가 읽혔다.

" 70907800121. 흐음.. 그렇군. 잘들어봐.. "

바위는 자신이 생각한 바코드의 의미를 소미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소미의 현재 상태에 대해 말해주었다.

" ··· 아마 그동안 능력을 쓰지 않아서 7년이란 시간이 있었어도 크게 발전하지 못한듯 해. 또 이런 상황이 아니면 어디서 좀비를 잡아서 경험치를 쌓겠어? 지금 소미의 상태는 정상이야. 이제부터는 최대한 능력을 개발해야 해. 내가 느끼기엔 앞 세자리중 중간자리의 숫자가 올라가면 큰 변화를 맞이하는 듯 해. 조만간 소미도 큰 변화가 있을꺼야. "

" 근데 지금 나이가 어떻게 돼? "

대략적인 물품을 다 챙긴 제비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 올해 24살인데요. "

" ···. 그, 그렇군.. 요. 아하하하. 동갑이네 우리. 서로 편하기 말하자. "

" 아, 네.. "

그녀의 나이를 들은 제비가 당황한 표정으로 서열정리를 하자 별다른 이견없이 끄덕인 소미는 유쾌하고 밝은 제비의 행동과 말투를 느끼며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가 조금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그맣게 미소를 정말 오랜만에 지었다.

얼마후 빵빵해진 가방위로 박스 몇개를 쌓아올린 채로 떨어지지 않게 묶어 마치 산과 같은 짐을 맨 바위와 가방을 가득채운 제비와 몇가지 물품을 손에 든 소미가 병원을 나섰다. 그런 그들을 배웅하는 병원의 간호사와 의사들은 놀란 입을 채 다물지 못하고 손을 흔들었다. 아마 저정도의 물품이면 사오십명이 한달간 입원해도 될 정도의 약품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 휴우, 덥다. 아직도 여름인가? 이 냄새는 더욱더 견디기 힘드네.. 소미씨, 괜찮아? "

등산로를 향해 가는 바위일행은 해가 중천에서 내리쬐고 있는 오후의 무더위를 투덜거리며 주변에 널린 좀비시체들에게서 풍겨오는 악취에 인상을 쓰고 있었다. 거기에 혹시 공기중에 감염될지 모른다고 소미가 씌워준 마스크까지 제비의 온몸에 땀이 물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처음 마주친 좀비의 시체와 떨어져 나간 팔다리, 내장등에 헛구역질까지 하던 소미는 금세 적응이 되었는지 앞만 보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좀비의 괴성에 움찔거리는 모습이 아직 공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듯 보였다.

" 아직 저런곳들에 많은 사람들이 숨어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겠죠? "

소미가 가리킨 곳은 조금 멀리 떨어진 아파트단지와 그 주변의 집들이었다. 정확한 상황은 몰라도 대략 짐작은 할 수 있었다.

"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곧 군대가 투입되고 쉘터가 지어진다고 하니.. 머지 않아 구출할 수 있을지도··· "

소미는 좀비가 되어 거리로 뛰쳐나간 동기를 생각하는지 아니면 교통사고로 죽은 가족들이 생각난 것인지 조금 쓸쓸해진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미리 병원까지 가는길에 좀비청소를 해둔 덕분인지 좀비의 습격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등산을 시작해 원룸촌까지 조심하며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한 그들의 귀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아아악! 안돼! 정신차려! 하악! "

그 목소리의 진원지는 그리 멀지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고 자신들이 향하고 있는 곳이었다.

" 뭐지? 사람 목소리인데? 저렇게 소리지르면 좀비들이 몰려올텐데..? 빨리 가보자. "

그렇게 말하면 빠르게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도착한 그들은 등산로 쉼터부근에서 소나무를 짚고 어딘가 괴로운 듯 고개를 숙인채 나무를 긁어 대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 하악! 하악! "

" 저기요? 무슨 일이세요? "

제비의 물음에 그 사람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좀더 다가서려는 그를 제지하며 바위가 나섰다.

" 기다려, 조금 이상해. "

이런 소란에도 주변에 좀비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충분히 아래 마을까지 들리는 소리임에도 말이다.

그 순간 고개를 든 그 남자는 일그러진 얼굴과 붉게 충혈된 눈동자로 바위일행을 쳐다보며 침을 뚝뚝 흘렸다.

" 저거, 좀비인가? 좀 다른것 같은데? 특별히 물린 상처도 없는 것 같고 말야.. "

제비가 그런 남자의 모습에 조금 의문을 느끼고 돌아보며 물었지만 바위와 소미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바로 그의 이마에 새겨져 있는 붉은색의 바코드를 말이다.

" 크아악! "

그 남자는 마치 좀비처럼 이빨을 들이밀며 제비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보통 좀비와 전혀 다른 스피드로 달려온 남자는 어느새 제비와 몇센티도 안떨어진 곳에 도착해 있었다.

딱!

제비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찰나 바위가 제비의 가방을 끌어당겨 뒤로 당기자 그 자리에 그 남자의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그것에 더욱 광분을 하며 원인제공자인 바위로 고개를 돌려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은 바위는 그런 그의 얼굴에 직격으로 주먹을 꽂아넣었다.

콰앙! 꽈당! 부드득!

보통 좀비라면 얼굴이 통째로 박살날 정도의 굉음이 울렸지만 순간적으로 양손을 들어 정확한 타점을 피했는지 머리가 멀쩡한 채로 뒤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혀서야 멈춰 나뒹굴었다. 하지만 두손중 한손이 부러져 덜렁거렸다.

" 으아악! 죽여 버리겠다! 크아악! "

덜렁거리는 한손을 축 늘어뜨린 그 남자는 고통때문인지 자존심때문인지 모를 분함을 가득담고 외치며 나머지 손으로 땅을 짚었다. 무슨 생각인지 연속 공격을 하지 않고 기다린 바위가 나머지 일행을 뒤로 물리며 말했다.

" 와라. 죽이지는 않으마. "

꽈르륵! 파악!

바위의 바로 아래 흙이 창모양으로 쏟구쳐 바위를 찔러갔다. 바위는 침작하게 발로 쏟구치는 흙창을 걷어차서 뭉개버리고는 달려가 그 남자의 얼굴에 정권을 꽂아갔다. 당황한 남자는 다시 흙벽을 일으켜 바위의 앞을 막았지만 주먹은 그 흙을 뚫고 그 남자의 얼굴까지 와 닿았다.

퍼억!

처음보다 위력이 죽었지만 정통으로 바위의 주먹에 맞은 그 남자는 뒤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 사이 흙벽을 완전히 부셔버린 바위는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갔다.

" 이익! 으아악! "

바닥에 쓰러져 용을 쓰듯 고함을 지른 남자의 주위로 흙들이 일제히 일어나 바위를 향해 쏘아지듯 날아갔다.

퍼퍼퍽!

뽀족한 화살처럼 바뀐 흙더미들이 사정없이 바위의 전신에 박혔다.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먼지가 가라앉자 다시 흙빛으로 바뀌었다. 그의 시선에 들어온 바위는 온몸에 흙이 조금 묻었지만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어 마치 사신과 같았기 때문이다.

뿌드득!

바위가 주먹을 쥐자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울리고 그 오함마 같은 주먹을 들어올리며 다가오자 남자는 이성을 회복했는지 급히 외쳤다.

" 잠, 잠깐.. 이,일단 말로. 끄헉! 꽥! "

한손으로 목을 움켜쥐고 들어올려 샌드백치듯이 온 몸을 정성스럽게 구타하는 동안 먼지가 가라앉고 저쪽에 시야가 확보되자 급히 바위에게 달려오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구타를 멈춘 바위가 이미 정신을 잃고 널부러져 있는 그 남자를 내려놓고 일행에게 고개를 돌렸다.

" 뭐야? 이 남자 좀비는 아닌것 같은데? 거기에 초능력자라니.. "

" 나도 몰라. 일단 깨어나면 물어야 할것 같다. 소미, 저 남자 치료할 수 있겠어? 대부분 타박상이야. "

" 타박상? 야, 예전에 트럭에 교통사고 당한 사람을 봤는데.. 저렇게 안돼. 아주 걸레로 만들어놨네.. 큭. "

그 남자의 상태를 힐끔 본 제비가 말도 안된다는 듯이 타박했다. 소미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 남자에게 손을 대고 집중하는 듯 했지만 이내 손을 떼고 고개를 흔들었다.

" 뭔가 안맞아요. 도리어 제가 힘을 쓰면 상처가 악화가 되고 있어요. 이 남자.. 우리랑 뭔가 달라요. "

소미는 뭔가를 느낀듯 다시 말을 이었다.

" 이 남자몸이 스스로 치유가 되고 있어요. 보세요. 벌써 부러진 팔이 붙었어요. 이건 인간의 자가치유력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

바위도 그런 남자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 그래, 그도 능력자이니.. 하지만 저 붉은 표식이 뭘 말하는 걸까. 악의? 나쁜놈? 그냥 무작위로 선별되는 건가? 이놈 아까 뭔가를 괴로워했어? 무엇때문이지? 하, 일단 깨워서 물어봐야 알것 같네. "

" 끄으응.. "

족히 한달은 요양하고 몇일은 못깨어날 정도의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몇과 몇분만에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남자를 보며 바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이렇게 인간에게 적대하는, 마치 좀비같은 초능력자가 얼마나 많을지. 그들이 어떻게 위협을 해올지, 어떻게 막을지 등. 조금 심경이 복잡했다.

신음을 흘리던 남자가 갑자기 눈을 번쩍떴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바위를 보자 아까처럼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꽈악! 두둑!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 바위의 팔뚝을 문 그 남자의 이빨이 부러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그 상태로 눈을 올려 바위를 본 그 남자는 상황파악을 하려고 애쓰는 눈빛이었다.

" 장난은 여기까지다. 물어볼께 있다. " 바위의 낮은 목소리를 듣고는 슬그머니 물고 있던 바위의 팔뚝에서 떨어지며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 뭐, 뭐르ㄹ.. 요? "

부러진 이빨사이로 공기가 세는지 부정확한 발음으로 대답을 한다.

" 넌 누구지? "

포괄적인 질문에 눈동자만 굴리며 상황파악을 하려는 남자에게 쇠사슬이 감긴 주먹을 들어올리자 기억이 났는지 황급히 입을 열어 주절주절 신상명세를 털어놨다.

" 이름 한일우, 나이 24세. 사는 곳은 여기서 좀 내려가면 있는 집에 살고 있어요. 부모님과 동생한명이 있구요. 본래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

생각외로 가벼운 성격인지 열심히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남자를 제지하며 다시 바위가 물었다.

" 너, 왜 우리를 공격한거야? "

" 그,그게.. 하아.. 씨발. 얼마전에 좀비에게 물렸는데.. 좀비가 되느니 자살하자는 마음으로 다리에서, 저기 조금 더가면 호계교란 다리가 있는데, 하여튼 거기서 뛰어내렸는데 안죽고 살아난거야. 근데 그 다음부터 사람을 보면 막.. 막 맛있는 음식처럼 보이고.. 막.. 목이 마르고.. 하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아무도 없는 산에 올라와 지랄발광하다가 내려가곤 했는데.. 오늘 너희들과 갑자기 마주쳐서.. 그래서 이 모양 이꼴이 된거야. 씨발 그냥 죽여줘. 이 상태로 있다가 부모, 형제 못알아보는 좀비가 될까봐 무섭다. 씨발··· "

" 그리고 죽었다가 살아나서 초능력이 생겼고 말이지? 내 이마에 있는 바코드 보여? "

" 어? 그러네? 난 붉은색이던데? 니들은 괜찮은 거야? 왜 나만 그래? 하아.. 모르겠다. 빨랑 죽여줘. "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인 한일우는 그냥 모든것을 놨는지 벌렁 누워서 처분만 기다렸다.

" 어쩌지? 이 남자 왠지 위험해 보여. 그냥 놔두었다가는 큰 사고 칠거 같은데 말야.. "

제비가 조심스레 자기의 의견을 내비친다. 제비의 말은 타당했다. 이정도로 이성을 잃을 정도면 곧 사람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바위는 자신과 비슷한 초능력자, 그것도 다른 빛을 내는 사람을 그냥 죽이기에 아쉬웠고 무엇보다 좀비와 다른 살아있는 인간을 죽이는 일이 꺼려졌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소미가 의견을 말했다.

" 그러지 말고 저 사람, 일우씨 우리와 같이 가는게 어때요? 바위씨가 묶어놓고 감시하면 충분할꺼 같은데.. 나중에 원래 상태로 돌아올수도 있잖아요. "

바위는 그 말을 듣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고아원까지 같이 간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제비는 죽이자는 의견, 소미는 살려서 데려가자는 의견. 자신의 결정만 남은 상태였다.

" 근데 나 죽으면 아래동네에 있는 좀비들이 둘러싼 집안에 부모님이랑 동생은 좀 챙겨줘라. 부탁한다. 씨발.. "

" 뭐? 너 좀비들을 조종할 수 있는건가? "

" 무슨 소리야? 당연한거 아냐? 설마 너희들 좀비 조종없이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

의아한듯 반문하는 일우의 말에 바위는 결정을 내렸다.

" 너 우리랑 같이 가자. 너희 부모님과 동생도 같이... "

" 뭔 개소리야. 나랑 같이 있으면 위험하다니까. 아까 그짓을 언제 다시 발광할지 모른다고! "

" 걱정하지마라. 내가 그 광증을 고쳐주지. 군대에서 느꼈다. 구타와 폭력으로 고쳐지지 않는 병과 습관은 없다라는 사실을.. "

" 무,뭔.. 광증이 도지면 무조건 패겠다고? 차라리 죽이라고!! 씨발아! "

아까의 고통이 생각 났는지 발광하면서 어서 죽이라고 소리치는 일우를 내려다보며 바위가 한마디 했다.

" 너희 부모님과 동생을 생각해라. 그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으면 따라와라. "

그런 바위의 한마디에 발광하던 한일우는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 확실히 안전한거 맞아? 부모님과 동생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어? "

" 그래, 너만 참는다면 약속하지. "

" 하, 씨발 어쩔 수 없네. 그래, 광증이 도지면 패라. 단, 우리 가족의 안전이 일순위야. "

" 네 가족의 안전은 네가 지켜라. 내 주변의 사람들의 안전도.. 너의 능력을 믿어라. "

" 휴우.. 무슨 말인지 알았다. 가자. 가.. "

다행히 머리가 나쁘지 않는지 바위가 무슨 제안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일우는 체념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하며 말했다.

" 일단 우리집에 가서 짐 좀 챙겨야 해. 우리집은.. "

" 알어. 거기 좀비들로 둘러쌓인 집, 맞지? 그 좀비들은 집을 보호하려고 붙여놓은거야? "

제비가 새벽에 올라오면서 본 주택을 떠올리며 말하자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일우가 앞장 서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순탄했다. 무엇보다 좀비 한마리도 보이지 않아 더욱 쉬운 하산이었다.

그렇게 원룸패거리가 쌓아놓은 방벽앞에서 일우와 헤어진 일행은 방벽을 넘어 다른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원룸으로 향했다. 무사히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 제비가 소미와 두런두런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곧 자신의 원룸의 모습이 드러나고 그와 함께 새벽과 다른 모습도 같이 보였다. 그것은 원룸을 둘러싼 패거리들과 정문을 커다란 자신의 방패로 막고 있는 도끼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둘러싼 인원들은 무언가를 두려워 하듯이 원룸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곧 그들은 엄청난 짐을 메고 다가오는 바위일행을 보고 무리의 우두머리역할을 하는 사내가 소리쳤다.

" 당신이지!? 인규와 어제 대거리한 얘들을 납치한 게? "

뭔소리냐는 듯이 도끼를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하며 도끼가 말했다.

" 나도 몰라. 이것들 아까 갑자기 쳐들어오더니 뭐 인규를 찾잖아. 그래서 그게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글쎄, 어제 너랑 다희한테 총질한 새끼라잖냐. 크크큭, 그래서 우린 모른다고 말했지. 근데 이것들이 단체로 덤비려고 하길래 다희가 능력을 한번 보여줬지. 그 이후로 이렇게 지루하게 대치중이지. "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 바위가 패거리에게 말했다.

" 우린 오늘 새벽에 병원에 갔다가 왔다. 그 인규지 뭔지는 본적도 없고.. 믿어 달라고 하지 않겠다. 우린 오늘 여기를 나간다. 그냥 돌아가. "

그 패거리들도 눈은 있는지 간호사복장의 소미와 엄청난 짐들을 보며 수근거리며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했다. 곧 우두머리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 좋다. 지금 당장 우리 구역을 나간다면 믿겠다. "

어짜피 바로 출발하려 했던 바위였기에 그러겠노라 말하자 둘러싸고 있던 패거리들이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들은 바위의 무력을 두려워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고 했던것은 아닐까? 한정된 식료품과 생필품은 가장 강한 패거리에게 많이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바위는 도끼에게 말해 대충 짐을 챙겨나오라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짐을 챙겨 나온 은혜와 형, 다희와 도끼가 기존 일행과 합류하고 그들의 목적지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은혜는 왠지 홀가분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바위의 품에 뛰어들었고 은근히 소미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제비와 다정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고는 이내 관심을 끊고 바위에게 매달려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모인 일행은 원룸촌을 벗어나 일우의 집을 향해 갔다. 그렇게 바위일행이 원룸촌을 벗어난지 얼마지나지 않아 원룸촌에 비명이 가득 울려퍼졌다.

그들이 그토록 찾던 인규와 그 패거리들을 한 골목에서 찾은 것이다. 온 몸이 날카로운 어떤것에 갈가리 찢겨져 쓰레기통에 쳐박혀 있는 그들의 시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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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증강(增强)(2) +1 18.10.23 568 17 19쪽
122 증강(增强)(1) 18.10.22 570 13 19쪽
121 손님(5) 18.10.19 592 15 20쪽
120 손님(4) +2 18.10.18 588 16 22쪽
119 손님(3) 18.10.17 575 19 19쪽
118 손님(2) +1 18.10.16 579 14 18쪽
117 손님(1) 18.10.15 622 14 19쪽
116 진실의 끝(5) 18.10.13 623 16 17쪽
115 진실의 끝(4) 18.10.12 640 18 18쪽
114 진실의 끝(3) 18.10.11 632 2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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