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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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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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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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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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습격(5)

DUMMY

그워어어.. 크롸아앗!

지하실 건물밖. 철문하나를 두고 들려오는 괴성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무감각해질 정도로 이곳에 오랫동안 숨어 있었다. 이미 식량과 물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에 발이 떨어지지 않는 이중적인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명환아! 좀 어떻게든 해봐! "

" 아! 진짜.. 내가 무슨 신이야. 없는 걸 만들어내게?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

" 뭐? 넌 군대도 갔다왔잖아? "

" 하, 씨바. 군대에서 컴퓨터 만지는 행정병이었다고.. 그리고 총도 없이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 답답하네. "

" 됐어. 그만해. 지윤아. 명환이도 잠시 진정하고. "

어느 건물의 지하실. 전기가 끊겼는지 어둠속에서 핸드폰 불빛을 의지하며 서로를 바라보며 티격태격하고 있는 둘 사이를 떼어놓은 인혜는 곧 걱정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 하, 큰일이네. 전화에 이어 이제 전기도 안들어오고.. 수도까지 막혀서.. 뭔가 사달이 나기전에 행동에 옮겨야 할텐데 말야. 각자 의견있으면 말해봐. "

" 인혜 언니. 혹시 그때 온 동생은 여기서 멀리있어? 왜 그 키크고 몸좋은 동생말야. 그 사람만 합류해도 어느정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

지윤이 예전에 피팅모델을 도와준 바위에 대해 말하자,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 안돼. 여기서 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바로 옆 건물은 아니야. 전화도 안되는데 그곳까지 갈 방법이 없어. "

" 아니, 말이 돼? 몸 좋다고 좀비 이빨이 안들어가? 당장 밖에는 좀비들이 득실거리는데. 좀 생각 좀 하고 말해. "

" 야, 언니가 무슨 의견이라도 내라고 말하잖아. 단지 의견이라고! 의견! "

또 둘의 말싸움이 시작되려는 기미가 보이자 팡! 손벽을 치며 집중시킨 인혜가 입을 열었다.

" 자자, 지금은 우리끼리 힘을 합쳐야 되지. 괜한 힘들 빼지마. 으음.. 내 의견은 조만간 여기를 나가는 거야. 이건 어쩔수 없어. "

" 휴우.. 어떻게요. 누님. "

이미 그들도 각오하고 있는 내용이었는지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 지하에 있는다고 그들이 구출될 확률보다 굶어죽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굳은 그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한 인혜는 다시 세부사항에 대해 말을 이었다.

" 제일 좋은 방법은 안전지대나 쉘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그리로 가는게 좋지만.. 알수가 없으니 먼저 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자. 일단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아야 뭐라도 파악할 수 있겠지. "

불과 오층건물이지만 그래도 주변 건물들이 그리 높지 않아 충분히 시야가 확보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 그리고 올라가면서 식량등 생필품도 확보해야해. 아마도 우리가 좀비를 직접 상대해야 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

인혜는 자신의 옆에 놓아두었던 길다란 알리미늄 야구배트를 들어올리며 두사람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 무기가 필요해. 그에 따른 준비도.. "

무거워진 공기에 질려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있던 명환과 지윤은 결심을 굳힌듯 몸을 일으켜 자신이 사용할 무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핸드폰 불빛에 의지한채 이곳저곳 뒤지던 두사람은 곧 자신들이 사용할 무기를 들고 다시 모였다.

그들이 선택한 무기들은 하나같이 무겁고 긴 막대형태를 가진 타격형무기들이었다. 그 모습에 한숨을 쉰 인혜가 말했다.

" 너희들, 그거 들고 휘두를 수 있겠어? 아니면 빠른 좀비들을 정확히 때릴 수 있을까? "

그들이 언뜻 본 좀비들은 육상선수들만큼이나 빨랐다. 또 겁이 없었다. 무게를 늘려 한방에 무력화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맞출 수 있어야 했다.

" 그럼 어떻해요? 언니. 힝.. "

울상을 짓는 지윤을 보며 인혜가 답을 내놓았다.

" 먼저 여기있는 옷들을 최대한 많이 껴입어. 장갑도 끼고, 최대한 몸밖으로 살을 드러내지 않는게 중요해. 물리면 끝이니까. "

인혜는 창고안에 쌓여있는 수많은 옷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화장실에 싸놓은 대소변을 바를꺼야. 제발 밖의 좀비들의 시야가 좁기를 바래야해. 그리고 각자 무기는 저기 쌓여있는 나무중에 휘둘러보고 맞는것을 들어. 다시 말하지만 우린 싸우러 가는게 아냐, 살려고 가는거지. "

예전 피팅 무대를 만들면서 쌓아놓은 나무더미를 보며 명환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 누나. 좀비들과 부딪히며 어떻하죠? "

" 그건··· 휴우. 그래 솔직히 말할께. 우린 좀비들과 싸워서 이길 수 없어. 저 나무몽둥이를 들라고 한것은 이기는 것보다 도망칠때 시간을 벌려는 용도야. 만약 좀비를 만나서 도망을 치게 된다면 하나만 명심해. 이건물 옥상이 우리의 최후 목적지라는 것을. "

" 만약에 옥상까지 따라온다면요..? "

인혜는 최악의 상황을 그리는 명환의 질문에 인혜는 별 수 없다는 듯이 으쓱하며 말했다.

" 그럼 우리도 저기 밖에 돌아다니는 것들처럼 되겠지. 다른 방법이 있으면 지금 말해. "

그녀의 해답에 두사람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별다른 수가 보이지 않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휴우, 별 수가 없네요. "

" 저,전 무서워요. 언니. 과연 도망칠 수 있을까요? "

지윤이가 몸을 떨며 말하자 인혜가 다독여주며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겁에 질리면 몸이 굳고, 그러면 도망칠 수 없게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 지윤아. 잘들어. 집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해. 그리고 군대에 간 동생도. 아직 넌 결혼도 못해보고 죽기에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니? 지금은 그냥 조금 힘들뿐이야. 나중에, 나중에 만나서 웃으면서 이때를 추억할 날이 올꺼야. 언니 믿지? "

계속해서 말을 걸며 다독여주자 몸의 떨림이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표정은 가시지 않았다. 원초적인 본능은 이성보다 앞서는 듯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기에 인혜는 다시 한번 다독여주고 어서 준비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렇게 옷을 한두겹씩 껴입기 시작하자 인혜도 화장실로 들어가 상하수도가 막히는 바람에 여기저기 싸놓은 대소변의 흔적들을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헛구역질을 하면서 인혜는 살기 위해 악착같이 움직였다.

대충 바구니에 대소변을 담아 나오자 두세겹의 옷을 껴입은 명환과 지윤은 자신들이 사용할 나무를 어설프게 휘둘러보고 있었다. 평생을 싸움과는 먼 생활을 해 온 일반인들의 당연한 모습이었다. 저런 이들이 좀비와 맞서서 대항을 한다? 미친짓이다. 불안한 생각은 뒤로 밀고 인혜가 그들을 보며 외쳤다.

" 자, 준비 됐으면 이리로 와. 조금 역겹고 냄새가 심하지만 살려면 견뎌야지. "

인혜가 먼저 자신의 옷 곳곳에 바르자 용기를 낸 둘이 다가왔지만 비위가 약한 명환이 헛구역질을 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 누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

" 살려면 무슨 짓이든 해야지. 단 하나의 준비도 빼놓을 수 없어. 그게 우리를 살릴 키가 되어 줄 수도 있으니까.. 빨랑 와. "

휴대폰 플래시에 의존해 보이는 인혜의 실루엣은 마치 좀비같았다. 옷을 몇겹을 입어 행동이 부자연스러운데다가 대소변을 발라 좀비의 악취와 비슷하게 내는 것까지 말이다.

의외로 굳은 결심을 했는지 지윤이는 별다른 거부감없이 묵묵히 자신의 옷위로 대소변을 발랐다. 그 모습이 자극이 되었는지 명환이도 굳은 걸음으로 다가와 준비를 했다.

" 자, 이제 밖으로 나갈꺼야. 챙길건 다 챙겼지? "

" 네. "

" 언니. 조심해요. "

두사람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지하실에서 지상으로 이어져 있는 단하나의 철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끼이이익..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마찰음. 인혜는 평소에 기름칠이라도 해놓을껄하는 후회가 들었다. 다행히도 그 소리에 반응해서 내려오는 좀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깥은 이제 오후를 지나는 시간대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빛이 들어오는 것에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계단을 올려다 봤다.

계단에는 좀비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좀비 신음소리가 있었지만 신경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의 몸에 바른 인분하고는 다른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혜는 뒤로 돌아보면서 손짓으로 아무것도 없다는 제스처를 취한 다음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뒤따라 오는 두사람의 인기척이 들렸지만 오직 계단위만 바라보고 한발짝씩 신중하게 내딛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1층 출입구까지 도달하자 정문밖으로 골목길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었다. 겨우 한층 올라온 것일 뿐인데 온몸이 녹초가 된듯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다시 뒤쪽을 향해 계속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건물 이층은 무슨 보습학원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이었다. 사고가 난 날이 새벽대이니 아마도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삼층은 무슨 회사였는지 모르지만 회사사무실이 들어서 있고 그 윗층까지 사용했었다. 마지막 오층은 이 건물의 주인이 살고 있는 가정집이었다.

건물의 이층에 다다를 무렵, 보습학원 내부에서 뭔가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낮은 괴성소리. 좀비였다. 몇마리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한마리인지 두마리인지 그런건 의미가 없었다.

급히 인혜가 돌아보며 두사람에게 좀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런 사실에 몸이 굳은 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제스처를 취한 인혜가 다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자 약간의 망설임 끝에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숨소리 조차도 억지로 참고 있는듯, 미세한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계단이었다.

그어어어..

한계단씩 올라서자 미약하게 들려오던 좀비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가깝게 들려왔다. 윗층에 몇마리가 존재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을 쪼여오는 공포감과 긴장감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좀비 특유의 악취가 서서히 진해지고 있었다.

2층 보습학원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있었다. 분명히 그 안에서 좀비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조용히 이곳만 지나면 된다는 생각에 더욱 조심스럽게 계단을 하나씩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인혜가 무사히 2층 계단을 지나고 명환과 지윤이 막 2층을 통과하려고 할때 갑자기 보습학원에 있던 좀비가 괴성을 질렀다.

크롸악!

무엇을 느꼈는지 계단방향으로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명환은 서둘러 문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달려오던 힘 그대로 좀비가 들이박자 문이 활짝 열리며 좀비가 계단으로 쳐박혔다. 하지만 인혜 일행은 그 자리에 없었다. 문을 닫자마자 뛰듯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크롸아악!

계단에 울리는 좀비의 괴성은 멀리서 듣던 것이랑 완전히 달랐다. 고막을 찌르듯이 들려오는 소리에 몸이 굳는 것보다 공포감에 초인적인 힘을 내는 일행이었다.

미친듯이 계단을 오르는 인혜는 제발 3층과 4층에는 좀비가 없기를 신에게 빌었다. 그녀의 바램이 통했는지 그곳의 철문은 굳건히 잠겨 있었다. 하지만 잠겨있는 5층 가정집을 지나 옥상으로 갈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실들이 떠올랐다.

' 옥상 문을 평소에 잠궜던가? 안에서 문을 걸어잠구는 구조였나? 아니면 어쩌지? '

옥상 진입 문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혜는 서둘러 손잡이를 돌렸다. 다행히 손잡이는 돌아갔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 안돼! "

쾅! 쾅!

인혜가 필사적으로 몸을 부딪혀 철문을 열려고 얘를 쓰고 있는 와중에 명환이와 지윤이는 벌써 오층을 지나고 있었다.

" 아악! "

지윤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명환이의 고함소리까지 계단에 울렸다. 좀비에게 따라잡힌 듯 했다. 하지만 인혜는 그런 것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계속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철문에 몸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바램이 통했는지 철문이 벌컥 열리며 인혜가 옥상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조금 뒤에 명환과 지윤이가 쓰러지듯이 철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몸을 추스릴 틈도 없이 급히 철문을 닫아 막았다.

지윤이는 무엇에 잡혔는지 옷이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운동화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명환이가 들고 있던 나무몽둥이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신경 쓸 겨를없이 닫힌 철문에 무언가가 부딪히고 굉음을 내었다.

콰앙!

문이 금방이라도 열릴듯 들썩거리자 세명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철문에 매달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계속 문을 때리며 괴성을 지르든 좀비도 어느사이엔가 조용해졌지만 세사람은 계속해서 철문에 매달려 있었다. 그 시간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세 사람은 그제야 서로를 보며 그제야 쓰러지듯이 주저앉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 우리.. 살아 남은거죠? 하아.. "

" 그래. 지윤이 넌 괜찮아? "

인혜의 물음에 그제야 자신이 다친 부위를 보는 지윤이었다. 신발은 좀비에게 잡혀 벗겨졌고 뒤이어 종아리를 물렸지만 옷을 몇겹 입은 덕에 타박상은 있지만 직접적인 외상은 없었다. 물론 명환이가 그 나무몽둥이로 좀비를 떼어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상황을 말하자 인혜가 조심스럽게 지윤이의 상처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다행이야. 근데 왜 갑자기 좀비가 알아차린 거지? "

자신이 지날때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이들이 지날때 알아챘다는 사실이 이상한 듯 중얼거렸다. 그 소리에 지윤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숙이며 말했다.

" 아,아마도.. 저 때문인 것 같아요.. 갑자기 터져서.. "

그제야 인혜는 이해가 되었다. 생리혈의 피냄새를 맡은 좀비의 그런 갑작스런 행동이 설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변수였기에 그냥 이해하고 넘어갔다.

" 누나. 이제 어떻하죠? "

명환이가 돌아온 현실을 보며 묻자, 인혜가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옥상이었다. 그나마 지하에 있을때 느껴보지 못한 공기와 햇빛이 있었지만 그것도 한 순간이었다. 거기에 더해 저 멀리 먹구름이 몰려오는게 보였다. 옥상에서 오래버티지 못할 환경이었다.

" 일단 주변을 살펴보자. 여기가 그나마 높은 곳이니까. 어떻게든 돌파구가 있을꺼야. "

인혜가 몸을 추스리며 일어서자 남은 둘도 겨우 몸을 일으켜 그녀의 지시에 따라 사방을 살펴봤다. 철문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주변상황을 살피는 것이 중요했기에 사방으로 흩어져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모여 자신이 본 것들을 말했다.

" 아래 골목길과 저기 큰 도로가 보이는데 전부 좀비들만 돌아다니고 있어요. 심지어 건물들 안에도 좀비들이 보이고 있어요. 어쩌면 우리가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

명환이가 말한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인혜가 입을 열었다.

" 일단은 말이야. 우리가 지낼만한 곳이 있어. "

" 네? 언니, 그게 어디에요? "

" 바로 우리가 있는 곳의 아랫층 주인집. "

" 하지만 그곳은 잠겨 있고 설사 열 수 있다고 해도 좀비가 계단에 있어서··· 휴우. 불가능해요. "

명환의 분석에 고개를 저으며 인혜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아니, 우린 계단으로 가지 않아. 저기 바로 아래 창문으로 갈꺼야. "

인혜가 가리킨 방향의 아래부분에 튀어나온 테라스가 보였다. 오층 가정집 테라스였다. 하지만 그리 크지 않고 삼미터이상 떨어져 있어 무작정 뛰어내리지 못할 높이였다.

" 젠장, 왜 이렇게 옥상을 높이 지은거야. "

명환의 투덜거림도 이해가 되었지만 지금은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였다.

" 밧줄이라도 있으면 타고 내려갈 수··· "

" 그래! 언니. 영화에서 보면 옷가지를 묶어서 밧줄을 만들고는 하잖아요. "

지윤이가 예전에 본 영화내용을 떠올리며 말하자, 인혜도 잠시 생각하더니 괜찮은 생각이라고 판단을 하고 입고 있던 몇겹의 옷들을 벗기 시작했다. 명환도 꽤나 좋은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고 동참했다.

그렇게 잠시후 옷들을 묶어 길지는 않지만 튼튼한 밧줄이 완성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 옷으로 만든 밧줄을 고정할 곳이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악재가 겹쳤다.

투툭.. 투투..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원망스레 하늘을 올라다본 인혜가 제안을 했다.

" 일단 명환이 네가 아무래도 남자고 힘과 무게가 있으니 밧줄을 잡아주면 나랑 지윤이가 먼저 내려갈께. 그리고 밑에 있는 화분이랑 잡다한 것들을 치울테니 조심해서 뛰어내리는게 어때? "

곰곰히 생각을 한 명환은 이내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자 일행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 밧줄을 자신에게 감아 지지대를 만든 후 되었다는 손짓을 하자 인혜가 떨리는 손으로 옷가지를 잡고 뒤돌아 아래로 몸을 기울였다. 최대한 건물의 튀어나온 부분을 밟으면서 천천히 아래로 향하는 그녀를 주먹을 꽉쥐며 긴장감에 몸을 떨며 지켜본 지윤은 곧 탄성을 질렀다.

" 우와. 언니 성공했어요. 정말 대단해요. "

그 소리에 힘이 풀린 명환은 그제야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볍다고 하지만 한명의 성인여자의 몸무게를 버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이거 장난아니네. 너도 얼른 내려가. 힘 더 빠지기 전에.. "

" 그,그래. 괜찮겠지? 나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어.. "

" 괜찮아. 인혜누나 하는거 봤지? 그대로 따라하면 돼. 밑은 대도록이면 보지말고. "

행정병출신이지만 유격훈련을 안받는건 아니었기에 나름 노하우를 알려주며 재촉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옷가지를 잡고 다리를 내밀어 벽면을 디뎠다. 아래에서 응원해주는 인혜의 목소리를 들으며 차근차근 밟으며 내려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아래를 보지 않으니 알수가 없었다. 그런 자신의 다리에 누군가의 손길이 와 닿았다.

" 다왔어. 이제 밑을 봐봐. "

그제서야 아래를 보니 테라스가 바로 아래 보였다. 살짝 뛰어 내리자 온몸에 힘이 풀리며 긴장이 가셨다. 살짝 비틀거리는 지윤의 몸을 부축하며 다독여주고 테라스 정리에 들어갔다. 깨끗하게 테라스가 치워지자 위를 올려다보며 인혜가 말했다.

" 됐어. 이제 내려와. "

그 사이에 준비를 마친 명환이가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불과 삼미터정도. 그냥 뛰어내릴 수도 있는 높이다. 동네 놀이터에서 몇번이고 그렇게 논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까딱 잘못하면 십여미터 이상 높이를 맨몸으로 뛰어내리게 된다 사실에 도저히 진정되지 않았다.

" 후우후우. 진정하자. 먼저 매달리듯이 내려가서 손만 놓으면 돼. 절대 잘못될리 없어. 후우.. "

그때 비와 함께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와 동시에 옥상 철문이 벌컥 열리고 그 사이로 좀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 좀비가 명환이를 발견한듯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 우와앗! 젠장할! "

명환은 밑을 제대로 볼 생각도 못하고 옥상에 매달린 채 손을 놓아버리자 그대로 아래로 곧두박질 치는 자신의 몸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좀비의 몸도 그대로 건물아래로 명환과 같이 떨어져 내렸다. 그런 명환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으며 허공에 손을 휘저었지만 좀비의 몸은 달려오던 관성에 의해 포물선을 그리며 십여미터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명환은 테라스에 쳐박혔다.

꽈당! 으윽!

급하게 떨어졌는지 착지가 불안전한 명환이 테라스에 쓰러져 발목을 잡았다.

" 명환아! 괜찮아? "

급히 달려들어 상태를 확인한 인혜가 걱정스레 말을 이었다.

" 이거 발목을 접지른거 같은데.. 당분간 움직이기 힘들겠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

명환을 부축하며 테라스를 통해 안으로 들어선 일행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소파와 바닥에 주저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 휴우.. 이제 좀 살것같네. 근데 주인집 내외는 어디갔나? "

그들이 그 소란을 벌이는 와중에도 집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궁금해진 지윤이 말했다.

" 글쎄. 나이가 많은 노부부인데, 어디 놀러갔나? 그나저나 먹을 것은 있겠지? "

명환은 노부부의 생사보다 당장 굶주린 자신의 상태가 더 걱정스러웠다. 다리를 다친 자신은 움직이지 못했기에 인혜와 지윤이 주방으로 들어가 여기저기를 뒤지는 모습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거실을 둘러봤다.

평범한 가정집. 노부부가 은퇴하면서 마련한 퇴직금으로 이런 건물을 사서 그 임대료를 받으며 여생을 준비하는 흔한 레파토리의 가정집이었다. 벽면에 걸린 사각액자속의 노부부와 그들을 두고 주변에 서 있는 대여섯명의 젊은 인물들, 아마도 가족들이리라.

그런 화목한 사진을 보며 문득 자신들의 가족들의 생사가 궁금해지는 명환이었다. 이런 난리에 잘 살고 있을까? 하지만 그의 상념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방을 거쳐 안방으로 무언가를 찾아 들어간 지윤이가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었다.

" 무,뭐야? 무슨 일있어? "

은혜가 놀라서 안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잠시후 그녀도 놀라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리고 지윤이를 부축해서 거실로 다시 돌아왔다. 뭔가 끔직한 것을 본 것처럼 몸을 떨고 있는 지윤이를 다독이는 은혜를 보며 명환이 물었다.

" 왜? 누나, 뭐가 있어? "

" 휴우.. 여기 주인부부의 시체가 있어. 저 안방에 목을 매달고.. 그걸 보고 놀란거야. "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안방의 상황을 말해주자, 절로 명환은 액자로 시선이 갔다. 그렇구나,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이었구나. 그래도 인생의 대부분을 평범하게 산 그 노부부를 부러워 해야할까? 아니면 이런 지옥에서라도 숨을 쉬고 있는 나를 부러워할까? 그런 말도 안되는 의문을 느끼며 명환이 말했다.

" 하아. 누나, 그럼 그 시체는 어쩔꺼야? 계속 같이 지낼꺼야? "

" 아니, 아냐. 일단 시체는 치워야지. 날씨도 덥고 습기가 높아지면 부패가 빨라질꺼야. 그럼 악취는 둘째치고 병균까지 걱정해야 하니까..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게 엄두가 나지 않는 듯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명환이 지켜보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일단 목에 매단 줄을 끊자. 칼이나 가위같은 거 있어? 가져와봐. "

안방안에 목을 매단 노인과 침대에 누워서 잠들듯 죽어 있는 부인이 있었다. 아마 주변에 나뒹구는 약통을 봐선 부인을 죽이고 자신도 목을 매단 듯 보였다. 그 뒤로 다가온 인혜에게 가위를 받아들고 제법 굵은 줄을 힘겹게 끊어내자 인형처럼 쓰러지는 노인의 시체를 받아 부인의 옆에 뉘였다. 그리고 그 시체들을 이불로 둘둘말아 한쪽에 치워두었다.

" 이제 저 시체더미를 창밖으로 버리면 돼. 둘이 할 수 있겠어? "

발목을 다친 명환이 인혜를 돌아보며 말하자 그녀가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 고마워. 이젠 좀 쉬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께. "

그렇게 말없이 거실로 돌아온 명환이의 귓가에 이젠 죽음이 익숙해졌는지 인혜와 지윤이의 목소리가 도란도란 들리고 힘을 쓰는듯 낑낑거리는 소음도 들렸다. 명환은 소파에 기댄채 그런 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음지으며 이런 세상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서서히 감기는 눈을 저항감없이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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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0 18.11.10 732 21 15쪽
141 투쟁의 끝자락(5) 18.11.10 460 11 17쪽
140 투쟁의 끝자락(4) 18.11.10 463 10 18쪽
139 투쟁의 끝자락(3) 18.11.10 438 11 21쪽
138 투쟁의 끝자락(2) 18.11.10 437 11 19쪽
137 투쟁의 끝자락(1) +1 18.11.09 588 13 20쪽
136 반격(5) 18.11.08 564 15 20쪽
135 반격(4) 18.11.07 483 12 19쪽
134 반격(3) +1 18.11.06 528 13 21쪽
133 반격(2) +1 18.11.05 548 14 21쪽
132 반격(1) 18.11.03 521 17 21쪽
131 혼란(5) 18.11.02 503 16 18쪽
130 혼란(4) 18.11.01 515 13 20쪽
129 혼란(3) +2 18.10.31 525 19 18쪽
128 혼란(2) 18.10.30 536 15 20쪽
127 혼란(1) 18.10.29 539 18 21쪽
126 증강(增强)(5) 18.10.26 581 16 19쪽
125 증강(增强)(4) 18.10.25 555 13 19쪽
124 증강(增强)(3) +1 18.10.24 566 16 19쪽
123 증강(增强)(2) +1 18.10.23 568 17 19쪽
122 증강(增强)(1) 18.10.22 570 13 19쪽
121 손님(5) 18.10.19 592 15 20쪽
120 손님(4) +2 18.10.18 588 16 22쪽
119 손님(3) 18.10.17 575 19 19쪽
118 손님(2) +1 18.10.16 579 14 18쪽
117 손님(1) 18.10.15 622 14 19쪽
116 진실의 끝(5) 18.10.13 623 16 17쪽
115 진실의 끝(4) 18.10.12 640 18 18쪽
114 진실의 끝(3) 18.10.11 632 2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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