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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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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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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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터(2)

DUMMY

" 어때? 쓸만하냐? "

도끼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바위가 자신이 만든 물건들을 살피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불과 바위가 부탁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결과물을 가져온 것이다.

별다른 전문적인 장비 없이 뚝딱 만든 물건치고는 훌륭한 품질에 만족한 바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 알고는 있었지만, 대단하다. 도끼야. "

바위는 평소 우락부락하지만 의외로 섬세한 도끼의 취미가 목공과 프라모델 조립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솜씨가 좋을지 몰랐다. 요 근래 창고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나오지도 않고 시끄럽게 망치질과 연장질을 하는 소음을 낸 도끼가 적성을 찾은듯 이것저것 물건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래서 바위가 부탁한 물건도 금방 나왔다. 고아원 인원들의 훈련을 위해 모래를 담을 수 있는 복대, 아대등 수십개를 주문한 것이다. 그런데 이정도로 잘 만들줄 몰랐다. 가죽이 모자라 천으로 만든 것들로 길이 조절이 가능해 체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몸에 딱맞게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 이정도면 훈련하는데는 지장이 없겠지? "

도끼는 바위가 부탁하자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깨달았다. 당연한 것이 평소에 바위는 온몸에 납덩이를 달고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훈련법을 적용해서 인원들을 가르칠 생각인 것을 깨닫고 만든 물건이었다.

" 응. 완벽해. 고맙다. "

바위가 만족하는 것을 느낀 도끼가 씨익 웃으며 창고로 들어가더니 비장의 카드, 선물을 꺼내들었다.

철그럭.

" 짜잔! 크크큭, 이걸 만들려고 몇날 몇일을 고생했다. 짜샤, 형님이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

도끼가 가져온 물건은 딱봐도 길다란 쇠사슬이었다. 고아원에 도착하자 바위가 풀어놓은 쇠사슬을 가져간 도끼가 새로 리폼을 한 듯 보였다. 대충 봐도 십미터는 넘는 길이였다.

" 뭐야? 이걸 어떻게 만든거야? "

" 크크, 창고 안에 용접기랑 소형발전기까지 있던데? 쇠줄로 갈고 용접기로 끊고 붙이고 했다. 내 눈깔 보이냐? 몇일을 용접했더니 실핏줄 다 터졌다.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일우야. 그 초능력 정말 대단해, 잘만 사용하면 여러분야에 쓸 수 있겠더라. 크으, 부럽더라.. "

실제로 시뻘건게 변한 도끼의 두 눈을 쳐다보며 바위는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도끼가 서둘러 쇠사슬을 건내며 용도에 대해 설명했다.

" 잘봐. 거기 너클이 있지, 그래 끝에 달려있는거.. 그걸 손가락에 끼우고, 첨에는 좀 불편할꺼야. 아무래도 강철로 만들어.. "

바위가 쇠살을 끝에 있는 너클을 끼우고 미간을 찌푸리며 힘을 잔뜩주자 뿌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철너클의 안쪽부분이 바위의 주먹에 딱 맞게 구부러져 맞춰졌다. 그런 모습에 입을 딱벌린 도끼가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 휴, 너 이 무기가 필요하긴 하냐? 그냥 맨주먹이 젤 센거 아냐? "

" 아니, 안그래도 원거리 무기가 있었으면 했거든.. 정말 맘에 든다. "

" 그래, 그래. 그러면 됐다. 그리고 너클과 이어진 쇠사슬은 대략 십여미터정도 될거야. 평상시에는 예전처럼 니 팔뚝에 감고 다니면 돼. 촘촘히 감으면 방패.. 아니다. 어짜피 니 몸뚱이가 방패인데.. 뭐, 그냥 대충 그렇게 사용해라. "

도끼는 뭔가 나름 자부심을 담아 주절거리며 설명하려 했지만 다 쓸데없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바위가 알아서 사용하도록 내버려두었다.

" 그리고, 사거리파 아저씨들이 가져온 무기들 중에서 괜찮은 것들이 많더라. 나중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

네대의 승합차에 실어온 물건들 중에는 식료품외에도 사장의 취미였다면서 모은 도검들이 꽤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그런 것들의 처분을 바위에게 일임했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대가로 훈련에 참가하기로 한 것은 오히려 이쪽에서 반겼다.

그때 그들에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곧 코너를 돌아 나타난 사람은 일우였다.

일우는 갑자기 자신의 눈에 들어온 바위를 보며 흠칫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조건반사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연스럽게 몸을 틀어 다른 곳으로 가려했지만 도끼의 말소리에 멈춰야만 했다.

" 일우, 왔으면 아는채라도 해야지. 일루와봐. 우리가 만든 물건들을 바위에게 얘기하고 있는 중이야. 너도 한몫을 했으니.. "

" 어, 어. 아냐. 나 좀 바빠, 사람을 찾고 있어서 말야. "

" 응? 누구? "

" 어, 다희씨랑 대련하기 했는데 오늘 보이지가 않네. 아하하.. "

" 음? 아까 누구랑 산쪽으로 올라가던데? 그쪽으로 가봐. "

" 하하, 그래. 수고해. "

어색하게 대화를 마친 일우는 빠르게 다리를 놀려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 일우를 쳐다본 도끼가 바위에게 조용히 말했다.

" 야, 일우 말야. 요즘에는 광증도 발작안하고 조용하던데.. 적당히 좀 해라. 사람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 가끔 자다가 비명소리에 깨면 일우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화장실로 가더라. "

" 그래, 알았어. 안그래도 그 문제로 소미씨랑 상담한번 받아보려고 해. "

" 휴우. 그래. 알아서 해라. 그나저나 다희는 뭐하러 산을 올라간거지? 그 옆에 따라가던 사람은 여자였는데 말야? "

" 걱정하지마, 다희는 좀비따위나 사람에게 해코지 당할 정도는 아냐. "

" 그래, 그렇지. "

그렇게 대화를 마친 바위와 도끼는 물건들을 옮겨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훈련인원들에게 갔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앞마당에 모여있는 인원들은 이제 지옥같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써니는 아까와 같은 일이 너무 짜증나고 힘들었다. 평상시라면 아무렇지 않게 흘리거나 상대해 줄 일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 야, 써니. 한번만 대줘라. 씨바, 지금 몇일 굶었는지 몰라. 응? "

번들거리는 대머리, 문어라는 별명을 가진 조폭똘마니가 평소처럼 치근덕거렸다. 하지만 예전의 써니가 아니었다. 일부러 제니와 함께 바위씨와 친하게 지내며 가끔 스킨쉽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 더 이상 조폭들이 귀찮게 못하게 하는 전략은 유효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성욕이 폭발한 조폭들이 강제로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협박과 회유를 통해 칭얼대는 모습을 보였다. 우수웠다. 예전에는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사람들이었는데 바위씨와 함께 있다보니 귀여운 꼬마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것이 힘의 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끈덕지게 달라붙는 문어의 경우는 짜증과 귀찮음이 동반되었다. 매몰차게 거절하려는 순간 다희씨가 모습을 드러내어 문어를 쫒아내 주었다. 고마웠다.

그런 그녀가 조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제안을 했다. 동쪽 부근에 정찰을 가려고 하는 같이 가 줄수 있냐고 말이다. 크게 할일이 없었고 여기에 있으면 계속 똘마니들이 치근덕거리는 상황이 반복될 것같아 흔쾌히 수락을 했다.

" 그럼 제니도 함께 갈까요? 오랜만에 여자들끼리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호호. "

" 아, 음. 아뇨. 그,금방 갔다가.. 올꺼라. 그냥 둘이 가요. "

써니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흘리듯이 말하는 다희를 보며 금방이면 굳이 같이 갈 필요가 있나 했지만 심심한 것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섰다.

그렇게 움직인 둘은 조용히 뒷산으로 움직였다. 가는 내내 써니는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받아주는 다희는 어, 네, 아. 하면서 제대로 받아주지 않자 금세 시들해졌는지 써니도 말없이 다희를 따라갔다.

비록 오전시간대였지만 산속으로 들어오니 시야가 넓지 않고 서늘한 한기가 옷사이로 스며들었다. 왠지 소름이 돋았다. 앞만 보고 걸어가는 다희의 모습도 뭔지 모르게 차가워 보였고 말이다.

" 다희씨, 여기 너무 깊이 들어온 거 아니에요? 길을 잃을까 걱정되네요. "

써니의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춘 다희가 뭔가를 생각하듯이 입을 달싹거렸다.

" 여기서···? 아,아냐.. 좀 더.. 흔적이.. "

" 저기, 다희씨? 무슨 생각을..? "

" 아,아뇨. 조금만 더 가면 될꺼에요. 조금만 더.. "

다희의 목소리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서 인지 산속에 한기가 늘어서 인지 써니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그만 돌아가자고 말하려는 순간 앞쪽 나무사이로 누군가 나타났다. 바위의 친구, 제비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써니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자 왠지 모르게 한기가 가시는 기분이었다.

" 어? 다희? 여긴 어쩐일? "

" 어, 아. 제비씨.. 그냥 저,정찰하러··· "

" 응? 다희가 왜 정찰을? 그리고 저기로 가면 낭떠러지야. 사람들도 안오고 좀비도 없고. 나야 지금 주변 지리를 외운다고 와본거지만 저쪽에 별거 없어. "

써니는 제비의 말에 맞다고 이제 돌아가자고 외치고 싶은 마음에 입을 열려고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희의 무감정한 눈빛때문이었다. 그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갈가리 찢겨질듯한 그런 눈빛.

그래서 써니는 눈빛으로 제비에게 말을 걸었다. 제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여기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하지만 제비는 그런 써니의 눈빛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 그럼, 난 다른 곳도 돌아봐야 하니 먼저 갈께. 다희와 써니씨도 살펴보다 조심해서 들어가. "

제비는 써니의 속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그녀들을 지나쳐 다시 산속으로 사라져갔다. 다시 한기가 몸을 파고 들었다.

" 그,그,그만 우,우리도.. 도,돌아가죠.. 네? "

써니는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으로 간절히 다희를 보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다희는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 제비씨가.. 봤어.. 그럼··· 바위··· 알아··· 안되는데.. 어쩌.. "

다희는 이내 결정을 내린듯 입을 열었다.

" 아, 앞에 아무것도 없다네요. 그만 도,돌아가죠. "

" 네? 네! 가,감사해요. 네.. 다시는 안그렇께요. 감사합니다. 흐흑.. "

" 왜? 왜.. 그러세요. 오늘은 아무일도 없었는데··· "

" 네! 네! 아무일도 없었어요. 네, 아무일도.. "

눈물 흘리는 써니를 보며 불안하게 손가락을 까닥거리던 다희가 이내 발걸음을 돌려 왔던 길을 내려가자 온통 눈물범벅이 된 얼굴의 써니도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아무래도 여기서 의사역할을 하는 분이 소미씨 뿐이어서 말이죠. "

소미는 건물내에 마련되어 있는 의료실 책상에 앉아 바위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바깥에는 알수 없는 괴성과 신음소리, 악에 받힌 소리등이 들려오고 있었다. 오늘부터 훈련중인 사람들의 기합소리라고 한다. 아마도 오늘부터 자신이 해야 할일이 넘칠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런 원인을 제공한 바위가 평온한 얼굴로 상담을 하러 들어왔다. 바로 일우의 정신상태가 어떤지 상담하러 온 것이란다. 그런 바위의 상남자스런 얼굴을 빤히 보다 한숨을 쉰 소미가 입을 열었다.

" 바위씨는 진짜 둔하네요. 아니 신경을 굵다고 해야하나.. 휴우. 바위씨, 난 간호사지 심리전문가도 아니고 전문의사도 아니에요. 하지만 일우씨의 상태는 알겠네요. 그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두려움, 맞다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과 매일같이 싸우고 있어요. 보통은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미치는 경우가 많죠. 아니면 적응, 포기를 하던가.. "

" 그럼 일반적인 사람의 반응이라 이건가요? 문제가 없는? "

" 문제가··· 하아. 네, 바위씨가 말하는 문제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아마 그런일은 없을꺼에요. 그보다, 바위씨... 일우씨보다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다희씨요.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네요? "

" 아뇨, 예전부터 보통 사람과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게 큰 문제인지는 몰랐네요. "

" 하아, 하긴 바위씨라면.. 뭐 이해가 가네요. 전 심리학을 이수는 했지만 잘 몰라요. 하지만 그동안 보아온 그녀의 상태는 지금 매우 불안정해요. 그녀가 생각하는 당신, 바위씨는 아버지, 연인, 보호자 그런 관념보다 한단계 위에 있어요. 맹목적이죠.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능력이 어떻게 선택되고 가지게 동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봤어요. 물론 가설일뿐이지만, 제 생각에는 염원, 간절히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 바로 그것이에요. 예를 들어 바위씨는 힘을 가지길 원했겠죠. 누군가를 지킬 그런 힘말이죠. "

소미의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바위를 보며 소미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 저도 그렇고, 일우씨도 비슷한 케이스에요. 다희씨도 말이죠. 언젠가 다희씨가 가지고 다니던 일기장 같은 공책을 본 적이 있어요. 꽤 오래된 책이었죠. 그곳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려져 있는 문양? 그림? 도형은 날카롭고 뾰족한 모양을 지닌 가시였어요. 그건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알 수 있어요. 그녀의 마음이 굉장히 불안전하다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그동안의 행동, 말투, 습관등을 봤을땐 그녀는 사이코패스 성향에 가까워요. 즉,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다는 말이에요. 쉽게 말해, 그녀는 남들과 같이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거죠. 다른 사람이 얼마나 무서워 하는지, 슬퍼하는지, 즐거워하는지 모른다는 말이에요. 그런 그녀가 초능력을 얻었어요. 만약 바위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폭주했을꺼에요. "

그녀의 긴 설명을 들으면서 바위는 그동안 다희가 해 온 행동들이 납득이 되었다. 좀비를 앞에 두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고 시체등도 그냥 하나의 고기덩어리를 보는 듯한 행동들.. 좀비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는 거리낌없이 창을 얼굴에 찔러넣는 모습, 능력을 얻은 후에 좀비들을 별다른 표정없이 과감히 갈가리 찢어버리는 것까지 그동안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기에 넘어갔던 일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런 사실을 친구들과 일행들은 알고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만 다희를 대함에 있어 거리감이 없었지 다른 사람들은 좀 경외감? 두려움을 느끼는 듯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었던가..

" ··· 그래서 그런 그녀에게 잘 좀 해주세요. 요즘 바쁘다는 거 알아요. 수련시간이 엄청나다는 것도.. 하지만 그녀는.. 그녀는 당신밖에 없어요. 이 세상에서.. 그녀를 통제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진 사람만 환자가 아니에요. 그녀도 환자에요. 당신만 고칠 수 있는··· "

소미의 말을 곱씹으며 의료실을 나가는 바위는 어딘가를 다녀온듯 신발에 흙을 잔득 묻히고 걸어오다, 자신을 발견하고 뛰어오는 다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다다.

그렇게 달려와 자신의 가슴까지 밖에 안오는 가냘픈 그녀를 포옥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자 고로롱 거리며 더욱 팔에 힘을 주는게 느껴졌다. 새삼스레 소미의 마지막말이 기억이 났다.

" 다희야, 어디 다녀왔어? "

" .. 어, 아니에요. 쓰레기 버리려 했는데... 헤에.. "

이대로 있다가는 하루종일 떨어질것 같지 않자 그녀를 다독이며 바위가 말했다.

" 그래? 수고했어. 우리 밖에 훈련하는거 보러 갈까? "

" 으음, 네. "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서는 바위의 눈에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써니가 눈에 띄었다. 신발에 묻은 흙과 온몸을 적시는 땀과 흘러내린 눈물로 엉망이 된 그녀의 모습에 바위가 걱정스레 물었다.

" 괜찮아요? 몸이 많이 안좋으신거 같은데···? 의무실에 가보세요. "

" 히익! 네, 네!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

뭔가에 놀란듯 정신없이 인사하며 의무실 방향으로 도망치듯 걸어가는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다 팔을 당기는 다희를 보며 신경끄고 밖으로 향했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기분이 조금 나아진듯 했다. 요 근래 그녀가 다운되어 있는듯 보였는데 말이다. 뭐 좋은일이기에 웃음지으며 다시 다희의 머리를 쓰다듬자 팔에 더욱 바짝 메달린 그녀는 거의 공중에 떠다시피 해서 바위를 따라갔다.

바깥에는 발목, 팔목, 복부에 무언가를 찬 인원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제법 넓은 앞마당을 뺑뺑이 돌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붉은색 모자를 푹 눌러쓴 도끼가 판대기에 종이를 가져다대고 뭔가를 체크하고 있었다.

" 아직, 열바퀴 남았습니다! 제군들, 이정도밖에 못합니까. 아까의 패기는 어디갔습니까! "

조교놀이에 신이 났는지 도끼는 인원들을 무지막지하게 굴리고 있었다.

" 마지막 10명은 다시 열바퀴 추가입니다! 악으로! 깡으로! "

" 악으로.. 깡으로.. "

도저히 힘이 없어 지르는 소리조차 이젠 맥이 없었다. 그 후미에는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인원들까지 있었다. 그래도 용케 쓰러지지 않는 모습이 가상했다.

두발을 질질끌며 뒤쳐진 인원의 대다수는 고아원의 중고등학생들이었다. 시작은 거창했지만 이런 단순한 뜀박질도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물론 평범한 뜀박질은 아니었지만..

그에 반해 가장 선두를 치고 달리는 인원도 고아원출신의 아이였다. 바위도 예전부터 알던 남자아이였다. 무슨고등학교 무슨 운동을 했다는 소리를 몇번 들었었다. 어느정도 성장을 마쳤는지 탄탄한 몸과 전신 근육이 고르게 발달해 있었다. 정확히 무슨 운동을 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체력은 대단했다.

나름 운동을 했다던 조폭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운동신경이었다.

" 주몽 파이팅! 이겨라! 힘내라! "

어느사이엔가 창문에 매달려 운동회 비슷하게 변질된 훈련장을 내려다 보며 응원하는 여자애들 대부분이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주몽이라는 아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평범한 얼굴이지만 잘 훈련된 몸매가 여자애들에게 어필이 제대로 된듯 했다.

주몽의 바로 뒤로 으뜸, 사장의 아들이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다. 으뜸도 만만치 않게 단련된 몸과 체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괜히 조폭들 앞에서 대장노릇을 하는게 아닌듯 했다.

하지만 으뜸은 자신이 선두가 아니라는 사실에 굳은 얼굴로 최선을 다해 따라붙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가려는 조폭들과 아이들은 죽을 맛이었지만 말이다. 어느새 서로의 자존심 대결로 번지자 이젠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 이겨라! 달려라! "

" 두목! 파이팅! 조금만 더! "

이번 훈련에서 빠진 조폭들도 어느새 달려와 응원을 하고 있었다. 뭔가 이 세상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오랜만에 예전 기분을 느끼며 미소를 짓는 바위였다.

그런 바위를 뚫어질듯 쳐다보고 있는 눈이 있었다. 사장의 딸, 차두미였다. 그녀는 바위와 그 옆에 달라붙어 있는 다희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미간을 찌푸린채 생각이 많은 눈빛으로 그런 그들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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