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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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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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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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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사이퍼(1)

DUMMY

" 그래? 바위 네 생각은 사이퍼라 불리는 초능력자들이 생각보다 많을꺼라는 거지? 그리고 그들이 뭉쳐 단체를 만들었고? 으음··· 일단 생각 좀 해보자. "

고아원에서 마지막 짐을 실어 나르며, 운전대를 잡은 제비와 그 옆에 앉은 바위가 팔짱을 끼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디서 구했는지 포터차를 구해 이삿짐을 나르는 모양새로 화물적재함 한가득 실은채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주로 가구등 비롯해 이불, 옷가지가 든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런 포터차 후미에는 132-1번이 찍힌 버스가 뒤따르고 있었다. 버스의 운전석에는 일우가 앉아있고 그 뒤로 고아원 아이들과 다희등이 가득 자리를 하고 있었다.

부와앙!

그렇게 신나게 달려 도착한 곳은 아파트단지 쉘터였다. 그 쉘터 앞 진입도로도 어느새 말끔히 치워져 차량진입이 원할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있었다.

아파트 진입로를 통해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자 놀이터와 주민센터, 그리고 거대한 무덤모양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있고 그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장 앞에서 반겨주는 으뜸과 두미의 모습과 근처 사장과 조직원들 모여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불안하게 서 있는 아파트주민들의 모습까지 보였다.

멀리서 보면 피난민처럼 보였다. 꼬질꼬질한 복장에 상하수도가 막혀 언제 씻었는지 모를 얼굴들과 떡진 머리. 아마 저들은 이 아파트에 갖혀 야나에게 사육당하고 있었으리라. 스스로 무언가를 헤쳐나갈 생각없이 그렇게 자포자기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게 아니면 가까운 강에서 물을 길어다 끓여 사용했다면 저런 몰골은 아니었을것이 분명했으니까. 항상 어떤 결과에는 그 원인이 존재하는 법이다. 짐을 싣고 온 용달차에서 내리는 바위에게 다가온 사장이 속삭이듯 말했다.

" 일단 아파트 주민들을 모두 모았네. 숨어서 안 나오는 인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껄세. 가장 큰 문제는 저들도 우리가 예전에 여기를 지배하던 여자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일세. 저기 배불뚝이 중년인이 그들의 대표자격으로 대화를 하고자 하네. 어떻게 할까? "

그런 사장의 말을 듣고만 있던 바위가 제비를 보자 어깨를 으쓱하며 양손을 올리는 제비가 대꾸했다.

" 뭐, 저들도 자기들 생존이 달린 일이니까. 이해해. 예전에 여기 사장님이랑 원장님등 함께 이런 일이 있을때 어떻게 체계를 잡을지 생각 해둔게 있는데 말야. 하하하. 그게.. "

" 왜? 문제 있어? "

" 아니, 그게 좀 강압적인 방식이라서 말이지. 저들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안전과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거든. 이기적이지만 말야. "

" 당연한거 아닌가? 그게 어때서? "

" 휴우, 바위야. 누군가의 자유를 구속하고 눌러서 말을 듣게 하는건 최하책이야. 물론 지금같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상책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양하는게 옳아. 향후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말야. 대화를 통해 저들의 요구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

제비의 말에 사장이 반박했다.

" 제비군의 말이 틀린건 아니지만.. 인간은 통제를 싫어하고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지.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애초에 우리 조직에 묶이는게 싫다면 쫒아내는게 맞다고 생각하네. 저들은 협상에게 지금 필요한건 협상이 아니라 통제일세. "

바위는 제비의 말과 사장의 말 모두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그럼 먼저 저들의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니··· "

그렇게 결정을 내린 바위는 이젠 바위를 주축으로 간부역할을 하는 인원들과 아파트 주민 대표역할의 중년인외에 몇명을 데리고 주민센터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도끼는 그런 머리아픈 곳에 끼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거리파 조직원들과 함께 짐을 111동까지 옮겨 놓으라고 부탁했다. 이건 111동에 거주할 예정인 바위의 보호범위안에 고아원 아이들과 지인들을 두려는 생각이었다. 그런 결정을 한 다른 이유는 111동에 야나가 거주한 이후로 그 동 전체가 공실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주민센터 회의실에 착석한 인원들의 면면은 바위를 위시해서 제비, 사장, 으뜸, 원장님, 은혜와 주민대표로 배불뚝이 중년인과 뽀글이 파마를 한 사십대 여인, 건장한 삼십대 남자가 테이블에 앉았다.

아무래도 갑은 바위측이고 무언가를 요구하는 측은 주민들이었기에 시작부터 주도권은 바위측이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들은 바위등 초능력자들의 신위를 직접 보았기 때문에 더욱더 주눅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 으뜸아, 근데 두미는 왜 안들어와? 이런 자리에는 항상 참석하라고.. "

사장이 조용히 으뜸에게 두미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 하아.. 이젠 제 통제범위를 벗어났어요. 그냥 지 꼴리는대로 살라고 하는게 좋을 겁니다. 이번에 초능력을 각성하고 아주 고삐풀린 망아지가 따로 없어요. 조직원들 중 몇명이나 그년때문에 부상을··· "

으뜸은 자기 동생 두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치가 떨리는지 이를 갈면서 대꾸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사장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으뜸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위로해 주었다. 사장도 보는 눈이 있고 들리는 귀가 있었기에 자기 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 보다. 어쩌다 저런 미··· 크음. "

자신의 한탄에 좌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느낀 사장은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주의를 돌렸다. 아무래도 이런 협상은 해본 경험이 있는 자신이 주도해야 할듯 했다.

" .. 그럼 먼저 아파트 주민 대표들의 요구사항을 들어보도록 하죠. 말씀하세요. "

사장이 주민대표들을 한번 쓱 훑어보며 입을 열어 물었다. 살짝 주름진 얼굴에 느껴지는 연륜과 그런 행동과 눈빛에 흐르는 여유가 담긴 물음이었다.

" 그.. 그게 당신들의 힘으로 우리를 지켜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생존권도 보장받고 싶습니다. "

배불뚝이 중년인이 떨리지만 확실한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말했다. 아마 주민들이 모여 내린 최소한의 결론인 모양이었다. 야나의 압제하에서 언제 좀비가 될지, 혹은 언제 잡혀먹을지 모를 공포속에 살아갔던 그들로써는 가장 중요한 내용일 것이다.

그런 요구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어짜피 한 울타리에 살면서 그 정도의 요구사항은 들어줄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바위측의 인사들의 행동들을 보곤 용기가 났는지 뽀글머리 아줌마가 말을 더했다.

" .. 그리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 생필품, 식량을 조금 나눠주시면 안될까요? 아까보니 식료품이 잔득 실려있던데.. 부탁드릴께요. "

자신들의 처지를 알고 있는지 꽤나 공손하게 말하는 아줌마를 보며 사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 그런 물품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가져온 것입니다. 공짜로 나눠 드릴 수 없어요. "

" 그,그럼.. 어떻하란 말이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식량도 이젠 거의 바닥이에요! 이대로 있다가는 굶어죽을 수 밖에.. "

탕!

사장이 책상을 치며 주의를 끌었다.

" 자, 들으세요. 여러분은 지금부터 자유에요. 그 누구도 당신들의 자유와 생존에 대해 간섭하지 않을껍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자경대를 꾸리든,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도심으로 가서 약탈을 하든, 그 모든것이 여러분의 자유이고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아파트 내에 있을때는 우리가 보호를 해주지만 그외의 것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길 바라지 마시고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세요. 자, 힌트를 드리죠. 여기 앞에 흐르는 강물에서 물을 떠 끓이시면 식수든 뭐든 활용가능합니다. 이해하셨나요? "

사장의 말은 냉정했고 반론을 원척적으로 제거한 단호한 결론이었다. 그런 사장을 바위측에서는 이미 얘기가 되었는지 아무도 반응없이 듣기만 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알아챘는지 주민대표측은 절망적인 얼굴로 서로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뭔가를 결심한듯 건장한 삼십대 남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좋습니다. 한가지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 당신들.. 그러니까.. "

그 모습에 제비가 웃음지으며 대답했다.

" 우리를 큰돌모임, 큰돌회라 부르시면 됩니다. "

바위를 슬쩍 바라본 제비는 미간을 찌푸리는 그를 무시했다. 이미 그렇게 자신들의 모임이름을 정한 것이다. 그 의미는 바위의 형, 차돌이 아니라면 이런 모임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에 대다수의 사람들의 동의를 했고 거기에 의미를 담아 제정한 것이다.

" 큼, 네. 그 큰돌모임에 가입,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됩니까? "

그런 물음에 사장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로 제비와 다른 이들을 돌아봤다. 물론 그들은 이런 제의가 들어올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그들도 나름 자구책을 마련하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안돼면 이런 말을 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이렇게 첫날에 그런 제의를 할 줄 몰랐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세상은 변했고 그런것들을 충분히 이미 경험한 이들은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예전부터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 으음. 그것은.. 너무 성급한거 아닌가요?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지, 노력정도 해보고.. "

" 아하하, 사장님이라 하셨죠? 세상, 아니 지금 도로만 나가도 좀비들이 돌아다니고 심지어 초능력자들이 세상에 나타나고 있어요. 예전에 그 미친년, 야나라는 여자가 여기를 지배할때부터 지금 어떤 세상이고 우리의 역량이 어느정도인지 파악이 끝났단 말입니다. 심지어 그 신세계라는 곳에서.. "

" 잠깐! 신세계가 어떤 곳이죠? "

갑작스런 바위의 끼어듬에 버벅대던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었다.

" 그, 그건 우리도 몰라요. 하지만 몇일전에 그들이 스포츠카를 타고 이곳에 방문했어요. 단 두명이었죠. 그들과 야나가 독대를 했고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몰라도 여기 주민의 절반을 그들이 끌고 갔어요. 이 그후로는 그들을 본적이 없어요. "

" 혹시 어디로 간다는 말은 듣지 못했나요? "

" 네, 끌려가는 사람들도 자신이 어디로 간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크윽, 여기 남은 사람의 가족들도 많이 끌려갔어요. "

어쩐지 아파트 규모에 비해 주민들과 죽은 좀비숫자를 다 합해도 인원이 너무 적어 보였다. 모두 합해봐야 삼백명정도밖에 안보여 아직 아파트에 숨어서 안나오는 인원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 좋아요, 그 질문에 답변을 드리죠. 큰돌회는 여러분의 가입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단, 가입하는 순간부터는 우리의 통제에 따라주셔야 하며 어떤 명령에도 복종하셔야 합니다. 그것에 동의를 하시면 언제든지 가입이 가능하고 또 탈퇴 또한 언제나 가능합니다. 단, 한번 탈퇴하신 분은 재가입이 불가능합니다. 그것 외에는 어떤 제약도 없습니다. "

" 어,어떤 명령이라니.. 그럼 좀비들과 싸울때 앞장 서서 싸우라고 명령하면.. 그말을 들어야 한다는 겁니까? "

이들은 좀비에 대한 공포가 뼈속까지 박혀 있는지 좀비를 말할때마다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 네, 어떤 명령이라도 들어야 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그게 싫으시면 각자 자유롭게 책임을 가지고 행동하시면 됩니다. "

이 부분은 사장이 사전회의때 가장 강조한 내용이었다. 이런 군대식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혈기왕성한 젊은이나 이기적인 사람들은 조직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때문이었다. 특히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소 시대에서는 말이다.

" 하지만 저희 여자들은 그런 싸움을 해보지도 할 수도 없는데.. 어떡하란 말이죠? "

뽀글이 아줌마가 반박했다. 좀비에게 죽창을 들고 맨몸으로 달려든다는 생각에 하얗게 질린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장은 단호했다.

" 여자라고, 나이들었다고, 어리다고 예외는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하나의 역할을 해야 지금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겁니다. 판단과 결정은 스스로 하시길 바라며, 이런 사실을 이곳 주민센터 게시판에 조만간 게시하겠으니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

그렇게 인사와 함께 발언을 모두 마치고 소소한 몇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은 양측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바위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마지막 사장의 발언때문이었다.

" 바위야, 사장이 마지막에 한 말은 그들에게 선택을 하라고 한 말이야. 고아원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는 거지. 너희형을 포함해서 말야. 그들은 존재가치는 너 하나만으로 모두를 커버할 수 있다고.. 표정 좀 풀어라. 그리고 저렇게 강하게 해도 결국 각자의 신체능력, 역할등에 따라 다른 일을 맡길꺼야. 그건 차별이 아니라 차이일 뿐이니까. "

" 허허, 맞네. 사회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 각자에게 맞는 일이 있는 법일세. 당장 나만해도 좀비를 때려잡으라고 하면 무서워서 꼼짝도 못할걸세. 이런 협상이나 협박같은 일은 남들보다 잘 할 수 있지만 말일세. 하지만 그런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어떤 일을 맡기더라도 끝까지 책임을 지기 힘들기에 겁을 준것에 불과해. 이제 그들에게 선택권을 넘겼으니 조만간 반응이 올껄세. "

복잡했다.

바위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너무 복잡했다. 단순히 형을 지키고 고아원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한 행동들이 어느새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잘못된 방향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자신의 사람들은 울타리가 필요했고 그것을 만드는 역할을 친구와 사장등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바위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쉰 제비와 사장은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 고비를 넘긴 표정이었다.

팡! 콰득! 콰앙!

바깥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황급히 창문으로 자리를 옮겨 살핀 사장은 이마에 손을 짚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바위에게 말했다.

" 도대체 저 년에게 왜 초능력을 준건가? 휴우.. "

안그래도 저 딸년이 얼마나 미친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고 있는데, 이젠 무기, 아니 미사일까지 달아준 격이었다.

그렇게 몇몇 사람들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 바위와 그녀가 최후까지 남아 무언가를 했고 그녀가 그 이후 초능력을 가졌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만 했다. 물론 제비나 도끼등은 그런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거리파 조직원들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창 밖, 놀이터에는 지금 두명이 난리를 피우며 대련을 하고 있었다. 아니, 대련이라기 보다는 일우가 약이 올라 두미를 공격하고 그녀는 이러지리 피하면서 무슨 손짓을 하며 깔깔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바위는 그녀의 잠재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본래 겁 없고 상대를 공격하는데 주저함이 없어 적성에 맞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단 하루만에 능력을 완전히 깨닫고 활용하는 경지까지 온 것이다.

물론 바위의 도움과 수련법이 도움이 됐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일우의 공격을 쉽게 피하는 것도 능력이었다. 사방으로 모래가 날리고 폭음이 울리자 아파트 창문이 열리고 내려다 보는 사람들의 눈에 두려움이 있었다. 거기에 두미가 예전의 야나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자 그 효과가 더 커졌다.

" 거기까지! 지금부터 사이퍼들은 아파트단지 내에서 대련이나 싸우는 걸 금지한다. 어길시 나하고 한시간 강제수련을 할꺼야. "

비록 바위의 나지막한 목소리였지만 충분히 그들의 귓가로 들렸는지 순식간에 들리던 소음이 그쳤다. 그 바위말에 담긴 위협에 일우는 물론 두미도 각성 후 마주한 바위와의 대련에서 느꼈던 고통이 각인되어 있었기에 정지버튼을 누른듯 동시에 멈춰섰다.

바위는 훈련을 실전처럼 이란 말을 처절하게 지켰다. 거기에 소미의 치유력까지 있으니 진짜 마음껏 팼다. 아니 일우는 소미의 치유력이 통하지 않아 봐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왜 다희가 저렇게 야나를 압도할 실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새삼 깨닫는 두미였다.

두미는 그날 그렇게 처맞고도 좋다고 따라다니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남자의 강함이 여자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느꼈기 때문이었다. 압도적인 폭력, 어떤 것도 부숴버릴꺼 같은 힘, 그 두꺼운 남성성.. 탐났다.

그렇게 대련을 가장한 싸움이 끝났지만 씩씩 거리며 두미를 노려보는 일우는 아직도 분이 덜 풀린듯 했다. 도대체 뭘로 저 인간을 열받게 했는지 미스테리였다. 요즘들어 바위의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고 소미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감정조절이 누구보다 잘되고 있었기에 그런 사실이 신기했다.

그런 녀석에게 도끼가 다가와 귓속말로 뭐라고 하자 겨우 진정을 하며 요즘 부쩍 친해진 둘이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고 두미는 김샜다는 표정으로 바위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몸을 움직여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리듯 사라져 버렸다.

제비는 그런 그들을 보며 확신했다. 사이퍼라 불리는 초능력자들의 통제를 위해서도 바위의 역할은 지대하다는 것을 말이다. 저들이 맘껏 힘을 발휘해서 깽판을 친다면 여기에는 막고 통제할 사람은 바위 한명뿐이었다.

사장도 그것을 느꼈는지 다시 한번 바위의 표정을 살피고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지 시작했다. 제비도 그런 그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게 해프닝이 끝이나고 이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111동의 모든 호수를 방문해 남아있는 좀비가 있는지 확인을 마친 바위는 창문을 통해 들어가 문을 열었고 저층부터 고아원 아이들과 친우, 사거리 조직원들에게 하나씩 집을 배정해주는 제비를 보고는 자신의 집인 팬트하우스로 올라갔다.

그곳에느 이미 정리를 끝낸 다희가 차돌과 은혜와 함께 다과를 먹고 있었다. 이 인원에 사장과 으뜸이 밀어넣은 두미까지 합쳐 총 다섯명이 같이 살기로 합의를 본 상태였다. 워낙 넓고 방이 많아서 이정도의 인원도 적게 느껴졌다. 일반인인 차돌과 은혜가 불편했지만 바위가 한두사람을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 있었던 회의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알려주고 향후 일정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그들은 오늘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팬트하우스의 조용함, 평화로움과 달리 아래는 치열한 움직임과 함께 작업과 지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내일은 더욱 바빠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그날이 가기전에 공고문이 센터에 부착이 되었다.

아파트 주민들 중 아직도 공포에 질려 나오지 않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 그 공고 내용은 순식간에 전 아파트단지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되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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