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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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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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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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육사 기숙사, 화랑관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육사생도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지하1층 지상4층 규모의 기숙사였다. 수용인원만 천여명이 넘는 시설이었다.

거기에 생도회관을 개조해 간부들과 중요인물들의 거처로 만들어 대외적으로 홍보를 했다. 그런 사실은 체육관에서 기숙사로 기숙사에서 생도회관으로 옮겨가길 원하는 향상심을 심어주었다.

한편, 외곽에 있던 아파트쉘터를 폐쇄, 이전하기로 결정한 모임의 수뇌부는 그 이전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 제2백인대는 육사쉘터 앞에 있던 현대홈타운 아파트단지 청소를 완료했습니다. "

이젠 제법 조직다운 모습을 갖춘 모임의 간부들과 잘 꾸며진 회의실 전면에서 제복을 입은 무력부 소속 백인장 쌍칼이 보고를 마쳤다. 쌍칼은 얼굴에 나 있는 두개의 칼자국때문에 붙은 별명이지만 실제로 쌍검을 사용하는 인물로 몇개밖에 없는 백인대의 대장이었다.

그가 말한 현대홈타운은 육사 전면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총 10개동으로 이뤄진 1차 2차로 나뉘어진 아파트단지였다. 그 뿐아니라 육사주변에는 수십개의 아파트들이 서 있었는데 그 이유가 북부간선도로가 바로 앞으로 들어왔고 주변에 초,중,고등학교가 많아 생활권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서울여대와 육사까지 있어 상권이 많이 발달한 지역중 하나였다. 심지어 육사 바로 옆에는 36홀 규모의 골프장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살아남지 못해 버려진 집들과 아파트들이 많았다. 골프장에는 잔디가 발목을 넘게 자라나 있고 학교는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가장 먼저 청소를 시작한 현대홈타운을 고아원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외곽 지역의 쉘터를 왔다갔다 하기에는 시간과 위험이 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 결정을 주도한 사장과 제비는 당연히 바위를 최우선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 좋아. 주변 아파트단지들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청소를 하기로 하고··· 기술부는 내일부터 아파트를 쉘터화시키는데 집중하도록 해줘. "

" 오케이. 맡겨둬. 근데 그러기 위해서 일우가 있어야 하는데 말야. "

기술부장 도끼가 호기롭게 입을 떼면서 슬쩍 바위를 쳐다봤다. 일우의 초능력은 쉘터를 구축하는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높은 벽을 세우고 통로를 만들고 좀비의 기습을 방지하는 것에는 일우만큼 효율적인 사이퍼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일우는 바위에게 붙잡혀 매일같이 엄청난 강도의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숙소에 들어오면 완전히 뻗어 누웠다. 그런 그에게 고강도의 작업을 시킬 수 없기에 바위의 눈치를 본 것이다.

"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데? "

바위는 그런 사실을 짐작하고 있기에 도끼에게 묻는다. 그런 도끼의 옆에서 눈을 빛내며 듣고 있던 일우가 손가락으로 도끼의 옆구리를 찌른다. 최대한 시간을 길게 늘리라는 무언의 부탁이었다.

" 흐음.. 대충 열흘? 아니면 그 이상이 필요해. "

" 그럼 일주일 시간을 줄께. 그 이후는 기술부에서 알아서 작업을 하도록 해. "

일우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옆구리의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도끼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 아니, 어떻게 일주일만에 쉘터를 만들어. 좀더 빌려줘. "

" 안돼. 일우는 그런 작업을 위해 쓸 인력이 아니야. 차라리 육사쉘터내에서 사람을 더 뽑아써. "

단호한 바위의 말에 손가락에 힘이 풀린 일우를 느끼며 도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그럼 일주일만 빌리자. "

그렇게 결정이 나자 회의는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 서브웨이 조직들은 정리가 끝났나? "

사장이 묻는다. 그에 바위가 대답했다.

" 일단은.. 주변에 있는 6호선, 7호선, 1호선까지 정리를 했어. 문제는 그들과 이어져 있는 역들이 너무 많아. 일단은 그 역들을 비어놓는 수 밖에 없어. "

" 그건 예전에는 말했지만 어쩔 수 없는 거야. 우리가 다 커버할 수 없으니까. 만월회에도 그런 연락이 있었잖아. "

" 맞아. 만월회와 폴리스측도 한창 서브웨이를 정리하고 있나봐. 혹시 그들이 우리 구역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으니 감시는 항상 해야해. "

제비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도끼를 보며 입을 열었다.

" 도끼야. 그때 말하던 통신장비 설치는 끝났어? "

" 어, 그거 마무리 했어. 원래는 아파트단지 뒷산에 설치하려 했는데 갑자기 그곳을 폐쇄한다고 해서 장소선정이 어려웠다고.. 뭐 결국에는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하는 걸로 마무리 됐지만.. "

도끼가 말하는 장소는 육사 뒤편에 있는 야산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곳에 철탑을 쌓아서 최대한 높게 설치한다는 이야기였다. 일단 전기가 들어와야 작동이 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그럼 사용 방법은 어떻게..? "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혜가 슬그머니 묻는다. 막 그것에 대해 말하려고 했던 도끼가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둘 사이에 흘렀다.

" 큼. 어 그건 그냥 보통 휴대폰에 특수유심칩을 끼워넣기만 하면 끝. 이 유심칩의 수량이 지금은 많지 않아. 뭐 테스트를 위해 만든 모양이야. 만월회에서 다음에 올때 대량으로 준다고 하니 좀 기다려야 할꺼야. "

그렇게 말한 도끼가 이 통신기기의 장단점에 대해 말을 했다. 반경 수키로미터가 한계라는 말과 통화를 위해 번호를 할당해야 한다는 것과 그 이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앱의 이용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어짜피 통화이외에는 스마트폰이 잘되어 있기에 사진을 찍거나 메모, 메시지등의 기능은 충분했다.

그렇게 말하며 최신형 핸드폰을 꺼내든 도끼가 그것을 여기 모인 간부들에게 각자 나눠주며 말을 이었다.

" 자 받아. 스마트폰 처음 사용하는 사람 없죠? "

도끼가 확인하듯 하는 말에 슬쩍 인상을 쓴 사장을 옆에 있던 으뜸이 귓가로 뭐라 말하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 거기 포스트잇에 적힌 것이 자기 번호에요. 우리 통신기기의 첫번째 자리수가 005번으로 시작하고. 나머지는 순서대로 붙였어요. 바위는 1번, 사장 아저씨가 2번 이런식으로. 각자 확인해서 번호교환하도록 하고. 일단은 십인장까지 휴대폰을 지급할 생각이에요. 그외 필요한 인원은 각 부장이 직접 신청도록 하죠. 그래야 혼선이 없어요. "

도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급은 한정적이고 수요는 많을 것이 분명한 이런 제품은 각 부장이 관리를 해야 하는 품목이었다.

" 근데 궁금한게 있는데.. 도대체 만월회는 어디서 이런 것들을 만드는 거지? 거기에 식량까지.. 이해할 수가 없어. 마치 이런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거마냥 필요한 것들이 술술 나오잖아. "

으뜸이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듯 물었다. 모두 그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차마 제기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제비가 그 의문에 답했다.

" 나도, 솔직히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뭐 알겠지만 비밀이더라. 근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아마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커. 거기에 연구시설까지.. 아마도 섬이지 않을까 추측해보고 있어. "

" 흠.. 그렇겠네. 서울에서 가까운 섬이라.. 어딜까? "

우리나라는 의외로 섬이 많다. 다도해라 불리는 남해 뿐아니라 서해쪽에도 이름을 가지지 못한 무인도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제비가 말한 시설을 다 수용할 정도로 큰 섬은 몇 개 없었기에 각자 추측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 모르지, 꼭 섬이 아니라도 강원도 같이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있을 수도 있잖아. 아님 한곳이 아닐지도.. 뭐 어쨌거나 그들은 아군이고 우리가 도움을 받는 입장이니까, 일단은 그런것보다 우리부터 신경을 쓰자고. "

도끼가 결론을 내렸다. 맞는 말이었기에 모두 다시 회의로 돌아왔다.

하지만 심각한 표정의 사장은 여전히 회의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가 살아온 삶은 일방적인 관계는 없었다. 한쪽의 힘이 압도적이라 위아래가 정해져 수탈하지 않고서는 말이다.

기브앤테이크. 그게 일반적인 수평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는 단어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의 모임에는 그들, 만월회에 줄 무언가가 없었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회의의 열기는 더해가고 있었다.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담배. 지금 시기에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기호식품의 이름이었다. 배식권이 나오는 지금은 화폐로서 기능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담배는 비싸다. 담배한갑에 배식권 두장이 거래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소주두병이 배식권 한장이니 담배가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배식권은 개인당 매주 14장씩 나눠준다. 그리고 필수품들, 즉 의약품이나 생리대, 휴지, 속옷등은 신청하면 약간의 제약이 있을뿐 주었지만 술이나 담배등은 거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가끔 흘러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이런 것들을 챙겨서 오는 인물들이 있었다. 물론 지낼 곳을 배정받을때 혹시 좀비에게 물린 자국이 없는지,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등 샅샅이 수색하지만 숨기려고 한다면 못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퍽! 퍽! 체육관 뒷편. 네명의 장정이 한명의 청년을 구타하고 있다.

" 이 새끼, 독종이네. 하긴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구해서 온 거겠지. "

수차례 주먹과 발길질을 당한 청년은 한차례의 비명도 없이 꿋꿋이 버텼다. 이렇게 맞는 이유는 자신이 몰래 피우던 담배때문이었다. 얼마전 이 쉘터로 들어온 청년은 출신성분을 적고 이 체육관에 배정이 되었고 가까운 곳에 숨겨놓은 담배를 몰래 들여와 피웠던 것이 꼬리를 잡힌 것이다.

몇년전에 리모델링을 한 이 체육관은 외관부터 시설이 꽤 좋았다. 각 체육관이나 종교시설은 떨어져 있었기에 각 체육관에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과시간이 아닌 이상 만나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육사는 원래부터 건물, 도로보다 나무가 많은 지역이었다. 쉽게 말해 숨을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이 체육관을 조금만 벗어나도 숲으로 이어져 사각지역이 많았고 그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체육관마다 그곳을 통제하는 대원들이 있었지만 그 통제는 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서로 주먹다툼을 하는 경우도 서로 죽이지만 않는다면 허용해 주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서열관계가 확립이 되고 각 체육관의 대표가 선출되었다.

하지만 그런 서열관계는 그리 강압적이지 않았다. 이들 중 어느누가 신분상승을 해서 기숙사로 자리를 옮길지 모르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는 것이었다. 기숙사로 옮긴다는 것은 자신들의 위에 선다는 말이고 약점을 잡힌 이들은 이후에 고달파 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에게 배식권을 안준다던지 생필품을 빼먹는다든지 하는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했다.

그런 그들에게도 불문율은 존재했다. 그것이 담배와 술이었다. 이 두가지는 체육관 내부에서 공용품으로 관리하기로 정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신입이 나갔다 들어올때마다 풍기는 담배냄새를 놓치지 않은 이들이 결국 꼬리를 잡아 현장검거를 한 것이 지금 상황이었다.

" 이 새끼 이름이 뭐라 했지? "

" 네, 형님. 수진입니다. "

" 수진? 이름이 여자스럽네? 하긴 그거야 지 부모 마음이지. 야, 수진아 그냥 조용히 불어. 나머지 담배는 어딨어? "

형님이라 불린 사내가 영어가 뭐라 적힌 담배갑을 들고 흔들며 쓰러져 있던 수진에게 묻는다. 하지만 기죽지 않은 눈빛으로 쏘아보며 대꾸하지 않는 모습에 그가 독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하, 수진아. 잘 생각해. 그냥 담배 넘기고 여기서 편안히 생활할래? 아니면 계속 괴롭힘 당하면서 지낼래? "

그 사내는 사람을 다룰줄 알았다. 과거가 의심되지만 그의 구슬리는 능력은 돋보였다. 그런 것 때문에 지금 서애관 대표의 오른팔이라 불리고 있는 사내였다.

그는 요 몇일동안 관찰한 결과 매일 저녁이후로 서너차례 서애관을 나서는 수진을 보았고 지금 거의 온전한 담배갑을 보면서 알아낸 사실은 담배가 이 한갑만 있는게 아니라는 거였다.

" 수진이 너 혹시 이곳에서 살인을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거 믿는거야? 크크큭, 맞아. 죽이지는 못해도 병신은 만들 수 있거든.. "

흉소를 날리며 허리춤에서 과도를 빼어든 남자가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고작 담배 몇 개 때문에 평생 절름발이로 살아가기 그렇잖아. 안그래? "

그리고 친절하게 발목 인대를 자르면 어떤 증상과 아픔인지 천천히 설명하는 사내는 말하면서 쓰러진 수진을 살펴보는 것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눈빛이 살아있는 수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말로는 더 이상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야, 이 새끼 꽉 잡아. 인대가 끊기고도 그런 눈빛이면 인정해주마. "

그 사내의 지시에 세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쓰러져 있던 수진을 올라타 몸을 고정시켰다. 그렇게 발목을 잡고 과도를 데려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호호호, 재미있는 일을 하네. 나도 끼워줄래? "

제법 어둑어둑 해진 저녁시간에 숲속을 울리는 써늘한 여자의 목소리에 장내에 있던 사내들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었다.

그 사이에 큰 나무 위에서 바닥으로 내려선 그녀는 짧은 단발머리가 휘날린 채로 초승달 모양의 눈웃음 지으며 모습을 드러낸 사스였다. 등에 맨 마체테는 일반적인 크기보다 컸고 양 허리춤에 매달린 손도끼들이 덜렁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날이 어두운 탓에 자세한 모습을 보지 못한 사내들은 버럭 고함을 쳤다.

"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

사스는 그런 그들을 신경쓰지 않고 쓰러져 있는 수진에게 다가섰다. 그리곤 슬쩍 눈쌀을 찌푸린다.

" 뭐야. 수진이잖아. 너 뭐하고 있어? 안 일어나? "

그녀의 목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킨 사내, 수진은 머리를 깊숙이 쪼아렸다.

" 누,누님. 오셨습니까? "

" 너 뭐하는 짓이야?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

순간 독한 눈빛으로 기죽지 않고 상대와 맞서던 수진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사스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고 더듬거리는 말투로 사정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수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런 일련의 상황을 주시하던 네 남자중 형님이라는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너 뭐야? 어떻게 이 밤중에 쏘다니는 거야? 엉? 너 혹시.. "

거기까지 말한 그 남자는 불연듯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 쉘터에서 건들면 안되는 인물들의 신상명세였다. 그들 중 가장 수위에 있는 두여자. 그 중 하나와 이 앞의 인물이 곂쳐보인 것이다.

대낮이었다면 보는 것만으로 알아챘겠지만 지금은 음영이 짙은 저녁시간대.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동생들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위협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그 자신은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마른 침을 삼키며 대조적인 모습으로 서 있었다.

" 살려주십쇼! "

형님이라는 사내가 바닥에 철푸덕 엎어져 빈다. 갑작스런 태세전환에 놀라 몸이 굳은 나머지 사내들은 엉거주춤하면서 무릎을 꿇는다. 그들도 눈치라는게 있는 듯 했다.

" 왜.. 왜 그러싶니까. 형님.. "

옆에 무릎을 꿇은 동생이 속삭이며 묻는다. 이미 엎드린 채로 굳어버린 그 남자는 이를 악물고 조그맣게 말을 내뱉는다.

" 사,사스다. "

그가 내뱉는 말소리를 들었는지 모두 고개를 처박고 숨조차 내쉬는 것을 조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 김이 빠졌는지 고개를 돌려 수진을 바라봤다.

" 저,전··· 커억! "

언제 사스가 손을 뻗어 어떻게 맞았는지 모를 정도로 짧은 시간에 얻어맞은 수진이 짦은 비명과 함께 바닥에 처박혔다.

" 오늘 수련은 했어? 저 새끼들과 논다고 수련을 걸러? 좋아. 오늘은 실전이다. 메르스, 이리온. "

수진의 정신상태를 눈치 챈 사스는 그가 변명하기에도 전에 징계를 내리고 오늘 수련내용을 바꿨다. 이미 수진은 다 들통났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았다.

사건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사스와 다희는 어떻게든 서로를 쳐 죽이고 싶었다. 근데 서로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자 방법을 바꾼것은 사스였다. 혼자서 안되면 둘이서 하자. 그게 모토였다.

그래서 다른 사이퍼를 포섭하기로 한 것이다. 일우나 소미는 제외. 신규로 들어온 네명의 사이퍼 중 쌍둥이는 다희측에 가서 붙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도 적편에 선 것이었다. 남은 것은 두명, 화랑대 조장이라는 남자와 같이 있던 여자 메두사. 그 둘을 포섭했다. 정확히는 사스가 건의를 해서 다희와 자신을 필두로 조를 나눈 것이다. 그렇게 균형이 맞춰졌다. 삼대삼. 매일같이 치고받은 여섯은 여전히 승패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사스는 다른 사이퍼를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이퍼를 발견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지하철 역에 간간히 존재했지만 식인을 한 것들이라 찢어죽일 수 밖에 없었다. 건물을 점거한 조직 중에도 있었지만 그들은 아직 합류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발견한 것이 수진이었다. 생존자 몇명과 함께 이곳을 스스로 찾아온 인물. 그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우연히 수진의 이마에 찍힌 하얀색 바코드를 보고 쾌재를 불렀다. 바위가 각성 방법을 알고 있으니 이 녀석을 숨겨두고 키워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매일 불러내 수련을 가장한 매타작, 아니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반대 급부로 담배도 주고 술도 마시게해주면서 말이다. 당연히 죽기 싫으면 실력이 늘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덩치만 컸지 실력은 쥐뿔도 없는 것들에게 잡혀 고초를 당하는 모습을 본 사스가 눈이 돌아간 것이다. 그 모든것은 수련을 피하기 위해 수진이 기획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스는 수진의 버릇을 고쳐주기로 결심했다.

어둠속에서 대기중이던 메르스가 목줄을 찬 채 걸어 나왔다. 깊숙이 가라앉은 눈동자, 약간 마른 조각같은 미소년 얼굴에 다듬지 않은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날리며 등장했다. 예전에는 미소년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야생 미남자에 가까웠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을 넝마처럼 걸친 메르스는 그 사이로 보이는 근육이 튼실했다.

오랫동안 수련을 해온 대원들보다 더 밀도높은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금 드러났다.

" 우리 강아지, 메르스도 하루도 쉬지 않고 수련을 하는데··· 감히 네가 농땡이를 피워? 오늘 둘이 데스매치 한번 가자. 준비 됐지?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세를 잡으며 서로를 노려보는 두 남자, 메르스와 수진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말장난을 하지 않는다. 데스매치라면 진짜 죽음의 경기를 벌이는 것이다. 둘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었다.

그들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는지 차고 있던 한쌍의 도끼를 둘에게 각각 던져주며 말했다.

" 경기시간은 오분, 한놈이 죽으면 게임 끝. 준비, 시작. "

한손에 손도끼를 집어든 둘은 시작이란 말소리에 미친듯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어느새 관중이 된 네명의 사내는 엎어진 채로 고개만 살짝들어 그 모습을 관전하고 있었다.

' 이게 뭐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미치겠네. 관리원들은 왜 안오는거야. 다섯이나 여기에 있는데.. '

체육관을 관리하는 대원을 관리원이라 불렀다. 저녁 열시쯤 점호를 해서 인원을 체크한다. 군대처럼 빡빡하지는 않지만 인원이 모자라면 대표가 혼이 난다. 그리고 주변 수색을 하던지 해 찾아나서 벌을 준다. 주로 배식표를 배제하거나 가벼운 얼차려지만 그것이 싫어 웬만하면 점호를 빠지지 않는다.

지금 시간이 열시에 가까웠기에 자신들을 찾지 않는 그들이 괜히 원망스러운 것이다. 그런 것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도 모르고. 아무튼 그의 바램을 뒤로하고 두사람의 전투는 격렬히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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