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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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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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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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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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속 서울(1)

DUMMY

" 하나만 물어보자. "

거대한 바위의 등만 바라보고 걷던 일우가 약간 화난 표정이 들어간 복잡미묘한 얼굴로 묻는다. 아니 정확히는 입술을 뜯고 손톱까지 뜯어 먹는 모습이 뭔가 불안하게 보였다.

" 왜? "

서울 어느지역인지 모를 곳의 뒷골목을 걷고 있던 바위가 슬쩍 돌아보며 대꾸한다. 그런 바위의 눈을 피하며 굳은 얼굴로 소리치며 묻는 일우였다.

" 너 나한테 무슨 악감정있냐? 왜 나만 괴롭혀? 엉? 내가 그동안··· "

그동안 쌓인 감정이 일시에 터진것인지 아니면 정신을 놓았는지 다다다 쏘아붙이는 일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는 바위였다. 일우는 한참을 쏟아붙은 뒤에야 제정신이 들었는지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을 마치며 바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 미안. "

" 어? 뭐,뭐라고? 내가 환청이 들리나? "

" 일우야, 그동안 내가 심하게 대해서 미안했다. "

" ··· 너 누구야? 네가 바위일리 없어. 이런 목소리로 그런 사과를 한다고? 그 악마의 똥.. 아니, 그건 아니고.. "

"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빨리 움직이자. 이 앞에서 냄새가 나니까. "

횡설수설하는 일우를 뒤로하고 좀비 특유의 썩는 냄새가 풍기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힘빠진 좀비처럼 터벅터벅 걸어 따라가는 일우였다. 여전히 입으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 이게 그 바위일리 없어. 아니야.. 내가 요즘 피곤해서.. "

바위의 움직임과 생각은 명확했다. 보이는 좀비무리를 다 때려잡으면서 움직이면 어디선가 원인이 튀어나올꺼라는 단순한 것들이었다. 물론 이 이면에는 본인의 수련이라는 목적도 있었지만.

바위는 요즘들어 정체된 자신의 능력에 여러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답답하던 참이었다. 온갖 현대 스포츠화된 무술을 익히고 심지어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기술들을 현실화시키는 작업들까지 했지만 지지부진인 상태였다.

남들이 보기에는 사기적인 기술이었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 바위에게는 별다른 성취감이 없었다. 그나마 유형화시킨 기술 중 무협지에서 나오는 검기, 검강등 강기술을 자신에 맞게 에너지를 유형화시킨 기술은 쓸만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꾼 것이다. 최근들어 한번도 위기를 겪어보지 못했고 최선을 다한적도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위기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좁은 골목을 나온 바위와 일우의 눈에 보인것은 수많은 좀비들이었다. 특이한 것은 좀비무리가 길을 따라 가고 있는 것이 아닌 어느 빌딩안으로 꾸역꾸역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 뭐지? 저것들 뭐하는 거야. "

일우가 그런 좀비들의 이상행동을 보면서 물음을 던졌다. 저 많은 좀비들이 무엇때문에 저렇게 벌이 벌집에 들어가듯이 한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의문이 생겼다.

그 순간 건물의 상층부분에서 폭음이 울렸다. 평범한 사이퍼나 일반인이라면 그냥 가스통이나 발화물질등이 어떤 이유로 터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바위의 기감에는 선명한 에너지의 유동이 느껴졌다.

" 가보자. "

" 어이, 아무리 나라도 저정도 숫자의 좀비는 컨트롤 못해. "

지금도 건물안으로 들어가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좀비의 숫자만 해도 수백은 넘어 보였기에 일우가 사전에 경고하듯 말했다. 그런 말에도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바위가 앞장을 섰다.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좀비들도 바위를 인지했는지 건물을 향해 있던 몸을 돌린다. 일우는 바위가 지시하기전에 나서지 말라는 말을 듣고 멀찍이 떨어져서 그런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일우는 당연히 일말의 걱정도 없는 얼굴이었다. 언제 준비를 했는지 자신이 매고 있던 커다란 배낭에서 꺼낸 과자 한봉지를 뜯어 입에 넣으며 이후에 벌어진 4D 좀비학살영화를 관람할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

바위의 무기는 쇠사슬과 거기에 연결된 망치였다. 망치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의 크기를 가진 그것은 한쪽의 평평한 면은 인간의 머리보다 훨씬 컸고 다른 면은 뽀죡해 마치 정과 같았다. 통짜 쇠로 만들어진 그것은 도끼와 일우의 역작이었다.

당연히 일우는 저 가볍게 들고 있는 망치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었다. 정확히 재지는 못했지만 몇백키로는 거뜬히 넘을 것이다. 그것을 쇠사슬과 분리해 오른손에 쥐고 다른 손에 쇠사슬을 길게 늘어뜨리는 바위를 보며 일우는 이후에 벌어질 광경을 상상했다.

잠시후 바위는 좀비들과 부딪혔다. 아니 그런 표현으로는 부족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믹서기에 재료들이 갈려가나간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믹서기가 바위라면 재료는 좀비.

평범한 인간들과의 전투였다면 전투가 소강상태에 빠졌겠지만 좀비들은 이성이 없는 존재. 끝없이 불나방처럼 바위에게 달려들고 있었고 바위는 당연하다는 듯이 쇠사슬을 휘두르며 피떡으로 만들고 있었다.

콰가가각! 퍼퍼퍽! 가끔 쇠사슬이 콘크리트 바닥을 긁을때 울리는 소음과 고기를 무언가로 칠때 나는 소음이 맞물려 도로를 가득채웠다.

일우의 시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흩날리는 체액과 살점은 둘째치더라도 그동안 쌓인 먼지들과 쇠사슬이 지나간 자리에서 일어나는 파편들로 인해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끝내 그런것들에 파뭍여 바위의 모습을 잃은 일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투덜거렸다.

" 하여튼 너무 요란해. 퉷! "

입속에 들어간 먼지덩어리를 뱉은 일우는 인상을 찡그리며 바위가 움직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기하라는 말은 들었지만 자신도 호기심이 생긴것이었다. 마치 영화의 결말을 궁금해 하는 관객처럼.

때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르릉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좀비 호러영화라면 지금쯤 뭔가 일어날 클리쎄를 보였겠지만 비로 인해 먼지가 가라앉은 장내는 이미 그 영화의 후반부를 찍고 있는 풍경이었다.

그런 좀비 시체밭을 지나면서 아직도 꿈틀거리는 상대들에게 돌창을 선물해주며 바위의 흔적을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서는 일우였다.

건물은 꽤 고급스러웠다. 1층은 로비로 꾸며진듯 정면에 안내테스크가 있었고 예전에 카페였던 흔적이 있는 공간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치열하게 저항을 한 흔적과 온갖 잡동사니들이 뒹굴어 다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좀비들의 습격을 막기위해 입구를 막은 것들이리라. 그것들을 지나가자 엘레베이터가 있엇고 그 옆으로 비상구가 열려 있었다. 아마 윗층으로 통하는 유일한 입구인듯 했다.

그런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일우가 갸웃했다.

' 뭐지? 이정도 건물이면 좀비들에게 들킬 염려도 없고, 그동안 잘 숨어있었던 모양인데..? 갑자기 좀비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

아주 초반에 무방비상태로 좀비들의 습격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어느정도 안정화, 고착화된 지금은 웬만한 좀비무리의 습격은 각각 대처방법이 있어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는 적었다. 거기에 사이퍼까지 있다면 그 확률은 급격히 내려간다.

고개를 들어 보이지 않는 위층을 잠시 올려다 본 일우가 바위가 지나갔을 흔적을 따라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흔적은 명확하고 뚜렷했다. 그냥 일직선으로 산산조각 나서 죽어 있는 좀비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그 흔적은 윗층으로 이어져 있었다. 일우는 한손에 여전히 과자봉지를 든 채 동네라도 나온듯 가볍게 길을 따라 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좀비시체들로 막혀 있었지만 가볍게 능력을 발휘해 한쪽으로 치워버린 일우에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본 층수가 3층이니, 아마 4층안일 것이다. 바위는 이미 윗층으로 올라간듯 싸우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지만 일우의 귓가로 들린 소리는 그런 소음이 아니었다.

" 막.. 조금.. 젠.. 틀렸어. 우.. "

희미한 소리였지만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분명히 바위도 들었을텐데 왜 그냥 올라간거지? 그런 의문을 떠올리며 소리가 세어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일우의 예상대로 4층이었다. 회사 2개가 예전에 자리했던 흔적들이 보였다. 각기 다른 명패가 걸린것과 출입구가 둘로 나뉜 것들이 그 증거였다. 그 중 오른쪽 화진 회계법인이라는 명패가 걸린 곳에서 투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투명한 자동유리문은 이미 반파된 상태였고 이전에 입구를 책상으로 막아놨는지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책상들 너머로 좀비 특유의 괴성이 들려왔다. 일우가 들어선 곳은 넓은 사무실이었고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린 종이들과 오물들은 사람들이 꽤 오랫동안 생활한 흔적들을 보여주었다.

" 아, 씨발. 똥냄새. 좀비 악취보다 똥냄새가 더 심하잖아. 여기 화장실인가? "

어쩔수 없는 것들이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고 싸야했다. 문제는 먹는것이 해결된다고 해도 상하수도가 막힌 지금은 화장실은 물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곳에 똥오줌을 싸는것은 당연했다. 그나마 상식적이고 조직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곳은 한곳에 일처리를 하고 나중에 모아서 길거리에 버리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이렇게 오물냄새가 건물을 온통 뒤덮는 경우도 있었다.

" 킁, 이게 원인인가? 냄새가 옷에 배갰다. "

좀비가 냄새에 민감하기는 하지만 피냄새외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우는 코를 막으면서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든 일우는 좀비 대여섯마리가 달라붙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이런 사무실은 의례 그렇듯이 파티션을 나누기 위해 만든 조잡한 가벽에 숨겨놓은 꿀단지라도 있다는 듯이 연신 부딪히는 좀비들 사이로 육중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쿵! 쿵! 한번 부딪힐때마다 가벽이 무너질듯 흔들렸다. 그 안쪽에서는 그것을 막기위해 온몸으로 밀어 막고 있는듯 했다.

잠시 지켜보던 일우가 발을 굴러 만든 콘크리트 창으로 좀비들을 뚫어버리자 쿵쿵대는 소음이 그치며 안쪽에서 들리는 소리가 명확해졌다.

" 뭐,뭐지? 갑자기.. 조용해졌어. "

" 흐흐흑.. 호익씨. 우리 어떻해요. "

" 그만 좀 울어요. 운다고 해결되는게 아니잖아요. "

" 하지만.. "

" 그만! 우리끼리 말다툼 할때가 아냐. 밖에 상황파악을··· "

똑똑. 순간적으로 울리는 노크소리에 안쪽에서 들리던 말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런 반응에 일우가 다시 손을 들어 노크를 하려는 순간 문이 살짝 열리며 누군가 내다봤다.

" 하이. 상황끝났으니 잠깐 나와보지, 그래. "

노크를 하려고 든 손을 그대로 펼쳐보이며 인사를 한 일우를 문틈 사이로 본 인물이 급히 다시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 사람 맞아? "

" 응, 맞는것 같아. 근데.. "

어짜피 다들리는 말소리. 한심한 생각에 일우가 입을 열었다.

" 지금 뭐하는 짓거리지? 고작 이 얇은 벽이 너희를 지켜줄꺼라고 생각하는 거야? 상황판단이 안돼? "

일우는 이런 그들이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남았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일우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슬그머니 문이 열리며 이남일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지꼴 상태로 심하게 눈치를 보는 그들을 살펴본 일우가 덤덤히 물었다.

" 용케도 지금껏 살아남았네? 일단··· 여기서 나가자. 도저히 냄새때문에 코가 썩어 문들어지겠다. "

그렇게 일방적으로 말한 일우가 몸을 휙 돌려 나가자 서로를 바라보던 세명은 급히 일우를 따라 나섰다. 아무리 멍청해도 일우가 그들의 구명줄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미 비상구를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일우의 뒤를 후다닥 따라가는 그들은 아까부터 들려오는 괴음을 이제야 신경쓰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 이거, 무슨 소리지? "

" 나도··· 잘.. 뭔가 갈려나가는 소리와 비슷한데.. "

" 몰라, 무서워요. 우리 어디가는 거에요? "

두려움이 떨고 있는 갸날픈 목소리. 여자가 앞서가는 일우에게 물었다. 안그래도 이제 똥냄새가 나지 않자 슬슬 질문을 던질 생각이었던 일우가 대꾸했다.

" 진짜 괴물을 만나러. 근데 니들 이 건물에서 머물고 있는 사람들인거야? "

" 네.. 그 날이후 쭉.. "

" 그래? 그동안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이해가 안되는데.. "

일우가 보기에는 그들은 무슨 대책이나 누군가의 보호가 있어서 살아남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정도 건물에서 좀비를 막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인 것이었다.

' 운이 좋았던건가? '

그런 생각을 하는 일우는 허름한 옷을 입고 떡진 머리에 꽤재재한 몰골을 가진 그들을 쓸어봤다.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런 일우의 행동에 뭔가 느낀듯 발끈한 남자가 대꾸했다.

" 비록.. 지금은 이렇지만 얼마전까지 인근에서 우리 조직이 가장 큰 규모를··· 휴우.. "

" 근데? "

" 그게.. 좀.. 문제가 있어서 찢어진 상태인지라.. "

쯧, 혀를 찬 일우는 단번에 무슨 말인지 이해를 했다. 나름 인근에서 많은 인원을 거느린 세력으로 그동안 살아남은 상태였다가 모종의 문제로 이해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이탈을 한 상태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비를 하지 못하고 좀비들이 몰려든 것일테고.

이런 경우의 조직은 한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 지도자가 둘이었나 보군. "

" 헙, 어떻게··· "

" 맞아요. 그 개자식.. 휴우, 여튼 그 사람이 언니를 배신하고 대부분의 남자들을 끌고 가버렸어요. "

" 언니? 그 사람? 뭐, 우두머리가 남녀 두명이었나? 흠.. "

다시 그들을 자세히 둘러본 일우가 결론을 내렸다.

" 보나마나 여자문제군. 클. "

그들의 옷차림과 몰골은 추레했지만 영양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그말은 먹을것은 제법 풍족하게 있다는 말이었고 이런 빌딩에 거주한다는 말은 안전 또한 어느정도 담보되고 있다는 말. 그렇다면 내부적인 문제만 남는다.

만약 남자 둘이 지도자였다면 생기지 않을 문제. 그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식욕, 수면욕, 배설욕이 빠지면 남는건 성욕. 특히 남자들의 경우 위험이 어느정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면 성욕을 풀고자 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부딪힌다. 그동안 계속 자위를 하면서 참아왔던 것들이 어느순간 튀어나와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수순이었다.

이런 과정은 당연히 바위모임에도 불거져 나왔다. 모임의 경우는 이런 문제의 해결을 결혼과 가정에서 찾았다. 결혼을 하거나 가정을 만드는 경우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해서 별도의 주거지를 주고 혜택을 준 것이다. 그럼으로써 원초적인 불만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남자들, 특히 남자 대원들은 맘에 드는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대쉬를 했고 여자들도 자신을 가꾸거나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런 선순환을 통해 불안정한 그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하고 더욱더 모임의 행사에 열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선택받지 못한 남자들이 절대 다수였지만 대부분 하위 계층의 남자들로 성욕보다 성취욕이 더 컸기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이유중 하나가 신분이 상승이 되면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사장의 설계였다.

" 그래서.. 이곳에 남은 인원은 소수고, 그것도 대다수가 여자다? "

" .. 네.. "

자기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왠지 추궁하는 듯한 일우의 음성에 주눅이 든 그들이 고개를 숙였다.

" 여기서 의문점 하나, 그동안 이곳 근처로 좀비들이 많이 지나다녔을텐데.. 왜 오늘에 뚫린거지? "

그동안 안전하게 생활하던 거점이 이렇게 뚫린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경우였다. 물론 좀비들이 접근하는 것을 예전처럼 미리 알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일우의 의문에 그들 중 여자가 이를 바드득 갈며 대꾸했다.

" 그 개.. 그 대장노릇을 하던 남자가 나가면서 입구를 막고 있던 물건들을 다 부숴놨고 피를 사방에 뿌려놔서.. 휴우.. 그것을 발견하고 치우던 도중에 좀비들이 들이닥쳐서··· 흑.. "

이들도 그런 작업을 하다 도망을 쳤는지 상황 설명을 하던 그들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그랬군.. 억울해? 지랄한다. 그럴 생각이 있으면 스스로 강해져. 등신들아. 남탓하지 말고. 쯔쯧. "

일우가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분한 얼굴의 그들을 힐끗보며 악담을 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지만 그동안 바위와 미친년들 사이에서 개념자체가 바뀐 일우의 눈에는 이들이 한심하게 보였다.

그동안 누군가의 보호아래서 오직 생존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문제가 발생하니 그 원인제공자를 탓한다. 그전에 이차 방어선, 혹은 대피소를 만들어뒀다면? 아니 좀비 한두마리와 싸울 수 있는 무력을 갖추려고 노력을 했다면? 다 핑계일 뿐이다.

혀를 찬 일우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억울한 표정의 남녀들은 일우를 노려보며 그를 따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일우는 이미 그들에게 얻을 정보를 다 얻었기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든 것은 그들의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주류를 따라가지 않고 이곳에 남은 것도 자신을 따라올지 말지도 모두 그들의 선택이다.

그 사이에 윗층에서 울리던 소음이 그쳤다. 아마도 상황이 종료된 것이리라.

" 하,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간거야. "

마지막으로 지나친 것이 10층 표식이었으니 그 윗층쯤일 것이다. 뒤쪽에도 숨이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녀들이 결국에는 따라오기로 한 듯 했지만 일우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결국 옥상까지 올라왔다.

옥상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든든한 뒷모습은 바위가 분명했다.

" 야, 여기서 뭐하는 거야? "

그렇게 말하며 이제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석상처럼 서 있는 바위를 봤다. 순간 일우는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생전 처음보는 바위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굳은 얼굴에 복잡미묘한 표정.

고개를 갸웃하며 바위의 맞은편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열댓명의 인원. 그중 가장 튀는 사람은 한명의 여자였다.

푸른색 사이퍼 표식을 가진 여자. 덩치는 과장되게 말해 바위만 했다. 물론 이미터에 가까운 바위만큼 커진 않았지만 여자치고는 큰 백팔십정도의 장신에 촘촘한 근육을 가진 여자였다. 각진 그녀의 얼굴은 머리가 길지만 않았어도 남자라고 오해했을 법한 강인한 얼굴이었다.

아, 저 가슴때문에 오해는 안했겠네. 근육만큼 공격적인 가슴이 눈에 들어오자 그런 오해는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일우였다.

그런 여자를 보면서 솔직히 일우는 이런 여자가 바위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갑작스레 침범한 두 여자에 의해 날라가 버렸다.

" 왜 그래? 저 여자 아는 사이야? 혹시··· 예전에 사귀던? "

하지만 이미 이야기가 끝이 났는지 고개를 흔든 바위가 몸을 돌렸다.

그때 바위를 향해 누군가 말을 건내왔다. 여자 목소리였다.

" 바위오빠.. 군대갔다는 얘기는 들었어. 그···. "

응? 신의 자식이 왜 군대를 가? 바위가 고아라는 사실만 알고 있는 일우가 의문을 가진채 고개를 돌렸다. 우리나라 군법상 고아는 면제였다.

일우가 본 그녀는 아담하다는 말로 설명이 될 정도로 바위와, 아니 그 옆에 서 있는 여자와 비교될 정도로 작은 여자였다. 본래라면 그냥 평범하다고 할 정도지만 두 거인과 비교를 하니 작아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비뚤빼뚤 잘린 짧은 머리를 뒤로 묶어 포니테일을 만든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가진 귀여운 인상의 또래 여자였다. 그녀는 무슨 다른 말을 하고 싶은지 입술을 뗐다붙였다 하며 망설였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곳에 모인 인원의 대부분은 여자였고 몇명은 남자였지만 유약해 보였다. 오직 저 거인여자의 힘을 믿고 남은 사람들일 것이 분명했다. 일우는 촉이 왔다. 저 여자와 바위 사이에 뭔가 있다는 그런..

일우가 재빨리 바위를 붙잡으며 말했다.

" 오늘은 늦었으니 이곳에 신세를 지자. 봐봐,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어딜가려고? "

늦게 출발했기에 해가 이미 지고 있었고 비는 이제 장대비로 변해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듯 내리붇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우가 건낸 말은 타당했다.

잠시 그런 일우의 말에 생각을 한 바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밤 하루를 여기서 묵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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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손님(5) 18.10.19 592 15 20쪽
120 손님(4) +2 18.10.18 588 16 22쪽
119 손님(3) 18.10.17 575 19 19쪽
118 손님(2) +1 18.10.16 579 14 18쪽
117 손님(1) 18.10.15 622 14 19쪽
116 진실의 끝(5) 18.10.13 623 16 17쪽
115 진실의 끝(4) 18.10.12 640 18 18쪽
114 진실의 끝(3) 18.10.11 632 2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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