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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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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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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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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4)

DUMMY

바위모임 소속 특임대에 소속이 된 송일섭은 몇일후 통성명을 마친 대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

별다른 트러블없이 뭉친 대원들의 숫자는 열명, 서포트 인원은 몇배나 많았지만 그들은 말그대로 후선에서 보급, 지원등을 담당하는 인원들이었다.

그 열명의 사이퍼 대원들은 나이가 모두 같았기 때문에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누가 딱히 선임을 정해주지도 않았고 비슷비슷한 실력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모두 편하게 대하는 모습이었다.

" 근데 말야, 왜 하필 별도로 특임대를 만든걸까? "

동글동글한 인상의 유상철이 문득 물었다. 배멀미를 심하게 하는 대원 세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들은 먼바다를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그에게 시선을 모았다.

" 글쎄, 뭐 들은 이야기라도 있어? "

다른 대원들 중 한명이 궁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인지 이런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아니. 모두 한번쯤 의심을 해보지 않았어? 이 특임대의 임무에 대해서 말야. "

유상철의 말에 모두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인간이면 당연한 의문이었다.

" 흠, 내 생각에는 말야. 현 정부에서 크게 추진하고 있는 일이잖아. 그러니 정부와 척을 지지 않는 선에서 우리들을 뽑은게 아닐까? 열명이라는 숫자도 애매하잖아. 백명이 넘는 사이퍼들이 있는데도 최소한의 사이퍼만 전쟁에 참가시킨다? 어때, 내 생각이 합리적이지 않아? "

" 그러니까, 정부에서 요청하니까. 못이기는 척 생색을 내려고 우리를 뽑았다? 흠, 일리는 있지만 현실적이지는 않아. "

" 왜? "

유상철이 의문을 표하며 눈썹이 아래로 쳐진다. 그의 습관인듯 아무도 그런 그의 표정에 신경쓰지 않으면서 이어질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들 모두 자신들의 처지가 이후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 과연 정부가 우리 모임의 전력을 파악하지 못했을까? 그런 편법이 통할지도 의문이지만 우리 수뇌부 역시 그런 얄팍한 수법은 쓰지 않았을꺼야. 분명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꺼야. "

" 그래, 나도 형문이 말에 동의해. 그리고 모임에서 우리를 그런 소모품으로 쓰기에는 솔직히 우리 전력이 너무 아깝지 않아? "

형문이라는 사내의 말을 동의하면서 다른 이가 지지하듯 말을 이었다. 모두가 내심 동의를 한듯 고개를 끄덕인다.

" 그거야 우리 희망사항이고. 솔직히 우리 전부가 덤벼도 사스팀이나 다희팀의 전력에 비해 반도 되지 않는건 팩트잖아. 아니, 그거보다 더 차이가 날껄. "

유상철이 반박하며 말했다. 그의 말도 틀리지 않기에 모두가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모임 수뇌부의 의도를 파악해야 이후에 벌어질 작전이나 전투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정해지기에 모두들 신중한 모습들이었다.

" 그리고 우리들을 이끌 선임이 없다는 것도 이상해. 모두 고만고만한 전력들이라 솔직히 누가 선임을 할지 정하지도 못했잖아. "

송일섭은 유상철의 말이 점점 안좋은 쪽으로 다가가려하자 막아서며 말문을 열었다.

" 상철아. 너 지금 좀 흥분했어. 자제해. "

" 내가? 난 지금 냉정해. 단지 의문을 표할뿐이야. 우리를 소모품··· "

" 야! 유상철! 너 선을 넘으려고 하고 있어. 우린 모임을 판단을 믿어야해. 더 이상 음모론을 들먹이는 건 내가 더 이상 참지 않겠어. "

송일섭이 큰 소리와 함께 유상철의 말을 막아섰다. 그런 송일섭의 행동에 모여있던 특임대 대원들 역시 긴장한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좁은 배에서 둘 사이에 싸움이 벌어질 경우 배가 침몰할 수 있기에 언제라도 나서서 중재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둘은 그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서로 노려보던 둘은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의문이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 통제실에서 한 선원이 모습을 드러내며 모두에게 큰 소리로 알렸다.

" 삼십분 후에 도착예정입니다. 모두 하선을 준비해주십시오. 다시 알립니다. 삼십분후에 도착하니 내릴 준비를 해주세요. "

불과 한국을 떠난지 반나절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확실히 해군함정을 개조한 이 선박은 빨랐다.

" 자, 우리도 준비하자. 어쨌거나 일본에 가면 조금이라도 의문이 해소되겠지. "

" 그래. 이제 한팀이잖아. 그곳에 바위님이 계시다고 하니까, 가보면 알겠지. "

" 그나저나 그 바위라는 분은 괴물같은 외모와 신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

" 뭐? 하하하, 너 도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은거야. 내가 모임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낸 사람으로써 그런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아. 그냥 조금 덩치가 큰 사람일뿐이야. 물론 엄청나게 강하지만. "

멀대같이 큰키를 가진 남자가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과장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의 노력덕분인지 분위기가 풀어지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그 쪽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하선을 준비를 마친 열명의 대원들은 배의 선수에 나와 멀리서 가까워지고 있는 땅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곁으로 선장이 거친 수염을 한채 다가와 말을 걸었다.

" 자네들은 저 곳에 무엇이 기다릴지 궁금하지 않나? 아까 살짝 들으니까, 바위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그런던데 말야. "

사십대의 나이에 바다 햇살에 탄 구릿빛 피부를 지닌 선장이 담배 한대를 꼬나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 선장의 질문에 대원들이 일제히 긴장을 했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모임에 대한 성토를 들었는지 걱정이 든 것이다.

그런 그들을 흘끗 쳐다본 선장이 피식거리며 말을 이었다.

" 내가 말이야. 이십년을 넘게 바다에서 살았어. 그리고 수없이 많은 사내들을 만나봤지. 거친 바다 사내부터 신출내기 육지사람까지. 그래서 웬만하면 한번 보면 그 사람의 크기에 대해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근데, 바위님은 말야. 그런 판단이 불가능해. 크크큭, 직접 봐봐. "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담배연기를 후우 뱉으며 기대에 찬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바다 한곳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모두가 멍하니 선장의 말을 듣고 있다가 그 손가락을 일제히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턱을 들어올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대원들이 손가락을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때마침 엄청난 크기의 상어, 아니 괴물이 바다를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띄우고 있었다.

저,저,저.. 모두 입을 벌린채 말을 잇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며 엄청난 물보라와 함께 다시 바다로 떨어져 사라진 그 괴물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 대단하지? 바위님이 기르는 애완괴수야. 왜, 모임에 사스님이나 다희님도 하나정도는 기르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고작 저 정도로 놀라면 안돼. 이제 도착할 곳에는 너희들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넘어갈테니 말야. "

그런 선장의 말에 송일섭을 포함한 모든 대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물론 다희가 타고 다니는 거대한 변종늑대라던지 사스님의 애완괴수들을 봐왔다.

애완이라는 말은 보통 귀여운 동물에게 쓰는 말이지, 저런 괴수에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는 말을 미처 꺼내놓지 못했다.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 크크크, 모두 즐거운 여행이 되길··· "

그렇게 말하며 배안으로 들어간 선장에게 눈길조차 주지 못한채 멍하니 가까워지는 육지를 바라만 보고 있는 대원들이었다.


" 이들인가? 모임에서 보내온다던 그 대원들이? "

막 일본에 도착한 바위모임의 특임대 대원들을 내려다보며 바위가 시큰둥하게 묻는다. 그의 앞에서 도열한채 서 있는 대원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보통사람보다 크고 조각처럼 깍아놓은 그의 신체와 은연중 풍기는 숨막히는 기도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뒷편에서 숨을 헐떡거리며 쓰러져 있는 공룡들의 모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적어도 수십마리는 될 듯 보이는 공룡무리들은 제 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어 같은 종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바위는 한손에 들고 있던 해머를 내려놓고는 그들을 훑어봤다. 모임에 연락을 해 최소기준을 넘겨야 한다고 말한 자신의 조건을 충실히 이행을 한 흔적은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설픈 그들의 모습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것도 잠시 바위는 눈빛을 굳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좋아. 지금부터 너희들은 이곳에서 머물며 저기 누워있는 아이들과 친해져야 한다. "

" ··· 네!? "

잠시의 적막이 흐르고 누군가 멍청한 표정으로 반문을 했다. 순간적으로 이해할 수 없던 이들은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되는지 서로를 돌아보고 있었다.

" 저기 있는 고성에서 짐을 풀고 지내면서 여기 아이들과 교류를 해서 너희들을 따르도록 하라는 말이다. "

바위의 이어지는 설명은 단순했다. 마치 인간을 낯설어하는 강아지와 함께 지내면서 먹이도 주고 애정과 관심을 주면서 친해지라는 말이었다.

" 얘들 머리도 크게 나쁘지 않기에 너희들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아마도. "

지요다 구, 도쿄중심에 위치한 이곳은 유적지로 사방에 얕은 산과 자연환경이 잘 유지되고 있었고 둘레에 해자를 만들어 몇가지 길을 제외하고는 도시로 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 그 넓이도 운동장 수십개를 합친것만큼 넓었다.

바위의 차분한 말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바위가 가볍게 발을 들어 쾅 내리찍으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 잘들어. 교감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 "

바위가 설명하는 것에 따르면 스며들기라는 방식이 있다.

바위의 DNA로 만들어진 이 생명체, 공룡들은 본능적으로 바위를 따르지만 인간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 역시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런 사실은 마동수가 귓뜸해주었고 바위는 그것을 이용해 새로운 부대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것이 이들을 여기까지 부른 이유였다.

" ··· 그렇기에 스며들기를 통해 너희들과 교감할 수 있는 공룡들을 선택해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 교감을 하라는 말이지. 쉽게 말해 반려(伴侶)를 만들라는 말이다. "

바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해를 한 대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은 이것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 새삼 깨달은 눈빛이었다.

가장 외형적으로 작은 공룡의 크기가 십미터정도. 특징도 천차만별이었고 과거 책이나 영화, 다큐에서 봤던 공룡들과 생김새가 많이 달랐지만 그 베이스는 공룡이 맞았다.

이런 전력을 가진 생명체를 자신에게 준다는 말이었다. 물론 준다는 어감보다는 빌려주는게 정확하겠지만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 그들은 서둘러 자신의 친구가 될 공룡들에게 눈을 돌렸다.

그 사이에 자가회복을 한 공룡들은 소리없이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고 다시 정면에 서 있는 바위에게 시선을 돌렸다.

" 좋아. 다 이해했나 보군. 시간은 열흘, 만약 그때까지 반려를 못만들면 돌려보내기로 한다. 질문있나? "

" 이들의 먹이인 좀비들은 어디서 구할 수 있습니까? "

" 먹이는 항상 이곳 건문(乾門)에 놓여있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그리고 어설프게 다가가 잡아먹히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이 아이들은 결코 강아지와 같은 존재가 아니니까. "

그런 이유때문에 모임에 일정 수준이상의 사이퍼를 요청한 바위였다. 최소한 공룡들의 위협에서 도망칠 정도는 되어야 자신의 계획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 우리와 맞는 공룡들과 교류하라는 말씀인데··· 그것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습니까? "

" 그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저절로 알게된다. 아까 말했듯이 스며들기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뽑아내 공룡들에게 주입을 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부딪혀보는 것이지만 무리하지는 말고. "

그외에도 몇가지 질문과 바위의 답변과 주의사항을 들은 대원들은 각자 흩어져 고성으로 들어갔다. 당분간 이곳이 이들의 집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빠른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 과연 몇명이나 성공할까? 내 생각이 틀리면 괴수부대를 맡겨서 전장에 보낼수 밖에 없겠군. "

애초 이성이 없는 괴수, 오르크와 크로우등은 간단한 조작만으로 대원들을 주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것 역시 마동수의 역할이 컸지만 별로 어려운 방법은 아니었기에 차후에 선택지 중 하나였다.

심지어 벌크들 중 특이개체들은 그런 괴수들을 손쉽게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바위에게 통제권을 부여받아 여러가지 일들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이번 일은 끈기와 노력이 가장 중요했다. 거기에 더해 경쟁심과 목적의지까지 갖춰져 있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결과를 내리라는 것이 바위의 생각이었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시간은 쏘아진 화살과 같아서 어느새 눈을 뜨면 지나 있는게 시간이었다.

하지만 송일섭에게 지난 일주일이란 시간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느낀 격렬한 감정들 모두를 합친것보다 더 큰 감정의 격랑에 빠져살았다.

단순히 잠자리가 바뀌었고 낯선 환경속에서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봄이 오는 시기라 추위에 대한 걱정도 크게 없었고 매일 나오는 식사도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다만 바위가 내준 숙제는 그를 포함한 모든 대원들의 다크써클을 턱까지 내려오게 만들었다.

특히 송일섭은 파충류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엄청난 덩치의 공룡들이 가진 세로로 갈라진 눈알을 마주할때면 언제나 몸이 굳고 부들부들 떨려왔다.

몇일사이에 적응한 다른 동료들은 각자 목표로 한 공룡들과 친해지기 위해 그 주위를 알짱거리며 먹이를 던져주는 등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대부분 커다란 덩치에 코끼리도 단숨에 물어뜯어 먹을것만 같은 흉포한 공룡들이 그 대상이었다.

이해했다. 자신도 이 공포증만 없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니까.

그렇게 몇일을 방황한 송일섭은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큰 마음을 먹고 타겟을 정했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상대적으로 조그만 공룡. 학명, 벨로시랩터라고 불리는 공룡이었다.

높이 삼미터, 일명 랩터라 불리는 이것은 영화에서 본적이 있는 공룡이라 제법 친근하게 느껴졌는지 아니면 그동안 덩치가 엄청난 공룡들만 보다 이런 작은 공룡에 적응을 한것인지 그 파충류 눈깔을 보고도 그리 큰 공포감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인간의 그것처럼 그 두눈에 감정을 담고 있어 편안한 상태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 랩터를 보고 바위가 한 머리가 똑똑하다는 뜻을 깨달은 송일섭이었다.

" 어이, 일섭. 뭐해? 아직도 그 파충류포비아를 극복하지 못한거야? 너만 아직 친구를 컨택도 못했다고. 이러다 너 혼자만 낙오하게 생겼어. "

유상철이 자신의 거처에서 나오다 멍하니 숲을 바라보고 있는 송일섭에게 입꼬리를 올리며 소리쳤다.

초반 함정에서 투닥거린 말싸움이후에 유독 자신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였다. 이젠 그런 말도 익숙해졌기에 송일섭은 별다른 대꾸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

그런 그의 뒤로 비웃음이 들려왔지만 송일섭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머리속에는 한가지 생각으로 꽉 차있었기 때문이다.

' 랩터와 친해져야해. 비록 덩치가 작아도 머리가 똑똑하니 서포터 역할을 잘할 수 있을꺼야. '

송일섭은 현실과 타협했다. 상대적으로 엄청난 크기의 공룡들을 마주하지 못하는 자신이기에 이 특임대에 남으려면 조금 작지만 확실한 타겟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왠지 그 랩터에게 정이 갔다. 아니 이끌림이라고 해야하나, 마치 한명의 인격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송일섭이 수풀이 우거진 숲으로 들어서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랩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 우연히 마주친 이틀전부터 자신이 가는 곳마다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송일섭은 별도로 준비해둔 좀비사체를 자신의 에너지를 담아 랩터에게 던져주었다. 그게 기본적인 스며들기의 방법이었다.

랩터는 어느정도 거리에서 간격을 유지한채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송일섭은 그런 랩터를 조심스럽게 응시하면서 뒤로 물러섰고 그러자 랩터가 그가 던져준 좀비를 덥썩 물고는 꽈드득 씹어댔다.

순식간에 좀비 한마리를 씹어먹은 랩터는 송일섭에게 천천히 다가와 냄새를 맡는 시늉을 했다.

순간 몸이 굳은 송일섭은 그대로 얼어붙은채 다가온 랩터에게 모든것을 맡겨버렸다. 실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잠시후 그의 냄새를 맡던 랩터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사라지자 겨우 정신을 차린 송일섭이었다.

" 하아, 씨발.. 하필이면 파충류라니. 젠장! 젠장할! "

유전자에 새겨진 그 느낌은 어쩔수가 없었다. 마치 손바닥만한 면적위에서 수백미터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런 느낌. 이건 극복하고 말고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바위가 예고한 열흘이 다가왔다. 그 동안 다른 대원들은 각자 목표한 공룡들과 꽤 가까워져 있었다.

초반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그들이 이젠 만질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은 이뤄낸 그들은 뿌듯한 얼굴로 바위를 기다리고 있었다.

" 바위님은 역시 대단해. 그 교감이라는게 뭔지 이젠 알겠어. "

" 맞아, 마치 뇌를 간질거리는 느낌. 내 카르노가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그런 느낌이라니까. 하하하. "

모두 약간 흥분을 한 표정으로 서로가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직 그런 교감의 단계까지 못간 이들은 부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송일섭은 멀찍히 떨어져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공룡에게 이름을 정해 부르는 방법 역시 바위가 추천한 것으로 교감을 나누는 방법 중 하나였다.

송일섭은 레드라고 지어준 그 랩터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레드는 흑갈색의 투터운 표피에 붉은 선이 가로질러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정한 이름이었다.

레드는 그 이후 몇번을 찾아왔고 송일섭은 나름 열심히 스며들기를 통한 교감을 시도했다. 분명히 시도, 과정이 나쁘지 않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채 지금까지 온것이다.

" 어때? 우리 티렉스야. 알지? "

어디선가 유상철이 높이만 십여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공룡을 이끌고 나타나 외쳤다. 그 공룡은 공룡들의 왕이라고 부를 정도로 육식계 중 가장 유명한 공룡, 티라노사우르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몸집에 비해 큰 머리와 턱관절,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들과 강철갑옷같은 외골격. 길이는 이십여미터에 달할 정도로 길었고 꼬리는 마치 거대한 철근처럼 보였다.

쿠와아앗! 위풍당당하게 나타난 티렉스는 고개를 들어 울부짖었다. 마치 자신이 왔으니 모두 물러서라는 듯한 그런 포효였다.

실제로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던 대부분의 공룡들이 한걸음 물러섰다. 그야말로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런 티렉스의 옆에서 다른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유상철은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 있었다. 자신이 선택한 반려의 위용에 자부심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구석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송일섭을 향한 그의 시선은 더욱 그런한 빛을 더하고 있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 특임대의 대장에 뽑히는 인물은 유상철이 확실해 보였다. 그게 바위가 동기부여를 위해 내놓은 하나의 포상이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대부분의 대원들이 자신들의 반려공룡들을 데리고 모여들었다. 오직 송일섭만이 혼자남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레드는 어디에 있는거지? 오늘은 왜 오지 않는거야. 하아.. 역시 공감이 부족한 건가. '

결국 그의 불안이 현실로 되자 깊은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바위가 도착을 했다. 레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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