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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전드급 낙오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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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작품등록일 :
2018.06.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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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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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1

DUMMY

001




언제부터일까,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대량실종사태가 연이어 일어났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음을 그 때는 몰랐다. 정말로 바뀐 건 대량실종사태로 사라졌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였다.


돌아온 사람들은 튜토리얼 세계라는 곳에 입장했다가 졸업해 나왔다고 말했으며, 하나같이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돌아왔다. 일반인의 두세 배는 가볍게 뛰어넘는 초월적인 신체능력, 그리고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스킬’이란 게 그거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플레이어라고 불렀다. 튜토리얼에 들어가면 레벨과 능력치를 부여받고, 레벨을 올리며 성장하는 게 게임의 플레이어 같아서 그렇다나.


튜토리얼 세계와 플레이어의 존재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고 뜻 모를 위기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곧 익숙해지게 되니까.


대량실종사태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여러 번, 그것도 연속해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이 대량으로 실종되었다가 돌아오고, 또 다른 사람들이 실종되었다 돌아오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세상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바뀌어나가고 있었다.


나만 빼고.


“젠장! 이번에도 떨어졌어!!”


인터넷에서 1121차 대량실종사태 소식을 접하고, 나는 욕설을 내질렀다.


또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기회를 얻었다. 뇌가 뜨끈뜨끈해질 정도로 강렬한 질투심이 곧장 스트레스로 환원되어 내 위장을 자글자글하니 태웠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왜 나만 실종되지 않는 거지?


알고 있다. 제 정신으로 할 소리는 아니다. 실종, 그러니까 튜토리얼 세계로의 입장이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다. 그 세계로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이게 내게 남은 마지막 동아줄이라면? 이미 말아먹어버리고 만 내 인생을 역전시켜줄 유일한 티켓이라면?


나는 이미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것은 바로 튜토리얼 세계에 대한 공부였다.


그냥 인터넷을 검색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 튜토리얼 경험자인 플레이어의 강연도 다니고 유료 멤버십에도 가입했다. 플레이어즈 스터디라는 모임에 가입해 다 같이 생존훈련도 했다.


이것 때문에 빚도 졌다. 이미 막장이라고 생각했던 내 인생에 빚까지 얹어지면서, 나는 정진정명 이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말았다.


내가 너무 섣불렀던 걸까? 플레이어가 너무 많아지는 바람에 희소성을 잃은 하위 플레이어들은 택배 상하차를 하며 돈을 벌고 있다는 뉴스도 떴다. 덕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배송료 무료 이벤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도.


소비자 입장에선 좋을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택배 상하차를 하는 플레이어 몸값이 얼마나 싸면 배송비 무료화 이벤트까지 할까? 플레이어 지망인 내 입장에선 철렁한 일이다. 설령 플레이어가 되더라도 저 꼴이 되지 말란 법도 없는데······.


아니, 나는 저런 밑바닥 플레이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으니까. 운동도 열심히 했고, 생존훈련도 받았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실종당한다고 거기서 고생 끝, 성공 시작이 아니다. 오히려 고생문이 열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


튜토리얼 세계 내부에서도 플레이어들끼리 경쟁해야 한다. 그 경쟁은 노력과 능력만으로 이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행운이 더 많은 것을 가른다고 봐야한다고 들었다.


코웃음 나오는 이야기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랑 뭐가 다른데? 운좋게 금수저 물고 나온 새끼들과 나처럼 운 나쁘게 고아로 태어나 의무교육만 간신히 마친 놈은 인생의 스타트라인부터가 다르다.


다시 한 번 주사위를 굴릴 수 있다면 굴리는 게 낫지.


그것이 내가 튜토리얼 세계로의 입장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이기도 했다.


비 플레이어들, 그러니까 일반인들로 이뤄진 기존의 기득권 세력은 플레이어들을 열심히 폄하하고 있지만 성공한 플레이어들이 빛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세계 각국은 상위 플레이어들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기득권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재단, 하다못해 종교법인도 그런다. 그들의 폄하가 프로파간다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확한 증거다.


현대 사회에 있어 개인의 ‘전투력’이란 게 얼마나 도움이 되냐 싶겠지만 일단 강하기만 하면 손을 벌리는 곳은 많았다.


그래, 플레이어가 되기만 하면 인생역전은 확실하다.


“이 정도 빚 따위, 플레이어로 성공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야.”


기회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잘 할 자신이 있다.


문제는 튜토리얼 세계에 입장조차 못했다는 것.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었다.


“후······.”


긴 한숨으로 답답한 현실의 압력을 밀어내려 시도하며, 오늘도 나는 생존용품이 가득 든 배낭을 짊어진 채 침낭 안으로 기어들어가 잠을 청했다.


집 안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생각도 든 적도 있지만 그것도 옛날 일이다. 자주 하다 보면 다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난방비도 덜 들고 딱 좋다.


스트레스성 위염의 고통이 잦아들고, 나는 정신을 잃듯 잠에 빠져들었다.


그 날이 바로 내가 ‘실종’된 날이었다.


*


그렇게 내가 튜토리얼 세계로 ‘실종’당한 그 날로부터 수백 년이 지났다.


1년도 10년도 100년도 아닌 수백 년. 중간에 세월을 헤아리기 지쳐 언제부턴가 아예 신경 쓰지 않게 됐지만, 내가 튜토리얼 세계에 온지 몇 백 년이 훌쩍 지났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아무리 그래도 천년은 안 채우겠지.


그럴 것이다.


······아마.


나는 왼쪽 눈을 두 번 깜박여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이진혁

레벨 : 99 (경험치 99.8%)


이것이 상태창이다. 지금은 간략화한 상태다. 너무 자세한 정보는 머리를 복잡하게 하니까. 원한다면 끌 수 있고, 나도 평소엔 끄고 다닌다.


튜토리얼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원했던 상태창의 모습에 이제는 신물이 난다.


특히 레벨을 가리키는 숫자 두 개가.


내 레벨은 99레벨. 지난달에도 99레벨이었고 작년에도 99레벨이었다. 10년 전에도 99레벨이었다. 지겨울 만도 하지 않은가?


하지만 아마도 이것도 오늘까지다.


“한 마리만 더 잡으면 되는군.”


경험치 상황을 확인한 나는 익숙하게 혼잣말을 하고, 오른쪽 눈을 두 번 깜박여 상태창을 껐다.


“한 마리만 더 잡고 나가야지.”


혼잣말이 늘어난 건 혼자 생활한 세월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말하는 법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혼잣말을 많이 하고 있다.


- 쿠오오오오


내가 지금 서 있는 절벽의 아래, 끔찍한 울부짖음이 들렸다. 이 튜토리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괴수인 블랙 드래곤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럼 가볼까.”


나는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부유감. 그러나 뺨을 스치는 바람은 내 몸이 자유낙하 중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손에 든 대검을 꽉 쥐고, 스킬을 발동시킨다.


[강타 Smash]

- 등급 : 일반(Common)

- 숙련도 : S랭크

- 효과 : 다음 공격의 근력 보정 500% 추가


튜토리얼 세계에서 익힐 수 있는 스킬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강타]의 효과가 내 몸에 아로새겨졌다. 원래대로라면 튜토리얼에선 A랭크까지가 한계지만, 나는 모종의 방법으로 S랭크에 도달했고 그래서 A랭크 강타의 몇 배나 더 되는 파괴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스킬의 힘만으로 블랙 드래곤을 죽일 수는 없다. 그래봐야 고작 일반 스킬이니까. 뭐, 튜토리얼에서 일반 스킬을 넘어가는 등급의 스킬을 얻는 건 보통 불가능하다.


블랙 드래곤을 죽이기 위해서는 S랭크 강타 외에 두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


하나는 이미 충족되었다.


내가 서있던 절벽의 위치에너지를 자유낙하로 더해주는 것.


다른 하나는 블랙 드래곤의 약점인 ‘역린’에 검을 찔러 넣는 것!


푸우욱.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만으로, 나는 제대로 일격을 꽂아 넣었음을 직감했다.


- 기습!

- 배후공격!

- 치명타!


줄줄이 떠오르는 시스템의 메시지가 내 판단을 뒷받침해주었다. 나는 블랙 드래곤의 역린에 찔러 넣은 검에서 손을 떼고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검을 꺼내들었다.


[녹슨 대검]

- 분류 : 무기

- 등급 : 고물(Junk)

- 내구도 : 2/10

- 옵션 : 공격력 +7(-2)

- 설명 : 칼 모양의 쇳덩어리. 잘 관리되지 않아 녹이 슬었다.


방금 전에 버린 검과 똑같은 검이 인벤토리에서 빠져나와 내 손에 잡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차킹! 하는 효과음이 들렸다. 스킬 강타의 쿨타임이 끝나 재장전되는 소리다.


역린을 찔려 고통스러움에 발버둥치는 블랙 드래곤의 목을 노리고, 나는 [도약]했다.


[도약 Jump]

- 등급 : 일반(Common)

- 숙련도 : S랭크

- 효과 : 높이 뛰어오른다. 민첩이 높을수록 비거리가 늘어난다.


평범한 튜토리얼 플레이어라면 스킬 포인트가 아까워 F랭크만 찍고 넘어갈 스킬이지만 나는 S랭크까지 찍었다. S랭크까지 찍어야 드래곤의 목을 베어낼 높이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도약의 효과에 의해 내 몸이 치솟았고, 나는 5층짜리 건물만한 블랙 드래곤의 목 부분까지 뛰어오를 수 있게 되었다.


“야아아아압!”


이미 기습은 했기에 더 이상 기합소릴 일부러 죽일 필요도 사라졌다. 전력을 다해 대검을 휘두를 뿐!


퍼억!


녹슨 대검이 드래곤의 목 줄기에 파고들어 박혔다.


“끼에에에에엑!!”


블랙 드래곤이 끔찍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드래곤의 울부짖음에는 드래곤 피어가 담겨있어 듣는 자로 하여금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히도록 하지만, 내겐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레벨이 더 높으니까.


나는 재빨리 대검을 손에서 놓아버리고 다음 녹슨 대검을 꺼냈다.


[강타]


정확히 똑같은 자리에 스킬까지 담은 일격이 꽂혔다. 정을 망치로 내려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 쩌저적! 그 덕에 드래곤의 목이 드디어 잘렸다.


“휴!”


나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브레스 페이즈로 넘어가기 전에 목을 잘라낼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이번에 못 잘랐으면 착지한 후에 브레스를 피하거나 막아야 했으니까. 그 다음에 블랙 드래곤이 날아다니기 시작해서 공략이 골치 아파진다.


시간낭비도 시간낭비지만, 일단 브레스에 맞기가 싫었다.


아프니까.


“그럼 끝을 내볼까?”


블랙 드래곤은 파충류라 그런지 목이 잘려도 바로 죽지는 않는다. 잘려나간 목에 달린 블랙 드래곤의 눈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시선 자체가 슬로우 효과를 유발하는 저주를 담고 있지만, 내겐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레벨이 깡패다.


만약 저주에 걸렸더라면 블랙 드래곤의 본체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몸으로 받아내야 했을 거다. 실제로 몇 번 경험해본 사태지만 이젠 모두 과거의 일일 뿐이다.


나는 블랙 드래곤의 머리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 녹슨 대검을 내리쳤다.


강타까지 쓸 필요도 없었다. 블랙 드래곤은 죽어가고 있었고, 실피만이 남은 상태였으니까.


퍼억.


경험치가 들어오며, 블랙 드래곤이 완전히 죽었음을 알려주었다.


- 레벨 업!


그리고 설탕보다도 꿀보다도 달콤한 시스템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자아아아앗!”


환희의 포효가 내 입에서 자동으로 터져 나왔다.


*


작가의말

6개월만의 신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작이므로 바로 다음 화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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