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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전드급 낙오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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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작품등록일 :
2018.06.20 12:03
최근연재일 :
2018.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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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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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DUMMY

“아, 이 아이템.”


솔직히 오랫동안 인벤토리에 처박아두기만 한 터라 거의 까먹고 있었다.


“그랬었지.”


내가 튜토리얼 세계에서 혼자 낙오한 것도 이 아이템 때문이다. 정확히는 이 아이템을 보상으로 한 퀘스트가 문제였다.


고유 퀘스트.


튜토리얼 플레이어가 튜토리얼 세계에 입장하면 각자 고유 퀘스트를 받을 기회가 생긴다. 고유 퀘스트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고유 퀘스트의 보상 또한 각자 다르다. 더 성가신 점은 퀘스트를 해결하기 전까지 보상의 내용이 비공개 상태라는 점이다.


튜토리얼이 운빨이란 건 고유 퀘스트의 영향도 컸다. 좋은 고유 퀘스트를 해결해서 좋은 보상을 받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었으니까. 거의 쓰레기 아이템밖에 없는 튜토리얼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보상일 수도 있었다.


문제는 내가 받은 고유 퀘스트의 내용이었다.


- 튜토리얼에서 레벨 40에 도달하라!


튜토리얼에서의 만렙을 찍으라는 정신 나간 퀘스트였다.


20레벨을 찍기 전에 졸업하는 게 일반적이고, 한국인 중에는 3레벨만 찍고 튜토리얼을 졸업하는 미친놈도 있는 판국에 40레벨을 찍으라니.


나도 10레벨 미만으로 졸업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엔 빨리 졸업하는 게 능사였으니.


하지만 이 고유퀘스트가 내 발목을 잡았다. 이상한 승부욕이 발동한 탓이었다.


알다시피 나는 00레벨에 도달한 몸이다. 40레벨이야 옛날 옛적에 찍었다.


이 아이템은 그 퀘스트의 달성 보상품이었다.


“만렙 찍는데 정신 팔렸다가 낙오당했다고 말하면······, 안 비웃을 사람이 없겠지?”


그 개고생을 하고서 받은 아이템이 이름도 밝혀지지 않았고, 튜토리얼 세계에서는 하등의 쓸모도 없고, 거래불가에 폐기불가까지 걸린, 사실상 저주 아이템이나 다름없었던 물건이라니. 당시엔 분노해서 이 아이템을 어떻게든 부숴보려고 별 짓을 다했었다.


블랙 드래곤에게 처음 간 것도 그 때였다. 드래곤 입에다 처넣으면 부서질 것 같았거든.


하지만 보다시피 멀쩡하다. 결국 난 이 아이템을 그냥 인벤토리 한 구석에 방치하고 잊어버리는 걸 택했다. 그러고 수백 년이 지났다. 정말로 이 아이템의 존재조차 까먹고 있었으니, 내 발상은 성공적이었던 셈이 된다.


그리고 이 아이템이 지금 발굴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 튜토리얼 세계에서 빠져나왔잖아?”


튜토리얼 세계에서는 사용 불가능이라는 말은 다시 말해 밖에서는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도 된다. 그렇다면 이 정체불명의 아이템도 이제 쓸모가 좀 생겼을까 싶어, 나는 아이템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들었다.


아이템의 외견은 간단히 말해 스마트폰 그 자체였다. 얇은 플라스틱 판때기에 전면에 시커먼 터치스크린이 떡하니 박혀 있는 꽤 오소독스한 디자인의.


이게 아이템 설명에 기록된 ‘내 세계관’을 반영한 결과물인 모양이었다. 21세기 한국인으로서 지닌 평범한 세계관 말이다. 하긴 튜토리얼 세계에 납치당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몸에 떼놓고 다닌 일이 드물었으니······. 이 아이템도 비슷한 성격의 물건이리라.


“뭐, 모양만 스마트폰이고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는 고물에 불과하지만······.”


진짜 스마트폰이면 좋겠다. 라고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띠링.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스마트폰에 전원이 들어왔다.


“오?”


역시 튜토리얼 세계에서 빠져나왔으니 이 빛만 좋았던 개살구도 드디어 살구가 되는 건가? 그런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으려니, 스마트폰의 설명이 변화했다.


[레벨 업 마스터]

- 등급 : 고유(Unique)

- 기능 : 일부 열림.

- 설명 : 플레이어 이진혁의 고유 퀘스트 달성 보상품. 해당 플레이어의 세계관을 반영한 외견을 취하고 있으나, 본질은 전혀 다르다.

- 거래/폐기 불가능.


물음표로 표시되어 있던 아이템 명칭이 나타났고, 잠겨있던 기능이 일부 열렸으며, 튜토리얼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사라졌다. 그리고 화면에는 유려한 글자로, 한글로 ‘레벨 업 마스터! - 진행하려면 터치하십시오.’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레벨 업······, 마스터?”


내가 지금 만렙인데 무슨 레벨 업을 마스터한다는 거지? 애초에 이 아이템 자체가 만렙 보상인데 레벨 업 마스터? 장난 하나?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올랐지만,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어 끓어오르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화내봐야 나만 손해지.”


어쨌든 나는 터치를 기다리는 스마트폰의 화면에 손을 댔다. 그러자 우렁찬 효과음과 함께 화면이 넘어갔다.


“······이거 볼륨 못 줄이나?”


스마트폰처럼 보이지만 진짜 스마트폰인 건 아니라서, 이 물건엔 전원버튼도 볼륨조절 버튼도 달려 있지 않았다. 내가 볼륨 버튼이 없나 옆면을 만져보는 동안 바뀐 화면에선 정장을 입은 볼륨 있는 몸매의, 하지만 얼굴은 동안인 여자가 나와서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안녕하세요, 플레이어님! 저는 플레이어님의 성장을 도와드릴 레벨 업 프로듀서, 크리스티나라고 해요!!


뭐지? 이건. 레벨 업? 프로듀서?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군.


아무래도 프로그램인 것 같은데. 아니, 휴대폰이니 애플리케이션인가? 나는 수백 년 만에 떠올린 단어가 영 익숙하질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내 모습을 화면의 크리스티나는 그 큰 눈을 깜박깜박거리며 내 눈치를 보는 것처럼 보였다. 꽤 잘 만들어졌군.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꽤 미인이기도 하고. 금발에 푸른 눈도 인상적이고 가슴도 크다. 나도 남자인지라 미녀에게 약하다.


화면 안의 미녀긴 하지만 말이다.


“좀 알아듣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미친 짓인 건 알지만, 난 그렇게 크리스티나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냥 누구든 좋으니 아무한테나 말을 걸어보고 싶었던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그 혼잣말 아닌 혼잣말에, 크리스티나는 내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 아,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대답했다고?


“음? 뭐야. 내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는 것 같군.”

= 물론이죠, 플레이어님!


이어진 내 혼잣말에 크리스티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대화가 통하는 건가? 아니, 아니지. 어쩌면 특정 단어에 반응해서 대답을 출력하는 알고리즘이 짜여있는지도 모른다.


하긴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흠, 흠. 그래. 크리스티나. 나는 이진혁이라고 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이미 한 번 확인했음에도, 나는 다시금 주변을 훑어본 후에나 크리스티나에게 말을 걸었다.


= 네, 이진혁 플레이어님! 튜토리얼 졸업 축하드려요!

“그, 그래.”


크리스티나는 활짝 웃으면서 내 인사에 대답해주었다. 튜토리얼을 졸업한 게 아니라 힘 100의 문을 열고 나온 내 입장에선 다소 찔리는 축하인사였으나, 나는 떨떠름하게나마 인사를 받아냈다.


= 플레이어님께서는 특별 등급 이상의 고유 특성을 지니셨고, 무리난제급의 고유 퀘스트를 클리어하신 채로 튜토리얼 졸업에 성공하셨기에 레벨 업 마스터의 이용권한을 얻게 되셨어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어, 뭐?”


잘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한 걸 얻은 기분이 든다.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 이제 정식 플레이어가 되신 이진혁님께 특별 보상을 드렸어요!

“특별 보상?”


의외의 말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크리스티나는 내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방실방실 웃으며 여전히 발랄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인벤토리를 확인해보세요!!


나는 반사적으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러자 진짜로 못 보던 아이콘이 하나 존재했다. 내가 그 아이콘에 시선을 주자, 바로 아이템 설명이 떴다.


[튜토리얼 졸업 보상]

- 이진혁님의 튜토리얼 졸업을 축하드리며, 레벨 업 프로듀서 크리스티나가 약소하게나마 증정하는 선물입니다!


“······시스템이랑 연동되는 거였어?”


하긴 잘 생각해보니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애초에 이 스마트폰 모양의 아이템을 고유 퀘스트 달성 보상이라고 준 게 시스템이니까.


= 열어보세요!


크리스티나의 종용에 못 이기는 척하며, 나는 선물상자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풀어보았다. 그러자 황금빛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금화!”


금화 스무 장이 선물상자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금의 가치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이 정도면 백만 원쯤은 가볍게 넘길 법 해보였다. 금화 하나당 말이다! 집어서 이빨로 씹어봐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인류연맹 금화]

- 인류연맹에서 발행한 금화. 인류 문명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통화로 사용가능한 기준 화폐다. 거래 가능한 대상과 접촉하면 대상이 속한 시장에서의 시세를 알 수 있다.


아이템 설명이 타이밍 좋게 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류연맹이라니?”


황금에만 눈이 팔려있긴 너무 의미심장한 설명이기에, 나는 상자의 뚜껑을 덮으며 스마트폰 쪽에 시선을 주었다.


= 인류연맹은 여러 차원의 인류가 모여 만든 연합동맹체랍니다!

“여러 차원이라고?”


갑자기 스케일이 확 커지는 바람에, 나는 눈을 깜박였다. 물론 한 번만. 두 번 깜박이면 시스템이 반응하니까.


= 네! 제가 소속된 단체이기도 하죠. 인류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힘쓰는 단체랍니다!!

“흐응.”


나는 금화가 담긴 상자를 인벤토리 안에 밀어 넣었다. 금화가 인벤토리 한 칸을 차지하고, 20이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오른쪽 눈을 깜박여 인벤토리를 꺼버린 후, 나는 크리스티나를 노려보았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 그야 플레이어님의 성장이죠!


크리스티나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발랄했다. 질문을 바꿔야겠군.


“날 성장시켜서 어쩔 셈이지?”

= 인류의 성장은 각 개인의 성장으로 이뤄지죠. 그러니 플레이어님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나요?

“그런 것치고는 모든 이들을 성장시키려 드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 레벨 업 마스터만 하더라도 그렇지.”


레벨 업 마스터는 특별등급의 고유특성에 무리난제급의 고유 퀘스트를 깬 플레이어에게만 주어진다. 이건 크리스티나가 불과 몇 분 전 입에 올렸던 말이다.


내 의심이 담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크리스티나는 어째선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 맞아요. 사실 인류연맹은 이상으로만 돌아가는 곳은 아니랍니다.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죠.


크리스티나는 표정과 목소리를 고쳐, 진지하게 말했다.


= 하지만 이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는 플레이어님의 레벨 업 프로듀서고, 플레이어님의 성장을 돕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적어도 성장이 끝날 때까지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한 말이리라.


하긴 날 도와주겠다는데 굳이 각을 세울 이유도 없다.


나는 경계를 풀고 말했다.


“좋아, 그럼 날 도와봐.”

= 알겠습니다, 플레이어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크리스티나는 밝게 웃었다.


*


작가의말

오늘은 3화까지. 당분간은 오후 8시 연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매일 오후 8시, 8시에는 레전드급 낙오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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