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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전드급 낙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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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작품등록일 :
2018.06.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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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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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DUMMY


크리스티나가 내게 당장 줄 수 있는 도움은 바로 퀘스트를 주는 것이었다.


=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요?

“바로 몇 분 전에 공짜로 금화 20개를 받은 것 같은데······.”

= 그건 플레이어님께서 튜토리얼을 클리어하신 보상이에요.


사실 난 튜토리얼을 클리어 한 적이 없다! ······라고 밝힐 생각 따윈 없었기에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인류연맹 금화는 레벨 업 마스터 내에서도 통용되는 화폐예요. 플레이어님께서는 레벨 업 마스터 내의 상점 메뉴를 통해 필요하신 걸 구매할 수 있답니다!

“알았어, 그런 방식이로군. 좋아, 상점을 열어봐. 뭘 살 수 있는지 봐야겠어.”

= 상점 메뉴 오픈에는 금화 25개가 필요하답니다!


알다시피 내가 가진 금화는 20개뿐이다.


“이런 사기꾼!”

= 무료로 여는 법도 있어요. 퀘스트 수행을 통해 일정 기여도를 확보하시면 열려요!


그러면서 내게 실제로 퀘스트를 부여해주었다.


[퀘스트]

- 의뢰인 : 크리스티나

- 종류 : 접촉

- 난이도 : 안전

- 임무 내용 : 이 지역의 인류 사회를 찾아내 구성원과 접촉하라!

- 보상 : 금화 10개, 기여도 10


“이 지역? 인류 사회? 구성원? 기여도?”


신경 쓰이는 키워드가 너무 많았다.


“이 지역이 어딘데?”


생각해보니 이게 제일 먼저 해야 할 질문이었다. 여긴 지구냐? 아니야? 아니라면 어디지?


= 그, 글쎄요. 저도 몰라요.


그러나 크리스티나의 답은 나로 하여금 맥이 빠지게 만들었다. 내가 꽤나 실망한 표정을 지은 건지, 크리스티나는 당황하며 외쳤다.


= 아, 잠시만요.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저 정도면 꽤 유능한 프로듀서라고요. 보세요, 이거!


크리스티나는 마치 태블릿 컴퓨터처럼 보이는 작은 판을 내게 들어 보이며 말했다.


= 저한테는 기록검색의 권한이 있다고요.

“그거 대단한 거냐?”

= 어느 정도는요.


어느 정도가 어느 정도인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리스티나는 의기양양해하며 태블릿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지금 검색해볼게요.

“그래, 잘 부탁해.”


그런가. 검색기능이 있나.


그럼 혹시 지구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지만,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지구는 이미 멸망했다. 나 자신은 이 명제를 어느 정도 납득했지만, 그 사실을 굳이 다른 사람 입에서 듣고 싶지 않다.


여자 친구에게 차였지만 차였단 소릴 다른 사람에게 듣고 싶지는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이치인가?


······아니구나.


나는 내 본심을 알아차렸다.


생각보다 별로 궁금하지 않다.


지구에서의 기억은 별로 좋은 게 없다. 지구에서 나는 고아인 밑바닥 인생이었고, 가족도 친구도 친지도 연인도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이 빚쟁이의 얼굴이니 말 다했지.


지구에서의 나는 그저 튜토리얼 세계에 들어오려고 애를 썼을 뿐이었다. 당시에는 튜토리얼 세계를 인생역전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난 그저 탈출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앞뒤 꽉 막혀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인생에서.


그런데 지구가 그리울 리가 있나?


내가 튜토리얼 세계에서 나온 건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더 이상 거기서 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나올 수 있었으면 진작 나왔는데 굳이 99레벨을 찍고도 더 경험치를 쌓아서 00레벨을 만들어버린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 땐 몰랐는데 나오고 보니 그랬다는 걸 지금에야 자각할 수 있었다.


차라리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면 좋겠다.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사실 지구가 망했다는 소릴 듣기 싫은 것도 맞다. 지구는 내게 있어 날 찬 전여자친구와 마찬가지인 것도 아주 틀린 비유는 아닌 것 같았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을 낑낑대며 태블릿 컴퓨터를 붙들고 씨름을 하던 크리스티나는 작은 한숨을 한 번 폭 내쉬고는 내 눈치를 보더니 조심조심 말했다.


= ······탐색이 필요한 지역이라고만 뜨는데요.

“······그러니.”


탐색이 필요한 지역이라. 그럼 역시 여기가 지구가 아니란 뜻이겠지?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은 들었다.


차라리 잘 됐군.


만약 크리스티나가 여기가 지구라고 말했다면, 이 완전무결하게 문명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은 황무지가 지구라고 말했다면 지구가 멸망했다는 게 더없이 확실해진 거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구가 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미 크리스티나에게든 누구에게든 지구에 대해 물어보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왜 굳이 헤어진 전여친의 SNS을 뒤지겠는가? 제 정신으로 할 짓은 아니다. 정확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설령 아니더라도 그런 거라고 쳐두자.


= 아, 맞다. 이, 이거라도 받아주세요.


고민이 길어진 탓에 침묵 중이었던 내 눈치를 보던 크리스티나는 또 뭔가를 조작하더니, 내 시스템 창에 퀘스트를 하나 띄웠다.


[퀘스트]

- 의뢰인 : 크리스티나

- 종류 : 탐색

- 난이도 : 안전

- 임무 내용 : 이 지역을 탐색해 지도를 만들어라!

- 보상 : 금화 1~50개, 기여도 1~50


= 미탐색 지역은 탐색하는 것만으로도 퀘스트 보상을 받으실 수 있어요. 저, 이런 걸로 위안이 되지는 않겠지만······.

“아냐, 고마워.”


나는 속마음을 숨기고 크리스티나에게 대답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면 이 지역의 인류사회란 게 뭔지에 대해서도 모르겠군.”

= 네. 헤헤.


대답하면서도 크리스티나는 멋쩍은 듯 웃었다.


“퀘스트 의뢰인이라는 존재가 퀘스트 내용에 대해서도 모르다니 이게 말이 되나?”

= 그러니까 보상이 나오고 기여도가 주어지는 거겠죠?


아까 전까지 미안해하던 모습은 어딜 갔는지, 크리스티나는 순식간에 뻔뻔해졌다.


“기여도는 또 뭔데?”

= 기여도는······, 기여도예요!


얼버무리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뭐 정황상 인류연맹이라는 단체에 대한 기여도겠지. 퀘스트 의뢰인은 크리스티나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인류연맹일 것이다.


이 ‘등록되지 않은 지역’의 조사와 원주민과의 접촉도 인류연맹이 필요로 하는 정보일 테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금화를 지불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맞다.


“어쨌든 퀘스트는 수행하라 이거군.”

= 힘내세요! 파이팅!


하긴 이 정도로 뻔뻔한 편이 나로서도 대하기 편하다.


더 캐묻는다고 쓸만한 정보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주변을 탐색해보기는 할 생각이었기에, 나는 겸사겸사해서 움직여보기로 결정했다.


그 전에 이 도움 안 되는 스마트폰은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말이다.


*


[질주]

- 등급 : 일반(Common)

- 숙련도 : S랭크

- 효과 :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질주 사용 중에는 체력 소모가 많아진다.


질주를 쓰니 풍경이 휙휙 스쳐지나간다. 질주도 익숙하게 쓴 스킬이었으나, 풍경이 달라지니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그 달라진 풍경이라는 게 뭐 하나 딱히 볼 게 없는 황무지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도약]


황무지는 그냥 평야가 아니라 바위 언덕과 산, 절벽 등이 시야를 막고 있었다. 그래도 작은 아파트 크기의 바위 언덕 정도는 도약 스킬로 넘어갈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휴우.”


바위 언덕에 올라온 건 당연히 시야 확보를 위해서였다.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자, 시스템에서 반응이 왔다.


- 주변 지역의 지도가 작성되었습니다.

- 탐색 퀘스트의 중간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 기여도 1, 금화 1


내가 직접 지도를 작성할 필요가 없는 건 다행이었다. 튜토리얼 세계에 끌려오기 전에 독도법 따윌 배워둔 것도 아니고, 독도법 스킬을 얻은 것도 아니었으니.


어쨌든 시스템은 내 인지능력에 맞춰 시야 우측 하단에 미니 맵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있었다. 지도의 검은 지역을 밝혀가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보상도 있으니 더 열심히 해볼까?”


야트막한 바위 언덕에 올라봤자 더 높은 바위 언덕과 산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넓은 범위의 지도를 작성하는 건 불가능했다. 한 번에 보상을 많이 얻으려면 더 높은 곳에 기어 올라갈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음?”


그런 생각에 바위 언덕에서 뛰어내리려던 그 순간, 내 시야에 움직이는 게 잡혔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지라 점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분명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


“먼지는 아닌 것 같고······. 최소한 사냥감은 되겠지?”


내 인벤토리에 딱딱하게 굳은 오래된 빵이 99개 있긴 하지만, 식량을 언제 구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이 황무지에서 이것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니 식량 보급은 꽤 중요한 축에 속한다.


“좋아, 간다.”


나는 방향을 틀어, 바위 언덕에서 횡으로 도약했다. 황무지의 거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착지 스킬 같은 건 없으므로 대충 한 바퀴 굴러 충격을 흘리고는, 자세를 바로잡자마자 즉시 질주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원래 튜토리얼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스킬 랭크는 기본적으로 F랭크에서 시작해서 A랭크까지 올릴 수 있다. 그 위의 랭크를 손에 넣으려면 졸업 후에 따로 스킬 북을 얻거나 다른 사람에게 배우거나 해야 한다······, 고 들었다.


내가 졸업해 본 건 아니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럼에도 내 질주의 스킬 랭크가 S랭크인 건 내 고유 특성인 [한계돌파] 덕분이다. 원래대로라면 A랭크 이상 올릴 수 없지만, 난 그냥 숙련도만 채워 넣고 스킬 포인트를 퍼부어 강제로 랭크 업을 달성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S랭크 질주의 효과는 A랭크 질주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는 인상의 기존 질주와 달리, 내 전력질주는 바람을 무시하고 달린다. 공기저항이라는 당연한 물리법칙을 무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A랭크 질주와는 차원이 다른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 그 결과, 나는 소리도 없이 점처럼 보이던 ‘사냥감’의 눈앞에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고서야 그게 사냥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적어도 먹을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두 발로 걷고 있었으며, 팔이 두 개 달렸고 머리도 하나였다. 모양은 딱 사람 모양새였으나, 피부색은 보랏빛에 몸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고 이빨은 날카로웠다.


“!”


악취의 정체가 시체 썩는 냄새라는 걸 알아채기보다 먼저 [직감]이 반응했다. 99+의 직감은 신뢰할 만 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기에 나는 즉시 행동을 취했다.


머리가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 먼저 오른손은 인벤토리에 들어갔고,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슨 대검을 빼어들었다.


“크아아아악!”


‘그것’이 비명을 질렀으나 이미 늦었다. 비록 날도 갈려있지 않은 녹슨 대검이지만, ‘그것’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녀석은······.”


대가리를 쪼개 움직일 수 없게 된 시체를 보며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구울이로군요.


크리스티나가 먼저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구울. 인간의 시체를 파먹고 사는 괴물들. 튜토리얼에서도 토가 나올 정도로 잡아본 적이 있었기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 뭐. 저것들 잡고 레벨 업 해본지가 하도 오래돼서 잠깐 기억이 안 난 건 인정한다.


어쨌든 레벨 업 마스터는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상태였는데, 이 상태에서도 크리스티나와 대화는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진한 혐오감과 불쾌감이 묻어나와 있었다.


구울 고기를 먹을 순 없으니 잡아봐야 손해만 볼 뿐이다. 더러운 구울의 피가 묻은 녹슨 대검을 내려다보며, 나는 혀를 찼다.


[돌발 퀘스트]

- 의뢰인 : 크리스티나

- 분류 : 토벌

- 난이도 : 보통

- 임무 내용 : 구울 집단을 토벌하라!

- 보상 : 구울 한 마리당 기여도 1, 금화 1


하지만 퀘스트가 부여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가의말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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