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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전드급 낙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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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작품등록일 :
2018.06.20 12:03
최근연재일 :
2018.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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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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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5

DUMMY

나는 입가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면서도, 안 그런 척 크리스티나에게 불만을 토해냈다.


“보상이 너무 짠 거 아니야?”

= 구울 처치는 너무 쉽잖아요.

“뭐, 그건 그렇지만.”


구울이 마지막으로 내지른 비명은 자신의 동료들을 불러 모으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 비명은 충실히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다. 미니 맵에 붉은 점들이 다수 출현하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구우우울······.”


딱히 미니 맵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이, 구울들의 울음소리가 황무지를 뒤덮기 시작했다.


“숫자가 꽤 많군.”

= 조심하세요.

“아니, 보상을 많이 뜯어낼 수 있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야.”


허세도 잘난 척도 아니다. 나는 들고 있던 녹슨 대검을 집어던졌다.


퍼억! 촤악!


“구억!”


내가 던진 대검이 가장 앞에 있던 구울의 머리를 정확히 터트렸다.


“그아아아!!”


그걸 신호로 구울 떼가 날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급박한 상황에서 왜 무기를 버렸냐고? 솔직히 말해서 이런 놈들 잡는데 한 자루 당 내구도가 2 밖에 안 되는 녹슨 대검을 쓰는 것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나는 인벤토리에서 투척용으로 쓰게 골라 담아놓은 돌멩이를 꺼내들었다.


[투척]

- 등급 : 일반(Common)

- 숙련도 : S랭크

- 효과 : 아무거나 집어던져 목표 대상에게 피해를 준다.


투척은 튜토리얼에서도 배우는 사람이 얼마 없는 스킬인데, 투자해야 하는 스킬 포인트에 비해 굉장히 효율이 안 좋기 때문이다. 원거리 물리 공격에는 더 좋은 스킬이 많은 점도 영향을 끼쳐서 아예 안 배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바깥세상의, 전직에 성공한 플레이어들의 의견이다.


나는 튜토리얼에 갇혀 살았고, 거기서 배울 수 있는 원거리 공격 기술은 투척 밖에 없었으며, 한계돌파로 00레벨을 찍은 탓에 스킬 포인트가 남아돌았다.


그럼? 찍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S랭크 투척!


피융! 내가 던진 돌멩이가 총알이 바람 가르듯 날았다.


일반적인 투척으로는 이 정도 위력이 나오지 않는다. 위력 보정에 근력이 병아리 눈물만큼 추가되고, 민첩이 병아리 눈곱만큼 더해질 뿐이니까. 그러나 내 능력치는 둘 모두 99를 넘긴지 한참 됐고, 투척의 S랭크 보너스로 능력치 반영률 500%가 붙었다.


퍼억!

- 크리티컬!


그 결과, 나는 돌멩이 하나로 단단한 구울 대가리를 터트릴 수 있을 경지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원 샷, 원 킬!”


간만에 신나서 환호성을 지르며, 나는 허벅지를 재빨리 두 번 두들겨 다음 돌멩이를 꺼냈다. 퀘스트로 보상이 나오는 게 워낙 오랜만이라 그런가? 이상하게 신난다.


“그웍!”

“그아악!”


구울이 좋은 점을 꼽자면 이거 딱 하나다. 이놈들은 공포를 모른다. 사람의 살점을 맛보고자 하는 욕망에 이성을 빼앗겨, 아무리 강한 적을 상대로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피융! 퍼억! 피융! 퍼억!


그 덕에 나는 단 한 마리의 구울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대가리를 터트려줄 수 있었다.


인벤토리에 저장해둔 돌멩이의 숫자는 99개였다. 지금은 74개. 25개를 썼으니 죽인 구울의 숫자는 25마리······, 녹슨 대검으로 죽인 놈 둘을 합하면 27마리인 셈이 된다.


- 퀘스트 완료! 보상을 지급합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십시오.

- 금화 27개, 기여도 27.


보상 내용을 보니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구울이 아니라 꾸울이로군!”

= 저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러지 마세요.

“아니, 뭐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설마 내 농담이 재미없었던 건가? 그럴 리는 없는데······.


= 그보다 놀랐어요. 플레이어님, 강하시군요?

“응? 몰랐어? 내 능력치 보면 각이 나올 텐데.”


그런 크리스티나의 평가에 이번엔 내가 놀랐다. 내 레벨이나 능력치 같은 건 꿰고 있는 줄 알았는데.


= 그런 개인정보를 제멋대로 열람할 수 있을 리 없잖아요.

“그러냐.”


그런 것 치고는 내 ‘세계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던데. 하긴 크리스티나가 이 스마트폰을 만든 건 아닐 테니. 그냥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대응시켜준 걸지도 모른다.


= 어쨌든 이럴 줄 알았으면 퀘스트 난이도를 쉬움으로 둘 걸 그랬어요.

“그럼 뭐가 바뀌어?”

= 보상이 줄어들죠.

“그러지 마.”


나도 사람이고 손해 보는 건 싫다. 정확히는 손해라기보다는 이번에 꿀을 빤 거고 다음부터 못 빨게 되는 거겠지만,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싫다.


“어쨌든 기여도도 꽤 벌어들인 것 같은데, 상점 아직 안 열렸어?”

= 기여도 50에서 열람하실 수 있어요.

“아직 좀 남았군.”


지도 작성으로 얻은 기여도가 18에 구울들을 처치해 27을 얻었으니, 지금 내 기여도는 45다. 금화도 어느새 65개로 꽤 모였다. 금화를 사용해 상점을 열 수도 있지만, 기여도 5만 더 쌓으면 되는데 그러긴 좀 아깝다.


= 그래도 구울 떼를 만난 건 좋은 신호예요.

“응? 뭐가?”

= 구울들이 이렇게 싱싱하다는 건 이 지역 주변에 먹잇감이 될 만한 인류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는데. 네 말이 맞겠네.”


좀 기분 나쁜 발상이지만 이치에는 맞다. 뭐, 퀘스트 해결에 필요한 단서를 손에 넣었다고 치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


나는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


*


새로운 곳을 탐험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가슴 뛰는 일이다.


더욱이 튜토리얼 세계라는 작고 닫힌 세계에서 뛰쳐나온 나다. 아무리 주위의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는 황무지에 불과하다 한들, 여기 온지 고작 만 하루조차 채우지 못한 내겐 이것도 생경하고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훅 흘러, 어느새 어둠이 내렸다.


“밤이 되면 찾기 쉬워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인간은 밤이 되면 불을 피운다. 조명을 얻기 위해서든 요리를 하기 위해서든, 어느 쪽이든 인간의 생활에 불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21세기의 인간은 불 대신 전기로 조명과 요리를 해결하지만, 적어도 한국어로는 그것들도 ‘불’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불빛을 찾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내 발상은 틀렸다. 해가 지자 황무지는 조명이랄 건 단 하나도 없는 시커먼 어둠 속의 세계가 되었다. 창백한 달빛만이 어렴풋이 말라비틀어진 흙과 바위를 비추고 있을 따름이었다.


= 어쩌면 불을 끄고 숨어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응? 어째서?”

= 플레이어님 정도로 강하다면 구울 따위는 별 위협이 안 될 테지만, 약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겠군.”


어쨌든 어둠이 내려 시야가 제한되는 바람에 지도 작성의 효율도 안 나오겠다, 불빛으로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자는 계획도 물거품이 되었겠다. 솔직히 의욕이 식어버렸다.


아무리 강건 99+를 찍었다지만 체력이 무한대인 것도 아닌데다, 구울 떼와 싸우기도 했고 전력질주도 남용했고 해서 슬슬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뭐, 무리를 하면 하루 이틀 정도는 잠도 안 자고 움직이는 것도 가능이야 하지만 지금 내게는 굳이 강행군까지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이쯤에서 쉬어가야겠어.”

= 그러는 게 좋겠어요! 마침 상점도 열렸으니 말이에요.


해가 지기 전에 열심히 움직여서 지도 퀘를 수행해 기여도 50을 채워두었다. 자연히 금화도 다섯 개 더 벌어서 70개가 모였고.


“구울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걸.”

= 그런 놈들은 없는 게 더 나아요.

“그렇긴 한데.”


내가 돈 벌고 먹고 살려면 사냥감이 있는 편이 낫지. 그렇게 이어서 말하진 않았다. 대신 난 레벨 업 마스터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적당히 주위를 둘러보며 야영에 적합해 보이는 자리를 찾았다.


적당히 편평하고 누울 자리가 있으며 바위로 주변이 가려져 외풍이 잘 들지 않는 곳. 물을 구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기여도 23을 얻을 정도로 황무지를 돌아다녀도 물이 있을 만한 곳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캠프파이어]

- 등급 : 일반(Common)

- 숙련도 : S랭크

- 효과 : 불을 피워놓을 수 있다. 랭크가 높을수록 장작이 적게 들며 오래 간다. 캠프파이어 주변에서는 휴식의 효율이 좋아진다.


캠프파이어 스킬의 S랭크 특전은 스킬 시전에 장작이 아예 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당시엔 스킬 포인트가 남아도니 별 걸 다 배운다고 생각했었지만, 배워놓은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캠프 가서 불을 피워본 사람이라면 모두 내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불 곁에 가서 앉으니 따뜻하고 좋았다. 물론 그냥 기분만 좋고 끝나진 않았다.


- 몸이 따뜻해집니다. [휴식] 스킬의 효율이 상승합니다. 캠프파이어 주변에서는 음식이나 요리를 나누어 먹는 것이 가능합니다.


캠프파이어 곁에 앉자 이제는 읽는 것조차 귀찮아진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나눠 먹을 사람도 없는데 말이지.”


씁쓸하게 중얼거려도 내 말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


아, 크리스티나가 있었지. 나는 인벤토리 안에 넣어놨던 레벨 업 마스터를 꺼내 전원을 넣었다. 그런데 화면은 검었고 전에 못 보던 메시지가 떠있었다.


- 업데이트할 내용이 있습니다. 데이터 다운로드가 완료된 후 재시작 됩니다.


업데이트? 재시작? 21세기 지구의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내 세계관을 재현한 모습이라고 했지.


이런 것까지 재현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나는 불만을 토해내는 대신 그냥 화면을 터치해주었다. 그러자 다운로드 바가 생성되었다가 쭈욱 차오르고 사라지는 모습이 연출된 뒤, 화면이 다시 암전되었다.


다시 화면에 빛이 돌아왔을 때는 크리스티나의 화사한 모습을 완전히 가려버릴 정도로 글자 양이 많은 안내문이 떴다.


= 플레이어님께서는 기여도 50을 달성해 인류연맹으로부터 일반 연맹원의 지위를 인정받으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인류연맹이 지원하는 일반급의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 레벨 업 프로듀서를 비롯한 지원가로부터 불릴 호칭을 변경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티나가 안내문을 읽어주었다. 지금 와서 새삼 드는 생각이지만 크리스티나의 발성은 상당히 명확하고 알아듣기 좋다. 성우나 아나운서 출신이라도 되는 걸까?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오, 상점이 열렸군. 그리고······, 일반 연맹원?”


그냥 넘어가기 힘든 단어가 또 등장했다.


= 네, 플레이어님. 플레이어님께서는 연맹에 참여할 최소한도의 자격을 스스로 증명하셨습니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요! 놀라운 일이죠.

“비교대상이 없다보니 잘 모르겠군.”

= 매우 대단한 거예요!


능청스레 말하는 크리스티나. 이러다 정 들겠다.


“그리고 또······, 호칭을 변경할 수 있다고? 레벨 업 프로듀서라면 크리스티나, 너잖아?”

= 네, 플레이어님.

“오빠라고 부를래?”

= 현 시점에서 호칭 변경은 단 한 번 가능합니다. 변경하시겠습니까?

“······아뇨.”


나도 모르게 높임말로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왜지?


“그냥 이진혁이라고 불러.”


실존하는지도 확실히 모르는 화면 안의 소녀에게 오빠라고 불려봤자 비참한 기분이 들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무난한 선택지를 골랐다.


= 알겠습니다, 이진혁님.

“엥? 이번엔 왜 확인 안 해?”

= 해드릴까요?

“아니, 필요 없어.”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번복은 없다.


“그럼 호칭도 이제 정리됐으니, 대망의 상점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 알겠습니다, 이진혁님. 상점으로 가시려면 활성화된 상점 아이콘을 터치하시면 됩니다.


크리스티나의 말에 따라 왼쪽 아래에 새로 생성된 상점 아이콘이 반짝반짝 빛났다. 나는 아이콘을 손가락으로 힘주어 꾹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면서 허름하고 작은 잡동사니 가게가 배경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가게의 점주인 듯한 소녀가 등장했다. 만두 머리에 치파오를 입은, 묘하게 중국풍의 활기차 보이는 인상의 소녀였다.


= 안녕하세요, 고객님! 저는 고객님을 담당하게 된 레벨 업 코디네이터 링 하오라고 해요! 링링이라고 불러주세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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