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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전드급 낙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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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작품등록일 :
2018.06.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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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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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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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수정)

DUMMY

이번 구울 퀘스트의 해결로 얻은 금화는 총 224개.


스타터 세트 C의 가격은 금화 50개였으니, 얻은 금화만 계산해도 본전을 뽑고도 거스름돈이 원금보다 많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그것도 오늘이 부스터 뜯은 첫 날이고, 이게 처음 해결한 퀘스트인 걸 생각하면 ‘스타터 세트 산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하는 건 차라리 뻔뻔하게까지도 느껴졌다.


으음. 확실히 이건 좀 도가 지나쳤던 듯하다.


“저기, 크리스티나. 미안. 내가 너무 신냈지?”


워낙 대박을 터트리고 나니 기쁨보단 미안함이 앞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난이도를 쉬움으로 조정해달라고 할 걸 그랬나.


= 아뇨, 제 탓인 걸요. 게다가 이미 끝난 일이고, 플레이어님은 마음 쓰실 것 없으세요.


애잔하잖아! 은근슬쩍 나를 부르는 호칭이 플레이어님으로 돌아와 있는 것조차 지적하기 힘들 정도로 크리스티나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뭐라고 위로해줘야 되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쯤, 두프르프가 헐레벌떡 이쪽으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두프르프는 이렇게 외쳤다.


“이 불초 두프르프, 미력하나마 귀인께 힘을 보태······. 어?”


두프르프는 주변에 쌓여있는,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시체가 된 구울들을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음만 받도록 하지, 두프르프.”


그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나무 몽둥이와 그 비장한 얼굴을 보아하니, 타이밍 맞춰서 왔어도 큰 도움은 안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뭐, 마음이 중요한 거지.


한참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앞의 사실을 이해하려 애쓰던 두프르프는 문득 내게 무릎을 꿇으며 절을 하려 했다.


“귀인께서는······, 정말로 현세에 강림하신······.”

“어허, 아니라니까.”


나는 두프르프를 억지로 일으키며 이어질 말을 미리 잘라버렸다.


“그리고 이진혁이라 부르라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죄, 죄송합니다. 이진혁님.”


두프르프는 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어쨌든 두프르프의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드워프들보다는 좀 센 것 같다. 튜토리얼에서 흙 씹어가면서 00렙을 찍은 보람은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그러나 이진혁님, 저는 이진혁님께 절을 올려야겠습니다.”


두프르프는 갑자기 굳은 목소리로 내게 선언했다.


“이 놈들, 이 빌어먹을 씹어 죽여도 모자랄 구울 놈들은 제 동지와 혈족들의 시체를 꺼내어 먹은 것으로도 모자라 저희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던 악적들입니다! 불을 잃고 강철을 잃은 저희는 이 저급한 놈들을 상대로 원수를 갚기는커녕, 힘이 모자라 먼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던지고 도망치는 비루하고 배덕한 짓거리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진혁님께서 이 악적들을 벌하여 주셨으니, 이 은혜에 절을 올리지 않는다면 이 두프르프는 사람의 예조차 다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부디 제 절을 받아주십시오!!”


두프르프의 뜨거운 눈물이 황무지를 적셨다. 그 뜨거운 목소리에는 스스로 원수를 갚지 못한 자의 한과 다른 이의 손을 빌려서라도 원수를 갚은 이의 환희가 뒤섞여 있었다. 이런 두프르프의 절을 내가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 그런 건 불가능했다.


쿵.


두프르프의 머리가 땅바닥을 찧으며 소릴 냈다.


“이 만고의 은혜! 두프르프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보은할 것임을 하늘과 땅에 맹세합니다!”


어찌나 세게 머리를 찧은 건지, 두프르프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내심 혀를 찼다. 이렇게까지 하다니. 좀 부담스러운데.


“일어나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아무리 NPC라지만, 내가 한 일을 긍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몸을 일으킨 두프르프의 이마에는 찢어진 상처가 있었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더러운 붕대를 꺼내 두프르프의 상처에 대충 감아주었다.


[응급치료]

- 등급 : 일반(Common)

- 숙련도 : S랭크

- 효과 : 비전투 상태에서만 사용가능. 대상의 생명력을 천천히 회복시키고 부상을 치료한다. 스킬 사용에 붕대가 필요하다.


응급치료 스킬의 S랭크 보너스는 가벼운 상태이상을 덜어주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대충 붕대를 감자마자 두프르프의 이마에서 흐르던 피가 바로 그쳤다. 두프르프의 ‘출혈’ 상태이상이 사라진 덕이었다. 상처 자체는 크지 않았으니, 붕대를 좀 감고 있으면 곧 완치될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두프르프는 내 응급치료의 효과에 놀라는 눈치였으나, 나는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았다. 그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빙긋 웃었다.


“그저 내 가는 길에 걸리적거려 발로 차낸 것뿐이니 보은이니 뭐니 너무 신경 쓰지 말게.”


목숨까지 걸어가며 보은하겠다고 나오면 나로서도 너무 부담스럽다. 이런 식으로 좀 겸양하더라도 은혜를 잊어버릴 상대 같아 보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충성 같은 건 필요 없으니 가능하면 그냥 보물 같은 거나 좀 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상대는 드워프니까.


그런 속내는 깨끗이 숨긴 채, 나는 두프르프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구울들을 조심할 필요를 덜어냈으니, 부락까지 가는 지름길을 택할 수 있겠군. 지치지 않았다면 안내를 부탁하도록 하지.”


*


두프르프의 드워프 부락은 지도 퀘스트 기준으로 보상이 3번 나올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내 걸음으로 치자면 대충 두 시간 정도 거리일까? 두프르프의 진행속도에 맞췄으니 실제로 이동한 시간은 그 두 배 정도 들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부스터의 효과 덕에 받은 지도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금화는 6개가 되었고, 이로써 내가 가진 금화는 250개가 되었다.


고작 몇 시간 만에 금화 230개를 번 셈이다. 금화 하나를 백만원으로 치자면 2억 3000만원쯤을 벌어들인 셈이다.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이 금화를 원화로 교환할 일은 아마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도착해서 본 드워프 부락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했다.


두프르프가 자신들의 부락이라고 하기에 거창한 게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집이라도 짓고 살 줄 알았더니······. 집은커녕 구덩이를 파고 적당히 큰 돌이나 바위를 얹어 그 안에 들어가 사는 게 고작이었다.


- 퀘스트 완료! 보상을 지급합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십시오.


어쨌든 여기가 캠프나 임시 거처 같은 게 아니라는 건 퀘스트가 완료됨으로써 확실해졌다.


‘그러고 보니 구울에게 쫓겨 다니며 살았다고 했었지.’


정착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건물을 세울 시간도 여력도 없었으리라.


“두프르프! 두프르프! 이 정신 나간 늙은이야! 어딜 쏘다니다 이제 왔단 말인가!!”


부락 안에 들어서자마자 검은 수염의 드워프가 호들갑을 떨며 두프르프에게 다가왔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네, 그려! 구울의 먹잇감이 된 줄 알았지 뭔가!!”

“나는 무사하네. 그리고 지금 내가 무사한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두프르프는 검은 수염 드워프에게 엄숙히 선언했다.


“마을의 모두를 불러 모으게.”

“으, 응? 마을 사람들 전부 말인가?”


검은 수염 드워프는 내 눈치를 힐끔힐끔 보며 두프르프에게 물었다.


“그보다 두프르프, 그 이방인은 누군가?”

“말조심하게!”


두프르프가 신경질적으로 소릴 빽 질렀다. 갑작스러운 두프르프의 히스테릭한 반응에 검은 드워프는 움찔 놀랐다.


“이분께서는 우리 마을의 구세주가 되실 분일세.”

“구, 구세주?”


검은 수염 드워프가 눈을 휘번득 떴다.


“그래. 내가 아주 무리해서 모셔왔단 말이야. 그 뿐만이 아닐세! 이 늙은이가 저 황야를 살아서 가로질러 온 게 이상하지 않나? 이상하게 여겨야 정상이지. 자넨 정상인가?”

“나야 정상이네만. 두프르프, 자네보다야 정상이지.”


두프르프의 두서없는 말에 검은 수염 드워프는 진저리를 치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내 눈치를 다시 한 번 보더니, 커흠 하고 목을 가다듬곤 내게 말을 걸었다.


“······귀하께서 정말로 저희의 구세주이십니까?”


귀하라. 드워프들은 꽤나 고풍스러운 말투를 쓰는군. 나는 조금 장난기가 돋아, 턱을 좀 매만지며 생각하는 척을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아닐세.”

“허어!”


검은 수염 드워프는 통탄을 하다가 두프르프를 보곤 호통 쳤다.


“아니라잖은가!”

“말조심 하게, 무례한 것!! 높임말을 쓰게!!”


두프르프는 다시 한 번 꽥 하고 소릴 쳤다.


“이봐! 무슨 일이야!!”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었는데, 아무도 안 나와 보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안쪽에서 회색 수염의 드워프가 기어 나왔다.


다른 드워프들도 구덩이에서 기어 나와 이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 숫자가 20은 넘지 않아 보이니, 부락으로서도 상당히 소규모라 할 수 있겠다.


“아, 아니! 여기 이리 좀 나와 보게! 두프르프가 돌아왔는데······.”


회색 수염의 드워프를 본 검은 수염 드워프가 반갑게 소리를 질렀다. 그와 반대로, 두프르프는 혀를 차며 말했다.


“흥, 이제야 기어 나왔군.”

“두프르프! 명도 질긴 늙은이! 어떻게 살아 돌아 왔나!!”


회색 수염의 말은 독설적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표정엔 반가움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런 회색 수염에게도 두프르프는 차갑게 고개를 저으며 잘라 말했다.


“내가 살아 돌아 온 게 중요한 게 아닐세!”

“아니, 산 사람은 살아야지. 왜 그게 안 중요해?”


어이없어 하는 회색 수염의 반응에도 두프르프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대로 두면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될 것 같아서 나는 두프르프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두프르프.”

“예, 이진혁님.”


두프르프는 내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주위의 수군거림이 훨씬 심해졌다.


“저 미친 두프르프가 사람처럼 구네?”

“저 이방인은 누구기에 두프르프가 저러는가?”

“멀리서 들었는데, 우리의 구세주가 되실 분이라던데?”

“구세주?”


다시 한 번 두프르프가 발끈하려는 것이 어깨에 짚은 손을 통해 느껴졌기에, 나는 살짝 힘을 주어 그를 막았다.


“난 너희들의 구세주가 아니다. 그저 난 한 가지 부탁을 받고 여기까지 왔을 뿐이지.”


내가 입을 열자, 수군거림이 뚝 그치고 침묵에 휩싸였다.


“서, 설마······. 그 부탁이라는 게······.”


주저주저 하다가, 검은 수염 드워프가 대표격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그렇다!”


두프르프가 소릴 꽥 질렀다.


“두프르프.”

“죄송합니다, 이진혁님. 감정에 북받치는 바람에 그만······.”


아직 이 자리에서 두프르프가 내게 어떤 부탁을 했는지에 대해선 단 한 글자도 제대로 발언된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자리의 모든 드워프들은 충혈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강렬히 느껴지는 감정의 이름은 바로 갈망이었다.


이들은 그렇게도, 말 그대로 꿈에도 그릴 정도로 원하는 것이리라.


작가의말

2018년 6월 28일 0시 45분 : 수정이 조금 되었습니다. 스토리의 큰 줄기에 영향을 주는 수정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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