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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전드급 낙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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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작품등록일 :
2018.06.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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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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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DUMMY


[헬리펀트 뿔 라켓]

- 분류 : 무기

- 등급 : 매우 희귀(Super Rare)

- 내구도 : 150/150

- 옵션 : 공격력 +11, 위엄 +2, 매력 +2

- 설명 : 헬리펀트 뿔을 재료로 만든 매우 아름답고 멋진 라켓. 당신이 헬리펀트의 돌격마저도 받아낼 수 있는 반격가라는 것을 주위에 알리기에 대단히 적합한 무기가 될 것이다.


없다!


이 아이템에 금화 2000개라는 내 전재산을 오버하는 예산을 투자할 가치 따위는 없었다. 왜냐하면······.


“야이······, 의장용 무기잖아!”


올라가는 공격력은 11에 불과하다. 물론 이것도 [녹슨 대검]보다는 높긴 했고, [홈런왕의 야구배트]의 세 배에 달하지만 옵션이 문제다. 위엄 +2에 매력 +2? 전투 옵션이 아니잖아!


= 아, 다른 제안도 와 있어요. 만약 헬리펀트 뿔을 팔겠다면 자신이 매입하겠다네요. 시가의 두 배를 주겠대요.


링링은 내 비난을 들은 척 만 척 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도 나름 제안을 들어볼 만은 했기에, 나는 꾹 참고 물었다.


“시가가 얼만데?”

= 금화 2천개요.

“······뭐?”


내 전 재산보다 조금 많다. 아니, 이건 시가니까······.


“금화 4천개에 사겠다고?”


갑자기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니, 순간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아니, 헬리펀트의 뿔을 가공한 라켓이 금화 2천개인데 그 두 배에 재료 아이템을 사들이겠다고? 이 오로토라는 장인, 제 정신인가?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링링은 낡은 전화기를 붙든 채 다이얼을 돌리며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 네. 잡은 지 얼마 안 된 헬리펀트의 뿔은 매우 희귀하니까요. 고객님의 [헬리펀트의 뿔] 정보를 보더니 그렇게 제의하더군요. 경매 같은 걸 붙여서 낙찰되길 기다리면 뿔의 신선도가 떨어지니, 그 전에 받아서 가공하고 싶다고 하네요.


저 다이얼 돌린다고 뭐 정보가 검색이나 되나 싶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다 태클 걸 데가 아니다.


뿔의 신선도라. 생각해본 적도 없다. 애초에 신선도라는 단어는 먹을 것에나 붙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었나? 나야 그렇지만 뿔 장인이자 뿔 마니아인 오로토라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오로토는 생산성이나 수익성은 도외시하고 멋진 물건을 만들어내는데 심취한 타입의 장인인 것 같았다. 그러니 이 훌륭한 뿔로 실전성이라고는 없는 의장용 무기나 만들고 앉았겠지.


=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냥 이 분한테 뿔을 넘기고 반격가용 무기를 상점에서 구매하시는 게 나을 걸요. 고객님도 이제 중요 연맹원으로 진급하셔서 희귀 무기도 구입하실 수 있게 됐으니까요.


링링의 발언은 지극히 온당했다. 금화 4천개가 뉘 집 애 이름도 아니고. 금화 하나를 100만원으로 치면 40억원이나 되는 거액인데.


= 아, 방금 제시액을 금화 5천개로 올렸어요. 이 이상은 무리라고 하네요. 오늘을 넘기면 뿔의 가치가 떨어지니 오늘 내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다고도 말했어요.


1분 고민하는 사이 뿔 가격이 10억원 올랐다.


“······뿔 가공 장인이 많이 남겨먹는 직업인가?”

= 솜씨 좋은 장인이라면 이미 돈 문제는 초월했을 걸요? 뭐, 금화 5천개는 장인들에게도 거금이겠지만요.


하긴 내게 라켓을 만들어주는 가공비만도 금화 2천개를 제시할 정도다. 벌이야 좋겠지.


= 그런데 방금 또 조건을 추가했어요. 금화 5천개에 자기가 만든 적당한 가공품 하나를 넘겨주겠다고 하네요.

“그만 하라고 해! 그 사람 거래할 줄 정말 모르네!!”


아무래도 내가 마음을 바꿔 먹을까봐 안달이 난 모양이다. 게다가 물건을 얹어주겠다는 걸 보니 여유 자금을 모조리 부은 건 사실인 모양이다.


“좋아, 딜!”


거래 결과.


나는 금화 5천개를 손에 넣었고, 뿔 가공 장인 오로토씨는 뿔을 받아갔다. 그리고 덤으로 온 가공품의 정체는 바로······.


[헬리펀트 뿔 라켓]


“이게 그거야?”

= 네. 보내준다는 가공품. 어차피 팔리지도 않으니 그냥 가져가라네요.


아무래도 반격가가 드물긴 드문 모양이었다. 이런 걸 공짜로 줄 정도니.


반격가의 희귀도와는 별개로, 뿔 라켓이 실전에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뿔을 그냥 무기로 써도 공격력 12인데, 뿔 라켓은 그것보다도 낮아지니. 손해 보는 느낌이 너무 피부에 닿게 느껴진다.


인벤토리에서 꺼내서 직접 보니 진짜 멋지긴 했다.


내 생각하곤 조금 다르게 라크로스 라켓 같은 모양이었는데, 뿔 특유의 프랑스식 군용 대검같은 실루엣은 그대로 살린 채 라켓만 달아둔 형태였다.


겉면에는 뭘 칠해둔 건지 석양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났고, 라켓과 봉의 연결 부위에는 회오리 같은 섬세한 조각이 새겨져 매우 기품 있어 보였다.


결론은······.


“이걸 어떻게 무기로 쓰냐?”


옵션만 보고 의장용 무기라고 폄하하긴 했는데, 받고 보니 진짜 의장용이었다. 어디 높으신 분이 행사 때나 들고 나올 법한 외견이지 않은가?


= 그러게요. 아, 오로토씨께서 뿔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전해달래요. 정말 크고······, 아름답대요. 또 구할 수 있으면 전력을 다해 매입할 테니 언제든 연락해달라네요.

“그래. 나도 라켓 잘 받았다고 고맙다고 전해줘.”


과연 이걸 쓸 일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말이지.


*


어느 차원의 어느 장소.


이진혁이 막 지옥 멧돼지, 공식적으로는 헬리펀트라고 명명된 필드 보스를 무찔렀을 때.


그들은 창문 하나 없는 작은 방에서 테이블 하나 놓고 둘러앉아 포커를 치고 있었다.


“······음?”


테이블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앉아있던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왜 그래? 또 블러핑이야?”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그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아니, 메시지가 하나 날아와서. E-20 지역에 배치해둔 살균병기가 망가졌다는군.”

“그게 중요해?”


맞은편의 남자는 메시지의 내용을 듣고도 여전히 까칠했다. 그런데 오른편에 앉은 남자가 끼어들었다.


“중요하지. E-1지역부터 20지역까지 관리하는 유능한 관리자님이시잖아. 적어도 포커보다는 중요하지.”

“넌 관리자 아닌 것처럼 말한다?”

“적어도 문제가 일어난 게 내 관할은 아니니까.”

“쳇.”


둘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 말고 맞은편의 남자가 혀를 찼다.


“여기서 그만둔다고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따고 도망가기 있어? 없지.”


맞은편의 남자는 오늘 잔뜩 잃어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왼편의 남자는 맞은편의 남자 눈치를 보고 있다. 그 둘이 하는 양을 보며, 오른편의 남자가 낄낄 웃었다.


“얼른 다녀와. 이러다 살균작업이 늦어지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질 거야.”

“귀찮은데······.”


메시지를 받은 남자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마침 쥔 패가 좋았다. 별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남자의 반응을 민감하게 캐치한 맞은편의 남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선심이라도 쓰듯 손을 내저었다.


“그래, 다녀와라. 허락해주지. 대신 도망치면 죽는다. 갔다 와서 다시 시작하자고.”

“뭐야. 이 판까지만 하고 갈 거야.”


버텨보려는 남자지만, 그런 그의 행동에 이미 테이블을 둘러앉은 다른 남자들은 다 눈치를 채버렸다. 이래서야 지금 와서 블러핑을 걸어봤자 다 죽을 게 빤했다.


“급한 일이잖아, 다녀와.”


왼편의 남자마저도 머뭇거리며 그렇게 말하니, 메시지를 받은 남자도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패를 내려놓았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꼭 죽인다.”


메시지를 받은 남자는 날개를 펼쳤다.


그 날개는 광휘로 이루어져 있었다.


*


그 날 밤에는 비가 내렸다.


나는 아직 드워프와 오크의 임시 주거지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반격가 스킬의 수련치를 마저 채우기 위해 오크들을 굴렸고, 드워프들은 내 녹슨 대검 99자루를 수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자 오크들과 드워프들은 모든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비다!”

“물이다!”

“생명이다!”


오크와 드워프가 뒤엉켜 서로를 부둥켜안고 소리 지르고 날뛰는 모습은 새삼 보기에도 대단한 장관이었으나 그것도 오래지는 않았다. 곧 그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펼칠 수 있는 천은 다 펴고 조잡하게나마 만들어둔 통과 항아리 따위의 뚜껑을 열어 빗물을 받기에 바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황무지에 비가 오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한다. 평소엔 오줌을 증류시키거나 서로 피를 빨아가며 버텼던 그들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그들은 기뻐하고 있었다.


오크와 드워프의 환호성을 들으며, 나는 드워프들이 나를 위해 파준 구덩이 안에 들어가 앉았다.


수련치를 채우는 건 급한 일이 아니었고, 빗물에 몸을 적셔가면서까지 수련치를 채우고 싶진 않았다.


구덩이 안에는 불을 피워놔서 별로 눅눅하지도 않았고 따스하기도 해서 나름 아늑했다.


자연스럽게 찾아온 졸음을 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딱히 잘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안 잘 이유도 없었다.


꿈을 꾸었던 건 같지만, 꿈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꿈에 신경을 쓸 여유도 없었고.


직감이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저 아늑하기만 한 이 구덩이 안에 대체 무슨 위협이 있다고?


나는 의문을 떠올리는 것보다 먼저 행동했다.


구덩이 바깥으로 뛰쳐나가자마자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폭발음이 목덜미 바로 뒤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먼저 명확하게 하자면 그것은 폭발음이 아니었다. 거대한 존재가 내가 방금 전까지 있던 구덩이를 짓밟은 것 같았다. 그런 흔적이 보였다.


= 도망쳐요!


크리스티나가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나는 직감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광휘의 날개를 단 존재만을 피해서.


“아저씨, 이런 데서 불 피우고 주무시면 안 돼요.”


그 존재가 내게 말했다.


저 놈이 내 안락한 구덩이를 짓밟은 범인인 건 거의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어떻게? 저 놈은 그리 거대하지 않았고, 단 번에 구덩이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을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놈은 겉보기엔 그냥 인간처럼 보인다. 아니, 날개를 단 시점에서 이미 인간이 아니지만. 지옥 멧돼지처럼 거대하지도 않고 블랙 드래곤처럼 딱 봐도 강해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 직감은 요란한 경종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놈은 블랙 드래곤보다 강하고, 내가 이제껏 보아온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하다는 것을.


“크리스티나. 저 놈은 대체 뭐야?”

= 교단의 인퀴지터예요!


교단? 인퀴지터? 이단심문관?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되묻기도 전에 크리스티나는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 설명할 시간 없어요! 도망쳐요!!

“······갑갑하군.”


저 날개 달린 놈을 피해서 어디로 도망친단 말인가? 내겐 S랭크 질주가 있긴 하지만, 그 스킬로도 저 놈을 따돌릴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놈은 광휘로 이루어진 날개를 퍼덕이지도 않고 허공에 멈춘 채, 날 벌레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디서 [캠프파이어] 스킬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지상의 잡균들에게 [불]은 금지되어 있다. 벌레.”


아무래도 날 벌레처럼 내려다본다는 건 내 일방적인 피해망상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벌레처럼 짓밟혀 죽어라.”


콰앙!




작가의말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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