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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전드급 낙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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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작품등록일 :
2018.06.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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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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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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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DUMMY


“큭!”


나는 내 앞을 가려 충격파에 맞섰지만, 그래도 몸이 밀려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도 죽은 놈의 시체에 황금빛 광휘가 밀려들고 있었다.


그 꼴을 보아하니 [레저렉션]이라는 스킬의 상세정보를 읽어보지 않아도 알겠다.


“놈이 부활하고 있어!”


인퀴지터는 분명 한 번 죽었다. 나한테 경험치가 들어온 게 그 증거다. 그렇게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는데도 부활하다니! 저런 스킬이 있다는 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설마 무제한으로 부활하는 건 아니겠지.”


부스터의 효과는 3분. 만약 정말로 무제한 부활이 가능하다면, 내 목숨도 3분 후에 끊긴다는 소리다. 간담이 서늘해지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욕심이 부풀어 올랐다.


“그건 또 그 때 가서 생각해야지.”


일단 지금 당장은 내가 더 강하다. 그렇다면 놈을 한 번 더 죽여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나를 사로잡은 욕심의 정체였다.


나는 뿔 라켓을 꽉 쥐었다. 라켓의 남은 내구도는 92. 즉, 앞으로 남은 [초절강타]도 2회. 다른 변수가 작용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한 번은 더 죽일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무모한 발상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이미 내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내 직감도 내 발상이 무모하다는 걸 인정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불가능할 것 같진 않은걸!”


나는 인퀴지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


인퀴지터, 새티스루카는 황금의 광휘 안에서 눈을 껌벅였다. 이 광휘가 뜻하는 바는 간단하고도 명확했다. 그가 지닌 스킬, [레저렉션]이 발동했다. 그 말인즉슨······.


‘내가 죽었었나?’


믿을 수가 없었다.


‘저딴 벌레에게?’


[분석] 스킬로 얻은 적의 정보는 틀림없었다. 이름은 이진혁에 반격가 7레벨. 아니, 랭크 업 보너스로 레벨 업을 했으니 이제 8레벨일 터. 크게 차이는 없다. 그래봤자 1차 직업의 저레벨 플레이어인 건 변함이 없으니까.


설령 자신의 정보를 가리거나 속이는 고유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한들 상관없었다. 그의 분석 스킬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럼 이 느낌은 뭐지?’


이미 한계에 가깝게 성장한 그의 직감 능력치는 그에게 끊임없이 권고하고 있었다.


‘도망치라고? 이 쓰레기 앞에서? ······말도 안 돼.’


자신의 직감을 무시하지 말라는 건 이미 공식화된 금언이었다. 그럼에도 새티스루카는 쉬이 직감을 따를 수 없었다.


‘적어도 그럴 만한 핑계거리는 있어야지!’


1차 직업을 상대로 도망쳤다간 대체 어떤 별명이 붙을까? 친구인 동시에 라이벌이자 적수인 이들이 그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겁쟁이라는 딱지가 붙음과 동시에, 교단 내에서 그의 위상도 추락하리라.


[분석]


그래서 그가 [레저렉션]의 무적효과가 풀리자마자 처음 쓴 스킬은 [분석]이었다. 그러고 보니 첫 분석으로 12% 밖에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던 게 지금 와서 신경 쓰였다. 추가로 분석에 성공하면 그 이유도 밝혀낼 수 있으리라.


성공하면 말이다.


따악!


- 당신의 [분석]이 목표에게 [받아쳐 날리기] 당했습니다!

- 적이 당신을 [분석]합니다!

- 회피 불가!

- 당신은 분석당했습니다! 분석률 : 4%


“뭐?!”


새티스루카는 너무 놀라서 큰 소릴 내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논리적으로는 이해했다. 상대는 반격가다. 즉, 이건 자신의 분석 스킬이 반격당한 결과다. 논리적으로야 그런 결론이 도출가능하나, 역시나 말도 안 된다.


‘고작 1차 직업이 내 분석을 반격해? 레벨 차가 몇인데!’


의문이 그의 내면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러나 그러고 있을 여유도 길지 않았다. 그의 직감이 요란하게 경종을 울려대고 있었다.


이진혁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신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큭! [이형환위]!!”


스킬 이름을 외쳐버렸다. 스킬의 발동조건으로 삼기에는 가장 안 좋은 타입이었다. 적에게 자신이 쓸 스킬을 가르쳐주는 거나 마찬가지니.


‘마음이 급한 나머지 평소 버릇이 나와 버렸어!’


지역의 관리자로서 그는 수준 아래의 벌레를 상대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벌레를 상대할 때는 조금쯤 멋을 부려도 풍류지만, 지금은 목숨이 걸린 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이진혁은 벌레가 아니다. 일격에 새티스루카를 죽였으니. 최소한 맹독을 지닌 독거미나 독사 정도는 된다. 독거미를 들고 장난을 치는 놈은 얼빠진 놈이다.


스킬명을 외치는 우를 범하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새티스루카가 사용한 스킬 [이형환위]는 효과적이었다.


짧은 거리를 별다른 움직임 없이 순식간에 이동하는 스킬로, 기습을 하거나 페이크를 넣을 때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긴급회피용으로 쓸 때도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이제까지는 그랬다.


‘!’


눈이나 귀 따위보다 피부가 먼저 반응했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그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었다. 이형환위로 첫 공격을 회피한 건 좋은데, 상대가 곧장 반응했다.


적, 이진혁은 그가 이동한 곳으로 곧장 따라와 그의 머리를 노리고 무기를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직감은 조금 전부터 전혀 다름이 없었다.


도망쳐라. 도망쳐라. 도망쳐라.


상황이 이쯤 되니 이젠 체면 차릴 여유도 사라졌다.


도망칠 수 있는 방향은 오직 한 곳. 지면뿐이다. 벌레들이나 굴러다닐 법한 흙바닥.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지만, 살아남으려면 찬 밥 더운 밥 가려선 안 됐다.


새티스루카는 곧장 지면을 향해 몸을 날렸다. 땅을 데굴데굴 구르다 보니 흙먼지가 씹혔다. 수치심이나 굴욕감보다 먼저 공포가 찾아들었다. 그 다음에 그를 방문한 건 후회였다.


‘도망칠걸!’


레저렉션은 강력한 스킬이나 발동에는 행운이 필요하다. 100% 발동하는 스킬이 아니다. 게다가 처음 발동할 때는 꽤 높은 확률로 발동하나, 연달아 죽으면 발동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죽은 간격이 짧을수록 그 확률이 더 떨어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즉, 이번에 또 죽으면 진짜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도망쳐야 해!’


안 맞아 봐도 안다. 아니, 사실 이미 한 번 맞아봤기도 했다.


적의 공격은 일격필살이다. 단 한 방만 맞아도 목숨은 없다.


두 차례 피하긴 했지만 다음에도 피할 수 있을지, 도저히 확신이 서질 않았다.


이진혁의 민첩이 자신보다 높다는 건 이미 확실해졌다. 적은 스킬을 사용하지 않은 채 몸놀림만으로 자신을 쫓고 있었다. 새티스루카보다 민첩이 50은 더 높아야 가능한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니 문제였다.


이쯤 되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적은 괴물이다.


이건 함정이다.


적은 자신을 1차 직업으로 위장하고 스스로를 미끼로 내던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토록 정교하게 짜인 함정에 걸려든 것이 새티스루카, 그였다.


‘도망칠 수 있을까?’


그 순간, 그 동안 요란했던 직감이 멈췄다. 더 이상 도망치라고 외치지 않는다.


관리자 자리까지 기어 올라오며 몇 번쯤 죽음을 맛봤던 새티스루카는 이 감각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안다.


‘죽는다.'


절망이 먼저 내려앉았고, 고통은 그 다음이었다.


콰아앙!


*


- 승리!

- 강적을 처치했습니다.

- 레벨 업!

- 레벨 업!


나는 다행히 이번에도 단 일격으로 새티스루카를 처치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크으······!”


폐가 찢어지는 것 같다. 아니, 찢어질 것 같은 건 폐뿐만이 아니었다. 전신의 근육이 다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증폭된 능력치에 기대어 무리한 동작을 취했던 게 화근이었다. 부스터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아무 문제없었으나, 효과가 끝난 다음이 문제였다. 능력치가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그 반동을 고스란히 다 받아내야 했다.


“죽이자마자, 허억, 바, 바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문제는 레벨 업으로도 부스터 후유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보통 레벨 업을 하면 생명력과 체력이 모조리 회복되는 것은 물론 가벼운 상태 이상도 해제되는데, 부스터를 쓴 후유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도 중도의 상태 이상이기 때문이겠지.


지금은 이렇게 냉정하게 분석 따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제발, 제발, 제발!”


저 인퀴지터 놈, 이름은 새티스루카라고 했던가. 만약 저 놈이 다시 한 번 살아나면 이번에야말로 나는 확실히 죽는다. 한 번 더 죽여주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스터 빨이었다.


부스터 지속시간인 3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나는 반동을 견디느라 원래능력조차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상태론 제대로 도망도 못 간다.


이름 : 새티스루카

직업 : 관리자 (최종 직업)

종족 : 천사 F타입 (최상위 종족)

레벨 : 20 (Max)


능력치

???? : ???

???? : ???

???? : ???

???? : ???

마력 : ???

내공 : ???


보유 스킬

[리절렉션], [천마군림보], [이형환위], [분석]

레전드 스킬 ?개 보유. 유니크 스킬 5개 보유.

그 외의 스킬 ???개 보유.


이건 내가 놈에게 분석 스킬을 쓴 결과물이다. 물론 놈의 분석 스킬을 [받아쳐 날리기]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랬다.


다른 사람의 상태창을 훔쳐보는 건 처음이라 꽤 두근거렸지만, 그 내용은 전혀 두근거릴 만한 것이 아니었다. 반대로 가슴이 철렁했다.


‘이걸 어떻게 이겨.’


비록 분석률이 낮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딱 보이는 것만 봐도 레전드급의 스킬 보유자에 유니크급의 스킬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데다 종족도 상위종족에 최종직의 만렙에 도달한 상태.


길게 말할 것 없이 그냥 끝판왕의 스펙이었다.


‘왜 처음부터 보스가 나오지?’


그나마 내 능력치가 좀 높은 덕에 2배 부스터의 효율이 좋아서 망정이지, 정식으로 붙으면 절대 못 이겼을 것이다.


그럼 계속 부스터 맞은 상태로 다니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건 불가능한 발상이었다.


- 부스터 앰플 쿨 타임 : 14일


고작 3분짜리 앰플인데 쿨 타임이 2주나 된다.


효과야 확실했으니 양심이 있으면 불만을 말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내 생사를 갈라놓는 후유증이다 보니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


5분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황금빛 광휘도 일어나지 않고, 산산조각 흩어진 새티스루카의 시체도 한 곳으로 모여들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 이진혁님께서 새티스루카님을 살해하셨습니다.

- 플레이어 킬!

- 카르마 연산 중······.

- 새티스루카님의 네거티브 카르마가 매우 높은 관계로, 페널티는 부여되지 않습니다.

- 이진혁님께 포지티브 카르마가 부여됩니다 : 1254점.


시스템이 새티스루카의 죽음을 인증해주었다.


즉,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죽였다.


“하, 하하하.”


크게 웃을 셈이었는데, 정작 입에서 나온 건 기운 빠진 헛웃음이었다.


털썩.


긴장이 풀리자 다리도 같이 풀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직도 손가락 끝이 덜덜 떨렸다.


“어휴, 살았네.”


달달달 떨리는 다리를 붙잡으며, 나는 입 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작가의말

이겼다!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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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029 +14 18.07.14 11,095 384 12쪽
28 028 +23 18.07.13 11,149 383 11쪽
27 027 +22 18.07.12 11,430 411 12쪽
26 026 +8 18.07.12 10,976 348 12쪽
25 025 +19 18.07.11 12,061 387 14쪽
24 024 +14 18.07.10 12,475 38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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