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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레전드급 낙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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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작품등록일 :
2018.06.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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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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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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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0

DUMMY

“······끝나고 보니 정말 좋았군!”


새티스루카를 두 차례나 죽이는 바람에 경험치를 잔뜩 먹어 반격가 레벨도 세 단계나 올렸고, 간파도 S랭크에 도달했다.


하지만 정말 좋았던 건 그런 게 아니다. 그런 게 될 수가 없다.


“운이······, 정말 좋았어.”


만약 새티스루카가 분석으로 내 능력치를 하나라도 봤으면 놈도 날 상대로 방심하지 않았을 것이고, 빈틈을 찾아 부스터 앰플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확실히 내 패배로 끝났다.


날 벌레로 봤던 새티스루카다. 날 살려둘 리 없으니, 그 패배는 곧 죽음과 동의어였다.


진짜 죽을 뻔했지만 안 죽었다. 살아남았다!


“어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옥 멧돼지를 잡았을 때와는 달리 격렬한 환희나 성취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그런가? 부스터 후유증은 아직도 내 신경을 갉아먹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이번 싸움은 내가 강해서 이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적의 방심을 틈타 운 좋게 이겼다. 실전에 강한 자가 진짜 강한 자라는 말도 있지만, 이렇게 이겼다고 환희하고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내 신경다발은 굵지가 못했다.


“이런 싸움을 두 번 하고 싶지는 않군.”


이렇게 혼잣말은 했지만, 아마도 나는 이런 싸움을 또 겪게 되겠지.


나는 뻐근한 어깨 근육을 주물렀다. 긴장이 풀리자 다른 걸 생각할 여유도 얻게 되었다.


“역시 새티스루카도 플레이어였나······.”


단지 상태창만 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새티스루카의 완전한 죽음이 시스템으로부터 인증된 후에 나타난 카르마 연산 메시지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흔히 그렇듯, 튜토리얼에서도 간간히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걸 막기 위해선지 튜토리얼에서 플레이어를 살해하면 네거티브 카르마라는 점수가 쌓인다. 그리고 네거티브 카르마 점수가 일정 이상이 되면 시스템으로부터 페널티를 얻는다.


반대로 포지티브 카르마를 쌓으면 네거티브 카르마를 상쇄할 수 있다. 포지티브 카르마를 쌓는 법은 간단. 네거티브 카르마를 많이 쌓은 범죄자를 죽이는 것이다.


내가 새티스루카를 죽였어도 플레이어 킬로 인해 페널티를 받기는커녕 포지티브 카르마를 받은 것도 새티스루카가 최소한 1만 2천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죽인 미친놈이기 때문이다.


보통 네거티브 카르마는 한 명 죽일 때마다 1씩 쌓이고, 포지티브 카르마 보상은 죽인 플레이어가 지닌 네거티브 카르마의 10%니 가능한 계산이다.


살인을 살인으로 상쇄하는 이 시스템은 꽤나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튜토리얼 내에서 살인범의 숫자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좋았다.


뭐,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새티스루카를 죽임으로써 카르마 연산이 일어났다는 현상 그 자체였다.


카르마 연산은 플레이어들끼리의 살생으로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즉, 새티스루카는 플레이어다.


매우 간결한 삼단논법이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의문점도 매우 많았다.


교단이라는 단체는 뭐하는 놈들이기에 플레이어를 인퀴지터로 데리고 있는가? 왜 그 인퀴지터인 새티스루카는 레벨 차는 날지언정 그래도 같은 플레이어인 날 보자마자 벌레라 부르며 죽이려 들었는가? 애초에 교단이라는 건 대체 뭔가?


이런 의문들은 내가 혼자 생각한다고 답을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정보가 더 필요했다.


나는 아까부터 닥치고 있는 크리스티나를 불러내기 위해, 레벨 업 마스터를 꺼내들었다.


그녀에겐 물어볼 게 아주 많았다.


*


= 이진혁님, 정체가 대체 뭐에요?


내가 먼저 질문세례를 퍼부으려고 했는데, 레벨 업 마스터를 켜자마자 크리스티나가 먼저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그냥 갓 튜토리얼에서 나온 플레이어라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물론 정규 커리큘럼, 그러니까 퀘스트 라인을 따라 졸업한 게 아니라 힘 100의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는 비밀이 있긴 했지만.


비밀은 숨겨야 하기에 비밀.


나는 아직 크리스티나에게 내 비밀을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내 이름은 이진혁. 중요 연맹원이지.”

= 평범한 연맹원이 단독으로 인퀴지터를 살해했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어요.


크리스티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야 그렇지. 그녀의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저걸 어떻게 죽여.


나도 운이 좋았던 것뿐이다. 상대의 방심과 적절한 아이템 구사가 어우러지지 않았다면 절대 빚어낼 수 없었던 우연적인 결과다.


“그럼 내가 좀 특별한가보네?”


그러나 나는 진실을 숨기고 적당히 허세를 떨었다.


원래 사내는 허세를 떠는 존재다. 그리고 나도 사내다.


= ······그래요. 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어요.


크리스티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어쨌든 이 일로 인해 연맹은 발칵 뒤집혔어요. 안 그래도 주목을 모으던 유망주가 하루 만에 중요 연맹원으로 올라서고는 인퀴지터마저 잡아내다니······. 각 세력이 이진혁님을 영입하고자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요. 잘못했다간 연맹에서 내전이 벌어질 기세라고요.


그건 좀 곤란한데.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 ······어, 글쎄요.


크리스티나는 그런 질문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그러더니 문득 상쾌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 애초에 제가 이진혁님께 어떻게 하라고 말씀 드릴 권한이 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렇긴 하네.


= 그냥 원하시는 대로 하시면 돼요.

“아니, 딱히 원하는 건······. 없나?”


사실 있다.


더 강해지고 싶다.


아니, 사실 그냥 강해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내게 모티베이션을 불어넣어줄 강적을 원한다. 하지만 이건 이미 만족되었다.


교단의 인퀴지터라는 말도 안 되는 강력한 존재는 강적을 원한다던 내 소망을 우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세도 너무 세잖아! 나라고 죽길 바란 건 아니라고!


어쨌든 내게는 확실히 원하는 바가 있다. 이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세력의 힘을 빌리는 일도 뭐, 앞으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어디 소속되면 소속된 단체의 의중에 따라 움직여야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걸 원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여러 세력이 날 영입하고 싶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조직의 부품으로써 원하는 것일 터이다.


게다가······, 크리스티나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나는 지금 지나치게 고평가 되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인퀴지터를 잡은 것으로 인해 능력 이상의 평가를 얻고 있다.


지금이야 이 고평가를 이용해 더 좋은 조건으로 뭔가를 더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런 건 장기적으로 별로 좋지 않다. 결국 실상이 까발려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얻어낸 것 이상을 토해내야 할 가능성이 지극히 높았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인퀴지터를 잡은 건 어디까지나 운이다. 실제 실력으로 인퀴지터를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그것을 내 경력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그때까지 어디에도 이력서를 내선 안 된다.


‘더 강해져야 할 이유가 추가되었군.’


취미와 실익을 겸하게 되었으니, 나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뭐,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지.”


나는 그런 내심을 숨기고, 그냥 고개를 한 번 흔들어보였다.


“그보다 그 교단이란 거에 대해서 좀 가르쳐줘. 그 놈들 대체 뭐야?”


일단 지금 필요한 건 정보다. 크리스티나의 호들갑스러운 평가가 아닌, 객관적인 정보. 그래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테니까.


= 교단은 인류연맹과 대치하고 있는 적 세력 중 하나예요.


크리스티나는 그렇게 설명해주었다. 너무 간단하다.


“교단이라면 신을 모시겠군. 무슨 신을 모시는 교단이지?”

= 하나의 신이 아니에요. 말하자면 만신전(Pantheon)에 소속된 모든 신들이라 할 수 있겠군요.


만신전이라. 그 단어는 들어본 기억이 있다. 분명······,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고대 로마 제국에서 정벌한 각 지역의 신들을 한데 모아놓은 신전이었나. 그런 거였을 거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 모든 신들이 인류나 인류연맹과 대립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교단이라는 단체는 인류연맹을 적대시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맹목적으로 인류를 적대시하는 이들이 바로 교단의 인퀴지터들이죠.

“내가 상대한 놈인가.”


기본 기조가 다신교인 주제에 이단심문관이 따로 있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들이 적대시하는 게 ‘이단’이 아니라 인류라는 건 더 웃기는 일이었다. 그런 것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은 내 입장에서는 별로 웃을 기분이 들지 않지만 말이다.


= 인퀴지터는 말하자면 이진혁님의 선배 격이에요. 그것도 까마득한 선배죠.

“······뭐?”


놀라 되묻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그랬나 싶기도 했다.


= 신들이 튜토리얼에서 두각을 드러낸 플레이어를 자신의 어포슬이나 인퀴지터로 영입하는 건 과거에는 흔히 있는 일이었어요.

“그렇군······.”


이건 나도 몰랐던 일이다. 크리스티나는 이걸 ‘과거에는 흔히 있던 일’이라고 하기도 했고. 그 말인즉슨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 아마도 내가 튜토리얼에 끌려오기 전의 일이었던 거겠지.


“그렇다면 튜토리얼을 만들고 운영한 것도 신들인가?”


이것은 내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의문이기도 했다.


누가,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튜토리얼을 만들었는가?


거기에서 주어로 들어가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는 바로 신이었다. ‘어떻게’는 신의 힘으로, ‘무슨 목적으로’는 자신이 부릴 하인격의 존재를 교육시키고 발탁하기 위해. 앞뒤가 딱딱 맞아들었다.


= 아뇨, 꼭 그렇지는 않아요.


그런데 내 가설을 들은 크리스티나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 튜토리얼에는 다양한 세력이 개입되어 있었죠. 만신전도 물론 튜토리얼에 큰 지분을 가지는 세력이지만, 거기 못지않을 정도로 큰 지분을 가진 세력이 만마전(Pandemonium)이에요.


만마전이라······. 그건 또 흥미로운 키워드지만, 내가 주목해야 할 건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인류연맹도 개입되어 있다?”


바로 ‘다양한 세력’이라는 문구다.


만신전과 만마전, 둘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문구이기도 했다.


게다가 튜토리얼에 인류연맹이 개입되어 있지 않으면 시스템과 연계되는 레벨 업 마스터의 존재가 설명이 안 된다. 레벨 업 마스터는 어디까지나 인류연맹 소속의 디바이스니까.


나의 추론에 크리스티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부정할 수는 없겠군요.

“그럼 결국 튜토리얼을 만든 건 누구야?”

= 저도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세계라는 게 중론이에요.

“세계?”


의외의 대답이었다.


= 네. 생명체들이 발붙이고 사는 세계 그 자체요.


예를 들자면 지구인에게 있어 세계란 지구고, 그 지구가 직접 만들고 운영하던 게 내가 머물렀던 튜토리얼 세계였던 모양이다.


= 언제까지고 고립주의를 추구하며 폐쇄적으로 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튜토리얼 세계는 다른 세계와의 전면적인 교류를 앞둔 세계의 교육 커리큘럼이에요. 뜨거운 물에 들어가기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몸을 익숙해지게 만드는 식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할 거예요.

“말 그대로 튜토리얼이었다?”


튜토리얼 자체가 교육 프로그램을 뜻하는 단어다. 게임의 튜토리얼 모드는 게임에 익숙해지기 위해 치르는 연습 게임이고. 튜토리얼 세계가 만들어진 원래 의도가 그렇다는 건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나 크리스티나는 내 되물음에 씁쓸한 듯 고개를 저었다.


= ······원래는 그랬죠.


작가의말

독자 여러분의 사랑에 힘입어 어느새 이 작품도 20화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는 아직까지 말씀 드린 적 없지만 저도 선호작, 추천, 덧글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쭈벤님님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주신 후원금 아깝지 않도록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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