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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8.06.25 14:47
최근연재일 :
2018.08.07 19: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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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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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4
글자수 :
281,937

작성
18.06.2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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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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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
글자
10쪽

3장. 월드 히어로(1)

DUMMY

눈을 뜨자 하얀 천장이 보였다.

“끄악······.”

몸이 끔찍할 정도로 뻐근하다. 힘겹게 목을 돌리자 병원에서나 볼 법한 의료기기가 눈에 들어왔다.

왼쪽 발은 깁스가 되어 있고, 가슴 쪽에도 붕대가 칭칭 감겨 있다.

‘완전 엉망이네.’

그래도 살았다.

나는 아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부상이 심했지만 어떻게든 살긴 산 모양이다.

나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링거 옆에 함께 매달린 무통 주사를 바라보았다.

‘진통제를 엄청 넣고 있나보네. 몸에 감각이 별로 없어. 그런데 목이 엄청 마른데······.’

사람을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나는 바늘이 안 꽂힌 오른팔을 계속 더듬거렸고, 그러다 침대 옆에 달린 작은 버튼을 찾아내 눌렀다.

꾹.

그러자 놀랍게도, 불과 10초 만에 병실 문이 열리며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왔다.

“오! 신이여! 깨어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신께서 우리를 도우셨습니다!”

의사는 영어로 소리치며 급하게 내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심지어 함께 들어온 간호사들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기적이야!”

“감사합니다,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깨어났어······ 흑흑···.”

‘뭐지? 왜들 저래?’

어쩌면 내가 완전히 죽다가 살아났을지도 모른다.

마치 기적처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족도 아니고, 병원 직원들이 저렇게 감격을 할 정도인가?

하지만 당장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나는 눈을 벌리고 펜 라이트를 비추는 의시를 보며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물을 좀······.”

“네?”

“물······.”

“물이요! 아! 알겠습니다! 간호사! 당장 생수를 가져오도록! 그리고 기자들에게 전달해! 미스터 심이 의식을 회복했다고!”

“알겠습니다!”

간호사 한 명이 마치 명령받은 군인처럼 대꾸하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겨우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살았으니 다행이야······ 그런데 기자들이라고? 대체 무슨 소리지?’


* * *


의식을 회복한 지 두 시간쯤 지났을까.

“일단 이것부터 보세요.”

병실에 새로 들어온 한국인 여 의사는 대뜸 태블릿 부터 눈앞에 내밀었다.

화면에 뜬 건 유튜브 영상으로, 제목은 ‘Miracle of divine’이었다.

“미라클 오브 디바인? 신의 기적?’ 신성한 기적?”

“대충 그런 의미겠죠? 영상을 올린 건 하와이 경비대의 유류품 관리소 직원입니다.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올렸지만······ 이젠 아무도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요.”

그리고 동영상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꾹.

그러자 내 얼굴이 나왔다.

‘엥? 나?’

영상의 나는, 카메라를 보며 영어로 천천히 말하고 있었다.


[어······ 그래. 악몽이라면 악몽이야.]

[비행기에서 악몽이라니, 끔찍하네요.]


대답하는 건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제야 깜짝 놀라며 의사를 보았다.

“이거 설마? 그때 비행기 안에 그거?”

“일단 계속 보세요.”

의사는 빙긋 웃었다. 영상의 나는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한국에 여행 다녀 온 거야?]

[아뇨. 중국이요. 먼지가 너무 심해서 마스크만 쓰고 다녔어요.]


물론 모두 기억 난다.

꼬마는 나와 잠시 대화를 하다가 캠코더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고, 영상에는 꼬마의 아버지와 내가 가볍게 대화하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

“아······.”

내가 신음소리를 내자, 의사는 급하게 영상을 멈추며 말했다.

“이 부근은 환자분께서 다시 보실 필요는 없겠죠. 괜히 트라우마만 자극할 테니까요.”

물론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딱히 반대하진 않았다. 의사는 영상을 몇십 분 정도 뒤로 당기며 말했다.

“솔직히 저는 이런 일이 벌어 질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요. 아무리 인간이 위기의 순간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해도······. 아, 여기부터 보면 되겠네요.”

의사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잠자코 의사가 당긴 부근부터 영상을 다시 시청했다.

콰당! 콰다다당!

화면이 정신없이 회전하며 돌고 있다.

아무래도 꼬마가 들고 있던 캠코더를 놓친 모양이다.

기내의 바닥에 떨어진 캠코더는 온 사방을 굴러다니며 혼란스럽게 사방을 비췄고, 이내 엄청난 충격과 함께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비행기 밖으로? 그럼 비행기가 착륙한 이후인가?’

날아간 캠코더는 그대로 모래사장의 어딘가에 떨어졌다.

그 난리를 치르는 와중에도, 캠코더는 기적적으로 고장 나거나 꺼지지 않고 계속 작동했다.

‘완전 튼튼한데?’

그리고 절묘하게도, 모래사장에 떨어진 캠코더의 렌즈는 반쪽 난 기체의 절단면을 아슬아슬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바로 그 아슬아슬한 곳으로부터 내가 두 사람을 부축하며 밖으로 튀어 나왔다.

나는 억지로 두 사람을 끌며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 까지 걸어 나갔고, 잠시 후에 다시 카메라의 안쪽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비행기 속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에는 백인 여자와 동양인 꼬마를 데리고 또다시 밖으로 나왔다.

나는 눈을 부릅뜨며 영상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이거······ 설마?”

“네.”

“설마 전부?”

“네. 이 영상에는 심 선생님이 그때 하신 모든 일이 촬영되었습니다.”

의사는 천천히 대답했다.

하지만 담담한 목소리와는 달리, 나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거의 신화나 전설 속의 인물을 보는 것처럼 들떠있었다.

영상 속의 나는, 내가 봐도 처참하기 그지없는 몰골이었다.

비행기 안으로 다시 들어갈 때마다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채 미친 듯이 달렸고.


[제발! 제발 죽으면 안 돼!]


‘내가 저런 말을 했었나?’

다시 아이들을 데라고 밖으로 나올 때 마다, 죽을 것처럼 숨을 헐떡이며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러댔다.


[끄악! 우아아아아악!]


온 세상이 비행기의 잔해에서 나는 소음으로 가득했지만, 그 와중에도 내가 지르는 소리는 또렷하게 캠코더에 녹음되어 있었다.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다섯 번째로 비행기 안에 들어가는 내 모습을 지켜보았다.

“제가 대체······ 몇 번이나 저 안으로 돌아갔던 거죠?”

“총 일곱 번입니다.”

의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환자분, 아니 심 선생님은 일곱 번이나 다시 기내로 뛰어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총 15명의 귀중한 인명을 구해 내셨죠. 그야말로 기적적인 일입니다.”

“15명이라······ 여기서부터는 저도 기억 잘 안 나네요.”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기억이 나는 게 더 이상할 정도에요. 당시 선생님의 몸은 사실상 걸어 다니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중상을 입은 상태였으니까요.”

의사는 손에 든 차트로 시선을 옮기며 안경을 끌어 올렸다.

“왼쪽 엄지발가락 분쇄골절을 시작으로 왼발 전체의 중증 타박상. 우측 늑골 2개의 복합골절, 외상성 뇌손상, 전신 타박상에 과다 출혈 까지······ 완전 종합병동이었네요.”

“전신 타박상이요? 마지막 폭발 때문에 입은 겁니까?”

“아닙니다.”

의사는 약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마지막 폭발 전에 입은 부상에 대한 차트입니다. 이미 폭발 전에도 선생님은 이미 온몸에 광범위한 타박상을 입은 상태셨습니다. 아마도 늑골이나 발가락의 통증 때문에 다른 부위의 통증을 자각하지 못하셨던 게 아닐까요?”

아마도 그랬던 모양이다. 나는 손가락을 뻗어 잠시 동영상을 멈추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온몸이 쑤시는 것 같네요. 좀 쉬어야겠어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밀어 붙인 모양이네요.”

의사는 급하게 태블릿을 집어 들며 말했다.

“심 선생님께서는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마지막 폭발로 후두부에 큰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후두부요? 뒷머리?”

“네. 파편이 박히고 부종이 심해서 수술을 했습니다. 거기에 등 쪽에도 파편이 크게 박혀서 대 수술을 했는데······ 아무튼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살아난 게 기적이에요.”

나는 그제야 처음 달려 들어온 의사와 간호사들의 반응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렇게 난리를 쳤군요. 제가 수술 후에 얼마 동안 기절 해 있었나요?”

“20일입니다.”

“20일이나?”

“좀 더 늦어지면 여러 가지로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정말 천만 다행이에요.”

의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당장 살아남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저곳에 감각이 없는데······ 진통제 때문에 이런 건가요? 혹시 후유증이 남을까요? 장애라던가······ 그리고 수술비나 병원비는 어떻게 되죠? 제가 돈이 별로 없어서······ 아, 이번에도 하와이에 살고 있는 친구가 놀러 오라고 해서 여행을 갔던 건데······.”

“병원비요?”

의사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지금 병원비라고 하셨나요?”

“아······ 네. 이건 사고니까 혹시 나라에서 대주나요? 아니면 항공사라던가.”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의사는 순간 흥분하며 멈춰진 태블릿 영상을 눈앞에 내밀었다.

“선생님은! 그런 걸 신경 쓰실 필요가! 전혀 없어요! 이걸 보세요! 제가 왜 오자마자 선생님께 이걸 보여드렸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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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1장. 내 앞의 운명(2) +22 18.07.20 12,300 36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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