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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8.06.25 14:47
최근연재일 :
2018.08.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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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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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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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글자
11쪽

3장. 월드 히어로(2)

DUMMY

“그야······ 제가 좋은 일을 해서?”

“이건 좋은 일 정도가 아니에요! 기적이라고요! 기적!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테러 사건을 선생님이 혼자서 뒤집어 엎으셨어요! 이걸 보세요, 이거! 이 숫자를 보시라고요!”

의사는 손가락으로 영상의 조회수를 마구 두드렸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숫자를 천천히 세기 시작했다.

“일, 십, 백, 천, 만······ 우와, 4백만?”

“4억이에요!”

“4억?”

“전 세계에 이 영상을 본 사람만 4억 명이 넘는다고요! 이미 선생님은 전 세계의 영웅이에요! 기적의 생존자! 중상을 입은 몸으로 열다섯 명의 사람을 구해낸 불굴의 영웅! 심지어 그중에 열 명은 어린아이에요! 이제 막 피어나려는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무려 열 명이나 구해내셨다구요!”


* * *


여의사는 온몸을 부들거리며 전율했다.

아무래도 환자 앞이라 참고 있던 본심을 한순간에 폭발시킨 모양이다.

나는 흥분해서 막 울려고 하는 의사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

“저기······ 괜찮아요?”

“네? 아, 네. 물론이죠. '그 분'을 제가 직접 치료하게 되다니 저는 정말이지 너무 떨려서······ 음. 아니, 이거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의사는 급하게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너무 흥분했던 모양이네요. 사과드립니다. 선생님.”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냥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세요. 선생님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말도 안 됩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하와이의 기적’을 함부로 부를 수 있겠어요?”

의사는 양팔을 펼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하와이의 기적이요?”

“네.”

“밖에서는······ 지금 저를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까?”

“어디 그것뿐이겠어요? 영웅, 구세주, 초인, 구원자, 철인, 국민 아저씨······.”

“잠깐, 국민 아저씨는 또 뭔가요?”

“국민 여동생의 아저씨 버전이죠. 물론 제 생각에 선생님은 절대 아저씨로 불릴 나이가 아니지만요.”

“···뭔가 무시무시하네요.”

“저야말로 선생님을 앞에 놓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게 무시무시해요. 선생님은 아직 모르고 계십니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온 세계가 입을 모아 선생님을 찬양하고 있어요. 바티칸은 선생님을 성인으로 추대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구요!”

“성인이요?”

“네, 성인.”

“전 아직 살아 있는데요? 심지어 종교가 가톨릭도 아니고?”

“지금 상황에서 그런 건 아무 상관없어요. 이건 실례되는 말이지만, 만약 돌아가셨다면 십중팔구는 성인으로 추대되었을 겁니다. 농담 같지만 정말 그런 기세입니다. 아무튼 대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의사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나는 띵한 머리를 억지로 다잡으며 물었다.

“혹시 이 태블릿, 제가 좀 써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혹시 불편하시면 제가 조작해 드릴까요?”

“아니, 괜찮습니다. 제가 할게요.”

나는 눈앞으로 훅 들어오는 여의사의 몸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힘겹게 손가락을 움직여 인터넷을 열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포털에 연결하자, 첫 페이지 부터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속보, 심건 의식 회복.]


‘이거 나 말하는 건가?’

기사의 내용은 간단했다.


[(속보)하와이 주립병원 측은 오늘 전 8시(현지 시간)경, 심건(32)씨가 의식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놀라울 만큼 짧은 속보였다. 그런데 그 밑에 달린 댓글의 숫자가 엄청났다.


-현재 댓글 123,619


“댓글이 10만개가 넘었다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기사와 댓글에는 민감하다. 나는 침을 삼키며 병실에 달려 있는 시게를 바라보았다.

‘고작 열 시 밖에 안됐는데······.’

소식이 전해진지 불과 두 시간 만에 달렸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숫자였다.


└역시 국민 아저씨! 아저씨는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는다!

└회복하시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매일 같이 심건 씨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회복해서 한국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완전 대박! 한국의 희망은 죽지 않는다!

└역시 심건은 초인이다. 슈퍼 히어로가 이 정도로 쓰러질 것 같아?

└이럴 줄 알았어! 어떤 정신 나간 놈이 뇌사라고 헛소문 퍼뜨린 거냐!


베스트 댓글만 봐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빙긋 웃었다.

“그 정도로 놀라기엔 일러요. 지금 한국은 아직 새벽이니까요. 몇 시간 지나면 선생님의 회복 소식에 발칵 뒤집어 질 거예요.”

“아······.”

“그리고 사실 한국은 별거 아니에요. 중국 쪽 열기는 훨씬 대단하다니까요? 포탈 기사에는 댓글이 천만 개도 넘지 않았을까요?”

“천만 개! 그런데 중국이요?”

“네, 중국. 차이나.”

“중국은 갑자기 왜요?”

“선생님이 구하신 사람 중에 아홉 명이 중국인이거든요.”

“아······.”

순간 가운데 좌석에 앉아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의사는 뿌듯한 얼굴로 기지개를 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그중 다섯 명은 아이들이고. 그리고 아까 보셨잖아요? 유튜브 영상을 본 사람이 4억 명이 넘는다고요.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선생님을 다 알고 있어요.

”단순히 4억 명이라고 해봐야 너무 엄청난 숫자라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사는 다시 유튜브를 틀고 영상이 올라온 날짜를 강조했다.

“심지어 이 영상이 올라온 지 아직 열흘도 안 지났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볼지 아무도 몰라요. 안 그래요? 벌써 그 몇 분 사이에 조회 수가 100만이나 더 올랐잖아요?”

아무래도 이 의사는 분 단위로 동영상의 조회수를 확인하고 있던 모양이다.

‘진짜 엄청난 일이 벌어졌구나······.’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처구나가 없기도 해서 그냥 웃었다.

그리고 무심결에 재능 스토어에서 벌어졌던 일을 떠올렸다.

‘맞아! 카르마!’

그러고는 반사적으로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카르마 비전!‘

그 순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나 자신의 카르마가 눈앞에 떠올랐다.

‘세상에! 뭐야 이건!’

나는 한참 동안 눈을 부릅떴다. 의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괜찮으시나요? 혹시 두통이나 어지럼증이라도?”

“아니······ 아닙니다. 그보다도 의사 선생님?”

“수연이라고 부르세요.”

“네?”

“저는 박수연입니다. 전공은 신경외과구요. 지금은 서울 대학병원에서 외래진료와 수술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 나이도 젊은 것 같은데 대단한 인재인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을 요구했다.

“그럼 박 선생님. 아니 박 교수님. 혹시 지금 당장 수면제를 주실 수 있나요?”

“네? 수면제요?”

“네. 아무래도 제가 지금 당장······ 잠을 좀 자야 할 것 같아서요.”

의사 입장에선 대단히 뜬금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내 눈에 보이는 숫자는 그만큼 내 행동을 재촉하고 있었다.


선한 카르마: 7-> 30159.

악한 카르마: 3-> 1230.


* * *


루 사장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활짝 웃으며 날 맞이했다.

“환영합니다, 고객님!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

“아······ 안녕하세요.”

20여일 만에 보는 루 사장의 얼굴은 꽃처럼 환하게 펴 있었다.

원래도 놀랄 만큼 미인이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패왕과도 같은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저는 여기서 전부 다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역시! 이래야 제 고객님답죠!”

그녀는 약간 주저하는 내 옆으로 먼저 바짝 붙으며 은근 슬쩍 허리에 손을 감았다.

“저는 건이 씨가 이렇게 될 줄 다 알고 있었다니까요? 건이 씨도 알고 계시죠? 지금 전 세계가 건이 씨의 활약에 칭송을 보내고 있다는 걸?”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아직 자세히는 모르지만.”

박 교수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가져온 태블릿을 도로 빼앗아 가지고 돌아갔다.

그러자 루 사장은 뿌연 세상의 이곳저곳에 거대한 대형 스크린을 만들어 내며 소리쳤다.

“자! 이걸 보세요! 건이 씨가 의식을 잃었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첫 번째 화면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광장을 비추고 있었다.


[지금 이곳은 광화문 광장입니다! 이미 자정이라는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모인 수만 명의 시민이 모두 촛불을 들고 심건 씨가 무사히 살아 돌아오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격양된 멘트와 함께, 카메라는 높은 곳으로부터 촛불로 가득한 광장을 내리 비췄다.


[현재 ‘내셔널 항공 974편 테러 사건’, 속칭 ‘하와이 비행기 테러 사건‘에서 의로운 행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심건 씨는 하와이 주립병원에 큰 중상을 입고 입원중입니다.]

[병원 측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심 씨의 부상 상태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밝혔습니다. 일부 전문가의 의견으로는 코마 상태가 장기화 되면 회복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 보고······.]


“아, 이건 사흘 전의 방송이에요.”

루 사장이 살짝 끼어들었다. 그 사이, 화면의 아나운서는 광화문에 나온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돌리며 이런저런 멘트를 따고 있었다.


[심건 씨는 정말 우리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깨어나서 우리 곁에 돌아와 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그 영상을 보고 바로 광장으로 뛰쳐나왔어요! 오늘 여기서 밤새면서 응원할 겁니다! 심건 파이팅! 절대로 포기하면 안돼요!]

[비행기가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데 계속해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을 구해 가지고 나오는 걸 보니 저도······ 저도······ 흐윽······.]

[먼저 이번 테러로 희생당한 모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심건 씨가 반드시 회복해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기원합니다.]

[슈퍼 히어로 심건! 초인 심건! 아자아자! 파이팅!]

[기사를 보니까 심건 씨가 어렸을 때 안타까운 일을 많이 겪으셨더라고요. 이제 더 이상 나쁜 일 없이 꼭 회복하셔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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