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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재능 스토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8.06.25 14:47
최근연재일 :
2018.08.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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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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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6장. 스토어 룰(1)

DUMMY

파울 슈미트 교수는 여러 장의 MRI사진을 가리키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것은 심건 환자의 왼쪽 발로, 이쪽이 2주 전에 찍은 사진이고, 이쪽이 어제 찍은 사진입니다.”

“이건 정말······ 놀랍군요.”

박수연 교수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심각했던 분쇄골절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회복되다니······.”

“이건 의학계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제가 캘리포니아에서 여기 오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슈미트 교수는 캘리포니아 대학 병원의 저명한 외상 전문의였다.

박 교수는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도 여기 온 지는 며칠 안됐습니다. 사실 환자를 치료하기 보다는 일종의 ‘대한민국 특사’ 느낌으로 온 거라서요.”

“이게 사실이라면 하와이 주립병원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절 회복클리닉을 가진 셈입니다. 그동안 수천 건의 임상사례를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그리고 더 무서운건······.”

슈미트 교수는 심건의 척추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이쪽입니다. 처음 사진과 소견서를 봤을 때는 환자에게 하반신의 부분 마비나 중증의 보행 장애가 남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런데 거의 깨끗하게 회복됐죠.”

“척추는 이런 식으로 자연 회복이 가능한 기관이 아닙니다!”

슈미트 교수는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로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감도 못 잡겠습니다. 혹시 제가 모르는 기적의 신약이 개발된 겁니까? 아니면 ‘하와이의 기적’을 위해 비밀리에 연구 중이던 특수 회복 키트를 동원했다던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박 교수는 감탄한 얼굴로 여러 장의 사진을 둘러보았다.

“제가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기 전 까지는 특별한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변화는 의식을 회복한 이후 지금까지 나흘 동안 벌어졌습니다.”

“그게 더 말이 안 됩니다! 지난 나흘 동안 심건 환자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침대에 누워 있던 것뿐이지 않습니까?”

“하······ 아닙니다.”

박 교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틀 전에는 자기 발로 일어나서 혈액 보관실에 숨었습니다. 거기서 난입한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난투를 벌였고, 상대를 결국 쓰러뜨렸습니다. 이게 이틀 전에 벌어진 ‘하와이 주립병원 테러사건’의 진실입니다.”

“말도 안 돼!”

“거기에 혈청도 없이 자신의 몸에 침투한 독을 중화시켰습니다. 심지어 용혈독과 신경독이 섞인 끔찍한 맹독인데도 말이죠.”

“신이시여······.”

슈미트 교수는 가슴에 성호를 그으며 눈을 감았다.

박 교수는 테이블에 놓아둔 태블릿을 다시 집어 들며 문제의 유튜브 영상을 다시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조회수가 8억을 돌파했군요. 나흘 사이에 거의 두 배가 올랐어요.”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지금으로썬······ 환자의 몸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을 못하겠네요.”

박 교수는 빙긋 웃으며 슈미트를 향해 심건이 아이를 안고 달리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환자는 실제로 기적을 일으켰으니까요. 여기에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 * *


정신을 차리자 또다시 침대 위였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특히 배꼽 주위가 칼로 쿡쿡 찌르는 것처럼 쑤신다.

나는 침대 옆에 앉아 있던 미모의 여 의사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박 교수님?”

“아! 깨어 나셨네요?”

박 교수는 보고 있던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깨어나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몸은 좀 어떠신가요? 제 의견을 밀어 붙여서 진통제 투여량을 4분의1로 줄였는데.”

“···아프네요.”

“회복 속도가 정말 빨라요. 이럴 때 굳이 과량의 진통제를 투여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 양을 조절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사흘 쯤 후에는 그냥 병원을 퇴원하셔도 될 정도예요.”

박 교수는 어쩐지 담담한 목소리였다. 나는 일단 입을 다물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회복의 재능이 들통 난 모양인데? 뭐 시간문제긴 했지만.’

그렇다고 먼저 나서서 ‘재능’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박 교수에게 말했다.

“그렇게 회복이 빠른가요? 저는 그냥 겨우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걸을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지금 의사들이 모두 난리에요. 심 선생님의 몸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벌써부터 특별 팀을 만들어서 혈액과 척수액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척수액이요?”

“네, 선생님이 의식이 없는 동안 약간 뽑아 갔습니다. 검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뭐 눈 가리고 아웅이죠.”

박 교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키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제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나요?”

“사흘입니다. 복부의 자상도 심하고, 출혈도 심하고, 거기에 중독까지 되서 극히 위험했어요. 그것도 하루쯤 지나니까 바로 안정됐지만요.”

“그러고 보니 테러리스트가 독 어쩌고 했는데······ 후. 큰일날 뻔했네요. 여기가 병원이라 다행이야······ 혈청이 있었나보죠?”

나는 모르는 척 물었다. 박 교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맞는 혈청을 찾는 게 무척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요.”

“그런데 테러리스트는요?”

나는 붕대로 감겨 있는 오른 손을 노려보며 침을 삼켰다.

“이미 아시겠지만, 그때 제가 혈액보관실에서 테러리스트 여자를······.”

“시체는 FBI가 회수해갔습니다.”

박 교수는 안심하라는 듯 설명했다.

“지금은 병원에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요. 테러리스트들도 생각이 있으면 또다시 공격하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걱정도 하실 필요 없어요. 누가 봐도 정당방위니까요. 그런 끔찍한 테러리스트는 죽어 마땅합니다. 물론 의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심 선생님께서 살아남은 게 기적이에요.”

그러고는 묘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헛기침과 함께 시선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피해는 없었나요? 테러리스트들이 혼자서 왔을 것 같진 않은데?”

“병원 관계자 14명, 그리고 경비원 33명이 죽었습니다.”

“아······.”

“안타까운 일이에요. 지금 미국은 제2의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준전시 체계로 들어간 상태입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일은 제쳐두고······.”

박 교수는 내 쪽으로 몸을 바짝 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제게 중요한 건, 선생님을 무사히 한국으로 데리고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네? 그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린가요?”

“이쪽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아무리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요. 테러리스트는 병원에 대한 정보를 너무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그러니까······.”

나는 입에 고인 침을 꿀걱 삼켰다.

“병원 내부에 테러리스트 협력자가 있다?”

“최소한 정보제공자는 있을 겁니다. 안 그러면 말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요.”

박 교수는 복잡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박 교수의 말에 불현 듯이 유리 가면을 쓴 테러리스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 여자는 내가 숨어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들어왔어. 그런데 이 병원에서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박 교수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나요? 갑자기 표정이······.”

“아니, 잠시만요.”

나는 교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즉시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카르마 비전!’

그러자 교수의 머리 쪽으로 두 개의 숫자가 떠올랐다.


선한 카르마: 83

악한 카르마: 21


‘선한 카르마가 악한 카르마 보다 월등히 높아. 물론 절대치로 보면 21이라는 수치도 낮은 게 아니지만······.’

그것은 문제의 비행기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내가 평생 쌓았던 악한 카르마의 일곱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의사라면 보통 선한 카르마만 쌓지 않을까?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이 정도를 가지고 테러리스트라고 말 할 수 없다.

그 망할 유리 가면은 악한 카르마가 4천을 넘었으니까.

무엇보다 박 교수가 진짜 협력자라면 애초에 카드 키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가짜 카드 키를 주고 날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뜨리거나.

‘애초에 박 교수가 배신자라면 이보다 훨씬 쉬운 방법이 있었을 거야. 내가 기절했을 때 독극물을 투입한다던가. 물론 100퍼센트 믿을 수는 없지만······.’

“혹시 통증이 심해지셨나요? 음, 제가 너무 섣불리 판단한 것 같네요. 역시 진통제를 너무 줄여서······.”

박 교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교수님, 카드 키 있잖아요.”

“네?”

“저한테 만들어 주신 그 카드 키, 혹시 다른 사람도 알고 있나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교수님이 주신 카드 키로 혈액 보관실에 숨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테러리스트는 헤매지도 않고 곧장 거기로 들어왔어요.”

“지금 그 말씀은······.”

교수는 잠시 생각하다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절대 아니에요! 저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요!”

“교수님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황이 이러니 누군가 그 사실을 테러리스트들에게 알려준 게 틀림없어요.”

“아니, 하지만······.”

교수는 거의 패닉 상태가 돼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말이 안 돼. 그럴 리가 없는데······ 뭐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하면······.”

“뭔가 짚이시는 게 있나요?”

“네, 아, 아니요. 짚이는 게 아니라······ 이 일 자체가 말이 안 되서 그래요.”

박 교수는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간절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일단 이건 알아주세요. 저는 환자분의 몸에 그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자들이 있다면 제 목숨을 던져서라도 막아낼 거예요. 지금 제 머릿속을 꽉 채운 건 오직 환자분뿐이거든요. 환자분을 위해서라면 제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잠시 만요.”

이건 거의 사랑을 고백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교수님이 절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습니다. 그보다 지금 대체 뭐가 문제인지를 알려주세요.”

“문제는 카드 키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세상에 딱 두 사람 뿐이라는 거예요.”

“두 사람?”

“네.”

“설마 지금 우리 두 사람 말인가요?”

“네, 우리 두 사람이요.”

박 교수는 손가락으로 자신과 날 가리켰다.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교수님에게 카드키를 준 사람도 있을 것 아닙니까?”

“물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쓴다고 받았지 선생님께 드린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했어요.”

“아······.”

“거기에 혈액 보관실이라니, 선생님이 그런데 숨을 거라는 이야기를 저 말고 누가 알겠어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했는데.”

그리고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난감한 기분을 느끼며 교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건 뭐지? 지금 교수의 말은 범인이 자기뿐이라고 고백하는 셈인데?’

하지만 진짜 범인이라면 없는 거짓말이라도 지어내지 않았을까? 나는 병실 한쪽 구석에 달린 CCTV를 힐끔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저 카메라로 누군가 저희 대화를 들은 게 아닐까요?”

“그건 불가능해요. 저 카메라는 영상만 녹화하지 소리는 녹음하지 않거든요.”

“음······.”

“아무튼 저는 정말 아니에요.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정말 그 테러리스트가 혈액보관실로 직행했나요? 선생님의 병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발자국 소리만 보면 확실히 그랬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교수는 핼쑥한 얼굴로 목소리를 낮췄다.

“저는 정말······ 아무에게도 이야기를 안 했어요. 그리고 당연히 저도 범인은 아니에요.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선생님의 의심이 풀리지 않겠지만······ 아으! 진짜 뭐가 어떻게 된 거죠? 그 괴상한 테러리스트들은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병원에 난입해서는······.”

“말도 안 되는 방법?”

“어제 뉴스가 나왔어요. 테러리스트들은 소형 엔진이 달린 애드벌룬을 타고 병원의 옥상으로 침입했대요.”

“애드벌룬? 풍선 말인가요?”

박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솔직히 상상도 못했어.’


그것은 테러리스트인 유리 가면의 목소리였다. 그 여자는 혈액 보관실로 들어오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오늘 풍선을 두 개나 쓸 거라곤 말이야.’


설마 그 풍선이 애드벌룬을 말했던 걸까?

‘아니야. 그보다는 나 때문에 뭔가 특별한 풍선을 사용했다는 느낌이었어. 그러니까······ 아!’

그 순간, 유리 가면이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야 봤으니까. 네가 이 방에서 나오는 걸 봤거든.’


불가능하다.

그 여자가 내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난 나온 적이 없으니까.


‘솔직히 방심했어. 여기 어디에 웅크려서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설마 거기서 흉기를 들고 날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물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흉기‘를 들고 있다는 걸 그 여자가 알 방법은 없다.


‘아무리 총을 난사하며 병원 사람들을 다 죽인다고 협박했다고 정말 자기 목숨을 내놓고 튀어 나올 줄이야.’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정말 총을 난사했다면 내가 그 소리를 못 들을 리가 없다.


‘역시 의사를 포섭했어야 했어. 괜히 아까운 풍선을 두 개 씩이나 날렸다고. 이거 어떻게 책임져 줄 거야?’


그렇다면 의사인 박 교수는 정보 유출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유리 가면은, 이 모든 ‘알 수 있을 리 없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그 ‘풍선’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그 풍선이란?

‘이럴 수가······.’

나는 전율했다.

처음부터 답은 하나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박 교수의 양 어깨를 움켜쥐며 급하게 소리쳤다.

“박 교수님!”

“네? 네?”

“지금 당장 수면제를 처방해 주세요! 아무래도 지금 당장 잠을 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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