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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8.06.25 14:47
최근연재일 :
2018.08.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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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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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장. 진짜 인재(1)

DUMMY



“김 실장. 각하께서 섭섭해 하시네. 이렇게 아무 자리도 안 받고 물러나면 어떻게 하나? 선거 때 캠프에서 그렇게 활약했으면서.”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꽤나 간절했다. 요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괜찮습니다, 장관님. 처음부터 제가 어떤 자리를 바라고 선거 캠프에 들어간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좋아서 한 것뿐입니다. 처음부터 분명히 말씀드렸고요.”

“그래도 세상일이란 게 그런 게 아니지. 이번엔 제발 사양하지 말게. 자네도 알다시피 국무조정실에 자리가 비었어. 김 실장이 들어온다면 국회나 내각에서도 싫다는 소리는 안 나올 거야.”

“제안은 감사드립니다. 장관님. 하지만 국무조정실장은 중요한 자리입니다. 저처럼 피아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을 앉히면 언제 문제가 터질지 모릅니다. 그러니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어허, 그래도 이 사람이······.”

“그럼 끊겠습니다. 살펴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요환은 가볍게 전화를 끊은 다음, 침대 위에 스마트폰을 툭 던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끌리지 않는단 말이지······.”

김 요환.

그는 8개월 전까지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정책실장을 맡고 있었다.

때로는 전면에 나서 활약했고, 때로는 물 밑에서 암약하며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선거는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자 모든 게 시들해졌다.

처음부터 대통령 개인에게 끌려서 캠프에 들어간 건 아니었다.

단지 약간 유력한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 압도적인 후보로 탈바꿈해 놓는데 승부욕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요환은 지난 16년간 전혀 다른 네 명의 후보를 당선시켰다.

처음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학 친구를 동네 시의원으로 만들었고, 다음에는 불리했던 야당의 후보를 경기도의 도의원으로 당선시켰으며, 그다음에는 지지율이 아슬아슬했던 여당의 후보를 강남의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다.

그 밖에도 흥미가 가는 다양한 정치가들에게 정책적인 조언을 하기도 하고, 몇몇 대기업의 해외 로비를 뒤탈 없이 성공시키며 계속해서 명성을 얻어나갔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그의 강력한 ‘출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재능은 자신의 출신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덕분에 정치계에는 어느새 ‘김요환이 붙으면 무조건 이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요환 본인에겐 그저 흥미 위주로 벌인 일들일 뿐이었다.

그에겐 확고한 신념이나 사상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두뇌와 인맥을 활용해, 어떤 일을 어디까지 해 낼 수 있는지가 관심사일 뿐.

덕분에 끝은 언제나 공허했다.

자신의 힘으로 수많은 사람을 성공시켰지만, 정작 그 모든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끌리는 법은 결코 없었다.

‘겉에서 보면 다들 번쩍거리지. 하지만 안에서 들여다보면 다들 껍질뿐이야. 텅 비어 있어······.’

김 요환은 속으로 푸념을 하면 노트북을 켰다.

그러고는 곧바로 저장해놓은 유튜브 북마크를 클릭했다.


[Miracle of divine]


이 영상엔, 현재 ‘하와이의 기적’으로 불리는 심건이 내셔널 항공 974편 테러 사건의 잔해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후우······.”

요환은 영상을 보기 전에 심호흡부터 했다.

처음 봤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상황 자체가 어찌나 비현실적인지, 누군가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만든 정교한 프로파간다 영상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슴이 뛰었다.

아이들을 구해 나오는 심건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절 그 자체였다.

그가 다시 비행기로 뛰어 들어갈 때마다 입술을 깨물었고, 다시 아이들을 껴안고 밖으로 튀어 나올 때 마다 주먹을 움켜쥐었다.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그날부터, 요환은 하루에 최소 세 번씩 영상을 돌려봤다.

그리고 최근에는 특정 장면만 수십 번씩 반복해서 볼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저 영상을 보는 게 흥미롭고 감동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건이라는 인간 자체에 본능적으로 끌리기 시작했다.

‘기왕 누군가의 밑에서 일 해야 한다면 이런 사람을 위해 일 하는 게 행복하겠지······.’

요환은 무심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아······.”

김요환은 신음소리를 내며 영상을 노려보았다.

심건이 양팔에 어린 아이들을 껴안고 비행기의 잔해 밖으로 달려 나오고 있다.

이 장면을 대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을까?

하지만 뭔가 달랐다.

일그러진 청년의 얼굴,

그 극한의 표정 안에 담긴 고통과 고뇌가 가슴 안쪽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 마음, 그 절실함에 애간장이 녹을 것 같다.

심건이 입원한 하와이의 병원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이미 저 때 그의 몸은 제대로 걸을 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청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전력을 다해 모래사장을 달리고, 또 달리고 있다.

“후아······.”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요환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새롭다.

수십 번을 반복해서 본 영상인데도 오늘이 가장 새롭고 격렬하다.

단지 영상을 본 것만으로도 이토록 흥분이 되는데, 과연 심건 본인과 직접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나도 나이 먹어서 주책이군. 띠 동갑보다 더 어린 사람에게 이렇게 끌리다니······.’

요환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주저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필요한 것은 현지의 정보였다.

그것을 위해, 요환은 자신의 손이 닿은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또 걸었다.

“아, 네. 접니다. 별건 아닙니다. 그저 하와이쪽 상황이 궁금해서요. 네. 물론 하와이의 기적 말입니다.”

“병원 쪽에 아시는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네? 오, 그렇습니까? 미국 국회 쪽 상황은 어떤가요?”

“아, 벌써 움직이고 있나 보군요. CIA라······ 그렇습니다. 골치 아픈 상대죠.”

“그래. 나다. 아버님은 건강하시고? 잠시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데 싱가포르의 우 대사에게 연결해줄 수 있나?”

“아, 아니야. 급한 일은 아니지만 정보가 좀 필요해. 이쪽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지?”

“알았습니다. 청와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런······.”

요환은 고개를 저으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물론 통화만으로는 자세한 현지의 정황까지 모조리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와이의 병원에 입원 중인 심건의 거취를 놓고, 미국 각계의 거물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상황이 좋지 않군. 내가 확인 할 수 없는 일들이 물 밑에서 벌어지고 있어. 며칠 전의 병원 테러도 밖에 알려진 것 보다 심각한 것 같고.’

이런 패턴이라면, 심건은 자칫하면 영원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국가가 먼저 나서줘야 한다.

현지의 정보원이 보내는 소식에 의하면, 심건의 몸 상태는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귀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가뜩이나 테러 사건으로 곤두 선 미국의 심기를 굳이 건드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덕분에 미국은 심건을 미국 본토의 병원으로 옮길 계획을 착실히 진행 중이었다.

‘심건은 한국의 영웅이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할지는 본인의 뜻에 달려 있지만······ 우선 한국으로 귀국한 다음에 판단할 문제야.’

결정을 내린 요환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외교관이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의 요직을 맡은 인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겐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세 가지의 강력한 힘이 있었다.

돈, 지혜, 그리고 인맥.

거기에 추가로 필요한건 본인의 열정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요환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격렬한 열정에 휘감겨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환자분! 오늘은 좀 기분이 어떠신가요?”

병실에 들어온 박 교수는 평소와 다르게 텐션이 높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괜찮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열은 없으시죠? 자,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 보시겠어요? 아~ 하고.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체온을 잴 텐데······.”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이러지?’

박 교수의 행동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웠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교수님. 무슨 일이 있나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말해주세요.”

박 교수는 체온을 재며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환자분은 미국에서 살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몸이 회복되는 대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으십니까?”

“당연히 한국이죠.”

나는 즉시 답했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들이 주변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실상은 그저 하와이에 놀러왔다가 변을 당한 것뿐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평범한 한국인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기반과 가족과 친구는 한국에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테러’ 라던가, ‘사건’으로부터 가급적 빠르게 멀어지고 싶었다.

아무리 내 안에 ‘영웅의 재능’이 싹트기 시작했다 해도, 그런 재능은 가급적 발휘되지 않는 편이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박 교수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최대한 환자분의 뜻에 부합하도록 움직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으시나요? 그리고 소리를 크게 내면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지금 문 밖에 요원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요원이요?”

나는 침을 삼키며 목소리를 더 낮췄다.

“요원이라면······ FBI나 CIA같은 것 말인가요?”

“네. 여긴 미국이니까요. 간단한 조사와 면담을 위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환자분께서 해내신 ‘기적’과도 같은 일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환자분을 미국 본토로 옮기려는 계획입니다.”

“그런······.”

나는 입술을 깨물며 목소리를 더 낮췄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저를 한국으로 순순히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큰일인데······.”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미국이 선포한 ‘제2의 테러와의 전쟁’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상징이 된 입장에서는 그저 민폐일 뿐이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머릿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물론 그 일을 통해 추가적인 카르마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일단 한국에 돌아가서 맘 편히 쉬고 싶어. 그리고 루 사장의 말로는 동일한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카르마의 양은 한계가 있다고 했잖아? 생각보다 영향력이 별로 없을지도 몰라. 그런데 박 교수는 어떻게 이런 일들을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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