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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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8.06.25 14:47
최근연재일 :
2018.08.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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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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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3장. 컨트롤러(2)

DUMMY


* * *


웨스트 윙(west wing).

그것은 백악관의 서쪽에 위치한 별관의 별칭이다.

대통령의 집무실을 비롯해 비서실장실과 부통령실이 있고, 다양한 회의실과 대변인들을 위한 별실들이 모여 있다.

물론 그중에 가장 중요한 장소는, 바로 장관들이 모이는 내각 회의실이었다.

“오늘 여러분을 모은 것은, 현재 관건으로 떠오른 특별 관세와······. 신설된 특수 테러 대책부서의 예산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미합중국의 대통령인 로날드 키신저는 빙긋 웃으며 회의실에 앉아 있는 다섯 명의 장관을 둘러보았다.

‘화가 잔뜩 나 있군.’

비록 그가 직접 임명한 장관들이었지만, 자신을 보는 시선들은 하나같이 곱지 않았다.

다들 왜 저딴 인간이 저 자리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키신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돌렸다.

“저런, 시작부터 분위기가 험악하군요.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혹시 유럽 차에 대한 관세 문제를 제가 SNS에 올린 것 때문에 그럽니까? 아니면 어제 기자에게 말한 총기 규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 때문에?”

“총기 관련된 발언을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면 곤란합니다.”

국무장관이 한숨을 내쉬며 젊은 대통령을 노려보았다.

“벌써부터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테러 문제로 복잡한데 이렇게 국론을 분열시키는 발언을 함부로 하시면······.”

“지지율이 떨어진다, 이건가요?”

키신저는 어깨를 으쓱이며 담배를 피우는 시늉을 했다.

그는 47살이라는 파격적인 나이에 미국 대통령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젊은 나이, 진취적인 비전, 강한 미국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의 집합체라 할 수 있었다.

반면 헤비 스모커이자 헤비 드링커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또한 가지고 있었으며, 기자들에게 발언을 함부로 하고, 정책을 제멋대로 펼치는 정치적 난봉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런 절제 없는 모습에 더 없이 열광하는 지지자도 있다.

하지만 과반을 넘는 미국 시민은 대외적으로 비치는 대통령의 모습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덕분에 대통령의 지지율은 30퍼센트 중반대를 유지했고, 이것은 현 정부에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저도 지지율은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제게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상품까지 거래하면서 말이죠. 그러니까 우선······.”

키신저는 담배 연기를 내뿜는 시늉을 하며 마음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모두 ’정지‘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

순간 다섯 장관의 눈이 뿌옇게 흐려지며 온몸이 경직되었다.

대통령은 마치 팬터마임을 연기하듯, 눈에 보이지 않는 담배를 깊이 빨고 뱉으며 중얼거렸다.

“후우······ 이 담배는 진짜 죽여준단 말이지? 역시 천상의 물건이라 그런가? 제아무리 쿠바산 시가라도 댈 게 아니야. 국무장관은 어떻게 생각해? 응? 거기 국방부 장관은?”

“······.”

“······.”

장관들은 마치 귀머거리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으로 명령했다.

‘분위기가 칙칙하군. 지금부터 자리에 일어나서 서로 짝을 지어 블루스를 춘다. 느린 템포로, 찐득하게.’

그러자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반대편에 앉은 국방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 역시 서로의 몸을 밀착하며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그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했다.

“푸하하! 아주 좋아! 이 사람들 춤 솜씨가 아주 제법이구만! 음악이 없어서 아쉬운데!”

문제는 혼자 남은 내무부 장관이었다. 내각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녀는,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괴로운 듯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이쿠, 그러고 보니 여사님께서 짝이 없어 곤란하시겠구만? 자, 됐으니까 여사님은 이쪽으로 와서 내 어깨나 주무르시라고. 여사님이 나보다 연상만 아니었더라도 내가 좀 더 친근하고 부적절한 명령을 내렸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내무장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으며 마음속으로 명령했다.

‘너, 이쪽으로 와서 내 어깨를 주물러라.’

순간 내무장관이 날듯이 달려와 대통령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속으로 명령을 내리며 마사지의 강도를 조절했다.

‘오 좋아, 좀 더 세게. 아니······ 그건 너무 세잖아? 60 먹은 노인네가 뭔 놈의 손힘이 이렇게 세? 아, 좋아. 그거야. 거기서 팔뚝까지 반복하면서 천천히······.’

대통령은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그것은 실로 기괴한 광경이었다.

웨스트 윙의 내각 회의실에서, 네 명의 장관이 음악도 없이 서로를 껴안고 블루스를 추고 있다.

거기에 61살 먹은 여성 장관이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보다 열 살은 어린 대통령의 어깨를 정성스럽게 주무르고 있다.

“······벌써 10분이 다 됐나?”

잠시 후, 대통령은 천천히 눈을 뜨며 손목에 찬 시계를 살폈다.

그리고는 춤을 추는 장관들을 둘러보며 마음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모두 제자리로.’

그러자 모두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오늘 회의의 결과는 ’유럽 차에 대한 추가 관세 15%를 국회에 상정한다‘로 결정 났다. 그리고 테러 대책부서의 특별 예산 1억2천만 달러 역시 마찬가지로 통과시키는 결로 결정 났다. 매우 심각하고 열띤 회의였고, 다들 마음속으로 이 결정에 진심으로 납득했다.’

“오······.”

“흐음······.”

“과연······.”

순간 장관들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피식 웃으며 계속 명령을 내렸다.

‘회의가 벌어지는 동안, 대통령은 미래를 보는 깊은 식견과 뛰어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이 사람은 정말 훌륭한 인물이며, 미국을 이끌어갈 진정한 지도자라고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됐다.’

“오오······.”

“대통령 각하······.”

“이런 훌륭한 결단을······.”

장관들은 감격한 얼굴로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물론 이렇게 해봐야 효과는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의 판단을 후회하고, 엄청난 속도로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다시 키워 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대통령은 그제야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길게 기지개를 피며 소리쳤다.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입니다!”

순간 다섯 명의 장관들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들은 마치 유령에 홀리기라도 한 듯, 얼떨떨할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었다.

“조······ 좋은 회의였습니다. 각하. 그럼 회의에서 결론 난 대로 진행시키겠습니다.”

국무장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겨우 입을 열었다. 대통령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장관들을 돌려보냈다.

“멍청한 인간들. 이런 엄청난 의제의 회의가 고작 10분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혼자 남은 대통령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물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사용한 담배 때문이었다.


-10분 광역 담배.


이 담배가, 그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처음 ‘그곳’에 도착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었다.

당시에 그는 오하이오 주의 젊은 주지사로, 대통령 경선의 흥행을 위해 대통령 후보자 중 한 명으로 전국을 돌며 유세를 펼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최종 후보자로 남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당내에 기반도 적었고, 젊지만 무절제한 생활 때문에 대통령감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그를 찾아온 ‘스토어’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이름하여 ‘컨트롤 스토어’

그곳에서 구입한 ‘컨트롤 담배’를 활용해, 그는 경쟁하던 모든 후보자의 사퇴와 지지를 이끌어 내며 단숨에 유일한 후보로 남았다.

“그땐 정말 웃겼지······.”

회의장에 혼자 남은 대통령은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경쟁하던 상대 당 후보와의 생방송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이상성욕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저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목을 졸리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야 갈 수 있어요! 진짜 끝내주는 기분입니다!’


그 한 방으로, 키신저는 결국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컨트롤 담배를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국정을 운영했다.

그것은 실로 말도 안 되는 폭거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최근 몇 년간의 미국은 별다른 문제 없이 그럭저럭 굴러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2년 동안 키신저는 전 세계의 지도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을 나눴고, 언제나 그들에게 적당한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컨트롤 담배의 힘이었다.

키신저는 담배의 활용법을 완벽히 마스터했다. 너무 심각한 명령을 내리면 뒷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언제나 적당한 선에서 무리가 가지 않도록 세심한 컨트롤을 반복했다.

“각하. 켄트리지 국장이 오셨습니다. 대통령 집무실로 모실까요?”

비서가 회의실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대통령은 소파에 앉은 채 다리를 꼬며 소리쳤다.

“그냥 여기로 오라고 해!”

그러자 잠시 후, CIA의 국장인 켄트리지가 비교적 젊은 요원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왔다.

“각하, 이쪽이 말씀드린 요원입니다.”

“CIA수석 요원인 율리안 해리스입니다.”

요원이 절제된 동적으로 경례를 붙였다. 대통령은 요원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서 반갑네. 해리스. 바로 보고하게.”

“네, 각하.”

해리스 요원은 곧바로 대한민국의 인천공항에서 목격한 모든 사실과, 그에 따른 자신의 의견까지 종합적으로 보고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결론적으로 심건에게 존을 해체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을 해체할 능력이 있다고? 그 하와이의 영웅이?”

대통령의 표정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해리스는 국장의 얼굴을 보며 잠시 눈빛을 교환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각하. 물론 100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들은 존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사라지는지, 또 존의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흠······.”

대통령은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알았네. 신중하게 검토하고 후속 조취를 취하도록 하지. 아무튼 놀라운 일이군. 그 심건이······ 아무튼 내일 오전까지 관련 서류를 모조리 제출하게.”

“알겠습니다. 각하. 애리조나의 존은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두 배 이상 몸집이 커졌습니다. 만약 심건을 불러야 한다면 최대한 빨리 부르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무튼 당장은 돌아가게. 쉽게 결정 내릴 문제는 아니니까.”

“네. 각하.”

국장과 해리스는 곧바로 경례를 붙이며 회의실을 나갔다. 대통령은 그제야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풀며 표정을 드러냈다.

“푸하하하하!”

대통령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심건이! 그 하와이의 영웅이 스토어의 고객이었다고? 그것도 재능 스토어의? 신이시여! 이게 정말 사실입니까?”

이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평범한 민간인이었던 심건이 어떻게 추락한 비행기를 헤집으며 수많은 사람을 구해냈으며, 자신을 노리고 공격해온 테러리스트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반격해서 한 놈을 잡아버렸지? 하긴. 재능 스토어니까 그런 쪽의 재능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겠어.”

대통령은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심건을 활용해서 자신의 카르마를 높일 수 있을지, 또한 어떻게 하면 그를 ‘컨트롤’할 수 있을지 다양한 계획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래······. 너무 서두를 건 없지. 어쨌든 중요한 인재니까. 소중히 모셔야 해. 당장 급한 건 존이야. 미국에 발생한 존만 해체해 줄 수만 있다면 천만금이라도 안겨줄 수 있지. 누가 뭐래도 지금 내가······.”

대통령은 회의실을 천장을 올려다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위대한 미국의 대통령인 내가, 또다시 목숨을 걸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 * *


디자이너: 이 스마트폰은 액정이 종이처럼 접힙니다. 거기에 특수 안경 없이도 화면에 3D효과를 줄 수 있으며, 배터리 또한 한번 충전으로 최소 5일 동안은 재충전이 필요 없습니다.

엔지니어: 와, 정말 대단하네요. 대체 무슨 기술이 적용된 겁니까?

디자이너: 그건 지금부터 당신이 생각해내야죠!


“어째 내 이야기 같은데······.”

나는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인터넷에 올라온 개그가 남 이야기 같지 않다. 지금쯤 요환은 내가 의뢰한 말도 안 되는 사업 계획을 현실화시키느라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어쩐지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요환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재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한 새로운 복지 사업을······.

‘이렇게 잘해주는데 조금 미안하네. 그런데 집 한 번 진짜 큰데? 완전 저택이야. 이런 저택은 대체 얼마나 할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요환이 보유한 여러 자택 중 하나다.

위치는 경기도의 외곽이며, 말 그대로 ‘저택’이라 불러도 될 정도의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건평이 백 평쯤 되는 2층 건물에, 2백 평쯤 되는 정원이 있으며, 통짜로 뚫린 지하실에는 헬스장 뺨치는 다양한 운동기구가 구비되어 있다.

거기에 집안의 모든 시스템은 일체화되어 있어 어디서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당장 부엌의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 버튼만 누르면, 반대편에 있는 욕실의 온수풀에 뜨거운 물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이 집만 팔아도 수십억은 충분히 나오지 않을까?

‘설마 김 대표가 이 집을 팔진 않겠지? 그런데 정말······ 자기 재산을 날려가면서 내가 말한 사업들을 시작할까? 정말 그 정도로 나한테 푹 빠져 있는 걸까?’

나는 넓은 저택의 내부를 천천히 걸어 다니며 생각했다.

요환은 저택의 보안 시스템에 내 지문을 입력한 다음, 한동안은 이곳에서 머물러 달라고 부탁했다.


‘답답하고 불편하시겠지만 당분간은 여기서 참아주십시오. 매스컴에 한 번 휘말리면 걷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청와대 초청행사라던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이벤트가 생기면 제가 직접 모시러 오겠습니다.’


물론 조금도 불편하지도, 답답하지도 않았다.

우선 집이 워낙 크다.

그리고 모든 방이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홈시어터 공간.

성능 좋은 컴퓨터들이 열 대쯤 구비되어 있는 컴퓨터실.

책이 3천 권쯤 있는 대형 서재.

최신 안마의자와 태닝 기계 등이 갖춰진 회복실.

비싸 보이는 고급 다이가 설치된 개인 당구실.

거기에 외부로부터의 모든 빛과 소리가 차단되는 수면실까지······.

‘며칠이 아니라 1년쯤 살라고 해도 충분히 살겠구만. 밥 먹고 나서 온수풀에서 목욕이나 할까?’

냉장고를 열자 빽빽하게 차 있는 다양한 식재료와 음료, 술 등이 보였다. 나는 ‘라자냐’라고 적힌 밀폐용기를 꺼낸 다음, 내용물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역시 내 부탁이 너무 무리했나?’

요환은 매우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금방 냉정을 찾으며 최선을 다해 나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대답했다.

‘아무튼 인재의 재능에 걸려든 사람이라고 해도······. 너무 내 멋대로 억지를 부리면 안 되겠어. 있다가 저녁에 돌아오면 이야기를 좀 다시 해야겠다.’

결정을 내리자 마음이 좀 편해졌다. 밥을 먹은 나는 저택의 지하에 있는 헬스장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진짜 엄청 넓네.”

처음 저택에 왔을 때도 혀를 내둘렀지만, 그중에도 이 헬스장의 규모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지하를 얼마나 깊이 팠는지 천장까지의 높이만 5미터는 되어 보이고, 얼마나 넓은지 육중한 헬스기구가 열 개도 넘게 있는데도 공간이 텅 빈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아, 잠깐, 여기라면······.”

나는 헬스장의 중앙에 비어 있는 공터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여기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유물을 꺼내 볼 수 있지 않을까?’

인천공항의 존을 해체한 이후, 보상으로 얻은 ‘유물’을 아직까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나는 재능 리스트를 열어 리스트의 마지막 두 줄을 노려보았다.


풍선-30분 회귀 풍선(2개)

유물-소형 정신 발전기(10대)


“소형 정신 발전기라······.”

일단 이름에 ‘소형’이 적혀 있으니 생각보다 크진 않을 것이다. 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 다음, 먼저 다른 것부터 테스트해 보았다.

‘30분 회귀 풍선을 꺼낸다.’

그러자 허공에 노란색 풍선 하나가 떠올랐다.

팟!

나는 혹시나 날아가 버릴까, 재빨리 풍선에 달린 끈을 움켜쥐었다.

여기서 ‘풍선을 사용한다’라고 말하거나, 혹은 뭔가로 풍선을 터뜨리면 30분 전으로 시간이 돌아간다.

‘30분 회귀 풍선을 다시 집어넣는다.’

물론 지금 당장 이걸 사용할 생각은 없다.

나는 풍선을 도로 집어넣은 다음, 이번에는 재능 리스트에 떠 있는 유물의 목록을 노려보았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 꺼내서 뭔지 확인만 하고 곧바로 집어넣으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소형 정신 발전기를 꺼낸다.’

그 순간이었다.

쾅!

엄청난 압력과 함께, 정면의 공간에 투박하게 생긴 거대한 쇳덩이가 떨어졌다.

“우왁!”

나는 깜짝 놀라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쿠궁······.

허공에 나타난 쇳덩이가 떨어진 높이는 고작 3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정도 높이의 충격만으로도 헬스장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뭐지 이건?’

투박한 크롬색의 쇳덩이는 흡사 거대한 달걀을 연상시킨다.

높이는 대략 3미터 정도로, 표면은 전체적으로 매끈했고 중앙부근에 손잡이 같은 동그란 물체가 달려 있다.

‘이게 발전기라고? 여기다가 석유 같은 걸 넣고 전기를 만들어 내는 거야? 그런데 왜 이게 유물이지? 애초에 유물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선대의 인류가 후대에 남긴 물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대의 인류에게 이런 금속을 만들어 낼 재주가 있을 리 없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일단 발전기에 달려 있는 동그란 물체를 움켜쥐었다.

철컹.

그때, 위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획서가 완성되어 조금 일찍 왔습니다! 건이 씨? 어디 계십니까! 건이 씨!”

요환의 목소리였다.

‘아니! 왜 이럴 땐 또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거야!’

나는 급하게 발전기에서 손을 떼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소형 정신 발전기를 다시 집어넣는다!’

하지만 눈앞의 발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 어어?”

나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며 소리쳤다.

‘소형 정신 발전기를 다시 집어넣는다! 들어가! 들어가라고! 뭐야! 왜 이거 안 들어가!’

그 순간,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번 꺼낸 유물을 다시 회수하기 위해서는 30분의 대기시간이 필요합니다.]


“잠깐! 그런 이야기는 없었잖아!”

“건이 씨! 거기 계십니까?”

요환이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오며 소리쳤다. 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눈앞의 발전기와 등 뒤의 계단을 번갈아 보았다.

“자, 잠깐만요! 김 대표님! 내려오지 마세요! 앞으로 30분만······.”

“아, 여기 계셨군요.”

하지만 요환은, 기어이 헬스장으로 내려와 버렸다.

“운동이라도 하고 계셨습니까? 그런데 30분이요? 방금 전에 무슨 이야기를······.”

그리고는 움찔하며 몸이 굳어버렸다. 나는 요환의 시선이 고정된 거대한 금속 덩어리를 돌아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13장 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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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4

  • 작성자
    Lv.99 나이브르스
    작성일
    18.07.26 19:06
    No. 1

    1등이다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나이브르스
    작성일
    18.07.26 19:06
    No. 2

    잘보고 갑니다 건필 하세여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키리샤
    작성일
    18.07.26 19:09
    No. 3

    이제 회귀 풍선을 쓰면 되겠네요

    찬성: 4 | 반대: 1

  • 작성자
    Lv.99 기억하자
    작성일
    18.07.26 20:07
    No. 4

    풍선 사용 ㅋㅋ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73 Pygmalio..
    작성일
    18.07.26 20:48
    No. 5

    딱 보니깐 스토어 고객들중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그나마 심건뿐인 것 같군요.
    컨트롤(담배) 스토어 쪽은 엄연히 중립인데, 하는짓을보면 이쪽도 악에 가깝고..
    풍선쪽은 완전히 테러리스트쪽이니.. 이건..;;
    대체 무슨 기준으로 스토어 고객들을 모집했는지 원..;;

    찬성: 12 | 반대: 1

  • 작성자
    Lv.95 슈퍼곤
    작성일
    18.07.26 23:38
    No. 6

    전개가 느슨해지면서 무언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찬성: 5 | 반대: 1

  • 작성자
    Lv.65 알포어
    작성일
    18.07.27 00:43
    No. 7

    그냥 ㅔㄴ딩을 스토어 자체를 폐쇄하는것으로 해야할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Friday
    작성일
    18.07.27 00:54
    No. 8

    정신력을 만드는 거니까 존 내부에서 다른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리게 만들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환사
    작성일
    18.07.27 05:44
    No. 9

    이야기 전개를 보면 정신력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것 아닌가요? 그래야 복지사업과도 연계가 잘 되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서비스
    작성일
    18.07.27 09:36
    No. 10

    터무니.없는.복지사업보다.해야하고.대비해야.할.것들이.다급하고.많은데...
    인재를.이상한.것에.갈아넣네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9 황금이
    작성일
    18.07.27 17:47
    No. 11

    진짜 갑자기 요 몇편에서 글이 이상해지고 있네. 지 믿고 따라와 현금으로 80억을 바로 줄 수도 있다는 인재한테 되도않는 명령을 내리질 않나. 또 그걸 다음편에 인지는 하고 있습니다 뉘앙스로 변명으로 반을 채우질 않나. 조금 더 보고 결정을 내려야할 뜻하네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디텍티브
    작성일
    18.07.30 10:58
    No. 12

    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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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3 철혈오랑
    작성일
    18.08.08 17:19
    No. 13

    김요환에 대한 주인공 생각이 빠르게 바껴야할 것 같네요. 일방 통행은 끝이 좋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설마 자신이 구매한 재능을 못믿는 건가요? 그럼 회복이나 충격흡수, 그리고 오라도 못 믿어야 정상이겠죠. 이것들은 믿고 써먹으면서 다른 것들을 못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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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4 복순잉
    작성일
    19.10.26 14:00
    No. 14

    본인이 스스로해야지. 모금까지는 공감돼는데. 도와주겠다는 사람 개인 재산을 본인의 선행을위해 이용하는건 아닌거같네. 너무 오바네.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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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52 18.08.07 6,446 0 -
47 18장. 나를 일어서게 하는 것(3) +17 18.08.07 5,367 181 13쪽
46 18장. 나를 일어서게 하는 것(2) +11 18.08.06 5,683 206 14쪽
45 18장. 나를 일어서게 하는 것(1) +15 18.08.05 6,256 238 11쪽
44 17장. 고객들(2) +16 18.08.04 6,472 239 18쪽
43 17장. 고객들(1) +14 18.08.03 6,593 240 12쪽
42 16장. 인재의 힘(2) +14 18.08.02 6,930 213 13쪽
41 16장. 인재의 힘(1) +16 18.08.01 7,272 246 13쪽
40 15장. 퍼스트 클래스(3) +10 18.07.31 7,653 254 13쪽
39 15장. 퍼스트 클래스(2) +6 18.07.30 8,002 262 12쪽
38 15장. 퍼스트 클래스(1) +13 18.07.29 8,893 273 14쪽
37 14장. 유물(2) +13 18.07.28 9,192 287 14쪽
36 14장. 유물(1) +11 18.07.27 9,285 281 14쪽
» 13장. 컨트롤러(2) +14 18.07.26 9,801 302 19쪽
34 13장. 컨트롤러(1) +31 18.07.25 10,081 337 15쪽
33 12장. 사로잡힌 사람들(3) +23 18.07.24 10,564 373 15쪽
32 12장. 사로잡힌 사람들(2) +13 18.07.23 10,963 338 14쪽
31 12장. 사로잡힌 사람들(1) +16 18.07.22 11,716 343 14쪽
30 11장. 내 앞의 운명(3) +24 18.07.21 12,287 349 16쪽
29 11장. 내 앞의 운명(2) +22 18.07.20 12,300 364 16쪽
28 11장. 내 앞의 운명(1) +20 18.07.19 12,796 383 17쪽
27 10장. 분노의 존(ZONE)(3) +20 18.07.18 12,567 386 13쪽
26 10장. 분노의 존(ZONE)(2) +21 18.07.17 12,551 345 12쪽
25 10장. 분노의 존(ZONE)(1) +15 18.07.16 13,169 328 11쪽
24 9장. 비밀 수송 작전(3) +24 18.07.15 13,780 389 13쪽
23 9장. 비밀 수송 작전(2) +8 18.07.14 14,234 382 13쪽
22 9장. 비밀 수송 작전(1) +16 18.07.13 14,739 430 12쪽
21 8장. 연기의 재능(3) +17 18.07.12 15,260 397 11쪽
20 8장. 연기의 재능(2) +21 18.07.11 15,729 438 13쪽
19 8장. 연기의 재능(1) +21 18.07.10 16,446 449 13쪽
18 7장. 진짜 인재(3) +14 18.07.09 16,846 429 12쪽
17 7장. 진짜 인재(2) +21 18.07.08 17,683 463 11쪽
16 7장. 진짜 인재(1) +12 18.07.07 18,690 461 11쪽
15 6장. 스토어 룰(3) +16 18.07.06 19,157 457 13쪽
14 6장. 스토어 룰(2) +25 18.07.05 19,560 474 14쪽
13 6장. 스토어 룰(1) +20 18.07.04 19,822 481 15쪽
12 5장. 한 밤중의 풍선놀이(2) +18 18.07.03 19,744 452 10쪽
11 5장. 한 밤중의 풍선놀이(1) +22 18.07.02 20,134 423 11쪽
10 4장. 즐거운 쇼핑(2) +16 18.07.01 20,741 472 16쪽
9 4장. 즐거운 쇼핑(1) +19 18.06.30 21,095 461 15쪽
8 3장. 월드 히어로(3) +20 18.06.29 21,194 468 11쪽
7 3장. 월드 히어로(2) +30 18.06.28 21,285 508 11쪽
6 3장. 월드 히어로(1) +12 18.06.27 21,339 494 10쪽
5 2장. 그 비행기에서 벌어진 일들(2) +20 18.06.26 21,349 470 15쪽
4 2장. 그 비행기에서 벌어진 일들(1) +10 18.06.26 21,526 426 13쪽
3 1장.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3) +23 18.06.25 22,646 395 14쪽
2 1장.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2) +17 18.06.25 25,262 392 13쪽
1 1장.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1) +35 18.06.25 33,668 4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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