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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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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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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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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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담아내다.

DUMMY

"히, 히히, 히히히!"


챙은 웃고 있었다.

즐거워 웃는 것이 아니라,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나오지 않아서 웃어야 했다.

허공에서 내려친 늑대의 일격, 그 위력에 세 명의 헌터들이 짖이겨져버렸다.

코끼리가 발을 들어 개미를 밟은 것처럼 온 몸이 산산조각나있었다.

어떻게 그런 위력이 나온건지, 아직 경험이 어린 소년에 불과한 챙은 이해할 수 없었다.


멀리서 보고 있던 태산만이 늑대가 어떻게 공격했고 저들의 팔과 다리가 부러진 시체가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허공에서 내리치는 일격, 그 끝에 점멸의 충격파를 담아냈다.

시간차 점멸.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진 충격파의 압력이 그 아래에 있던 모든 것을 짓이겨버린 것이다.

조악한 비유일테지만, 체술로 비유하면 정권을 끊어치는 것과 비슷하다.

떨어지는 낙엽을 정권으로 끊어치며 풍압만으로 조각내버리는 기술.

체술의 극의에 달한 자는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주먹만이 아닌, 신체의 어느 부위로도 가능하다.


비유에 깃댄 추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분명하다. 저 늑대가 선보인 기술은 체술의 끊어치기와 같다.

심지어 늑대는 온 몸으로 그 기술을 시전했다.

점멸이 주먹의 끝이 되고, 몸이 점멸의 위력을 당기며 낙하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늑대의 움직임은 인간이 주먹을 치켜들고 기와를 내려치며 부숴버리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다만 그 스케일이 너무도 다르기만 하다.

왜 저 기술을 보며 생각이 나는걸까. 과거, 인간의 희망이었던 그 헌터가.

자신이 무슨 기술에 당한건지 깨닫지 못한 챙은 무작정 소리치기만 했다.


"마, 말도 안돼! 늑대따위가! 몬스터따위가!"


아직도 그 목소리엔 몬스터에 대한 혐오와 경멸만이 가득 담겨있었다.

오직 그것만이 가능했다.

만일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다면 이미 몸을 뺐을 것이다.

좀비가 되어버린 테트론베어에게 자신을 지키라고 명령을 내리던지. 아니면 눈 앞의 늑대의 머리에 동충하초를 심어 의지를 장악한다던지.

얼마든지 저항할 수 있다.

멀어지기만 한다면.

하지만 눈 앞의 늑대의 숨결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챙이 할 수 있는건 없었다.


"저, 저리가! 저리가란 말야!"


늑대의 입에서 스며나오는 피비린내에 무작정 뒷걸음질쳤다.

지금만큼은 태산도 도우러가지 못했다.

오히려 태산이야말로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늑대는 한 마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등을 보이면 죽는다.'


태산은 실을 상대로 등을 지키는게 전부였다.

그때였다.

입을 벌리기만 하면 이제 끝낼 수 있는데 늑대가 뒷걸음질쳤다.

사냥을 여기서 끝내려는걸까. 그건 아니다. 늑대는 챙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찢어진 천막과 시체가 누운 천막을 경계로 주둔지 내를 순찰하듯이 돌아다녔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이 돌아다니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챙애게 있어 기회였다.

손을 벌리기만 하면 될 뿐. 그러면 손 안에 잡힌 포자를 풀어내며 저 늑대의 의지를 뺏을 수 있다.

이미 챙의 머리 속에는 그 결과만 보이고 있었다.

시체로 만든 다음에는 철저하게 괴롭혀줘야지. 늑대로 하여금 다른 늑대의 고기를 먹게 하고 눈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거꾸로 매달아둘테다. 털을 전부 태워버린 후, 그 위에 소금을 뿌릴테다.

챙은 손을 펼쳤다.

화르르륵!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둔지가 불길에 휩싸였다.

늑대는 불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 끝이다.


좌우로 흩어진 틴과 핀이 화톳불을 떨어트리며 불을 지르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킨은 마지막까지 이르러서도 방심하지 않았다.

그대로 물어죽여도 될테지만, 만일 상처를 입는걸 각오한 채로 도망가버릴 수도 있다.

도망을 가며 버섯의 포자를 뿌려버릴 수도 있다.

물론 어린 아이의 각오와 몸으로 그것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고나서 후회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상대의 모든 방법을 봉쇄하는 것이 옳다.

킨에게 있어 만의 하나를 대비하기 위해 걸음을 늦추는건 이미 버릇이나 다름없었고 습관처럼 길들여져있었다.

챙이 손 끝으로 포자를 쏘아올렸지만, 그건 열의 상승기류에 의해 흩어져버렸다. 설령 닿는다 하더라도 지금의 열기 속에서 포자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리 없다.


"왜..."


챙이 소리쳤다.


"왜! 왜애! 몬스터따위가 왜! 정의가 항상 이겨야 하는 법인데! 왜 정의가! 악에 굴복당해야하는건데!"


챙의 목소리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오직 인간만이 정의고 인간만이 선이었다.

그렇게 배워왔고, 그 믿음은 죽음을 목도한 아직까지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킨도 마찬가지였다.

킨도 자신의 신념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래서 비록 전달될리 없는 말이지만, 굳이 대답해주었다.


- 정의니, 악이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크르릉. 이빨을 드러내며 챙에게 다가갔다.


- 죽음 앞에선 평등할테니까.


챙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마지막 각오. 죽기 위한 각오.

수업을 통해 배워왔던 것이 너무도 힘들기만 하다.

그것을 지켜보는 태산도 눈을 감아버렸다.

비겁해져도 상관없다. 마지막이라면 더더욱.

챙은 몸의 떨림에 맞춰 어금니의 캡슐을 깨물었다.

캡슐에서 흘러나온 독이 식도를 타고 흘러갔다.

이제 수분내로 몸 안에 독이 돌기 시작할테고, 그러고나면 고통도, 두려움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먹히는 자의 마지막 복수였다.


"... 어?!"


입을 크게 벌린 늑대는 챙의 옷 끝만을 들어올릴 뿐이다.

아주 조심스럽게. 옷이 찢어지지 않도록. 상처 하나 나지 않도록.

그리고는 좌우로 챙을 흔들었다.


"어?! 어?!!"


그건 자상하지만은 않은. 자비롭지만은 않은 그런 흔들림이다.

이윽고 흔들거림이 그네와 같아졌을 때, 늑대는 챙을 던졌다.

불길에 휩싸이는건 순식간이었다.


"악! 악! 아악!"


비명이 나오는건 잠시에 불과했다.

불에 타 죽는 고통은 모든 고통 중에서 가장 크다.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잔혹할 정도다.

피부가 불타는동안 신경은 그 고통을 끊임없이 뇌에 전달한다.

소리를 질러 고통을 삭히려고 해도 그마저도 쉽지 않다.

열기가 혀에서부터 식도, 폐를 조금씩 불태우기 때문이다.

나뒹굴면 그때마다 짓물러진 상처들이 허물어져간다.

킨에게 있어 평등이란건 그와 같았다.

죽음이 아닌,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 같아야 그제야 저울의 추가 맞는 것이라고.

그 모습을 보며 태산은 속으로 씹어 말했다.


'아.. 악마!'


하지만 과연 누가 악마인걸까.

녹색으로 변해버린 불꽃이야말로 악마의 증거가 아닌가.

저 늑대는 불꽃의 색마저 뒤틀어버린 독을 피했을 뿐이다.


태산은 각오를 굳혔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최소한 죽음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하기로.


"퉷."


독이 든 캡슐을 뱉어버린 후, 자세를 취했다.

먹히기 위해 독을 먹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겠노라며.

늑대는 가만히 서서 태산을 응시했다.

저 눈은 과거의 누구를 쫓고 있는걸까.


킨은 걸음을 돌렸다.

이래서야 싸워봤자 찝찝할 뿐이다.

어차피 죄다 죽인다한들, 인간들의 간섭은 멈추지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 때의 평안을 위해 북쪽 땅에 공포가 있음을 전할 나팔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살려두는게 나을테지.


- 가자, 실.


모든게 끝이 났다.

이곳만이 아닌, 북쪽 숲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이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좀비가 되었을 테트론베어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처리했을테니, 이것으로 끝이다.

그러길 바랬다.


*


며칠 후, 바람을 타고 들려온 소식을 들으며 킨은 가만히 눈을 껌뻑였다.

어차피 이렇게 될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너무 빠른 소식이었다.

인간의 간섭.

그건 비단 북쪽숲에서만의 일이 아니었다.

모든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몬스터의 포획과 실험, 종속에 대한 연구가 자행되었다는 소식이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킨은 울음소리를 바람에 담아 전했다.


- 아우우우우!


굳이 싸우길 원한다면 싸워주마.

죽음만큼은 평등한 법이니까.


작가의말

원래 이 내용까지해서 1권분량으로 마무리지으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서술이 조금 딸리는 듯 해요.

다음 화부터는 연재시간이 20:00 로 바뀝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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