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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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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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740

작성
19.0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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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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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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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시험받다.

DUMMY

사막에 들어온지 7일째.

눈 앞에 펼쳐진 모래폭풍은 기이한 형상을 띄고 있었다.

주변의 모래를 끌어올리는 일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열풍도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한 걸음 앞이 폭풍의 경계 앞이지만, 지금 서있는 곳에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킨은 모래폭풍을 보며 확신했다.

저것이 바로 신기루라고.

정령이 숨어사는 신림지라고.

거기에 카라츄의 대답이 더해지며 확신은 사실로 증명되었다.


"신림지다."

-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잠시만이라도 좋아. 대화를 나누기만 하면 돼.

"없다."


카라츄가 고개를 저었다.


"정령은 우리가 사막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미 우리의 방문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걸어온 걸음수까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야 나타난건 우리가 포기하지 않을걸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타난거다. 되돌아가달라고. 폭풍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 만일 강제로 폭풍 속으로 들어가면?

"저 폭풍은 실제하지 않지만 실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폭풍에 발을 내딛는 순간, 피부가 찢겨져나가고 모래가 살을 베어낼 것이다. 숨쉴 수 있는 공기조차 빼앗기고 만다. 결국 폭풍 속에 들어가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말라죽던가. 베여죽던가. 그 외엔 존재하지 않는다."

- 좋아.


카라츄는 좋다는 의미가 알겠으니까 포기하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 죽기 직전까지의 선택할 시간은 있단거군.


킨은 폭풍의 경계에 발을 내딛었다.


"멈춰라!"


말린건 카라츄다. 그리고 카라츄를 말린건 실이었다.


- 안돼. 오빠를 방해하면.

"어리석다! 정령은 시험하고 있는거다! 정령은 화를 내고 있는거다! 들어가면 죽는다!"

- 오빠는 죽지 않아.

"그건...!"


카라츄는 자신의 다리를 살짝 깨물어 말리고 있는 늑대의 입이 흔들리는걸 느꼈다.

겁을 먹고 있는 짐승의 떨림.

하지만 실은 겁따윈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오빠는 우리를 걱정시키지 않아. 그러니까 죽지 않아. 않을거야.

"그렇다면 말려라!"

- 말려서도 안돼.


실이 말했다.


- 늑대는 자신의 결정을 바꾸면 안돼. 늑대로 살기 위해선 그래야만 해.


어리석은 짐승같으니.

하지만 카라츄는 실의 말을 들으며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리석음이야말로 긍지라 불리기에 합당한 것이 아니던가.


"그러면 우리를 데리고 가라."

"트로올!"

"나와 에그보라면 너를 잠시라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죽으면 반드시 너는 폭풍 속에서 나와야 한다."


킨은 아직 들어가지 않은 반신을 폭풍 속에 마저 집어넣으며 말했다.


- 따라오지마.

"우리는 네 목숨을 지키기위해서!"

- 누구로부터?


그야 당연히 정령으로부터다.

하지만 카라츄는 킨의 대답에서 설명하지못할 위화감을 느꼈다.

그 위화감이 뭔지는 묻지 못했다.

킨은 이미 폭풍의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



촤촤촤촤촤촤!

모래가 뼈를 때리고 바람이 살을 베어냈다.

하얀 털이 피로 물드는건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킨은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앞발을 내밀고 몸을 눕혔다.

마치 친구의 집에 온 것마냥.


-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촤촤촤촤!


-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찾아왔어.


쿨럭! 말 몇 마디 한 것만으로도 입 안에 모래가 가득차버렸다.

하지만 킨은 자상한 목소리로, 상냥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친구가 있었어. 장난기많은 친구가. 이름을 물어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 있는 친구가 있었지.

단거를 싫다고 말하는 내게 설탕을 가득 넣은 물을 가져다주고, 불면증이 있다고 말하면 밤중에 찾아와 내가 누운 이불 위에서 파티를 벌였지.

그늘을 찾아 누우면 풀잎으로 칼을 만들어 다리를 마구 찌르고, 바람이 시원해서 모자를 벗으면 머리 위로 물을 뿌렸어.

처음에는 내가 싫어서 그런가 했어. 그 친구만 그랬던건 아니었을거야.

매일 밤 피에 젖은 모습으로 돌아와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누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겠어. 나였어도 멀리했을거야. 그런사람.


킨의 목소리가 젖어들어갔다.


- 하지만 너희는 그런 사람, 버려두지 못했지. 매일같이 소리만 치는 탓에 목이 말라버린 그에게 찾아가 물을 주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면 즐거움을 나눠주려고 하고.


마치 어제 일처럼.


- 혼자 있겠다고 토라져버리면 어느새 다가와 옆에 함께 누울 곳을 마련해달라고 풀칼로 찌르고, 피에 젖은 모습을 씻겨주고 싶어도 그런 방법을 모르니까 물을 뿌려버리고. 장난기많은 아이처럼 보였지만, 그건 너희가 해줄 수 있었던 최선이었던거야.


촤촤촤촤!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었다.

이제는 입에서 나온 소리가 자신의 귀로도 들리지 않을 정도다.


- 그런 너희를 믿지않겠다고 말한 것. 단지 너희가 모두에게 친절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질투에 눈이 먼 악처처럼 너희를 내쫓고. 너희를 욕하고. 부정하고. 떠나는 모습마저 보려고 하지 않고.


킨은 그 날에 하지 못한 말을 오늘에 이르러 완성시켰다.


- 미안.. 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해야할 말도 많지만. 가장 먼저 할 말은 이거라고 정해뒀으니까. 그래서 혼자 찾아왔어. 미안해.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떠나지말라고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너희의 잘못은 없다고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배웅조차 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 날에 미안하다고 하지 못해서 미안해.


떠나는 정령을 보며 킨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그들의 존재를 믿는 것이었다.

인간들이 그들의 존재를 잊어도, 모두가 정령을 버려도 자신만큼은 믿는 것이다.

정령으로써가 아니라, 친구로써.

촤촤촤촤...촤촤.. 촤아아아.

바람이 옅여져간다.

모래가 흩어져간다.

폭풍 속에 숨어있던 누군가가 고개를 빼꼼거리며 내밀었다.


"... 긴 거시야?"


몸보다 더 큰 동그란 얼굴.

녹색 모자. 점을 찍은 듯한 눈동자. 이빨조차 보이지 않는 작은 입.

조금만 건드려도 울 것처럼 작은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다.


"분명하단 마리다."


빨간 모자. 화난듯한 표정.

누군가로부터 받은 포크를 보물인 것마냥 손으로 꼭 쥐고 서있다.


녹색모자가 걸어나오며 다시 물어왔다.


"지누긴 거시야?"


빨간 모자가 대답했다.


"냄새는 다르지만 마리다! 모습은 다르지만 마리다!"

"지눅! 지누긴 거시다!"


두 모자의 끝에 달린 방울이 달랑거리며 킨을 향해 달려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것.

믿는다고 말하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믿지않는다고 말하면 그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허물어져간다.

친구란 그런 존재다.


오래전 만난 친구들.

정령이기 전에 그들은 킨의 친구였다.

정령에게 킨은 인간이기 전에 친구였다.


"왜 이제야 찾아왔냔 마리다!"

"이제라도 찾아와줘 고맙단 거시야아아!"


아주 오래전 떠나보낸 친구들.

그런 친구를 다시 만나기 위해 필요한 시험은 단 하나.

친구였던 그들과의 추억을, 그 날에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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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인간을 먹다. +5 19.02.27 660 30 8쪽
37 해독하다 - 9. +11 19.02.26 599 32 9쪽
36 해독하다 - 8. +9 19.02.21 652 20 9쪽
35 해독하다 - 7. +3 19.02.20 637 17 8쪽
34 해독하다 - 6. +1 19.02.20 603 15 9쪽
33 해독하다 - 5. +3 19.02.18 675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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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사막에서 싸우다. +2 19.02.12 911 28 10쪽
26 조우하다. +5 19.02.11 995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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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연참을 봉인당하다. +7 19.02.09 1,130 31 12쪽
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22 목을 물리다. +8 19.02.07 1,281 41 9쪽
21 바람에 담아내다. +7 19.02.06 1,289 39 8쪽
20 연참에 이름을 붙이다. +8 19.02.05 1,282 37 12쪽
19 늑대가 나타났다. +4 19.02.05 1,223 32 8쪽
18 굳히다. +7 19.02.04 1,308 38 12쪽
17 떠올리다. +4 19.02.03 1,366 38 12쪽
16 다른 동물의 영역에 들어가다. +4 19.02.02 1,426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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