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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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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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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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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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어두운 동굴(2)

DUMMY

*** 청년과 어두운 동굴(2) ***


- 또옥······. 팅······.


맑게 울리는 물방울 소리가 청명하게 울려퍼졌다.

청년은 청명한 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끄으응······."


온몸이 아프다.

팔, 다리, 가슴, 어깨, 머리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힘을 살짝만 줘도 수백 개의 바늘이 살을 꿰뚫고 들어오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몰려온다.

청년은 오감을 자극하는 고통에 결국 얼굴을 찡그렸다.


"윽···!"


그 중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지독하게 올라오는 '악취'였다.

코에 맺혀진 콧물을 뚫고 들어오는 이 악취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약했다.


"욱······."


청년은 몸을 움직여 악취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몸은 반응하지 않았을뿐더러 냄새는 청년 자신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악취는 청년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우웩···!"


구토가 나올 정도로 비상식적인 악취다.

악취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오래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피부 전체를 뒤덮고 있는 미끈한 액체가 있었다.

질퍽하고 끈적한 점액들이 엉겨 붙어 청년의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하아···! 후우···!"


이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몸 안에 축적된 더러운 노폐물이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사용해서 뚫고 빠져나온 것이 아닐까.

이 지독한 악취가 자신의 것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후우···. 후우···!"


청년은 자신의 후각이 빨리 악취에 적응하길 바랐다.

이 지독한 냄새에 의해 정신마저 몽롱해지는 기분이다.

신체 기관 중 가장 민감한 기관인 코는 많이 사용할수록 빨리 적응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청년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냄새를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길 반복했다.

코가 마비될 때까지.


"후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청년의 신체가 조금 진정되기 시작했다.

코가 얼얼한 게 후유증이 상당할 것 같다.


'죽는 줄 알았네······.'


역시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적응보다 중요한 수단은 없다.


“하아······.”


답답하고 끈적끈적하다.

청년은 몸에 들러 붙어있는 걸쭉한 액체들을 빨리 씻어내고 싶었다.

물방울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으로 봐선 근처에 자그마한 물웅덩이라도 있을 것도 같다.

움직일 수만 있다면······.


‘젠장···!’


빌어먹을 몸뚱이로는 고개조차 돌리기가 힘들다.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왜 이런 냄새를 맡아야 하는가.

왜 이런 불편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청년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띄운 뒤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캄캄한 어둠뿐이다.

빛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것은 자신의 몸뚱어리와 천장 종유석에서 떨어지고 있는 물방울 정도이지 않을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청년은 그때서야 자신이 왜 이런 곳에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정신을 잃기 전 느꼈던 그 '고통'에 대해 떠올려 본다.


‘빌어먹을.’


순간, 온몸의 닭살이 쭈뼛 섰다.

너무 생생하다.

생각만으로도 그 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청년은 그 경험을 잊기 위해 다시 생각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젠장, 이게 뭐냐고···! 나는 왜······ 왜···! 여긴 어디야···?'


청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곳은 어디일까.

나는 왜 그런 고통을 받아야만 했던 걸까.

이곳에 오기 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지?

여긴 도대체 어디야!

왜 나 혼자 이런 무서운 곳에 있는 거야!?

왜!

왜!

왜!

왜!


아무리 자문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계속되는 자문은 그의 정신을 피폐하게만 만들 뿐, 청년에게 있어 주변의 모든 것은 의문이었고 미지였다.

몸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주변을 조사했을 텐데.

한 줌의 힘이라도 있었다면, 주먹이라도 내지르며 화를 풀었을 텐데···!

몸에 힘은 들어가지 않는다.


“후우···! 후우···!”


청년은 그렇게 한참이나 속을 부글부글 끓여야만 했다.


“······.”


그러던 어느 순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청년은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정신을 차린 후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여태껏 몰랐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왜 몰랐을까.

아니, 왜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청년에게 이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정말 소름 돋고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러니깐······.


'나는 누구지···?'






***


- 또옥······. 팅······.

'이천오백사십삼.'


- 또옥······. 팅······.

'이천오백사십사.'


- 또옥······. 팅······.

'이천오백사십···.'


"하아···."


차가운 동굴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숫자를 센지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다.

그저 오천을 세 번째 다시 세었으니······.


"하아···."


정말 부질없고 실속 없는 짓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공포’.

으스스하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미지의 동굴에 홀로 누워있는 것은 청년에게 지나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넓은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무섭기 마련인데.

청년이 쓰러져 있는 곳은 말할 것도 없었다.


- 또옥······. 팅······.


물방울이 계속해서 떨어지며 차가운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 소리는 어둠 너머로 쉴 새 없이 뻗어 나갔다.

또, 저 너머에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은 청년의 피부를 으슬으슬하게 만들었고.

거기에 더해 알 수 없는 짐승들의 으르렁거림은 청년의 정신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고도 넘쳐났다.


- 우우우우······ 우우우우······!


청년은 떠오르는 두려움을 짓누르기 위해서라도 딴생각을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두려움에 정신병에 걸릴지도 몰랐다.

청년은 지난 시간 동안 자신에 대해 한참 동안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답을 찾진 못했다.

아무리 생각하려 노력해도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은 뿌옇게 흐리기만 하다.

자신이 누구인지, 이곳이 어딘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단서라곤 없었기에.

청년은 일단 몸을 회복한 후 생각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후우···!"


청년은 누워있는 시간 동안 전신의 근육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지만, 자신의 근육이 살아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통증이 계속 몰려와도 청년은 굴하지 않았다.

쉬지 않고 꾸준히 근육을 움직였다.

지금에 와서는 손가락과 발가락은 물론 고개까지 들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근육을 사용할 때마다 솟아오르는 통증은 여전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자, 다시! 이천오백사십육······.'


물방울을 세면서 근육을 꾸준히 움직였다.

손과 발의 감각이 살아난다.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몸을 멀쩡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후우······. 이천오백사십칠'


청년에겐 불행 중 다행인 것도 존재했다.

바로 수분 부족으로 죽을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천장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중 하나가 다행히 청년의 입 부근에 떨어지고 있었다.

물론 수분만으로 인간이 몇 날 며칠을 살 수는 없지만.


'이천오백사십팔'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해서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배는 조금 고프지만.

지나치게 상황은 나쁘지만.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청년은 빌어먹게도 살고 싶었다.

왜 이런 곳에 자신이 버려졌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으니까.


‘이천오백사십구’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른다.

하지만 청년은 굶어 죽기 전에는 꼭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공포에 잠식되어 생을 마감할 것만 같았으니까.


'이천오백오십···!'


그때, 청년의 귀에 낯선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정말 찰나의 순간 포착된 소리였다.

이천오백 번의 물방울을 샐 동안 들을 수 없었던 이질적인 소리.

청년은 그 소리가 자신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끼에엑! 끼엑!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처럼 소름 끼치는 울림이었다.

그 소리의 세기가 점차 커져만 간다.


- 키에엑! 키에엑! 켁켁!

- 께어에엑! 켁!


청년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청년은 너무 무서웠다.

이곳은 미지의 세계다.

무엇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공간이다.

미지의 생물이 청년을 향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뭐··· 뭐야···! 뭐야···!'


청년은 몸을 숨기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악을 써도 빌어먹을 몸뚱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악을 써가며 움직인 것이라곤 손가락 몇 마디와 고갯짓 정도.


- 키에엑! 케켁!

- 키익! 키! 킥킥!


손끝이 떨린다.

저들의 소리가 울릴수록 정신마저 어지러워지는 것 같다.

너무 무섭다.

혼자 있을 때의, '가짜 공포'를 떨치기 위해 했던 숫자놀이는 장난에 불과했다.

'진짜 공포'는 정말 차원이 다르게 다가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방광에 쌓인 오줌이 자신을 내보내라며 끊임없이 움찔거린다.


'젠장···!'


지독한 어둠을 뚫고 주황색 점이 생겨났다.


'부··· 불? 뭐야···. 저건 뭐야···!?'


그 주황색 점은 청년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괴물들의 소리와 함께.


- 키에엑! 캬아아아아악!

- 캭! 캬아아악!


저들이 무엇이건 간에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 케케케에에에엑!

- 캬아아악캬아아악캭!


자신은 무사하지 못하리란 것을 말이다.


- 끼에에에엑!

- 케에엑케에엑!


괴물들이 지척에 도달했다.

어둠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그들의 모습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 케엑켁켁케에엑!


녀석들이 한 발 한 발 천천히 다가온다.

두 개의 형체가 청년의 지척에 도달했다.

꿀꺽!

청년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붉은 불씨가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 화륵! 화아아아아아악!


그때, 갑자기 녀석들의 불이 폭발했다.

밝게 점멸된 새빨간 불씨가 주변 공간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 화아아악!


청년의 눈에 그들이 들어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댄다.

달달 떨리는 입술이 푸르게 변했다.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 화르르르르륵!


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검붉은 색으로 가득 찬 안구.

진하고 울퉁불퉁한 초록색 피부.

이빨 사이사이에 걸쳐있는 누런 송곳이.

청년은 난생처음 보는 괴물과 마주했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고.

청년이 기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어서 청년의 목이 울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키에에엑! 키에에엑! 키에엑!"

"키에에엑!"


괴물들이 청년과 함께 괴성을 질러댄다.

청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번쩍!

무언가 청년을 강타했다.

청년은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다.

아름답게 뻗어오는 날렵한 발차기를 말이다.


퍽! 털썩!

그렇게 청년은 날아오는 괴물의 발차기를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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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블랙마켓과 7인의 망나니(1) 18.11.22 222 5 24쪽
44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2) +1 18.11.19 253 4 24쪽
43 약속의 반지, 델피니엔(1) +2 18.11.11 248 5 16쪽
42 식민지(3) +1 18.11.06 269 5 19쪽
41 식민지(2) +2 18.10.29 267 8 12쪽
40 식민지(1) +1 18.10.22 267 6 14쪽
39 꿩 먹고 알 먹고(3) +1 18.10.21 266 7 18쪽
38 꿩 먹고 알 먹고(2) +1 18.08.21 378 6 19쪽
37 꿩 먹고 알 먹고(1) +1 18.08.14 402 1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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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4) +4 18.08.08 443 9 24쪽
34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3) +2 18.08.06 419 9 21쪽
33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2) 18.08.03 436 8 16쪽
32 악마가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1) +5 18.07.29 481 11 17쪽
31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2) 18.07.26 474 11 14쪽
30 라온의 차원 침략 데뷔전(1) +4 18.07.24 467 10 21쪽
29 차원 게이트(2) +2 18.07.22 483 11 13쪽
28 차원 게이트(1) 18.07.21 502 13 17쪽
27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3) +2 18.07.20 462 13 15쪽
26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2) +3 18.07.19 470 12 11쪽
25 ‘충동’의 악마와 첫 번째 날개(1) 18.07.17 448 12 19쪽
24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2) +2 18.07.16 476 12 15쪽
23 중급 악마 vs 하급 악마(1) +2 18.07.15 478 10 13쪽
22 다린과 선물 보따리(2) +1 18.07.14 478 11 13쪽
21 다린과 선물 보따리(1) 18.07.13 458 11 14쪽
20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3) +2 18.07.12 478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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